Biz Life

내년 사업에만 목매는 대기업 임원 

한국 대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습니다. 




조용탁 이코노미스트 기자
추석이 지났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가을입니다.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할 시기입니다. 대기업 임원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본격적으로 세지기 시작합니다. 연말 정기인사가 성큼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하늘의 별만큼이나 따기 힘들다는 임원 자리지만 동시에 파리 목숨만큼 쉽게 버려질 수 있는 불안한 위치입니다. 한 해 성과를 조금이라도 높이고 내년에 진행할 근사한사업 계획을 짜기 위해선 부지런히 움직여야 합니다. 일단 계획을 세우고 컨설팅 회사에서 자문을 받습니다. 그리곤 주요 경영대학원 교수들에게 평가를 부탁합니다. 최근 만난 한 국내 경

영대학원장은 “10월 이전에 평가를 마쳐달라”는 부탁을 많이받는다고 합니다. 11월엔 최고경영자에게 신사업 계획을 보고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매년 자문을 하다 보니 아쉬운 점이 있다고 합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사업보고서의 호흡이 너무 짧다는 겁니다. 대기업 임원들이 내년만 보고 일하느라 5년이나 10년을 내다본 장기 프로젝트가 사라진 지 오래라고 합니다.

구글은 미국에서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기업으로 꼽힙니다.

이들이 진행한 투자 범위는 다양하다 못해 광대하다는 표현이나올 정도 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수많은 벤처기업을 인수합병(M&A) 했습니다. 구글은 미래를 보고 투자를 진행하는 기업입니다. 혁신 기술이 기업의 미래를 이끌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구글이 누리는 마켓 리더의 위치에 도전할 기업을 찾기힘든 이유입니다.

한국에선 이런 투자가 어렵습니다. 투자에 대한 근거가 명확 해야 하고 결과에 책임져야 합니다. 동료 임원이 매년 탁월한 실적을 올리는데, 5년 후 먹거리를 이야기하다간 순식간에 밀려납니다. 개인 간, 부서 간 경쟁이 극심한 대기업에서 가능성을 보고 일단 투자를 진행하자는 목소리를 내기 어렵습니다.

한국 대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습니다.패스트 팔로워에서 마켓 리더의 위치에 오른 기업도 있습니다.하지만 창의적인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을 이끌 능력은 떨어진다는 평가입니다. 내년만 보고 뛰는 임원이 대부분인데 새로운 미래를 잘 그려낼 수 있을까요? 유능한 인재들을 단기 실적에만 매달리게 하는 비뚤어진 구조를 언제쯤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202404호 (20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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