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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글로벌 새마을운동 전도사 김관용 경북도지사 

“새마을운동을 국제운동으로 격상할 전환점 맞았다” 

박성현 월간중앙 취재팀장
유엔 등 국제기구, 해외 원조의 새 모델로 새마을운동 연구…의식개혁과 같은 근원적 처방을 통한 지구촌 빈곤 타파에 주목

▎새마을운동 세계화에 중앙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는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미스터 새마을’로 불린다. 2006년 경북도지사에 당선된 이래 지금까지 ‘경북형 새마을 공적대외원조(ODA) 모델’ 구축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그는 평소 “새마을운동과는 운명의 실타래 끈이 연결돼 있음을 느낀다”고 주변에 말해왔다. 새마을운동의 주창자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같은 고향(구미)인데다 구미시장(1995~2006년)을 거쳐 새마을운동의 발상지인 경북도지사로 일하게 된 인연 때문이다.

전국에서 새마을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가던 1971년 제 10회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그는 새마을운동의 모든 전개 과정을 생생하게 지켜보았던 공직자 출신이기도 하다. 6월 4일 지방선거에서 경북지사 3연임에 성공한 그가 새 임기 4년 동안 새마을운동 세계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리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새마을운동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당시 새벽잠을 깨웠던 새마을 노래는 전 국민의 자명종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대한민국의 잠을 깨운 게 아닌가 여겨진다. 새마을운동을 지키고 발전시켜나가는 일은 내게 주어진 숙명이다.”

경북도는 2005년부터 새마을운동의 해외 확산을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극심한 가난에 허덕일 때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런 와중에 탁월한 지도자를 만나 새마을운동이 시작됐고, 절대빈곤에서 벗어났다. 이 소중한 경험과 노하우를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인류 발전에 도움을 주어야겠다고 하는 일종의 사명감과 책임감에서 시작했다. 경북도는 새마을운동의 종주도(道)다.”

지난 10년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새마을운동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의 하나로 성장했다. 특히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에서는 저마다 새마을운동을 도입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또한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에서도 국제원조의 새로운 모델로 새마을운동을 연구한다. 이제 새마을운동은 국제운동으로 격상될 매우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2012년 설립된 새마을세계화재단은 지구촌 빈곤퇴치의 중심역할을 하는 국제기구로 성장할 것이다.”

에티오피아에 새마을연수센터 설립 추진

새마을운동 세계화 사업으로 국제사회에서 경북도의 위상도 높아졌다고 보나?

“안전행정부나 외교부, 국제협력단(KOICA) 등을 통해 한국을 방문하는 주요 인사들이 새마을 관련 인프라가 가장 잘 조성된 우리 경상북도를 필수 방문코스로 찾는다. 높아진 경북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또 새마을운동 세계화 사업을 하면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여러 차례 만났으며, 게부자 모잠비크 대통령, 기르마 월데기오르기스 에티오피아 대통령 등 각국 국가수반과 고위관료들도 찾아왔다.”

민선 6기 경북도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새마을운동 세계화에 나서게 되나?

“경북도는 새마을운동을 통해 지구촌 빈곤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한국의 품격과 위상을 높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유엔 등 국제기구와의 협업을 통해 저개발국에 대한 새마을운동 보급 사업을 강화하고 해외 연수단을 적극 유치하고자한다.”

해외 거점 확보에도 나선다고 들었다.

“현지 실정에 맞는 새마을운동 보급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하게 될 새마을연수센터 설립을 추진한다. 1순위가 에티오피아다. 지금 KOICA와 협의 중이다.”

해외에서 새마을운동을 현지화하는 데 걸림돌을 꼽으라면?

“주민들의 의지와 마을 지도자의 역량에 따라 성과가 판이하게 나타난다. 우리나라도 그랬듯이 단 1년 만에 몰라보게 바뀌는 곳이 있는가 하면, 문화적 충돌을 겪으며 갈등을 빚거나 외면받는 경우도 있다. 인도의 경우 카스트라는 신분제도가 워낙 철옹성이라 2년 동안 노크하고도 결국 벽을 넘지 못해 철수하기도 했다. 새마을운동의 핵심은 자발성인데 ‘공동체’나 ‘협업’의 개념이 약한 현지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언어 차이로 인한 의사소통 문제, 부족한 현지 정보, 당장 성과를 손에 쥐어달라는 주민들과 새마을봉사단원 간의 신뢰 구축도 과제다.”

새마을세계화재단 UNDP 협력파트너로

유엔은 새마을운동이 국제사회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하리라고 기대하나?

“유엔은 지난 2000년 새천년개발목표(MDGs) 8대 과제의 하나로 2015년까지 빈곤을 반으로 감소시키자는 의제를 설정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도 약 10억 명의 사람이 하루 1달러로 살아가고 있을 정도로 빈곤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에 따라 유엔은 의존도만 높이는 물질 중심, 공여국 중심의 일방적 원조사업이 아니라 원조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ODA 사업이 전개되기를 바란다. 그 방안으로 한국의 새마을운동에 주목하는 것이다. 새마을운동이 의식 개혁과 같은 근원적 처방을 통해 지구촌의 빈곤을 타파하는 데 기여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유엔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 계획은?

“외교부는 지난해 9월 우리 농촌개발 사업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기 위해 유엔개발계획(UNDP)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 일환으로 아프리카·아시아·중남미 등 3개국에 시범사업을 편다. 경북도 산하 새마을세계화재단이 UNDP의 협력 파트너로 참여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 중이다.”

새마을운동 해외봉사단 파견, 외국인 지도자 연수 등 각종 사업을 진행하는 데 드는 예산에는 문제가 없나?

“물질 중심의 지원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 많은 예산이 들어가진 않는다. 그러나 살림이 그리 넉넉지 않은 경북으로서는 부담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같은 목표를 갖고 있는 포스코 등 지역 기업들과 협력해서 현지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취지에 공감하는 기업·단체·개인을 적극적으로 찾아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지금은 경북이 새마을 발상지의 사명감을 갖고 앞서가지만 이제는 중앙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경북의 시작이 더 큰 시작의 밑거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408호 (201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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