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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포커스 | 필자 기근에 시달리는 출판계 - 인도양 모리셔스의 도도새처럼 멸종한다? 

 

표정훈 출판평론가, 한양대 특임교수
잠재적 저술가인 연구자들은 수익성 높은 프로젝트로 몰리면서 글쓰기는 후순위 밀려…출판사들도 번역서에 의존하다 보니 저자 발굴에 소홀해지는 악순환에 빠져

▎출판시장의 불황은 출판사들이 직접 독자와 만나 책을 직거래하고 카페 수익도 올릴 수 있는 북카페로 눈을 돌리게 했다.



“정말 책이 나가지 않는다. 출판업을 접어야 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K출판사 이모 대표) “출판 디자인 분야 매출이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일감이 들어오지 않는다. 팬시용품 디자인과 판매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K디자인업체 김모 대표) “자비(自費) 출판 대행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정상적인 출판 활동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다.”(D출판사 최모 대표)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표현으로 대표되는 ‘출판위기담론’은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던 터라 ‘양치기 소년’ 같은 느낌마저 준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위기를 외칠 수밖에 없다. 위기가 구조적으로 고착화, 만성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가구 월평균 도서구입비는 통계청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2012년 2만 원대 이하로(1만9026원) 떨어졌고, 2013년에는 월평균 1만8690원으로 전년보다 1.8% 줄었다. 이는 조사 대상이 2003년 전국 가구로 확대되고 나서 최저 수준이다.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 발표 ‘2013년 출판시장 통계-주요출판사와 서점의 매출·이익 현황’을 보면, 교보문고·예스24·인터파크·알라딘·영풍문고·서울문고·리브로 등 7개 대형서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6.5%나 줄었다. 최대 온·오프 서점 교보문고는 지난해 처음 매출액(-3.7%)이 줄어들었고, 영업이익도 3년 만에 적자(-1.0%)로 돌아섰다.

대표적인 단행본 출판사 민음사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2003년 감사보고서를 공시한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역시 단행본 출판계의 강자 김영사와 알에이치코리아는 같은 기간 매출·영업이익이 크게 줄었고, 사계절·살림 등도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거나 적자를 냈다. 조사 대상 출판사 5곳 중 4곳(80.2%)은 성장성 또는 수익성이 나빠졌고, 절반(45.7%)은 둘 모두 내리막길이다.


▎서점가에서는 번역서만을 모아 전시해놓은 진열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왼쪽) 교보문고 신간설명회. 책을 발간한 후에도 전쟁이다. 서점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신간설명회 발표 5분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야 한다.
OECD 국가 중 번역서 발행 비율 가장 높아

독서 수요 기반이 사실상 붕괴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책 소비 시장의 기반이 무너지면서 유통망이 무너지고 이는 다시 도서 생산 감소로 이어진다. 전체적인 경기불황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악순환 고리가 형성된 것이다. 카페를 열어 운영하는 모 출판사 관계자는 “출판사가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카페가 출판사를 운영하는 형국이 될 것 같다”는 말도 했다.

구조적인 성격의 위기라면 그 해법도 구조적이고 근본적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각종 우수도서 선정 및 지원 사업에서 선정 도서 종(種)수와 지원금액 규모를 크게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출판계에서 자주 제기되지만, 책에 대한 ‘공적자금투입’과 어떤 면에서는 비슷한 그런 처방은 급한 대로 주사를 놓는 처방이지 체질을 개선하고 체력을 강화하는 구조적 처방은 아니다. 체질개선과 체력강화로 구조개선, 아니 요즘 유행하는 말로 대개조에 나서지 않으면 출판계 공멸론(共滅論)이 현실화되지 말란 법은 없다.

하루에도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책들. 그 책에는 모두 저자가 있다. 그렇게 책의 수만큼 넘쳐나는 저자들이 있지만 정작 출판계는 저자 기근을 호소한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 할까. 조금만 여러 분야로 나눠 살펴보면, 각 분야에서 완성도 높은 단행본 저작물을 집필해내는 것으로 검증된 저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과학의 최재천·정재승, 한국사의 이덕일, 한문학의 정민·안대희, 교양의 정여울·남경태, 역사문화의 유홍준, 미술의 이주헌·이주은, 철학의 강신주 등이 얼른 떠오른다. 어느 분야든 다섯 명을 넘기 힘들다.

‘그 밥에 그 나물’로 책 차려 내는 기성 필자들

저자는 출판의 전 과정과 시스템에서 콘텐트 생산이라는 가장 근본적이고 일차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마땅한 저자를 찾기 힘드니 아무리 그럴듯한 출판기획을 해도 첫 단계에서부터 막히게 된다. 뭘 좀 기획하려 해도 쓸 사람이 없어 접었다는 말을 출판계에서 자주 들을 수 있다. 그렇게 마땅한 저자가 없으니 결국 번역할 책을 물색하게 된다. 2013년도의 경우 우리나라 출판 시장에서 번역서가 차지하는 비중은 21.6%(납본도서 4만3146종 가운데 9301종)에 달했다.

출판 콘텐트 자급자족율이 낮은 편이라고 할까. 해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다른 주요국들은 자국 출판 시장에서 번역서가 차지하는 비중이 독일 10%, 일본 5%, 미국 1% 정도를 나타낸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번역서 발행 비율이나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번역서 비중이 높다는 사실 자체만을 두고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양질의 번역서를 통해 우수하고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문제는 번역에 의존하는 사이에 우리나라 출판사의 기획 역량이 축적되지 못하고 저자 발굴과 육성도 이뤄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천적이 없어 굳이 날 필요가 없으니 날지 않았고, 그래서 날개의 기능이 퇴화돼 버렸다는 인도양 모리셔스의 도도새를 떠올려 봄직하다. 도도새는 나중에 새로 섬에 유입된 인간과 포유류에 의해 멸종되고 말았다. 로열티를 주고 사들인 뒤 번역을 맡기면 되는 ‘편리한’ 번역서에만 자꾸 의지하다가는 도도새의 운명이 되어버리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저자를 발굴하고 섭외해서 관리하며 파트너십을 꾸준히 쌓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또 중장기적인 안목까지 발휘하면서 치밀하게 기획하고 시장도 조사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 저자의 책을 기획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를 발굴·섭외·관리하는 것부터 쉽지 아니한 일이니 번역서에 의존하고, 번역서에 의존하다 보니 저자를 찾는 일에 다시 소홀하게 되는 일종의 악순환이 이어진다.

결국 분야별로 극소수의 검증된 저자에게 쏠리는 현상이 심화된다. 저자에 따라서는 출판사들이 계약하자고 줄을 서는 경우마저 없지 않다. 그 정도면 계약금만으로 1년 생활비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그런 집중화 현상은 저자 자신에게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재충전할 기회와 여유 없이 계속해서 소모되어 결국 저술가로서의 에너지와 자원이 방전되고 고갈되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의 인기 저자가 그런 방전과 고갈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명한 징후는, 그가 내는 책들에서 비슷한 레퍼토리가 조금씩 다르게 변주되는 일이 잦아지는 것이다. 더 이상 단행본 분량으로 풀어낼 자산이 남아 있지 않은데도 출판사들과 계약한 것이 있으니 ‘그 밥에 그 나물’로 책을 차려 내는 것이다. 꾸준히 신인 저자가 나오고 이미 성가를 누리는 저자도 지속적으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저자군이 두터워져야하는데, 기성 저자는 스스로 고갈되고 신인 저자가 등장하지 않으면서 저자군이 오히려 더 취약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에는 전문성을 갖춘 콘텐트를 높이 평가하고 전문가를 우대하는 풍토가 취약하다. 지적(知的) 저작물의 가치를 충분히 존중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어떤 현상이 펼쳐질 때 그 현상의 심층까지 파고들어 진단하고 분석하는 태도도 드물다. 그런데 지금 언급한 이런 풍토와 분위기와 태도야말로 전문적인 저술가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반이다.

온라인에서 검색 입력과 클릭 몇 번으로 얻을 수 있는 파편화되고 단편적인 공짜 지식정보에 길들여져 있으니 단행본 분량의 폭과 깊이를 견디지도 못하고 그것에 값을 치를 생각도 별로 없다. 이런 조건에서는 전문적인 저술가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4월, 세계 3대 도서전으로 꼽히는 런던도서전에 한국은 주빈국으로 참석했다. 아직 우리 출판시장에도 미래는 있다.



연구자에서 프로젝트 사업가로 투항

대학 교수만큼 오래전부터 책, 출판과 깊은 관계를 맺어 온 직종은 없을 것이다. 대학 교수라고 해서 꼭 자기 전공 분야의 학술도서하고만 관계를 맺는 것은 아니어서 예컨대 숭실대 안병욱(1920~2013), 연세대 김형석. 이화여대 이어령 등이 1960∼70년대 에세이 베스트셀러 저자들로 폭넓게 각광받기도 했다. 특히 안병욱, 김형석을 가리켜 ‘에세이 철학자’라고 다분히 조롱 투로 말하는 사람도 없지 않지만 에세이가 뭐 어떻단 말인가? 문제삼고 싶으면 에세이의 수준을 가지고 태클을 걸어야지, 에세이를 쓴다는 사실 자체를 두고 왈가왈부해서는 아니 되리라 본다.

다른 각도에서 그 세대 교수들이 살짝 부럽기도 하다. 강의 평가도 없었고 학사관리는 자유방임 수준에 가까웠으며 무슨 기획서를 쓰거나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해야 할 일도 거의 없었다. 2학기 강의는 단풍 들 때 시작해 낙엽 구르기 시작할 때 끝냈다는 그때 그 시절의 전설. 그러니 유유자적 에세이 쓰는 일에 몸과 마음을 푹 담글 수 있었으리라. 예전엔 ‘강의만 안 하면 교수만큼 편한 직업이 없다’는 우스개가 통했을지 몰라도 요즘엔 그렇지 못하다. 강의를 제외하고도 해야 할 일이 넘쳐나는 형편인 탓이다.

더구나 연구마저도 독립적으로 자기 나름의 주제를 파고들기 힘들다. 1998년부터 학술진흥재단(통칭 학진, 현 한국연구재단)의 인문학 연구지원과 국내학술지 평가사업이 연구의 방향과 주제를 비롯한 사실상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게 됐기 때문이다. 학진은 등재지에 실린 논문만 연구 업적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모든 학술지의 등재지화가 진행됐고, 등재지에만 실리면 만사 오케이라는 식의 등재지 만능주의와 우선주의가 팽배하게 되었다.

더구나 연구비를 많이 따오는 교수와 대학이 높이 평가받는 풍토가 조성되면서, 연구비를 받기 어려운 연구, 등재지에 실리기 어려워 실적으로 잡히기도 어려운 연구는 엄두조차 내지 않는다. 연구와 연구비와 등재지가 삼위일체를 이루는 연구이어야만 비로소 ‘연구’라는 말을 붙일 수 있다. 승진이 걸려 있고 연봉이 걸려 있으며 학교 내 평판이 걸려 있고 대학원생들을 모을 수 있는지 여부가 걸려 있다. 이 정도면 약간 과장해서 ‘목숨 걸려 있는’ 형편이 아닌가.

그렇게 목숨 걸려 있는 학진 체제 속에서 하나의 주제를 넓고 깊게 파고드는 단행본을 쓰고, 전문적·학술적 주제를 폭넓은 대중들과 공유할 수 있는 교양도서를 쓴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업적이나 승진 때문에 단행본 저서를 내야 할 필요가 있다면 그동안 이런저런 학회지, 논문집에 실었던 논문들을 모아가지고 책을 내면 그만이다. 지금까지 쓴 논문 편수, 등재지 수록 편수 등을 잘 점검하면서 관리해나가면 그만이다. 더구나 예나 지금이나 단행본 저술에 대한 업적평가는 박하기만 하다.

신분은 예전 강사와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직함에는 각종 프로젝트나 연구비 지원을 기반으로 ‘교수’가 붙은 각종 교수가 많다. 그런 ‘각종 교수’의 신분이 불안한 것은 당연하다. 불안할수록 논문에 매진하고 프로젝트에 전념해야 한다. 이른바 BK(두뇌한국)21 사업, HK(인문한국) 사업, 세계수준 연구중심대학(WCU) 사업, 글로벌 엑셀(EXCEL: Excellence and Competitiveness Endeavor for Leading Universities) 사업 등이 이어지면서 연구자들은 문자 그대로 ‘프로젝트 사업가’가 되어야 하니 그 사업 바깥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대학에서 정년이 보장되는 자리를 잡기가 워낙 어렵다는 현실이, 젊은 연구자들로 하여금 저술가로 나서게 만들 수 있는 역설적인 조건이라는 말이 있었다. 대학에 자리가 없으니 일반 독자와 출판시장을 무대로 승부를 보는 연구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었다. 그런 전망은 그야말로 전망에 그치고 말았다. 연구자들은 정부지원 연구 프로젝트에 광범위하게 포획되어 연구 프로젝트와 논문 생산공정의 폐쇄적인 트랙을 숨가쁘게 질주할 뿐이다.


▎지난해 3월 대전시 서구 둔산동 샘머리공원에서 열린 독서 장려 퍼포먼스.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이 책을 무료로 차지하고자 열띤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인기 강사 출신 저자의 ‘먹튀주의’

베스트셀러 저자 공급원으로 꾸준히 각광받아온 강연 시장은 또 어떤가? 말 잘하는 재주와 글 잘 쓰는 재주 가운데 하나만 택해야 한다면, 요즘엔 당연히 말 잘하는 재주를 택해야 한다. 강연 시장에서 뛰다가 어떤 계기로 공중파 방송에라도 나와서 ‘뜨면’, 책도 쉽게 내고 강연과 시너지 효과를 거두면서 많이 팔 수도 있다. 설령 책이 일반 서점에서 기대보다 잘 나가지 않더라도 실망은 금물이다. 강연 다니며 곁다리로 사인회를 겸해 현장 판매를 해도 좋을 것이고, 책을 일종의 명함이자 이력서이며 홍보팸플릿으로 써먹으면 되니 말이다.

출판사들은 호시탐탐 눈에 불을 켠다. 요즘 뜨는 강사 어디 없나? TV 아침 토크프로그램에서 방청객들을 쥐락펴락하며 입담을 과시하는 신인 강사 없나? 그렇게 발굴해낸 강사, 아니 저자는 저자로서의 수명은 길지 못한 경우가 많다. 뜨는 속도만큼 지는 속도도 빠른 것이 강연 시장의 속성이다. 강사 한 사람이 보유한 레퍼토리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설령 내용을 갱신해나간다 하더라도 강사의 근본적인 스타일과 캐릭터가 바뀔 수는 없다. 대중은 변덕꾸러기여서 조금이라도 식상한 것은 용납하지 않는다.

강연 시장을 석권하며 전국적 지명도를 자랑하던 스타 강사들은 예외 없이 저서가 있지만, 그 책들 중 지금까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기억되는 책이 과연 있는가? 극심한 출판 불황 속에 ‘나 홀로 베스트셀러 행진’을 이어가던 혜민스님의 책, 김난도 교수의 책을 앞으로 누가 기억해줄까? 주제를 바꿔가며 강연과 출판 분야에서 꾸준히 뛰며 나름의 성가를 유지해오고 있는 시골의사 박경철의 저서들은 수명이 얼마나 될까?

화제를 모으는 강사를 섭외하여 책 내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인기 강사의 저서라고 반드시 책을 급조하는 것도 아니고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만도 아니다. 책이라는 게 꼭 수명이 길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그것이 출판사의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일회성 한탕주의, 이목을 집중시켜 책 크게 팔면 그만이라는 이벤트성 먹튀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며, 강사가 책을 일종의 홍보용 치장물, 부가수입의 수단 정도로 여기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인기 강사의 먹튀 베스트셀러의 한탕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를 새로운 강사로 채우려는 ‘강사 저자 금단현상’은 작금의 저자 기근, 출판 불황에 대한 해법이 되기 어렵다.

당연한 말이지만 책은 사람이 만든다. 그간 우리 출판계는 사람 키우는 투자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책의 기획, 저자 발굴, 번역서 검토, 편집, 제작, 홍보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출판의 전 과정을 책임 있게 관리할 수 있는 베테랑 편집자 층이 두텁지 못하다. 작금의 출판산업의 위기는, 중추 구실을 할 수 있는 출판산업 후속 세대가 단절되는 위기이기도 하다.

문제는 역시 사람!

출판계에 이미 몸담고 있는 인재들은 출판계에 입문하려는 예비 후배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곤 한다. “그 능력과 열의라면 다른 분야를 알아보는 게 좋을 것이다. 출판계에서 전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 출판계는 언제쯤 자신 있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열정이 있다면 출판계로 오라! 능력을 계발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콘텐트와 이야기를 갖고 있다면 저술에 도전하라! 출판사가 파트너가 되어 함께 고민하고 함께 성장하고자 한다”며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큰 인기를 모으는 저술가가 탄생하면 거의 예외 없이 그를 둘러싼 출판사 간 경쟁이나 계약 관계에서 비롯되는 잡음이 생기고 뒷말이 나돈다. 부분적으로는 저술가의 처신 탓일 수도 있겠으나, ‘환전가치’가 높아진 저술가 주변으로 자꾸만 출판사들이 모여들다 보니 생기는 잡음이고 뒷말인 경우가 많다.

도무지 저자가 없다고 말하기 전에 새로운 저자를 찾는 노력을 얼마가 기울여왔을까? 출판사 대표들은 에디터들이 그런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제공해줬을까? 많은 사람이 출판 위기의 요인을 출판 분야 바깥에서 찾으려 한다. 그러나 위기의 요인은 외부에도, 내부에도 있으며 그것들은 대부분이 맞물려 있다. 출판계는 저자 기근문제에서도 외부를 탓하기에 앞서 내부부터 다지고 성찰해야 한다. 내부 성찰과 개선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마을사람들에게 외면 당하고 만 양치기 소년의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201407호 (201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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