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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순례 | 류경화 동부산대학교 총장 

“실무형 인재 양성해 취업사관학교 명성 얻었죠” 

최재필 월간중앙 기자 사진 전민규 기자
이색 학과, 지역산업 기반의 맞춤형 학과 개설로 취업률 높여…2020년 도약 목표로 대학 경쟁력 높이는 체질개선에 박차

▎류경화 총장은 실무형 인재양성이 전문대학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믿는다. 류 총장이 동부산대의 미래 비전과 중장기 발전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다.



매직엔터테인먼트과, 해양산업잠수과, 해군특수부사관과, 장례행정복지과…. 처음 들으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학과들이다. 생소한 이름만큼이나 희소성도 높다. 이들 학과는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을 통틀어 유일무이하다. 교육과정이 특화돼 있다 보니 맞춤형 인재를 키울 수 있다. 전문대학 특성화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면서 지역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동부산대학교(이하 동부산대)의 이야기다.

35년 역사를 가진 동부산대(옛 동래여자전문대학)는 이색 학과와 지역산업 맞춤형 학과를 기반으로 대학 경쟁력을 키워나간다. 지난해 1월 교육부가 인정하는 고등직업교육 평가인증원의 평가에서 ‘교육품질 인증대학’으로 선정됐고, 같은 해 대학정보공시 시범운영대학으로도 위촉되기도 했다. 교육품질 인증대학에 선정된 것은 교육과정과 역량이 공신력 있고 우수하다는 것이고, 대학정보공시 시범운영대학에 위촉된 것은 학사행정이 그만큼 투명하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 대학은 졸업생 취업률에서도 발군의 경쟁력을 보인다. 지난해 취업률 63.7%(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 기준)로 B그룹(재학생 2천 명 이하 대학)에서 지역 내 1위다. 2012년부터 2년 연속 지역 전문대학 중에서 대학정보공시 유지취업률 1위 대학을 이어가고 있다. 유지취업률은 직장 건강보험가입자가 일정기간 경과 이후에도 가입이 유지되고 있는 비율을 뜻한다. 취업의 질까지 고려했다는 의미다.

동부산대는 올해부터 대학의 체질개선에 더 박차를 가한다. 2020년까지 대학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키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주요 실천계획으로 지역 산업에 기반한 맞춤식 취업연계프로그램을 강화해 취업 경쟁력을 높이고, 전공에 따라 실력 있는 교수진, 첨단 실습실과 기자재, 쾌적한 교육환경 등 학교의 내적 구성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그 도약의 중심에는 지난해 12월에 취임한 류경화(60) 총장이 있다. 류 총장은 취임 당시 ‘비전(Vision) 2020 동남권 지역발전을 선도하는 특성화 중심 강소대학’이라는 비전과 ‘뉴스타트(New Start) DPC 2020+(플러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DPC는 동부산대(Dong-Pusan College)를 뜻하는 영문 약자다. 4월 28일 부산시 해운대구에 있는 동부산대 총장실에서 대학발전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들어봤다.

새로운 도약 위해 대학의 체질개선에 박차

요즘 지방대학이 다들 어렵다는데, 동부산대는 승승장구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생수 감소로 2017~2018년에는 전문대학뿐만 아니라 종합대학도 위기를 맞을 거라고 한다. 이 서바이벌 게임에서 살아 남으려면 대학의 체질개선이 필요하고, 이에 성공한다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게 될 것이다. 우리 대학은 비교적 규모가 작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빠르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트렌드에 맞는 대학을 만드는 데 노력을 경주해왔다.”

총장에 취임한 지 5개월여가 지났다. 대학발전을 위해 어떤 계획을 세웠나?

“취임 때 제시한 대학발전을 위한 비전의 세부 실천과제를 마련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정부 정책에 부합되는 대학 발전전략을 세웠다. 구체적으로 정부의 전문대학 육성방안 중 Ⅱ유형(복합분야 특성화)인 2개 계열 중심의 대학특성화 사업을 말한다. 이를 위해 전체 입학정원의 70% 이상을 대학 4개 계열(인문사회·공학·자연과학·예체능계열) 중 인문사회·공학계열에 배정해 지역 유망산업인 ‘보건복지, 문화관광서비스, 해양·기계중심’으로 연계특성화하고 있다.”

학생 취업에 대학운영의 방점이 찍혀있는 것 같다. 정부 정책에 부합하는 발전전략이란 뭔가?

“국가에서 요구하는 국가직무능력중심(NCS 중심) 교육과정을 개발해 운영하며 지역특화형 인재양성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우리 대학은 졸업 후 곧바로 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한다.”

학생들의 취업률 제고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뭐라고 보나?

“나는 그것을 ‘실력 있는 프로+(플러스)’라고 부른다. 학생들이 앞으로 진출할 사회는 좋은 학력·경력·스펙이 아니라 성실성·전문성·창의성 플러스(+) 실무능력을 갖춘 현장형 인재를 필요로 할 것이다.”

류 총장은 동부산대가 양성하고자 하는 인재상으로 ‘전문적인 교양인’, ‘혁신형 전문가’, ‘창의적 직업인’ 세 가지를 꼽았다. 이를 위해 대학은 ‘지역특화형 인재양성’, ‘성과중심 교육서비스 품질 제고’, ‘고객중심 행정시스템 구현’, ‘재정구조 안정화로 교육인프라 구축’ 등 4대 전략 방향과 전략별 과제를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이들 인재상에 걸맞은 학생을 길러내서 취업률을 높이고, 이는 곧 대학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게 류 총장의 복안이다.

동부산대에 취업과 관련해 특화된 교육과정과 사업을 꼽아달라.

“우리 대학은 산업체에서 오랜 현장 경력을 가진 분들을 교수진으로 모셔와 학생들이 생생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한다. 지역 내에 문현금융산업단지·정관산업단지·석대산업단지 등 대단위 산업단지가 개발됨에 따라 맞춤형 학과를 개설해 산학연계 교육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여대생 커리어 개발 지원사업(여성가족부), 대학생 취업 역량강화 지원사업(부산시), 해외인턴취업 지원사업(부산시), 청년취업진로 지원사업(고용노동부) 등 정부와 지자체 재정지원사업에 꾸준히 선정돼왔으며, 자체적으로 교수가 학생취업을 직접 지도하는 ‘밀착형 취업지도제’, 취업스펙 향상 자격증반, 취업캠프, 청년층 취업진로 지도프로그램(CAP+) 등을 운영하고 있다.”

동부산대가 취업률이 높은 대학이라는 명성을 얻게 된 데는 어느 대학보다도 특화된 이색 학과가 많기 때문이다. 우선 유통경영과는 부산·울산에서 유일한 ‘LG하이프라자 정규직 사원 특채취직 학과’다. 대학에 입학하면 졸업과 함께 대기업 정규직 취업으로 이어지는 길을 닦아놓은 셈이다.

2014학년도부터 3년제 학과로 개편된 생활도예과는 부산·경남지역에서 유일한 학과다. 기장 도예촌, 울산 옹기마을, 김해 도예촌 등과 산학 협력체계가 구축돼 있다. 3년제인 실용음악&클래식과는 ‘3+2 학제’를 운영하는데, 러시아 마그니타·고르스크 글링카 국립음악원과 협약을 맺어 3학년 졸업 후 러시아국립음악원에 들어가 석사학위 과정을 밟을 수 있다.

마술사 양성학과인 매직엔터테인먼트과도 괄목할 만하다. 2008년에 개설된 전국 유일의 교육과정으로 류 총장의 작품이다. 학과가 개설된 지 불과 4년만인 2012년엔 이 학과에 재학 중인 유호진 씨가 아시아인 최초로 세계마술연맹 세계대회에서 무대마술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유씨는 올해 4월 미국 할리우드 매직캐슬의 아카데미 오브 매직컬 아츠(AMA) 시상식에서 역대 최연소로 ‘올해의 마술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올해의 마술사상은 할리우드 매직캐슬에 본부를 둔 마술예술학회가 한해동안 최고의 활동을 한 마술사에게 주는 상이다. 데이비드 카퍼필드 등 세계 최고의 마술사들이 받았다.


▎류 총장은 이 대학의 교수 출신으로 총장에 선출된 만큼 대학교육에 대한 확실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교육은 곧 현장’이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그는 2020년 동부산대의 도약을 차근차근 준비해갈 예정이다.



부부 대학총장으로 북한이탈주민 도움 주기도

올해에 신설돼 첫 신입생을 모집한 학과 중에는 해군특수부사관과가 눈에 띈다. 부산 최초의 해군·특수부사관(초급간부) 양성학과로, 해군·해양군사교육과정을 이수하면서 병역의무와 취업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학과다. 해군일반부사관·해군기술부사관·해병대부사관·해군특전부사관(UDT/SEAL)·해군잠수부사관(SSU)으로 지원도 가능하다.

류 총장은 동부산대의 다양한 이색 학과의 경쟁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전문대는 사회에서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분야를 간파해 일선 현장을 책임질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 대학은 이런 사회적 트렌드를 기민하게 반영하면서 실용성을 강조하는 학과를 육성하는 데 비중을 높이고 있다. 매직엔터테인먼트과나 해양산업잠수과는 타 대학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교육과정이다. 이 밖에 장례행정복지과, 생활도예과, 금융경영과 등도 지역 유일의 학과로 업계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류 총장의 대학운영 방침도 대학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진 듯하다. 그는 취임 후 대학운영의 기본 방향을 ‘융화중심경영’, ‘지표중심경영’, ‘정도중심경영’으로 잡았다. ‘소통과 원칙’을 통한 대학 행정체제를 민주적이고 투명하며 상생하는 체제로 운영하고, 교육부의 전문대학 육성방안 및 대학구조개혁을 위한 지표와 대학의 목표를 맞춰 일관성 있게 운영한다는 것이다.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 ‘정도중심경영’이다.

류 총장의 대학운영의 기본 방침에는 남편의 조력도 큰 힘이 됐다고 한다. 그의 남편은 2009년 취임해 지난해 3월 임기를 마친 부산교육대학교 김상용 제5대 총장이다. 부부가 함께 일반 교수로 시작해 자신이 몸담은 대학의 총장으로 선임된 사례는 드문 일이었다. 류 총장이 취임할 당시 지역사회에서 ‘첫 부부 대학총장’이라고 화제를 불러모았던 이유다.

대학 운영과 관련해 부군께서는 어떤 조언을 들려주셨나?

“남편이 총장을 역임하면서 겪었던 바람직한 일과 바람직하지 않았던 일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평소 들려준다. 힘든 일이 생기거나 어려운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도 의논하고 대화하면 도움이 된다. 대학은 다르지만 전임자의 의견을 듣게 돼 아무래도 시행착오를 덜 겪게 되는 것 아닌가 싶다. 남편은 특히 정도중심경영을 강조한다. 힘든 결정을 내릴 때면 기본과 원칙을 중시하라는 이야기를 자주한다.”

총장이 되기 전까지 유아교육학과 교수, 매직엔터테인먼트 학과장, 평생교육원장을 거친 류 총장에게는 독특한 이력이 있어 눈길을 끈다. 그동안 남북통일과 관련한 일을 벌여왔다는 것이다. 통일부 통일교육위원협의회 중앙부의장을 역임했고, 현재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부산지역 통일교육센터장을 맡고 있다.

통일기반 조성 등의 공로로 대통령 및 통일부장관 표창을 받았고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1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사회봉사상도 통일 분야에서 일한 인연이 계기가 됐다. 당시 류 총장이 주최하는 북한이탈주민 합동결혼식 사진이 미 국무부의 화제 사진으로 선정되면서 상을 받게 됐다고 한다. 류 총장은 2006년부터 8년째 북한이탈주민의 합동결혼식을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결혼식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9년 전 우리 대학의 평생교육원을 이끌면서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전국평생학습축제에 참가해 북한이탈주민들의 도움을 얻어 북한음식을 소개한 적이 있다. 마침 부산시가 부대행사로 합동결혼식을 주최했는데 다문화가정 부부 29쌍에 북한이탈주민 부부 1쌍이 끼어 있었다. 마치 북한이탈주민들이 구색맞추기로 들어간 것 같아 탈북자들이 오히려 섭섭해 하는 눈치였다. 그 자리에서 내가 별도로 합동결혼식을 열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한마디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웃음)

매년 다섯 쌍의 부부를 결혼시키는데, 경비는 어떻게 마련하나?

“결혼비용을 혼자서 모두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대학에 있는 결혼 관련학과 교수님과 학생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뷰티아트과 학생들은 교내 실습실에서 신부들을 위해 2~3회 전신마사지와 메이크업·신부머리를 해주고, 웨딩산업과에서는 대여한 드레스의 가봉 작업과 신부 보조를 맡는다. 부케는 화훼장식조경과에서 준비했고, 제복 입은 부사관과 남녀 예도단은 칼을 들고 도열에 나섰다. 매직엔터테인먼트과에서는 마술쇼로 축하연을 해준다.”

류 총장은 “대학의 모든 구성원이 나서서 돕는다”며 겸손하게 말하지만, 행사를 주관하면서 결혼앨범과 결혼사진 액자, 제주도 신혼여행 경비까지 전액 사비로 지원한다. 지방대학이 위기라고는 하지만 동부산대는 오히려 특성화 대학으로 주목받으며 지역 기업들의 주목을 받는다. 류 총장은 그 비결을 묻자 “교육은 곧 현장에 있고 현장이 교육이라는 방침만 지키면 된다”며 다음과 같이 부연했다.

‘교육은 곧 현장’이란 신념으로 지방대 활로 모색

“산·학 상생을 위한 지역특성화, 교육서비스 품질 제고, 고객중심 교육행정, 건전한 재정구조, 교육환경 인프라 구축 및 취업 활성화를 위한 산학협동, 지역 특화산업을 중심으로 학과 재편 등의 노력을 계속한다면 지방의 전문대학도 얼마든지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

류 총장은 ‘교육이 곧 현장’이라는 일념으로 문현금융산업단지·정관산업단지 등 부산시의 대단위 산업단지 개발 및 조성에 따른 맞춤형 학과를 지속적으로 개설해 실무중심의 교육을 더욱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이 대학은 현재 기업체 480여 곳, 협력업체 700여 곳과 산학협력을 통한 학생들의 현장실습을 진행 중이다. 재학생들은 러시아·중국·일본·필리핀·싱가폴·호주·뉴질랜드·미국 등지에서 국제화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도 있다.

류 총장은 “남들이 걸었던 길을 답습하는 것으로는 학생도, 대학도 성장하기 힘들다”고 전제한 뒤 “학생들이 창의성을 바탕으로 더 높은 곳으로 오를 수 있도록 저력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부산대는 동남권 지역발전을 선도하는 특성화 중심 강소대학으로 전문기술을 갖춘 실력 있는 프로를 꾸준히 배출하고 있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동부산대에서 미래를 꿈꿔보라”고 자신 있게 권유했다.

201406호 (201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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