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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 파열 또는 거품? 연준 출구전략의 이중칼날 

 

안근모 글로벌모니터 편집장
지난해 버냉키 당시 의장 “양적완화 축소, 종료” 선언 후 신흥국 ‘멘붕’…부작용 없이 실물경제·금융시장 살리는 ‘출구전략’이 과제

▎재닛 옐런 미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3월 19일(현지시간)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옐런 의장은 “금리 인상 시기는 예견하기 어렵지만 양적완화 기간이 끝난 6개월 후쯤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추가로 100억 달러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결정했고 이는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 총재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에 대한 불만을 다시 한번 표출했다. 4월 10일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주최 포럼에서였다. 지난 1월 신흥국 금융시장의 요동이 재연됐을 당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성명서에서 이 문제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었다. 이는 곧 ‘미국은 자신의 통화정책으로 인해 해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상관하지 않겠다’는, 오로지 자신들이 정한 길로만 가겠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그는 비판했다. 라잔 총재는 이런 말도 함께 했다. 연준 고위 인사들이 사적인 자리에서는 그래도 “우리도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분명히 말하더라는 것이다.

지난해 5~6월,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종료” 선언 직후 신흥국 금융시장은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충격에 빠져들었다. 미국이 신흥시장에 무차별적으로 풀어놓았던 유동성이 다시 회수될 것이라는 공포 때문이었다. 이런 ‘미니 위기’는 올 1월에도 되풀이됐다. 앞으로 본격화될 초고도(超高度) 부양정책의 철회 즉, 연준의 출구전략이 내포한 커다란 잠재위험을 보여준 맛보기였다. 지난해 여름과 올 1월에는 신흥국뿐만 아니라 미국 등 선진국 금융시장도 똑같이 충격에 빠져들었다.

연준은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해외로 스필오버 효과(Spillover Effect, 어떤 요소의 생산활동이 그 요소의 생산성 외에 다른 요소의 생산성을 증가시켜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올리는 것)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아마 어떤 나라의 중앙은행도 다른 나라의 사정을 고려한 통화정책을 공언하지는 못할 것이다. 일종의 배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연준이 해외 파장을 감안한 정책결정을 공식화할 경우, 이는 ‘글로벌 중앙은행’의 책임을 스스로 짊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향후 해외의 이익을 위해 자국의 희생을 선택해야 할 입장에 몰릴 수도 있는 것이다.

연준 입장에서도 스필오버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출구전략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파괴적인 충격을 야기할 경우 그 파장은 미국으로 되돌아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시장 내에 잔뜩 부풀어올라 있는 거품 역시 연준의 출구전략 앞에 놓인 위험이다. 신흥국이 충격을 받을 정도라면 미국 내부의 거품도 붕괴될 운명에 처한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연준은 출구전략이 낳을 파열음을 최소화해야 할 절박한 입장에 놓인 것이다.


▎벤 버냉키 전 FRB 의장이 지난해 12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에 있는 FRB 본사에서 은퇴 전 마지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Fed는 경기 부양을 위해 매월 850억 달러 상당의 채권을 매입했던 것을 2014년 1월부터 750억 달러로 감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또 다른 위험을 잉태하게 된다. 거품의 심화다. 충격을 피하기 위해 온건하고 지극히 예측 가능한 출구전략에 나설 경우 불확실성은 대폭 제거되며 이는 시장의 위험선호 행태를 더욱 자극할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은 그 패를 읽고 꿈틀거리고 있다. 최근 우리 증시의 급반등과 달러-원 환율의 급락(원화가치 급등) 현상의 배경이다. 이미 ‘은밀한 출구전략(Stealth Exit)’에 돌입한 연준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천천히, 조금만 금리인상” 기조의 두 가지 이유

지난 3월 개최된 회의에서 미국 FOMC는 향후 출구전략 절차에 관한 세 가지의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했다. 내년 하반기쯤(When) 금리인상을 개시하되, 인상 속도는 매우 점진적(How)일 것이며, 매우 낮은 수준으로까지만(Where) 인상하고 말 것이라는 예고였다.

이 뜻을 함축적으로 담은 문구가 FOMC의 성명서에 담겼다. “미국의 고용과 물가가 연준의 목표에 근접하는 수준이 되더라도 금리는 과거의 정상적인 수준에 비해 낮게 유지될 것이다.”

오는 2016년 말쯤이면 미국의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이 거의 정상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때 연방기금금리 목표치는 2% 정도로까지만 인상되고 말아 균형수준으로 간주되는 4%에 비해서는 훨씬 낮을 것이라는 사실을 연준은 시장에 알렸다.

이처럼 ‘천천히, 조금만 금리인상’ 기조를 두고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더 얕아진 활강 경로(Shallower Glide Path)”라고 비유했다. 이륙은 하되 고도는 낮게 유지할 것이라는 약속이다.

옐런 의장은 그 이유로 ‘장기간 잔존하는 역풍들(Persis tent Headwinds)’을 꼽았다. 그 역풍의 예로 다음의 세 가지를 들었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망가진 가계 부문의 대차대조표가 크게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기회복 이후에도 대출을 기반으로 한 소비 증대가 장기간 어려운 점 ▷재정이 앞으로도 수 년 동안은 다소 긴축적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점 ▷신흥국이 침체 사이클로 진입하는 등 글로벌 경제가 여전히 취약한 점 등이다. 따라서 이런 마이너스 요소들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연준의 금리가 상당기간 계속해서 플러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옐런 의장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연준이 이런 완만한 출구전략에 나서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거품 붕괴와 같은, 출구전략이 낳을지 모를 파괴적인 파장을 연준 스스로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3월 FOMC가 개최된 지 며칠 뒤 찰스 플로서 미국 필라델피아 연준 총재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연준 출구전략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Unintended Consequences)을 낳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플로서 총재는 금융위기 이후 흔들림 없이 연준의 고도 부양책에 반대입장을 밝혀온 대표적인 매파 인사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2016년 말 금리는 (2%가 아닌) 4%로까지 인상돼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3월 FOMC의 ‘천천히 조금만 금리인상’ 약속에 찬성표를 던졌다.

자신의 주장과 실제 행동이 일치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플로서 총재는 이렇게 설명했다. “만약 시장이 우리보다 앞질러서 (급하게) 움직일 경우 우리는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금리를 인상해야만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그것이 출구전략에 노정된, 우리가 알지 못하는 가장 큰 위험이다. 시장을 놀라게 하고 싶지 않다. 모든 출구전략이 점진적이고 부드럽게 수행돼야 한다는 것이 나의, 연준의 바람이다.” 연준의 ‘천천히 조금만 금리인상’ 기조는 가장 매파적인 멤버에게도 동의를 얻은 출구전략인 셈이다.

인도 중앙은행 라잔 총재의 불평과 달리 신흥국 금융시장으로는 다시 돈이 몰려들고 있다. 3월 FOMC를 계기로 뚜렷해진 양상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증시의 대표지수인 코스피는 원화 가격과 함께 뛰어올랐다. 달러-원 환율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까지 급락했다.

연준의 출구전략은 극단적인 이중성을 갖고 있다. 내년부터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다는 것은 엄청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제공됐던 초고도 부양정책이 7년 만에 회수되기 시작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개시되는 것은 무려 11년 만의 일이기도 하다.


▎메릴린치는 올 연말 미국증시 S&P500지수가 2000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오는 9월부터는 10~15%의 대대적인 조정 가능성에 베팅할 것을 제안했다.



글로벌 거품 분산… 출구전략의 역설적 부양효과

그러나 연준의 ‘천천히 조금만 금리인상’ 기조는 동시에 지극히 완화적이다. 특히 향후 경제환경이 어떻게 전개되든, 심지어 경제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개연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완화적인 출구전략에 그칠 것임을 미리 약속하는 정책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극도로 제한하게 된다. 이러한 불확실성 제거 전략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극도로 억제하게 되며, 이는 보다 수익이 높은 곳으로 자금을 이동하려는 위험추구(Risk Taking) 행태를 촉진하게 된다.

그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불과 1년여 전까지만 해도 유로존 퇴출과 국가부도 위기에 몰렸던 그리스가 30억 유로의 국채 발행에 성공했다. 4.75%의 고금리(?)에 매력을 느낀 해외 투자자들이 무려 7대 1의 경쟁을 벌였다. 폭탄테러로 점철돼 온 파키스탄이 20억 달러의 외화국채를 발행했고, 연초에만 해도 나라가 뒤집힐 듯하던 터키는 비슷한 시기 10억 유로의 외채를 끌어들였다.

스리랑카의 5억 달러 외화국채 입찰에는 무려 42억5천만 달러의 자금이 몰려들었다. 2008년에 부도를 냈던 에콰도르와 2009년에 부채위기를 겪었던 두바이 역시 외화채권 발행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이머징 금융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 모든 향연은 3월의 FOMC 이후에 펼쳐지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10년 만기 미국 국채는 4.5% 안팎의 이자를 제공했다. 하지만 만기를 맞아 상환되고 있는 지금 똑같은 10년 만기 미국 국채를 펀드에 재편입하게 되면 2.6%의 이자밖에 받지 못한다. 무려 2%포인트에 달하는 수익률 절벽이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금리정책에 수반된 불확실성이 크지 않다면 투자자들은 보다 더 위험한 채권을 사들임으로써 수익률을 보전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연준의 초고도 부양정책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제2차 확산효과가 출구전략을 맞아 나타나는 셈이다. 이는 완화적인 출구전략이 새로운 부양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역설적이다.

이런 역설적 현상은 낯설지 않다. 지난 2004년부터 2년간 진행됐던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에도 똑같이 목격됐었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이끌던 당시 연준은 1%이던 연방기금금리를 5.25%로, 단 한 차례도 쉬지 않고 내리 인상했었다. 표면적으로는 매우 공격적인 부양축소 및 긴축의 행진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제2차 확산효과가 발생했다. 금리인상 행진에도 불구하고 달러화는 추가 하락했으며, 신흥시장으로의 달러화 유입은 가속도를 냈다. 당시 우리나라의 환율은 800원대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또한 미 국채 수익률은 오르지 않았으며, 미국 부동산 시장의 향연은 계속됐다. 연준이 오로지 “신중한 속도로(Measured Pace)”만 금리를 올려나갈 것임을 미리 시장에 약속하는 선제지침(Forward Guidance)을 제공한 결과였다. 당시 연준은 이 약속대로, 경제환경이 어떻든 간에 회의 때마다 기계적으로 0.25%포인트씩만 금리를 올리는 이른바 ‘그린스펀 베이비 스텝(Baby Step)’을 고수했다.

주지하다시피 이러한 역설적인 부양적 출구전략은 미국과 전 세계 경제를 거품으로 몰아넣었다. 극도로 안정된 금융환경이 금융 불안정을 야기했다. 중앙은행이 제공하는 미래의 금융환경이 지극히 예측 가능한 것이라면 금리의 절대수준이 얼마나 높은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교훈을 얻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연준은 다시금 ‘안정적인 출구전략’을 꾀하며 미래의 불안정을 잉태하고 있다. 불확실한 출구전략이 낳을지 모를 현재의 불안정이 두렵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낳았던 ‘과도한 금융안정’의 재현

이러한 기조에 대해 연준 내부에도 우려와 반발이 없는 것은 아니다. 리처드 피셔 미국 댈러스 연준 총재는 4월 초 연설에서 “금융시장으로부터 모든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제거해 버리는 것이 과연 건전한 통화정책인지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출구전략의 선제지침을 보다 불확실하게 바꿔서 금융시장 거품에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그는 “최악의 경우, 캘린더에 기반한 연준의 통화정책 약속은 시장의 오버슈팅을 조장하게 되는데, 실제로 최근 수 분기 동안 그런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3월 FOMC 회의에서도 금융시장 거품에 대한 우려가 폭넓게 개진됐다. 1월 회의에 이어 연준 내부의 긴장이 계속 관찰되고 있다. FOMC 위원들은 투기등급 회사채 가격이 지나치게 오른 점, 주식투자를 위해 낸 빚이 주가와 더불어 잔뜩 부풀어 있는 점,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더 많은 소비자신용이 공급되고 있는 점들을 지적했다.

금융위기 이후 제공된 초고도 부양정책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것인지에 관해 연준은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서 절차를 제시한 바 있다. 2009년 7월 버냉키 의장의 <월스트리트저널> 기고, 2010년 2월의 하원 증언, 2011년 6월 FOMC의 공식적인 ‘출구전략 원칙’ 공표 등이다. 이 전략들은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는 있으나 기본적인 골격과 절차는 지금까지도 유효하게 남아 있다.

이 전략에 따르면, 연준은 먼저 보유채권의 만기 도래분을 재투자하는 정책을 중단함으로써 출구전략에 돌입하게 된다. 현재 연준은 양적완화로 사들인 국채와 모기지증권(MBS)의 만기가 될 경우 상환받은 원금으로 해당 채권을 다시 사들이는 정책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재투자가 중단되면 연준의 통화정책은 자연스럽게 ‘양적긴축’ 모드로 전환된다.

연준은 이어 환매조건부 채권매각(일명 역 레포, Reverse Repurchase Agreement)과 기간물 예금입찰에 나선다. 역 레포는 일정기간 뒤에 되사는 것을 조건으로 연준이 보유채권을 매각하는 공개시장조작이다. 이렇게 하면 그 일정기간 동안에는 유동성이 흡수된다. ‘재투자 중단’에 비해 좀 더 적극적이나, 일시적인 양적긴축인 셈이다. 기간물 예금입찰은 한국은행의 통화안정증권 발행에 비유할 수 있다. 특정 기간동안 인출할 수 없는 예금을 연준이 받아들이면 시중의 통화가 그 기간만큼 흡수된다. 더욱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양적긴축이다.

연준이 이렇게 양적긴축에 나서는 것은 금리인상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시중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에서는 금리를 인상해도 시장금리가 연준의 목표만큼 올라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적긴축은 내년 하반기로 예상되는 금리인상에 앞서서 시행될 예정이다.

연준에 따르면, 지난 3월 26일 현재 연준이 역 레포와 기간물 예금을 통해 흡수해 놓은 유동성은 총 2132억 달러에 달했다. 1년 전(956억 달러)에 비해 1200억 달러나 더 묶어둔 것이다. 그 결과 양적완화 정책의 실질 효과는 반감했다. 3월 말까지 4개월간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월평균 753억 달러씩 불어났으나, 은행시스템의 지급준비금은 월평균 307억 달러밖에 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말까지만 해도 은행의 지급 준비금은 연준의 대차대조표 규모와 거의 같은 속도로 늘어났으나, 양적긴축이 병행되면서부터 양상이 달라진 것이다. 이는 마치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같이 밟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양날의 칼… 위험한 줄타기

주로 기술주들로 구성돼 있는 미국 나스닥지수가 4월 11일 4000선 아래로 추락했다. 3월 FOMC 직전의 고점에 비해 8% 이상 떨어진 값이다. 뉴욕증시 기술주 랠리를 주도해 왔던 바이오테크와 인터넷주식들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탓이다. 지난 한 해 동안에만 무려 57%나 폭등했던 일본증시 닛케이지수는 올해 들어 4월 11일까지 14% 넘게 급락했다.

이러한 현상은 연준 출구전략의 이중칼날과 관련돼 있다. 연준이 금리인상 일정을 공표했다는 사실은 초고도 부양정책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려왔던 이들 주식에 커다란 악재가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새해 들어 나타나는 미국 경제회복 모멘텀의 둔화 현상은 이러한 ‘고성장’ 주식들에 이중 부담을 안겨줬다. 연준의 ‘천천히 조금만 금리인상’ 기조 역시 이들 주식의 수급에 악영향을 미쳤다. 연준 출구전략 불확실성으로 억눌렸던 신흥국 통화와 증시가 되살아나면서 고성장 주식시장에 몰렸던 자금이 분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5월부터 미국 경제의 회복속도가 다시 빨라지게 되면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상황이 역전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4월 10일 보고서에서 5월부터 8월 사이에는 미국과 일본의 증시가 다시 뛰어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메릴린치는 올 연말 미국증시 S&P500지수가 2000선까지 상승(4월 11일 현재 1815)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오는 9월부터는 10~15%의 대대적인 조정 가능성에 베팅할 것을 제안했다. 올가을이 되면 연준의 양적완화가 완전히 종료될 것이며, 미국의 경제성장에 가속도가 붙는 가운데 금리인상 속도 역시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월스트리트와 연준은 여전히 미국의 강한 경제회복세를 예상하고 있다. 올 초의 둔화현상은 폭설과 혹한 등 일시적 요인에 따른 현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가 실현될 경우 연준의 ‘천천히 조금만’ 금리인상 기조는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경제회복 가속도가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가할 역설적인 위험이 내재해 있다. 신흥시장 역시 그 충격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이는 연준에 곤혹스러운 딜레마를 안겨줄 것이다.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파를 무마하려면 연준은 더욱 적극적으로 ‘천천히, 조금만 금리인상’ 약속을 반복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경제가 가속도를 내고 있는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과도한 부양을 금융시장에 제공하게 된다.

연준은 과연 지속 불가능한 거품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동시에 실물경제 회복세와 금융시장에 찬물을 끼얹지 않으면서 출구전략의 줄타기를 무난하게 해나갈 수 있을까? 앞으로 1~2년간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은 연준 출구전략의 이중칼날에 내포된 파열과 거품의 위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함께 해나가야 한다.

201405호 (201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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