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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후보 연속 인터뷰③ - ‘9회말 역전홈런’ 꿈꾸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 

“격차와 갈등으로 갈라진 서울 하나로 묶는다” 

글 박성현 월간중앙 취재팀장 사진 전민규 기자
비강남권 경제 활성화 통해 강남·북이 함께 잘사는 서울시 만들 것… 이명박 전 시장도 백지신탁위의 직무연관성 판정에 따라 현대중공업 주식 매각한 전례 있어

▎서울시장 본선 경쟁력에서 박원순 시장을 앞선다고 주장하는 김황식 새누리당 예비후보.



김황식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이래저래 서울시장 선거와 인연이 닿는 편이다. 그는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보선에서 야권 단일후보였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맞붙을 수도 있었다. 여권이 보선을 앞두고 필승카드로 그를 검토했기 때문이다. 당시 총리였던 그가 호남 출신으로 국정을 원만하게 잘 이끈다는 점이 매력포인트였다. 하지만 후임 총리가 마땅치 않은데다 현직 총리가 선거 직전에 물러나 출마한 전례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불발에 그쳤다.

선거에서 결국 박원순 후보가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나경원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며 승리했다. 당시 김 후보는 총리직 사퇴를 고려했다. 한 측근에 따르면 당락이 확정된 직후 당시 김 후보는 참모 두 사람을 따로 불러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의 거취 문제를 언급했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된 마당에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총리직을 사퇴를 하는 게 도리 아닌가”라고 의견을 물었고, 좀 더 정황을 지켜보자는 측근들의 만류로 한 발 뒤로 물러섰다는 것이다.

그런 김 후보가 결국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들었다. <월간중앙>과의 인터뷰는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자 선출대회(4월 30일)를 19일 앞둔 4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경선캠프에서 이뤄졌다. 며칠 전 한 방송사가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김 후보(20.1%)는 정몽준 예비후보(44%)에게 더블스코어 수준으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그의 얼굴에서는 초조한 기색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1948년에 태어나 1972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수석으로 수료한 뒤 부장판사·대법관·감사원장·국무총리까지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인 그가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할 리 없다. 그는 오히려 역전을 자신했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유력 예비후보 중 가장 늦게 출발했음에도 인지도가 70%에 이른다는 점에 고무된 듯했다. “이미 정상에 오른 1위 후보는 내려올 일만 남았지만 나는 부지런히 올라가게 되므로 어느 지점에서는 만난다”고 그는 말했다.

역전을 자신하는 근거는?

“내가 가진 경쟁력의 핵심은 본선에서 박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안정감 있는 후보라는 사실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에 가장 큰 도움을 줄 후보라는 점도 여권 지지층에 차분히 알려나가면 후보 선출일에 임박해서, 즉 9회말에는 역전 굿바이 안타가 나온다고 자신한다.”

시민들은 행정가형 시장을 바란다

좀 막연하지 않나?

“이는 통계가 말해준다. 서울시민의 70% 이상은 정치가형 시장이나 시민운동가형 시장보다 서민의 살림살이를 펴주는 행정가형 시장을 원하는 걸로 나온다. 나는 42년간 공직에 봉사했고, 총리로서 나라살림을 두루 살피면서 국민과 시민의 편안한 삶을 정책으로 뒷받침하는 데 힘써왔다. 그리고 세 차례(대법관·감사원장·국무총리)의 혹독한 인사청문회를 통해 공과 사 모두 검증된 깨끗한 사람이다. 지역화합 등 ‘하나의 서울’을 만들어 갈 비전과 능력 등에서 박 시장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한다.”

이번 6월 4일 서울시장 선거의 최대 쟁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대한민국의 과제이자 서울시의 과제이기도 한데, 사회통합을 꼽고 싶다. 대립과 갈등을 최소화하고 소통하고 화합하고 나누고 배려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그러자면 원칙이 바로서야 한다. 대한민국과 서울시가 특정 지역에 치우침 없이 고루 발전하고 국민과 시민들의 마음도 한데 묶어내야 한다. 교육·경제·정서적으로 하나된 서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지역·계층·세대·이념으로 분열하고 대립하는 서울을 하나되는 서울로 만들겠다.”

박원순 시장과 김 후보의 리더십을 비교한다면?

“박 시장은 시민운동가적 마인드로 ‘분열과 갈등의 리더십’을 보여준다. 송파 세 모녀 자살사건이 단적으로 보여주듯이, 극단에 내몰린 소외계층에게 서울은 희망이 없는 절망의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시민운동 차원의 ‘코드 행정’이 서울을 대립과 갈등의 도시로 몰아간다. 나는 행정전문가로서 ‘화합과 조화의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다. 시민운동 스타일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강남·북 격차 해소 등 ‘하나의 서울’을 만들어가는 데 주력할 작정이다.”

박 시장이 관료주의화됐다고 보나?

“그렇지는 않다. 그는 소탈하고 격식을 파한 분이다. 다만 형식이 아니라 실제 얼마만큼 많은 사람을 포용하면서 시정을 해나가고 있는지를 묻고 싶다. 코드인사, 편중인사라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박 시장과 시민운동을 같이했던, 뜻이 맞는 사람들이 계약직·별정직 등 특채 형식으로 서울시에 많이 들어왔다. (일정 정도는) 필요한 부분이지만 전체 공직사회를 흔드는 측면도 있다. 서울대공원장에 전문성이 없는 인물을 앉혀 (호랑이가 사육사를 무는) 사고가 났다.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의 행정을 추구하고, 친한 사람 중심의 인사를 단행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김 후보가 그리는 서울시의 신성장동력과 살기 좋은 서울시의 미래 청사진은?

“강남과 강북이 함께 잘 사는 하나인 서울, 청년 일자리가 넘치는 서울, 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줄여서 건축 경기가 활성화되는 서울, 여성·어르신·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맞춤형으로 돌보는 따뜻한 서울을 만들고자 한다.”


▎김황식 후보는 객관적 사실을 다투는 검증은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재개발 규제에서 사업지원으로 전환

1차 정책 발표에서는 ‘비강남권 경제활력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어떤 내용인가?

“크게 보면 ‘비강남권 상업지역 확대’, ‘시청에서 강남까지 직결 지하철 건설’, ‘강북도심 공항터미널 건립’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용도지역 변경에 대한 도시계획 기준을 재정비해 비강남권의 상업지역을 확대하겠다. 비강남권의 역세권 지역을 전략적 상업지역으로 지정하고 다핵 도시 공간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또 신분당선 강남-시청-은평뉴타운 구간이 조기 착공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협조를 이끌어낼 것이다. 우선 1단계로 강남에서 한남뉴타운·이태원·회현·시청·광화문을 거쳐 경복궁에 이르는 구간을, 2단계로 경복궁에서 세검정·독바위를 거쳐 은평뉴타운을 잇는 직결노선을 건설한다. 이렇게 되면 시청에서 강남까지 10분대로 이동 가능하다. 강북 도심에 공항터미널을 2016년 착공하여 조기에 완공토록 하겠다.”

서민 주택정책도 궁금하다.

“그동안 서울시가 시행해온 숫자 위주의 임대주택 정책은 시민들이 체감을 못한다. 박 시장의 규제 위주 정책으로 뉴타운 등 민간분야 사업이 표류하고, 주민 사이에 갈등과 반목이 생겨났다. 뿐만 아니라 주택 수명에 대한 합리적 기준이 없고, 단독주택지는 실효적으로 관리되지 않는 실정이다. 서울시 주택문제는 시민과 함께 풀어나가겠다. 먼저 재개발과 관련해서는 공공의 역할을 규제 위주에서 사업지원 방향으로 바꿔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지속가능한 주택정책으로 전환하겠다. 주택 재건축 연한도 현행 40년에서 30년으로 10년 단축하겠다.”

야당이 주장해온 무상보육, 무상급식에 대한 생각은?

“예산만 허락된다면 무상보육, 무상급식 다 좋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이른바 진보시장, 진보교육감들이 무상급식 이슈로 당선되고 예산을 퍼부으면서 정작 필요한 학교 내 화장실, 냉난방시설 등 화급을 다투는 기초분야에 투입될 재원이 바닥을 드러낸 상황이다. 적재적소에 예산을 써야 한다.”

그는 이렇듯 정책에 단호한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그의 내면은 평소 쉽게 흔들리는 듯하다. 총리 시절 각종 민생현장이나 해외순방에서 때때로 눈물을 훔쳤다. 2011년 1월 파라과이 아순시온 한국학교에서, 그해 12월엔 화재진압 중 숨진 소방관 빈소와 서울소년원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눈시울을 붉혔다. 그게 특이했던지 <월간중앙> 인터뷰 전날 숙명여대 특강에 나선 그에게 한 학생이 ‘울보 총리’라는 별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국민들에게 안타까운 일이 있을 때 슬픔을 같이하는 표현이니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형제가 많은 집안에서 서로 부대끼며 자라다보니 감수성이 풍부하고 낙관적 풍모가 몸에 배였다는 설명도 곁들였다(김 후보는 7남매 중 막내다. 위로 형 셋, 누나 셋을 뒀다). 그는 “우리 형제 모두가 눈물이 많다. 그게 좋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인생에서 뜬눈으로 지샌 밤, 날밤을 샐 정도로 중요했던 순간을 꼽아달라는 요청에 “이번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결심하는 때”라고 말해 출마 과정에 큰 진통이 수반됐음을 내비쳤다.

4월 9일엔 이명박 정부 시절의 장차관 출신 인사들이 마련한 만찬장에서도 눈물을 보였다는데.

“함께 일했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니, 그 시절 기억이 솟구쳐 잠시 감상에 젖어들었다. 선거에 출마한 나를 마음으로 격려해주는 자리인지라 고마웠다.”

그 시절이 사무치는 걸 보니 나랏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나 보다. 그때 행복했나?

“나라에 봉사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하지만 현안을 처리하다 보면 어려움도 많고 가슴앓이도 한다. 감정적으로 국민과 교감도 했다. 연평도 포격으로 희생자가 발생하고, 구제역으로 온 나라가 몸살을 겪었다. 나라를 위해 순직한 분들과 그 유가족을 대하는 과정에서도 너무 안타깝고 힘들었다.”

MB, “수표교 옮기면 문화재 훼손 심화”

이명박 전 대통령도 서울시장을 지냈다. 대통령 재임시 서울시정 경험에 대해 말해준 게 있을 텐데.

“이 전 대통령은 청계천 복원 당시의 얘기를 더러 했다. 청계천 상인들은 삶의 터전을 잃을까 봐 청계천 복원을 필사적으로 반대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들 상인과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자주 만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박원순 시장이 본래 위치로의 이전을 추진 중인 청계천 수표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수표교에 대해 뭐라고 했나?

“원래 수표교는 조선 세종 때 지어진 돌다리로 1958년 청계천 복개 당시 장충단공원으로 옮겨졌다. 그걸 박 시장이 다시 원위치로 갖다 놓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당시 이명박 시장도 그럴 생각이었지만 문화재청에 확인해보니 ‘옮기는 과정에서 문화제 훼손이 심할 것이고, 예전의 맥락에서 복원하기도 어렵다’는 답신이 왔다. 문화재 위원들의 의견을 존중해서 제자리에 갖다 놓지 못했는데 그게 잘한 일 같다고 했다.”

그는 다른 새나라당 예비후보들보다 뒤늦게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해 12월에도 언론 인터뷰에서 “선거라는 것이 굉장히 상식적인 삶과는 별다른 세계인데, 제가 거기에 뛰어들어야 되느냐는 것에 기본적으로 회의감이 있다”, “시장을 하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없다. 자유롭게 조용히 살고 싶은 것이 제 생각이다”고 말하는 등 선출직 도전에 선을 긋는 듯했다.

선거와 담을 쌓는 듯 하더니 지금은 출사표를 던지고 맹렬한 추격전을 전개한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나도 이제 쉴 나이라고 생각했고,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주변의 여기저기서 ‘박 시장이 이끄는 서울 시정은 비정상이다’, ‘박 시장을 이길 사람은 당신밖에 없다’는 권고가 많이 들어왔다. 많은 고민 끝에 결단을 내린 것이다. 본선 경쟁력은 내가 가장 낫다고 생각한다. 서울시가 안고 있는 문제를 내가 가장 잘 해결할 수 있고, 해결하고 싶다는 의욕이 일어 출마의사를 굳히게 됐다.”

설명이 좀 부족한 것 같다.

“내가 말해놓고도 그런 것 같다.(웃음) 남들이 나를 일러 ‘고관대작’을 지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평범한 서민이자 호남 출신으로 그런 자리에까지 올랐다. 마음은 항상 평범한 중산층으로 살아왔기에 결코 나 스스로를 고관대작의 반열에 둔 적이 없었다. 총리를 하면서 보여준 일련의 행동에 대해 많은 분이 공감하고 기대해주고 있는데 그런 성원을 배반할 수 없었다.”

날밤을 샐 정도로 개인적으로 중요했던 순간은 언제였나?

“이번에 출마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고민을 했다. 많은 사람의 요구가 있었기에 수용여부를 고심하게 됐다. 지난해 말부터 최종적으로 출마를 결심할 때까지 불면의 밤을 보냈다. 그리고 공직에서는 2010년 11월 북한이 서해 연평도에 포격을 가한 뒤로 서해 5도 주민들이 안심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문제로 밤잠을 설쳤다.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주민들이 섬을 떠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렇게 되면 우리 영토를 포기하는 게 된다. ‘서해5도지원특별법’을 만들고 설득해서 생업에 종사하도록 하는 과정이 벅찬 기억으로 다가온다.”

출마하면 인생 행로가 뒤틀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일었나?

“나도 인간이라 ‘편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왜 없겠나? 하지만 ‘나라를 위해 다시 한번 나서라’는 권유 사이에서 갈등했다. 처음엔 ‘어림도 없는 소리’라 치부했다. 하지만 약속이나 한 듯 이쪽저쪽에서 얘기가 나왔다. 이슬비에 옷 젖 듯이 내게 주어지는 하중이 점점 커졌고 그걸 운명처럼 받아들이기도 한 것이다.”

왜 싫다는 김 후보에게 그렇게 러브콜을 보냈다고 생각하나?

“과분하게도 평가를 잘해준 것 같다. 비교적 원칙을 중시하면서도 소통하고 화합하고 나누고 배려하는 감성적이고 인간적인 측면을 사람들이 좋게 보고, 나름대로 능력도 있다고 평가해준 것 같다. 고마운 일이다. 그런 연장선에서 내가 바라는 세상을 위해 노력을 해왔다. 그로 인한 고마움을 서울시를 위해 일하는 것으로 보답하고 싶다.”

그는 정부 수립 후 첫 전남 출신의 국무총리이기도 하다. 전남 장성 출신인 그가 2010년 9월 이명박 정부의 총리에 내정됐을 때 야당이던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이 암묵적 동의 메시지를 보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조영택 당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영남 독식 인사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일단 긍정적”이라고 첫 반응을 보였다.

총리 취임 50일, 100일, 1주년 등 꺾어지는 시점에 나온 언론 보도에서도 ‘카리스마와 소신이 돋보인다’ , ‘대타로 등장해 홈런’, ‘소리없는 소신 행보’, ‘서민 눈높이 맞추고 낮은 자세로’ 등 후한 평가가 주를 이뤘다. 2011년 11월 연평도 포격 전사자 1주기 추모식에서 우산도 물리친 채 쏟아지는 장대비 속에서 희생자의 비석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을 기억하는 이가 적지 않다. 그는 스스로를 ‘이념적으로 중간적인 사람으로서 소외계층을 보듬는다’는 의미에서 ‘중도저파(中道低派)’라 일컫는다. ‘소통 부재’라는 비판을 받던 이명박 정부에서 그나마 그가 소‘ 통의 아이콘’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김황식 후보는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맞은편 대하빌딩에 경선 캠프를 차렸다.



“현대중공업 주식의 시장 직무 관련성 99%”

이명박 정부에서도 영남 편중인사 논란이 일었다. 호남 출신 총리로서 이를 바로잡는 차원에서 호남 인맥을 보살폈나?

“호남 출신이라고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호남인사’를 한 것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사회통합을 기하자면 균형인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호남사람을 배려하는 일은 하진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초기에 국정운영 구상을 펼쳐나가자면 잘 알고 가까운 사람을 등용할 순 있다. 그걸 편중인사라 비난할 순 없다. 장기적 관점에서 그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느 정권이든지 신중하게 접근해서 얘기 자체가 안 나오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명박 정부의 소통 아이콘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남들과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난가?

“절제·온유·겸손 이 세가지 덕목을 어머니께 배웠다. 어머니의 기독교 신앙도 한몫했다. 실생활에서 구현하고자 했고, 공직자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는 데도 반드시 유념해야 할 지침이라고 봤다.”

그는 두 개의 타깃을 번갈아 가며 노려야 한다. 최종 목표인 서울시장에 오르자면 현직 시장이자 새정치민주연합의 후보인 박 시장을 거꾸러트려야 하고, 그 전에 당내 경선에서 정몽준 후보 등 경쟁자들을 제치고 공천을 거머쥐어야 한다. 수시로 쏟아내는 보도자료나 논평을 통해 박 시장, 정 후보 모두를 공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서 김 후보 캠프에서는 ‘박원순 시장 실정 시리즈’, ‘정몽준 후보 현대중공업 주식 백지신탁 문제 시리즈’ 보도자료를 하루에도 몇 건씩 쏟아낸다.

당장은 4월 30일로 예정된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앞두고 정 후보 공략에 화력을 더 집중해야 할 처지다. 후발주자인 김 후보가 여론지지율에서 앞선 정 후보를 따라잡는 길은 후보 검증이다. 그 핵심포인트가 바로 정 후보의 현대중공업 주식 백지신탁 문제다.

김 후보는 법률가로서 서울시정과 정몽준 후보가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이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정 후보가 시장이 될 경우 보유주식을 전량 매각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법률적 판단을 다시 설명해달라.

“현대중공업 주식은 서울시장과 직무관련성이 99% 있다. 이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시장 재임 당시, 행정자치부 백지신탁심사위에서 현대중공업 주식과 서울시장직은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판정했던 사안이다. 이를 정 후보가 모르는 체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정 후보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블룸버그 통신의 회장임에도 12년간 시장직을 수행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현대중공업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다”고 말한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문제없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 이명박 전 시장은 2006년 당시 현대중공업 700여 주를 백지신탁위의 직무연관성 판정에 따라 매각해야 했다. 그렇다면 이 전 시장이 현대중공업의 경영자라서 보유한 주식이 백지신탁 대상이라는 판정을 받았다는 말인가? ”

미국의 백지신탁제도는 우리하고 좀 다른가?

“블룸버그의 경우 2002년과 2007년 두 번의 시장 재임시 뉴욕시 ‘이해상충위원회’로부터 직무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모든 주식을 백지신탁하라는 판정을 명백하게 받았다. 정 의원이 정확한 사실관계를 모르고 있는 듯하다. 블룸버그는 미국 관련법의 틈새를 악용해 자신 명의의 재단을 활용했는데, 그나마 위원회로부터 자금운용에 대해 경고를 받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엄격하게 백지신탁을 적용하기 때문에 정 의원은 반드시 주식을 포기해야 한다. 그럼에도 지금 보면 ‘어물쩍’ 넘어가려는 의도가 분명하며 양손의 떡을 다 쥐고 가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경선 중도포기는 없다”

정 후보 측에서는 이를 두고 김 후보 진영이 네거티브전을 벌인다고 비난하는데.

“흑색선전과 음해는 있어서는 안 된다. 시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은 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하지만 후보 선출과정에서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검증의 일환이다. 이는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걸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몰아붙여서는 곤란하다.”

김 후보는 인터뷰 후 현장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이를 부각시켰다. 그는 “백지신탁 문제는 본선에 가서도 중요한 문제”라며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명확한 의견이나 대응책을 내놓는 게 정 후보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친박계가 김 후보를 도와준다는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 논란이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친박이 그다지 도와주지 않는다는 말도 들린다.

“나는 박 시장의 시정을 바로잡기 위해 나섰으므로 친박계든 친이계든 가리지 않는다. 친박계라고 분류되는 분들의 도움도 많이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에 보탬이 된다고 봐서 그런다고 생각한다. 친박계의 일사불란한 지원은 바라지도 않는다. 일을 하기 위해 뚜벅뚜벅 가고 있다고 봐달라.”

김 후보가 시장선거에 당선되면 대선주자로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여권에 있는 것으로 안다.

“(웃음) 벌써 내가 대권후보 반열에 거론될 정도가 됐다면 영광이다. 어떤 계획으로 살았다기보다는 하루하루 열심히 산 결과로 오늘이 있다고 본다. 서울시장 경선이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데 그런 문제를 생각할 계제가 아니다. 우리 당에도 쟁쟁한 사람이 많은데 여권에 사람 없다고 한다면 서운해 할 것이다. 정몽준 후보가 박 시장을 앞서기도 하지 않느냐? 새누리당에는 인물이 빈곤하지는 않다.”

이번 경선과 서울시장 선거에서 혹시라도 뜻을 이루지 못할 경우의 계획은 생각해봤나?

“나를 키워준 대한민국에 어떤 형태로든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시장도 그 일환이다.”

새누리당 일부 광역단체장 예비후보가 중도 사퇴했다. (지지율이 계속 뒤쳐져도) 끝까지 갈 것인가?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 사퇴하면 새누리당이 타격을 입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60%를 웃돌고, 새누리당 지지율도 야권을 앞선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이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장담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승리했던 지난 대선에서도 서울 유권자들은 야당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줬다. 또 박 시장의 공과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게 많다 보니 그의 공적이 과대평가된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시정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이뤄지고 시민들이 이를 이해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201405호 (201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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