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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후보 연속 인터뷰② - ‘서민시장’ 내세우며 재선 도전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 5년 내에 뉴욕·파리시장이 배우러 오는 서울시 만들겠다” 

현직 시장 프리미엄, 시민들과 SNS로 소통하는 친화력이 강점…홀로서기 뒷심부족, 안철수 새정치 시들하자 문재인 의원에 손 내밀어

▎새롭게 도전하고, 창조하고, 혁신하는 ‘기업가정신’을 강조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그는 뉴욕과 파리시장이 배우러 찾아오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시청 신청사 6층 시장실에 처음 들어서는 사람들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각종 서류더미와 파일, 자료집으로 꽉 차 있는 낯선 공간에서 박 시장을 발견하면 조금은 당황하게 된다.
박원순(58) 서울시장은 거대 야당의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경선 없이 차지했다. 사실상 ‘새정치민주연합’의 모든 계파로부터 만장일치 추대를 받았다. 새누리당 후보들과의 여론조사 가상대결에서도 현직 시장이 가진 프리미엄을 유지하면서 고정 지지층을 놓치지 않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야권의 서울시장 단일후보로 확정된 박 시장의 경쟁력과 비전을 진단했다.

서울특별시 한복판, 시청 신청사 6층 시장실에 처음 들어서는 사람들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각종 서류와 파일, 자료집으로 꽉 차 있는 낯선 공간에서 불쑥 나타나는 박 시장을 보면 조금은 당황하게 된다. 정돈되지 않은 연구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데다 다목적 회의실을 연상케 하는 시장실은 그 흔한 원탁의 대형 테이블이나 고급 소파도 없다. 길다란 나무판자를 평평하게 이어 붙인 대형 탁자가 응접 테이블 겸 회의 탁자로 쓰이고 있다고 했다.

<월간중앙>과의 인터뷰도 탁자의 중앙에 박 시장과 마주 앉아 진행됐다. 허름한 탁자나 서류더미들 대부분이 이른바 ‘전시용’이 아닐까 하고 잠깐 생각하던 기자에게 박 시장은 “비치된 물건들마다 다 스토리가 있다. 여기 테이블은 시민들이 쓰다 버린 서른 개의 책상을 주워 만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장실이 마치 연구실 같다. ‘일중독자’라는 말이 있던데.

“서울시장이 시장실에서 수많은 시민의 삶의 기억과 체취를 느끼면서 책과 자료들에 둘러싸여 시정(市政)을 보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한쪽 벽에 붙어있는 경사진 모양의 저 책장에도, 대안학교 아이들이 그려서 보내온 저 그림과 글씨에도 모두 스토리가 하나씩 있다. 서울은 이제 글로벌 도시다. 거기에 맞게 스토리텔링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일의 ‘브레멘’은 중세시대 한자동맹으로 유명했던 도시다. 서울 아이들도 브레멘 하면 ‘동물음악대’하고 기억한다. 그러면 독일의 브레멘 아이들에게 서울은 어떤 도시로 기억돼야 할까?

제가 자료를 모으고 있는 파일 중에 ‘로케이션’이라는 주제가 있다. 얼마 전에 서울 도심에서 영화 <어벤져스2> 촬영을 위한 로케이션이 있었다. 1년이면 20개 팀이 영화에 필요한 장면을 촬영하러 서울에 온다. 드라마를 찍으러 태국에서 오는 경우도 있다. 서울이 로케이션 장소로 더 많이 알려지려면 서울의 어느 공간이 됐든, 서울의 역사가 됐든, 사람이 됐든 다양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일중독자라는 시장이 정작 눈에 띄는 큰 일은 하지 않았다는 사람들도 있더라.

“(조금은 격앙된 목소리로) 한번 물어보자. 역대 서울시장이 서울시 유적을 세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시킨 게 있나? 한양도성(漢陽都城. 국가사적 10호. 면적 46만7922.6㎡로 지난해까지 70%가 복원됐다)이 내년이나 내후년이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다. 국가 예비목록으로 이미 등재돼 있다.

서울은 멀리는 한성백제 때부터 시작해 조선 왕조 때 번성했고 지금은 대한민국의 수도로서 꽃을 피우고 있는, 정도(定都) 620년의 역사가 있다. 그 과정에서 도성 안에 살았던 수많은 사람과 그 유적들이 남긴 스토리가 있다. 우리가 한양도성의 재미있는 스토리를 찾아내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이 되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서울을 찾게 되겠는가.

그래서 지금도 저는 문화재 전문가들과 이해 관계자, 주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다. 시민들이 다닐 수 있는 길을 내달라는 문제를 두고 한양도성의 일부를 점유하고 있는 수도방위사령부와도 논의 중이다. 이처럼 함께 공유하며 일을 하니까 싸울 일이 없다. 큰일은 이렇게 조용하게 하는 것 아닌가.”

3년이 지난 지금도 ‘박원순 시장이 무슨 일을 했지?’ 하고 말하는 이도 많더라. 무슨 일들을 했는지 독자들을 위해 알려줄 수 있나?

“저희가 서울시 살림살이를 잘했다. 새나가는 구멍(세출)은 막고, 들어오는 것(세입)은 넓게 하는 것이 살림살이 잘하는 것 아닌가. 지난 2년 반 동안 지금까지 채무감축을 3조2500억 원을 했다. 대표적으로 지하철 9호선을 재구조화하면서 3조2천억 원 낭비를 막았다.

그 사이에 공공임대주택 8만호도 건설했다. 말썽 많던 뉴타운재개발의 출구전략도 마련했고, 거대한 건축물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활용방안도 내놓았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송파구 ‘가든파이브’ 활성화 문제도 마무리했다. 새벽에 움직이는 서민들을 위해 심야버스도 운행했다. 이 밖에 소소하지만 시민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정책들이 많다.”

“3조2천억 원 재정지출 막았다”

그러면 취임 이후에 디자인한 서울시의 모습에 만족하는가?

“아쉬움이 있다면 지난 2년 반 동안 뭔가를 하기에는 시간이 정말 부족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시민이 주인인 서울’이라는 기치 아래 시민을 중심으로 서울을 정상화시키는 데 주력해왔다. 과거에는 거버넌스(governance, 사회 내 다양한 기관이 자율성을 지니면서 함께 국정운영에 참여하는 공공경영)를 공직자들이 직접 디자인해서 지시하기만 했다. 지금은 전문가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 일반 시민들까지 참여해서 정책을 결정한다.

정책 결정권을 다시 원래의 주인인 시민에게 돌려주고 있다. 그렇게 되면 우선 정책의 오류가 적다. 당사자들이 참여해 만든 정책이기 때문에 이의제기가 없고 추진이 빨라진다. 그래서 지금 서울시는 굉장히 조용한 가운데 정책이 소리 없이 바뀌고 정리되고 추진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면 그게 음, 태평성대 아닌가.”(웃음)

박원순 시장은 지난 선거 때 전임 시장들의 요란한 대형사업들을 의식해서인지 “아무것도 안 한 시장으로 기억에 남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노자(老子)가 지은 <도덕경> 제17장에는 “가장 훌륭한 통치는 아래에서 통치자가 있다는 사실만 안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통치자를 친밀하게 느끼며 그 통치자를 찬미한다. 그보다 더 낮은 단계에서는 통치자를 두려워한다. 가장 낮은 단계의 통치는 백성들이 통치자를 비웃는다”는 대목이 있다.

리더와 국민간의 가장 이상적인 관계가 어떤 것이냐에 대한 노자의 통찰인 셈이다. 노자에 정통한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가장 훌륭한 통치는 그가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백성들이 과중하게 느낄 통치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이는 “통치자가 백성들을 믿을 때라야 가능한 일”이라고도 했다. 그런 시각에서 본다면 “아무것도 안 한 시장으로 기억에 남고 싶다”고 했던 박 시장은 시민들을 믿는 가운데 특유의 ‘허허실실’ 전법을 구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박 시장의 주변 인사들은 그의 강점은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세상의 모든 일은 가능하다’, ‘절망과 어려움도 있지만 하나하나 해결하면 된다’고 믿는 ‘대책없는 긍정론자’라는 데 있다고 말한다. 박 시장은 또 성품이 소탈해 시민들과 SNS로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국산 애니메이션 캐릭터 ‘타요버스’도 시민들과 소통한 결과물이라고 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디자인한 ‘타요버스’를 타기 위한 체험행사. 타요버스는 박 시장이 트위터를 통한 소통에서 시작된 것으로 큰 인기를 누린다.



타요버스는 ‘기업가정신’의 산물

‘타요버스’가 인기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디자인한 버스라던데.

“타요버스는 일반 시민이 제게 트위터로 이런 버스를 만들어보면 어떠냐고 제안해서 제가 관계기관에 고민해보도록 했다. 그리고 서울 시내버스를 운영하는 사업자 중에 재밌게 사시는 분이 계시는데, 그분이 거기에 호응해서 한번 해보자고 해서 지금 서울시교통본부에서 적극 실행하고 있는데 시민들의 반응이 좋다.

저는 시민들 속에 모든 아이디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뛰어난 리더가 필요한 게 아니라 집단지성이 요구되는 시대다. 한마디로 위키피디아(Wikipedia, 이용자들이 직접 참여해 만드는 온라인 백과사전)식 행정이 이뤄지는 시대다. 그동안 제가 가진 생각과 비전을 늘 시청의 직원, 전문가,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노력해왔다.

<위키노믹스>(위키피디아와 이코노믹스를 합성한 말로 집단지성과 협업에 의해 창출되는 경제)라는 책이 한글로 번역돼 나오기 전에 외국에서 구입해 연구원들과 함께 공부하기도 했다. 사실 제가 시작했던 ‘아름다운가게’도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영국의 자선가게이자 구호단체인 옥스팜(Oxfam)과 협력관계를 맺어 시작한 것이다. ‘바버라 스토킹’이라는 옥스팜 회장이 여성인데, 저도 영국에서 유학할 때 옥스팜을 이용한 것이 아름다운가게의 운영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됐다.”

‘아름다운가게’는 우리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사람이 많더라.

“저는 살면서 늘 제가 기업가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단어가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다. 이 기업가라는 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영리적 목적으로 이익을 내는 그런 기업을 말하는 게 아니라 뭔가 새롭게 도전하고, 창조하고, 혁신하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다. 아름다운가게의 콘텐트도 간단히 말하면 ‘혁신’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애물단지가 된 중고품을 기증받아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물단지로 나눠주고 구매하도록 한다.

거기에서 얻은 수익은 자선사업에 사용한다. 덤으로 자원의 낭비까지 막는 사업이다. 영국에 일찍 유학한 사람들 중에 나보다 먼저 옥스팜을 알고 있던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우리 사회에 적용하지 않았다. 적용했다고 해도 저처럼 기업 형태로는 안 했다. 그런데 제가 거기에 도전해서 성공시켰다. 그것이 기업가정신이다. 쉽게 말해 ‘콜롬버스의 달걀’이다. 아름다운가게도 그렇고, 타요버스도 그렇다.”

하지만 박시장이 아무리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했다고 해도 3년 전 정치권에 혜성처럼 나타났던 ‘안철수’가 박 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박 시장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박 시장은 아직도 자신의 리더십만으로는 정치적으로 독자생존이 어렵다는 정치권의 평가도 여전하다. 이번 선거에서도 안철수 대표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인터뷰가 이뤄진 4월 8일은 공교롭게도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가 ‘기초선거 무공천’ 논란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통해 무공천 철회로 선회한 날이었다. 박 시장은 안 대표의 무공천 약속을 줄곧 지지해왔었다. 야당이 6·4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것을 우려하자 “신뢰를 어긴 정당이 어디인지 시민이 판단할 것이다. 시민을 무섭게 생각해야 한다”고 일축하며 안철수 대표를 지지한 바 있다. 박 시장은 기초공천 논란으로 안철수 대표와 자신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여전히 안 대표를 신뢰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내건 기초선거 무공천을 새정치라고 볼 수 있나?

“처음에는 기초선거 무공천도 새로운 정치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전국의 자치단체장이 원했던 것이니까. 왜냐하면 그것이 (사실은) 국회의원들이 앉아서 자기 심부름 잘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다. 그 때문에 부작용이 많았다. 하지만 한쪽은 공천하고 한쪽은 안 하니까 문제가 됐었다. (인터뷰 이후 안철수 대표가 기초선거 무공천을 철회하자 박 시장은 언론을 통해 “결과적으로는 유감이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새누리당에서 폐지를 안 하니까 새정치연합은 손이 묶인 채 게임 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됐다”고 말했다.)

대안이 있을법한데?

“구더기(부패정치) 무서워 장(정당공천) 못 담그나. 학습하면 된다. 제가 우리 사회를 재미있게 바꾸기 위해 ‘희망제작소’ 일을 할 때 기초단체장들을 위해 목민관학교인 ‘시장학교’를 운영했었다. 미국 하버드대의 케네디스쿨에 가면 선출직 공무원들이 교육받는 커리큘럼이 있다. 비슷한 성격의 학교다. 아무나 시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당선됐다고 하더라도 교육을 받아야 시장 직을 잘 수행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교육은 기본적으로는 정당에서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정당들이 공천해서 당선만 시켜놓고는 그 뒤로는 방치해놓고 있었다. 사람은 교육받으면 달라지는 존재다. 무공천이 문제가 아니라 사실은 그것이 문제였다.”

현실정치는 권력의 부침이 있는 세계다. ‘권불십년화무십일홍(權不十年花無十一紅)’이란 말처럼 자연도 사람도 금새 변화한다. 안철수 대표가 내건 새정치가 시들해지면서 많이 퇴색한 상태다. 박 시장에게 정공법으로 물어보았다.

안철수 대표와는 여전히 동지적 관계인가?

“허허. 꼭 그런 표현보다는…, 저는 모든 사람이 다 동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 제 스승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저에게는 적이 없다.”

안철수 대표에 대해 말하는 박 시장의 ‘워딩’에서 기존 태도와 다른 미묘한 변화가 느껴졌다. 내친 김에 한 발 더 나가보기로 했다.


▎박 시장과 문재인 의원이 4월 12일 한양도성을 동반산행했다. 박 시장은 6·4선거를 계기로 문 의원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는 분석이다.



“안철수대표에게만 기대지 않아”

박 시장이 안철수 대표에 정치적으로 너무 기대는 것 아닌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미 (안 대표에 의존하지 않고) 홀로서기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분이라는 시각도 있던데.

“(단호한 얼굴로) 저는 모든 분에게 기댄다. 모든 시민에게 의지한다.”

안철수 대표에게만 기대는 게 아니라는 말인가?

“표면적으로 그렇게 보일 뿐이다. (옆의 보좌관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저는 여기 있는 대변인에게, 보좌관들에게도 기대고 있다. 사람이 사람에게, 서로가 서로에게 그렇게 기대는 관계 아닌가. 서로가 다 연결돼 있다는 의식, 그게 새정치다. 예를 들어 정치적으로는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도 서로 기대고 있는 거다.

서로가 (필요에 의해) 긴밀한 관계 속에 있는 거다. 이왕이면 서로가 좋은 관계로, 선순환관계로 유지되는 것은 저도 좋다고 생각한다. 저는 지금도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를 만나면 서로 반갑게 악수한다. 그러면서 너무 야당에 대해 네거티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서로가 그렇게 기대고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박 시장이 “안철수 대표에게만 기대지 않는다”고 말한 그 다음날 신문에는 박 시장과 문재인 의원(새정치연합 공동선대위원장)이 4월 12일 한양도성을 함께 산행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실렸다. 박 시장과 문재인 의원은 사법연수원 동기(12기)라는 오랜 인연이 있다.

실제로 박 시장과 문 의원은 12일 한양도성 성곽길 남산코스를 3시간 동안 걸으면서 서울시 현안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산행 후 가진 오찬기자간담회에서 문 의원은 “박 시장이 서울시의 복지는 엄청 늘렸고 부채는 크게 줄였다. 그것이 박 시장의 가장 큰 업적이다. 박 시장은 새정치민주연합이 구상하고 목표로 두고 있는 지방자치의 모델”이라고 박 시장을 치켜세웠다.

정가에서는 이를 두고 박 시장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문 의원의 선거 지원을 기대하며 박 시장과 손을 잡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박 시장의 정치적 촉수가 안철수 대표에게서 새정치연합의 대주주인 친노계의 수장 문재인 의원에게로 옮겨가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안철수·문재인은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들이다. 박 시장은 더 큰 권력, 대통령에 뜻이 없을까?

“서울시장은 대통령 못지않게 중요해”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박 시장처럼 법률가이자 시민운동가였다. 박 시장도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는데.

“(웃으면서) 서울시장보다 더 큰 역할이 있나? 서울이 하면 전국의 다른 도시들도 따라 한다. 우리가 무슨 정책에 대해 발표를 하나 하면 전국의 도시들마다 보도자료 달라는 요청이 빗발친다. 서울시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발표했더니 20개 도시가 따라왔다. 얼마 전에 중국 베이징시정부의 초청으로 ‘서울-베이징 미세먼지 개선협약’을 맺고 돌아왔다. 왕안순(王安順) 베이징시장도 ‘서울시로부터 많이 배우겠다’고 하더라.

요즘 정부가 규제완화 이야기를 하지만 서울시는 오래전에 중앙정부에 법률 개정을 요구하는 <더 나은 서울을 위한 법령제도 개선 제안―바꾸어요 희망으로>라는 책을 만들었다. 예컨대, ‘게스트하우스를 게스트하우스라고 못 부르는 이유’라는 항목은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 설치기준’을 완화해달라는 내용이다. 물론 대통령 자리도 크고 중요하다. 그렇지만 서울시장도 거기 못지않게 중요하다.

우리는 흔히 최고로 높은 직위 하나에만 모든 것이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진국일수록 다원화된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게 상식이다. 다양한 문화적 흐름이 공존하고, 경쟁하고, 때로는 협업하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서울을 글로벌 도시로 만든다.”

재선에 성공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의 서울시를 만들어갈 생각인가?

“크게 보면 두 가지다. 하나는 지금 민생이 너무나 힘들다. 시민들의 삶이 피폐해졌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삶의 질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생활이 되도록 할 것인가를 많이 고민하고 있다. 제가 보기에 시민들은 주거문제와 복지 등에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누렸으면 하는 갈망이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서울시가 추진해온 복지특별시, 여성안심특별시, 도심 집적산업 활성화, 지적소유권의 도시, 생태적 서울을 만드는 정책 등이 크게 보면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정책과 관련이 있다.

또 하나, 서울은 이미 전 세계 도시를 평가하는 어지간한 지표는 모두 톱10에 드는 글로벌 도시다. 서울의 도시 경쟁력은 6위로 올라섰고, 세계 11위의 관광도시다. 회의하기 좋은 도시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벌써 세계 15개 도시에 서울시의 정책을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에 만족할 수 없다. 우리 공무원들은 아직도 뉴욕이나 런던, 파리에 가서 배우고 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저는 5년, 10년 안에 뉴욕이나 파리시장이 전세기를 타고 와서 ‘서울에 가서 배우자’라는 얘기가 나오는 그런 서울을 만들고 싶다.”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그것은 시민들의 평가와 선택에 달렸다. 시민들이 저를 원한다면 제가 (재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선거를 ‘서민시장 VS 부자시장' 구도로 볼 수 있나?

“저는 사람은 과거의 삶과 현재의 생각과 미래에 대한 통찰력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을 한다. 시민들 입장에서 시장 후보들이 어떻게 사회를 바라보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분들의 비전, 통찰력에 따라 이 사회가 그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서민시장이냐, 재벌시장이냐 하는 문제도 유권자들이 잘 판단할 것이라고 본다.

과거의 정치, 과거의 행정을 볼 것이냐, 새로운 정치, 새로운 행정을 볼 것이냐를 판단해 결정하실 것이다. 시민들이 현명한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제 경험으로 보면, 언론이 미리 자신들 뜻대로 예측해놓고 나중에 ‘이변’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알고 보면 이변이 아니더라. 그 안에는 역사의 도도한 흐름이 있었다.”

그의 ‘낙관주의’가 6월 4일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안철수 대표의 새정치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야권통합의 시너지가 시들해지면서 박 시장의 지지율도 정체된 상태다. 서울시장 선거는 박 시장이 시장 직무를 중단하고 예비후보로 등록하는 5월 초부터 구체적인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박 시장이 자력으로 서울시장에 재선할 수 있을지 여부도 그때쯤 판가름이 나게 될 것이다.

201405호 (201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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