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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 - ‘대통령 경제사절단 100명’ 시대의 명암 

기업의 특명! 대통령 옆자리를 확보하라 

박성현 월간중앙 취재팀장
박근혜 정부 들어 공개모집으로 전환, 해외순방 동행 기업인들 큰 폭 증가… 우량기업은 정권과의 우호관계 유지, 부실기업은 기업 활동의 안전판으로 활용하기도

▎지난해 5월 미국 방문길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이 전용기 안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당시 미국 방문에는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대거 참여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해외순방에 함께하는 기업인이 역대 정부에 견줘 3~4배 가까이 늘었다. 때마침 정부도 ‘세일즈 외교’를 들고 나왔다. 대통령의 해외 출장에 따라나서는 기업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 걸까?

지난 1월 21일 스위스 다보스 벨베데레 호텔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글로벌 정·재계 리더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4 한국의 밤(Korea Night)’ 행사가 열렸다. 이른바 ‘다보스포럼’ 참가자들에게 한국의 첨단 IT기술과 전통 문화를 소개하는 자리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09년부터 매년 개최한다. 이 행사에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 가수 싸이를 비롯한 한국의 정·재계 인사 50여 명도 자리를 함께했다.

1월 23일자 국내 신문들에 관련 사진이 실렸다.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허창수 전경련 회장, 월드스타 싸이, 국내 언론사 회장과 글로벌 기업 회장 2명,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이 나란히 서서 한과를 앞에 둔 채 뭔가 얘기를 나누는 장면이다. 전경련은 행사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의 스마트폰으로 ‘강남스타일’, ‘바운스’, ‘빠빠빠’ 등의 한류 음악을 선보였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UHD-TV를 통해 한국의 기술력을 전파했다”고 자랑했다.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한 학자는 이 사진에 대해 색다른 해석을 내렸다. 그는 “해외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을 등장시킨 이 사진에서 가장 부각되는 인물은 전경련 허창수 회장이 아니라 바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라고 했다. 이 학자에 따르면 글로벌 행사에서, 그것도 대통령과 나란히 포토라인에서 사진을 찍는 건 일반 기업인에게는 그리 흔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통령 곁에 서자면 경호상의 문제도 있고 해서 사전에 허락받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 부 회장은 그런 관문을 넘어 자신을 100% 홍보하는 재미를 봤다는 게 이 학자의 분석이다.

청와대에서 의전을 담당했던 이들에 따르면 대통령의 해외 출장은 출국 전에 모든 시나리오가 완벽하게 다 짜여진다. 공식·비공식 행사의 대통령 동선은 물론이고 만찬 석상의 좌석 주인도 사전에 다 정해진다. 방문국의 경호·의전팀과도 사전조율을 해야 하므로 모든 일정이 각본에 의해 기계적으로 진행된다.

예정되지 않은 뜻밖의 인물이 대통령과 근접거리에 있다면 그는 각별한 배려를 받은 게 된다. 가수 싸이는 ‘2014 한국의 밤’ 홍보대사이면서 CJ푸드빌의 비비고 레스토랑의 모델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비비고가 만든 한식을 배경으로 한류 전도사로 소개됐다. 이날 행사에서 박 대통령, 싸이와 나란히 서게 됨으로써 세계인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박 대통령과 싸이의 만남이 주는 효과

대통령의 해외순방은 그런 점에서 기업하는 이들에게는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렇지만 시간을 분·초 단위로 쪼개 쓰는 대통령의 옆자리는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해외순방에 나서는 대통령의 경제사절단에 포함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개인이 갖는 권력의 크기는 권력자와의 거리에 반비례한다는 말이 있듯이 대통령에 가까워질수록 그가 속한 기업에도 힘이 실린다.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효과를 거둔다.

특히 해외시장 개척을 노리는 기업이라면 국제사회에 대통령과 동행할 정도의 국가대표급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기회를 얻게 된다. 더구나 재계에 사정의 회오리가 몰아치는 시점이라면, 경제사절단 합류는 정부의 시험대를 통과한 기업이라는 암시를 시장에 퍼뜨리는 효과도 얻게 된다. 부적격 기업이나 파렴치한 기업인을 경제사절단에 포함시킬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른 바 대통령 후광효과다.

그래서인지 박근혜 정부 들어 대통령 경제사절단에 참여하는 기업 경영인의 수가 확 늘었다. 박 대통령의 첫 해외 출장인 지난해 5월의 미국 방문길만 해도 52명의 경제사절단이 꾸려졌다. 5년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첫 방미 경제사절단(26명)의 두 배에 달할 뿐만 아니라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이라는 타이틀까지 붙었다. 이 기록도 금방 깨졌다. 한 달 뒤인 6월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길에 72명, 9월 베트남 방문길에 79명의 경제사절단이 꾸려진 것이다. 올 3월의 독일방문 경제사절단은 105명으로 세 자릿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세일즈 외교로 활용한다는 청와대측의 구상과 권력에 다가서려는 기업의 계산이 맞아떨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사절단 구성 방식을 확 바꿨다. 과거 전경련과 대한상의 등 주요 경제단체를 통해 모집하던 것을 정부가 직접 모집한다. 참가를 원하는 기업은 누구나 경제사절단 모집공고에 따라 관련자료를 전자우편을 통해 산업통상자원부로 보내면 된다.

이에 산업부는 민간심의위(경제단체대표, 현지 진출 주요 업종별 협회 대표, 학계·전문가, 시민대표 등 10여 명으로 구성)를 만들어, 미리 공개한 기준에 따라 심사한 뒤 경제사절단을 선정한다. 과거 경제단체가 주관할때는 주로 대기업이나 평소 교분이 있는 기업 위주로 선정하는 폐해가 나타났던 터라 선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달라진 모집방식은 지난해 9월 박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방문부터 적용됐다.

그 이전의 전통적 방법은 어떠했을까? 대통령 순방 일정에 맞춰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소관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전경련·대한상의·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에 기업 추천을 요청했다. 경제단체가 대통령 순방국가와 의제에 따라 관련 기업 명단을 제출하면 다시 소관부처와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조율해서 확정하는 방식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의전수석실에서 근무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각 기업의 치열한 ‘로비’가 시작된다. 청와대 최종 명단에서 빠진 기업은 다시 합류하고자 청와대와 정부를 상대로 치열한 설득 작전에 나선다.

로비의 방식도 거의 정형화돼 있었다고 한다. 예컨대 부처급에는 보통 상무급 인사들이, 청와대를 상대로는 전무 이상의 고위직이 나서는 식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대관업무를 하는 기업의 고위 간부들은 다들 사적으로 공무원들과 연결이 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기업은 기업 나름대로 이런 상황을 의식해 청와대 근무자들과의 핫라인 개설에 기민하게 움직인다. 실제로 정치권 동향에 빠른 일부 기업은 회사차원에서 2012년 총선 훨씬 전부터 여야의 유력한 참모진 목록을 작성, 관리를 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선에서 어느 진영이 승리하든 청와대 참모로 일할 인재풀은 거기서 거기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미국 워싱턴 헤이 아담스호텔에서 가진 경제인들과의 조찬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 대통령의 오른쪽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왼쪽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자리했다.



대통령 지시로 사절단에서 탈락한 기업

사안의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지난해 청와대 행정관 5명이 대기업 인사로부터 금품과 향응, 골프 접대를 받은 혐의로 민정수석실의 감찰에 적발된 적이 있다. 이들은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국세청에서 파견돼 온 공무원들이었다. 궁지에 몰린 기업들은 주로 이런 이들을 타깃으로 삼아 민원을 관철하려 들 수 있다.

어떤 경로를 거치든 특정 그룹의 오너가 반드시 순방에 동행해야 한다는 읍소가 들어오면 수석회의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명단에 다시 올려지는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종 명단에 올랐다고 해서 반드시 그대로 굳어지는 것도 아니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었거나 재판에 계류 중인 기업인은 막판에 퇴출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정부에서 최종 결정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수행 기업인 명단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맛본 대기업 오너도 있었다는 전언이다.

기업의 입장에선 경제사절단에 참가신청을 했다가 퇴짜를 맞게 되면 그만한 낭패가 없다. 자칫 정권의 눈밖에 났다는 식의 소문이 시장에 퍼져나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멀쩡한 기업이라도 정권과의 관계가 불편하다는 등의 이런저런 입방아에 오르게 된다. 경제사절단 배제는 일종의 심리적 ‘낙인’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로비는 경제사절단의 합류가 결정됐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총수가 가는 경우 대통령 주최 만찬의 테이블 좌석 배치를 놓고서도 자존심을 건 싸움이 벌어진다는 얘기도 있다. 이 경우 대통령과 좀 더 가까운 자리, 마주보고 대화할 수 있는 자리의 확보 여부가 기업 교섭력의 척도가 된다.

대통령이 국내 기업의 현지 사업장을 방문할 경우에는 기업의 자존심을 건 유치작전이 전개된다.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은 기본적으로 1년 전에 잡히고, 순방 7∼8개월 전부터 전담팀을 가동해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간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먼저 잡듯이 이런 정보에 빠른 기업일수록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로 돌아가보자. 지금은 최고경영자가 바뀐 포스코와 KT가 그랬다. 두 기업은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9월 베트남, 11월 유럽 등) 시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빠지기 일쑤였다. 두 기업의 회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됐고 박근혜 정부 출범 전인 2012년 연임됐다. 정권이 바뀌면서 재계에서는 회장 교체설이 나돌았다. 둘 다 공기업에서 민영화됐지만 지배주주가 없는 관계로 7~8% 대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의 입김이 통한다. 그래서 이들 회사는 정권이 바뀌면 CEO도 함께 물러나곤 했다.


▎올 3월 박 대통령은 사상 최대 규모인 105명의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독일을 방문했다. 중소·중견 기업인이 거의 70%에 달했다.
그런데 두 기업의 회장은 달랐다. 지난해 6월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도 두 회사의 회장은 사절단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국빈만찬 명단에서는 제외됐다. 당시 청와대를 출입한 기자는 “CEO 교체 등 정부와 갈등 현안을 안고 있는 기업은 대통령 해외 순방시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철저히 배제된다는 인상을 남겼다”고 말했다.

총수가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하는 이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일곱 번에 걸친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중 유럽을 뺀 여섯 번의 일정을 모두 따라 나섰다. 국내 대기업 총수 중에 최다 기록이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강도 높은 자구계획안을 실행 중인 현대그룹 회장의 활발한 행보는 아직 현대그룹이 건재하며, 박 대통령과의 관계도 원만하다는 해석을 낳기도 한다.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일한 한 관계자는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대통령을 수행했다는 것 자체가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기업에는 그래도 대통령이 신임하는 회사라는 안전판을 마련했다는 안도감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내가 대통령을 모시고 해외에 갔다 온 사람인데 가급적 고려해달라는 메시지를 발산하는 효과를 낳는다.” 사실 현 회장의 잦은 해외순방 동행은 그저 박 대통령 및 정부와의 스킨십을 강화하려는 노력의 한 단면에 그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은행권이나 시장은 일단 우호적으로 고려하게 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순방 일정 틈틈이 대통령과의 비공식 만남을 가질 수 있다는 기대감은 그야말로 기대에 그칠 공산이 크다. 해외순방에 따라나서는 기업인이 대통령에게 속에 있는 말을 고스란히 전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얘기다. 24시간 밀착 대기하는 경호원을 옆에 둔 대통령에게 사적인 대화를 나눈다는 것도 쉽지 않다. 다른 기업인들이 함께하는 행사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 중에서는 회생이 확실시되는 경우 스스로 알아서 뒤로 물러서는 경우도 있다고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전한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 입장에서 손을 내밀 곳은 정부와 금융권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령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대통령과 해외순방을 다녀온 기업에 막상 지원결정이 떨어진다고 하자. 짜고 친 것이 아니라면, 말 그대로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일지라도 공연한 오해와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런 경우 해당 기업이 미리 몸조심해서 아예 경제사절단 신청을 하지 않기도 한다.

당장 아쉬울 게 없는 기업일지라도 해외순방 동행은 눈앞의 이익의 유무를 떠나 기업경영을 위한 장기적 포석의 일환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첫 해외순방은 재계에서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뜻에서 총수들이 대거 출동한다. 실제로 지난해 5월 미국, 6월 중국 방문에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총수 상당수가 사절단에 합류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한반도 주변 4강 중 특히 미·중·일 3개국을 방문할 때는 오너들이 직접 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는 일종의 청와대와 재계의 상견례에 해당한다. 정부 출범 첫해는 기업 입장에서도 조심스럽다. 정권 주도세력의 면면과 캐릭터를 파악하는 데 주력한다.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동행하는 게 좋은 방편이 된다. 대통령의 4강 순방이 마무리 되는 시점 이후 이뤄지는 해외순방에는 기업에서도 전문경영인 등 실무진들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집권 2년차에 접어드는 요즘이 바로 그런 시기에 해당한다.

어쨌거나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경제사절단의 선정 방식도 바뀌고 규모도 커지는 등 개방화 추세에 접어들었다. 이명박 정부 때만 해도 많아야 20~30명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사세가 약한 중소기업은 뒷전이고 덩치 큰 대기업 위주로 경제사절단이 꾸려졌다.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베트남 하노이 그랜드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베 경제협력 만찬간담회’.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경제사절단 단장), 강호문 삼성그룹 부회장 등 한국측 인사 100여 명과 베트남측 인사 50여 명이 참석했다.



대통령 전용기 동승은 ‘그림의 떡’

이제는 그 규모가 100명을 넘어서고 공모 과정을 거치다 보니 중소기업과 중견기업들에도 기회가 주어졌다. 처음으로 공모제를 통해 경제사절단을 선정한 지난해 9월 베트남 방문의 경우 경제사절단(79명)의 절반 이상(48명)이 중소·중견기업인으로 채워졌다. 올 3월 독일 경제사절단(105명)에는 68%(71명)가 포함돼 대기업을 거의 압도했다.

예전의 소규모 경제사절단이 정무적 포석을 포함한 다목적 용도를 자랑했다면 지금 사절단은 철저히 기능성을 중시한다. 신청단계에서부터 ▷사업관련성(현지 교역 및 투자 여부, 구체적 사업계획) ▷순방활용(정상외교 계기 사업 진전 및 성과 창출) ▷사업유망성(추진 사업의 현지 시장 진출 가능성) 등 철저한 비즈니스 관점의 선정 기준이 제시된다.

대기업도 무턱대고 신청하진 않는다. 지난 3월 독일 순방 당시 신청한 대기업 12곳 중 단 한 곳만 탈락했다. 그것도 선정기준을 못 채워서가 아니라 같은 그룹에서 두 개 기업이 복수 신청하는 바람에 교통정리 차원에서 한 곳을 배제했다. 산업부 윤영진 구주통상과장은 “대기업의 경우 특히 심사기준에 나온 요건을 충족할 때 신청하는 경향이 있어 탈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경제사절단이라 해서 대통령과 항상 같이 이동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실제로는 늘 따로 움직인다. 대통령 전용기 ‘코드원(Code-1)’에는 대통령과 장관, 청와대 수석비서관 및 공무원, 취재기자단 등 탑승자가 제한된다. 경제사절단은 민간 항공편을 이용해 대통령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

물론 가끔 ‘얻어 타는’ 경우에는 대통령과 동승이 가능하다. 예컨대 아프리카나 남미 등 오지의 여러 나라를 순방하는 경우 현지 항공편 서비스가 여의치 않을 때가 있다 .이런 경우 동승의사가 있는 기업인은 대통령 전용기에 오를 수 있다. 운이 좋으면 대통령과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갖게 되겠지만 그럴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고 하겠다. 경비는 당연히 본인 부담이다. 이동 거리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비아시아권의 경우 1인당 2천만~3천만 원은 잡아야 한다.


▎정문에서 바라본 청와대. 대외 협력을 담당하는 대기업 간부들은 평소 청와대 등 권력기관 관계자들과의 연결고리를 갖고자 상당한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운을 거는 기업, 비즈니스 하는 기업

중소기업중앙회는 경제사절단에 선정된 회원사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자 항공권 예약에서부터 현지 체류, 이동, 관광, 방문 등 일정을 사전에 조율하고 예약도 해준다. 항공권의 경우 기본적으로 비즈니스석. 기업의 오너라면 통상 비즈니스석을 이용한다는 관념에 따른 것이다. 개인적으로 일등석이나 이코노미석으로 바꿔달라고 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비즈니스석이 주어진다.

어렵게 나선 순방길인지만 현지에서는 막상 무료해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 즉 경제사절단에게 주어진 일정이라곤 대통령 주최 오·만찬이나 비즈니스 포럼, 현지기업 방문 등 행동반경은 뻔하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자리에 한두 번 참석하면 그걸로 끝인 경우가 많아 정작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할 때가 있다고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대기업의 오너나 임원들의 경우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자기네 지사가 있고 각종 행사와 면담 등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는 경우가 많지만 현지에 마땅한 연고가 없는 중소기업인들은 어디 가서 뭘 해야 할지 막막해질 때도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무턱대고 관광 명소를 돌며 따분한 시간을 때우자고 나선 해외 출장은 아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현지기업과의 만남 등 독자 이벤트를 기획하는 것도 경제사절단을 보다 내실 있게 운용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대표적인 예가 박 대통령의 방독기간 중 독일 메리어트호텔에서 개최한 ‘한·독 히든챔피언 컨퍼런스’(3월 27일)다. 중기중앙회가 외환은행·기업은행·무역보험공사·독일연합중소기업협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이 컨퍼런스는 한독 정상외교를 계기로 국내 중소기업의 독일진출 기반을 확대하고, 양국 유망 중소기업간 인적·물적·기술적 교류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앞서 살펴봤듯이 경제사절단에 임하는 기업의 입장은 제각각이다. 회사의 명운을 거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그저 쿨하게 비즈니스 차원에서 접근하는 기업도 있는 듯하다. 굴지의 대기업도, 주변에 흔히 보이는 중소기업도 그 나름의 고민을 안고 경제사절단에 참여한다. 분명한 건 회사 덩치와 무관하게 재무구조가 건실할수록, 기업활동이 건전할수록 주변에 아쉬운 소리할 일이 없다는 사실이다.

201405호 (201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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