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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찬희 기무사 혁신추진단장 

“ 기무사, 혁신 실패하면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 

군 지휘관 사생활 정보는 일절 수집하지 않아…이재수 사령관 취임 후 위기감 속 혁신 추진 중

▎이찬희 기무사 혁신추진단장은 “만족스러운 성과가 나올 때까지 뼈를 깎는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이찬희 기무사 혁신추진단장(51·대령)은 해사 41기로 1990년 고참 중위 때 기무사(당시 보안사)에 전입했다. 지금까지 기무사에서 25년간이나 근무한 군 정보의 베테랑 자원이다. 여러 곳의 예하 기무부대장을 거쳐 이재수 사령관 취임 후 기무사 혁신의 중책을 맡았다. 군 수뇌부는 작년 가을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의 급작스런 사퇴 이후 기무사의 고강도 개혁을 주문했다.

지난해 10월 이재수 사령관이 취임하면서 ‘부대혁신추진단’을 설치하고 2개월에 걸쳐 부대 진단과 부대원 의견수렴을 실시했다. 외부 전문가의 의견도 들었다. 그런 후 내놓은 것이 ▷본연의 임무·기능 강화 ▷부대원 전문화를 통한 조직 역량 강화 ▷창조적인 조직 문화로의 개선 등 ‘3대 혁신과제’다. 혁신의 테마가 역대 신임 사령관이 내놓은 개혁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도 있으나 이 단장은 “실패하면 기무사는 폐지된다”는 이재수 사령관의 각오를 전했다. 사령관 스스로 절박한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혁신의 내부 강도는 치열하다는 얘기다. 이 단장에게 그간 기무사 혁신의 성과와 방향을 물었다.

기무사의 규모가 선진국 군대의 정보부대에 비해 지나치게 비대하다는 비판이 있다. 기무사 입장은 어떤 것인가?

“세계의 어떤 정보기관도 정보부대의 정확한 수를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선진국 군 정보수사기관의 경우 대체적으로 군 병력의 0.6∼0.8%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무사도 이를 준용해, 적정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방개혁 기본계획 2014∼2030’에 근거해 점진적으로 감축해나갈 예정이다.”

“세련된 임무수행 방법 강구하겠다”

대령급 자원이 기무사에 지나치게 많이 편중돼 있고, 대령 보직자의 상당수가 유휴 인력이란 비판도 있다.

“대령급 인원의 편성 자체는 인력구조와 부대임무 등을 고려할 때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일반 군단급 부대와의 단순비교는 의미가 없다. 실제 임무와 성격을 고려할 때 많은 인원이 편성된 것은 아니다. 과도한 대령 보직자가 있다면 군 지휘부에서 이를 방치하지 않는다.”

기무사 요원들의 해외 대사관 근무자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도 있는데.

“관련 법상 해외첩보수집 임무가 명문화되어 있다. 국방정책지원은 물론, 방첩·방산 등 국익을 고려해 일부 대사관에 파견하고 있다. 향후 국제정세나 안보상황, 국익을 고려한다면 지역의 다변화를 통해 지금보다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최근 계속 불거진 기무사 요원들의 군기 해이 현상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방법은 무엇인가?

“최근의 사건은 부대 혁신의 일환으로 근무 기강을 확립하고 쇄신하는 과정에서 적발해 원칙에 의거 선제적으로 조치한 결과다. 단순 의혹에 대해서도 강력 처벌하다 보니 처신 결함자가 많은 것처럼 보이는 측면도 있다. 강도 높은 근무기강 확립을 계속할 것이다. 잘못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문책한다.”

일선 군 지휘관들은 기무부대 요원들에 의해 사생활의 비밀이 지나치게 침해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지휘관의 사기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닌가? 군내의 부정적 여론을 수렴하고 있는지, 어떤 개선책을 고려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기무부대원이 군 지휘관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은 오해다. 기무사 고유 업무인 보안과 방첩에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만 확인한다. 사생활에 대해서는 일절 수집하지 않는다. 그런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좀 더 세련된 임무수행 방법을 강구하고, 지휘관에게도 충분히 이해하도록 소통해나갈 것이다.”

조직구조의 혁신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3부 9처 2실 1단’체제를 ‘3처 6실 1단’ 체제로 개편한 취지와 배경은 무엇인가?

“대통령령에 명시된 군사정보·보안·방첩 등 3대 임무 위주의 조직개편을 추진했다. 업무역량을 특화하고, 부장제를 처장제로 바꾸어 보고체계를 단순화했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토록 한 조치다.”

방첩수사대와 보안조사팀 신설의 배경은? 또 두 조직의 역할은 무엇인가?

“북한이 군 주요 직위자들을 포섭하거나 군사기밀을 수집하는 대남공작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에 공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방첩수사 역량 확대 차원의 조치다. 서울 및 계룡대 지역에 분산된 기존 방첩수사 조직을 ‘방첩수사대’로 통합, 개편하고 전문 수사인력을 대폭 보강했다. 보안조사팀은 국방부·합참 등 군 관련 중요부서를 대상으로 실시간으로 보안지원할 수 있도록 신설한 팀이다. 보안분야 전문 인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군사기밀 유출 시에는 철저한 보안조사를 통해 유출자를 색출하고 피해 확산을 차단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일선부대 중대장을 마친 후 군생활 내내 기무업무를 맡아야 하는 현재 관행을 개선할 예정이라 들었다. 순환직 장교 충원에 대한 복안은 있나?

“정보수사기관의 특성상 야전부대와의 교류가 제한되어 소통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이러한 조직 문화를 쇄신하기 위해 현재 장교, 부사관 등의 직위에 야전부대원이 기무사령부에서 순환근무를 하고 있다. 이 제도를 확대 시행한다는 것이다. 우선 올해 두 배 이상 확대하고 2024년까지 지금의 3~5배로 추가 확대하여 야전과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는 개방형 인사관리로 개선할 계획이다.”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의 과제

현재 5.5%에 불과한 여성 인력을 추후 10%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라 들었다. 현재 기무사의 여성 인력은 주로 어떻게 활용하고 있으며, 향후 여성 인력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어떤 복안을 갖고 있나?

“정부의 여성 인력 확대 정책에 따라 여성 부대원 비율을 2025년까지 10% 이상으로 확대한다. 선발된 인원들은 차별없는 인사관리로 남성과 동일한 직책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할 예정이다. 특히 기혼 여성 부대원들의 출산·육아를 위해 GOP 및 해·강안 등 취약지 보직을 줄일 계획이다. 여군 부사관의 전방 의무근무 기간을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축소하며, 육아휴직 공석직위 대체인력 확보 등 다양한 제도적 보완을 준비하고 있다. 여성 부대원이 군과 가정생활을 양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군대의 정보, 보안업무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선진국 군 정보기관들은 일찌감치 첨단 정보기술력과 해외정보수집능력을 확충했다. 글로벌 시대의 국가 경쟁력 제고와 국익창출 지원을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구한다. 특히 전문가 아웃소싱, 전역자원 활용 등을 통해 조직을 전문화하고 있다는 점을 배워야 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기무사의 뼈를 깎는 혁신은 왜 필요한가?

“이재수 사령관이 부임 후 업무파악을 하면서 ‘변해야 한다’는 위기의식 강하게 느낀 것 같다. 우리가 추진하는 혁신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요컨대 ‘하게 되어 있는 것을 제대로 하고 불필요한 것은 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러나 혁신의 필요성은 절박하다.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혁신하지 않으면 기무사가 역사 속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을 느낀다. 혁신의 성공요인은 구성원들의 공감과 적극적인 동참이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기무사의 혁신은 어느 정도 성공을 예감하고 있다.”

201404호 (201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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