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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인터뷰 - ‘집권여당의 거중조정자’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 

“박 대통령, 朴心 통해 특정인사 밀 분 아니다” 

글 박성현 월간중앙 취재팀장 사진 지미연 기자
■ “안철수 의원과의 정책연대 가능하다고 봤다” ■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는 집권 3~4년 차에 부상해” ■ “통합하고 역동성을 살리는 지도자가 차기 당대표 맡아야” ■ “국정원 내부 감찰 기능 작동했는지 의문”

▎정치인은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로 사건의 전모를 밝혀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겠다. 또 응분의 책임을 물어 국정원의 신뢰를 회복하고, 업무의 적법성·정당성을 되찾아야 한다.”

서울시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의 불길이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의 교체론으로까지 번져가자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은 꽤나 곤혹스럽다는 듯 이렇게 답했다. 여야가 6월 4일 지방선거에 ‘올인’하는 와중에 터져나온 국정원발(發) 악재는 여권의 선거 필승전략의 최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의 대답은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국정원에 생길 변화를 예고하는 듯했다.

당초 2월 7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1차 인터뷰에 응할 때만 해도 그는 이 사건에 대해 “국익과 외교 정보에 관한 문제”라며 “혹시라도 의혹을 남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이 있지만 철저하게 진상규명을 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선에서 입장을 밝혔다. 각종 우려는 검찰의 수사와 법원의 재판 등 사법절차를 통해 깔끔히 해소하자는 제안이었다.

하지만 그 뒤로 상황이 급변했다. 국정원 협조자 김모 씨가 자살을 기도하고, 문서조작 의혹도 속속 드러났다. 급기야 2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하고 검찰이 국정원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나아가 여권 내부에서 조차 남재준 국정원장이 용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됐다. 여권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황 대표는 12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사전 문책론을 펴기보다는 검찰 수사결과를 기다린 후 그 책임 소재에 따라 엄격히 책임을 논하는 게 온당하다”고 남 원장 경질론 진화에 안간힘을 쏟았다.

오는 5월 15일 2년 임기를 마치는 황 대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새누리당 지방선거 후보자 경선을 무난히 매듭짓고 물러나면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울시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이라는 초대형 이슈가 선거국면을 엄습하면서 집안 단속뿐만 아니라 외부 도전에도 맞서야 할 처지에 놓였다. 황 대표는 <월간중앙> 창간 46주년에 즈음한 대면·서면 두 차례 인터뷰에서 새 정부 출범 1년의 소회, 지방선거 후보 공천, 차기 당권 및 대선의 향배, 국정원 증거 조작 등 여러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문서조작 사건에 휘말려 국정원이 최대 위기에 봉착한 듯 하다. 지난해 말 국정원개혁특위 구성에 합의해 보수단체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던 입장에서 마음이 착잡할 듯하다.

“대통령께서도 엄중한 수사와 책임추궁에 단호한 입장이신 만큼 당당한 매듭이 지어질 것이다.”


▎2012년 5월 1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킨텍스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대표최고위원으로 선출된 황우여 의원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으로부터 당기를 건네받고 있다.



국정원 민주적 통제 강화 절실

국정원 개혁 특위에서 만든 개혁안이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을 막고 대공 수사 능력을 향상한다고 많은 이들이 믿었다. 그런데 이번 문서조작 사건은 그런 믿음을 송두리째 흔들고도 남는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나?

“사법판단이 나와야 전모를 알 수 있겠으나, 우선 고도의 기밀을 다루는 기관의 특성상 내부 감찰이 엄격해야 하는데 내부 감찰이 제대로 작동해왔는지 점검을 해야겠다. 국회 정보위원회를 통한 민주적 통제가 실질적으로 기능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국정원에 대한 문민통제가 먹혀들지 않으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에서 유일한 민주적 통제수단인 국회 정보위원회의 전문성 제고와 위원들의 보안 책임 강화방안을 논의하고 있는데 속히 매듭지어져야 한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의회 정보위원회에 해마다 1천 회 이상의 실질적인 보고를 한다. 이런 민주적 통제를 강화함으로써 적법·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황 대표는 이 사건이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을 피했다. 또 여권에서조차 남재준 국정원장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증가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반응을 하지 않았다. 가뜩이나 야권은 안철수 의원과 민주당이 신당 창당에 합의, 지방선거가 여야 1대 1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신당이 잘 되리라 보나?

“여당은 모든 게 성공한다는 가정 하에 전망을 내놓아야 한다. 혹시라도 ‘야당이 잘 안 되겠지’라고 전제하는 방식은 금물이다. 신당이 잘 되기를 바라고, 건전한 여야 관계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건전한 국정 동반자로서의 야당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정치가 당당해진다.”

양쪽이 합당하리라 예측했나?

“합당이나 연대는 누구나 예측했다. 물론 안 되는 경우에는 어떨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하리라고 봤다. 그런데 조금 빨랐다는 느낌은 있다. 뭔가 너무 전격적으로 서두른 게 아닌가하는…. 당 하나 만들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안 의원과 몇몇 세력이 민주당에 들어가는 것으로 끝이 난다면 준비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안 의원과 민주당의 연대와 합당 중 어느 쪽이 더 위협적인가?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새누리당이 3파전에서 불리한 지역이 있고, 2파전에서 불리한 지역도 있다. 이는 선거구에 따라 다르다. 결국 새누리당이 좋은 후보를 내야 하는 문제다.”

안철수 의원을 새누리당이 영입할 생각은 안 해봤나?

“그건 당의 역사가 있기 때문에…. 안 의원 영입이라…. 글쎄다. (잠시 생각을 고른 뒤) 그렇게까지 생각은 안 했었다. 어쨌든 새누리당에 입당한다는 건 개인적으로 오는 것밖에 안 되니까. 안 의원이 당을 만들어 연대를 하든가(누군가와) 합당을 하리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안 의원이 독자 정당을 만들어 새누리당과 손잡고 연대할 수도 있었다는 말인가?

“그것도 많이 예상을 했었다. 성향이 새누리당하고 비슷하니까. 민주당보다는 새누리당과 정책연대가 오히려 더 가능하다고 봤다. 김성식 전 의원은 우리하고 인연도 깊고….”

지난 2월 실시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지방선거가 새누리당과 야권의 양자대결로 갈 경우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을 제외한 전국 12개 광역단체장을 야권이 쓸어간다는 분석도 나왔다고 한다. 들어본 적이 있나?

“그 뭐… (빙그레 웃으며) 그것은 저기…. 정치하는 사람들은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그런 것(여론조사 결과)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많다.”

당청관계 밖에서 보기보다는 좋아

‘5대 12’라면 충격적인데?

“(선거는) 늘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래도 당의 지지도는 지역에 따라 다르다. 영남권·호남권·수도권이 다다르다. 수도권도 지역에 따라 지지도가 아주 세밀하게 나뉘어진다. 그래서 지역의 선거라고 하는 거 아닌가? 각 지역별로 선거를 잘 치르는 게 중요하다.”

정권 출범 1년에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안정화되고 새누리당의 지지율도 견고한 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여권에서는 내부 소통 부재, 각종 인사 실패에 따른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새누리당이 청와대의 기에 눌려 집권여당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약체 정당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지난 1년간 당청(黨靑)관계가 일체감, 유대감을 줬나?

“당청관계라는 게 드러나는 것도 있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것도 많다. 집권 초엔 누구나 일하려는 열정이 강한데 그 추동력을 당에서 뒷받침해줘야 한다. 게다가 정권 출범 초기라 큰 흠이나 잘못이 있을 것도 없다. 기본적으로 당은 청와대와 같이 호흡하고 방향도 함께하는 것이다. 당청은 밖에서 보기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어떤 때는 격렬한 토론도 하며 관계가 허심탄회하다. 당청관계는 너무 가까워도 멀어도 안 되는, 적절한 긴장관계 속에서 자극을 줘야 한다.”

여당이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할 말을 제대로 못했다는 비판이 있다. 당청관계가 원활한 것도, 소통이 되는 것도 아니고 여당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얘기는 왜 나오는 건가?

“정권 출범 초기라 그런 점도 있고…. 우리 당이 마구 각을 세워 요란을 떨지 않아 그런지도 모르겠으나 당정은 거의 매주 조율을 해왔다. 현안이 발생하면 원내대표단이 아주 깊숙하게 (청와대, 정부와) 협의를 한다. 6·4 지방선거가 다가오는 요즘은 현안을 갖고 공개 협의를 하면 괜한 오해를 살까 봐 오히려 조심하는 편이다.”

대통령 싱크탱크로 출범한 ‘국가미래연구원(원장 김광두)’의 민생지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의 민생은 노무현·이명박 정부보다 어려운 걸로 나온다. 새누리당이 보는 민생의 현주소는?

“양극화 극복이 제일 심각한 문제다. 우리는 지난 대선 때 국민행복시대를 열자고 하지 않았나.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국가 경제가 성장할수록 경제민주화, 복지 같은 보안 장치가 그에 상응해서 증가해야 한다. 한국은 아직 양극화 정도가 그리 심하진 않지만, 더 악화되지 않도록 대처해야 한다. 중산층을 보강해야 한다.”

집권 2~3년 차에 민생이 더 어려워지면 국정지지율 하락 등 국정 수행에 차질을 빚는다는데.

“경제가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조금씩 호전되는 중이다. 이런 흐름이 아직 서민에게까지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 기초적인 복지도 확충하고, 생활이 유지되도록 일자리도 공급해서 중산층을 견고하게 다지는 쪽으로 국정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정부가 제시하고, 당이 호응한 것도 성과를 수량화해서 점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글로벌 경제시대에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주도하는 게 과연 타당한가라는 방법론상의 의문이 여권 내에서도 제기된다. 정부의 경제운용 패러다임이 헷갈린다는 말도 나온다.

“물론 경제 성장은 민간의 몫이다. 정부의 역할은 그 성장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고.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이나 과다한 채무구조같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을 제거하는 게 정부의 할 일이다. 민간이 자유롭게 경쟁하도록 비정상을 정상화하고, 낭비와 불합리를 일소하는 데도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외풍을 막는 울타리를 쳐주는 일도 같은 범주에 들어간다.”

지난 1년간 장관들이 소신껏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너무 수동적으로, 소극적으로 움직인 감도 없지 않은데.

“(빙긋 웃으며) 국민이나 언론이 보면 늘 부족한데 나름대로, 그래도 나름대로 외교 분야나 또 여러 가지 부분에서 열심히들 하고 있다고 본다. 결국 성과로 말하는 것이므로 어느 단계에 들어가면 당에서 성과를 잘 살펴보겠다. 장관 취임하고 1년 됐으니까 이제부터 성과를 내야 한다. 당도 그 부분에서는 밀월기간이 지나고 있다고 간주한다.”

그렇다면 올해 정부 부처별 성과를 새누리당이 평가하게 되나?

“정권 초기에는 결과물이 있을 수 없으므로 방향성만을 놓고 설왕설래했다. 이제는 결과로 얘기할 때다. 선거를 치르자면 국민에게 성과를 보여드려야 한다.”


▎대선 승리 1주년을 맞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외벽에 감사의 뜻을 전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우리끼리 다 하자’는 태도는 곤란

지방선거 전에 작업을 하게 되는가?

“그렇다. 대선 공약 점검이 중요하다. 정치 공약도 중요하지만 국민 삶에 관한, 민생 공약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지방선거라서 지방공약도 중요하다. 제대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공약을 문자 그대로 100% 지킬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공약 만들 때와 상황이 바뀌어 판단도 달라졌다면 이를 솔직하게 시인하고 국민과 함께 점검해나가야 한다.”

일 못하는 장관은 혼을 낼 건가?

“지금도 벌써…(그렇게 한다). 우리가 여당이라고 해서 (뭘 봐주거나 하지 않고) 비판에 가차없다. 오히려 어떤 때는 가혹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목소리가 매섭다.”

새누리당은 지방선거 후보자 경선 등 정치 일정에 대비해 자리가 빈 당협위원장 선임 등 조직 정비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당내 비주류가 주류의 ‘자기사람 심기’ 등 독주 양상에 격렬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지방선거 후보자 선출 과정에서도 당내 분란이 곳곳에서 일었다.

당협위원장 인선,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 등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여당 내에서는 ‘5인회’이니 뭐니 해서 몇몇 인사가 독주한다는 말이 무성하다. 들어봤나?

“아, 네. 언론에서…. 당대표가 공정하고 엄정하게 중심을 잡으려는 데도 그런 말이 나온다면 대표가 책임을 지고 대처해야 한다. (몇몇이서 독주한다는) 그런 말이 나오면 당의 응집력이 이완된다. 물론 정당이란 이 사람, 저 사람이 각기 주인의식을 갖고 활발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건강한 정당일수록 원래 야단법석이 나는 것이다.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건 뒷짐지고 ‘너네끼리 잘 해봐라’는 식의 방관자적 자세다. ”

독주하는 인사들의 실명이 나도는 데도 그런가?

“당직자들은 역할이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해야 할 최소한을 하다 보면 그런 말을 듣기도 한다. 사무총장은 사무총장대로,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대로, 또 당대표는 당대표대로 일이 있다. 다만 당직자라 해서 ‘우리가 주도하므로 우리끼리 다 하자’는 태도보다는 더 많은 사람의 얘기를 경청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민주주의는 과정의 정당성이 중요하니까.”

자치단체장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룰을 두고 말이 많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대의원(20%), 당원(30%), 국민선거인단(30%), 여론조사(20%)로 후보 경선을 실시하게 돼 있다. 일각에서는 100% 여론조사로 후보를 선출하자는 주장도 하는데.

“원칙적으로 100% 여론조사는 불가능하다. 시·도지사 후보는 대통령후보 선출 기준을 준용한다. 취약지역이 아닌 한, 당심 50%, 민심 50%는 철칙이다. 대의원·당원이 50% 국민선거인단·여론조사가 50%다. 일부 융통성을 부여해 취약지역에서 여론조사로 대체하는 건 몰라도 일반지역에서 당심을 여론조사로 대신하는 건 불가능하다. 당의 뜻을 일반인에게 묻는 셈이 되니까. 당은 당헌·당규를 어길 순 없어 원칙대로 한다.”

몇몇 광역단체장 후보 차출에 빗대 이른바 박심(朴心·박 대통령 의중)이 작용한다는 얘기들을 한다.

“그렇지 않다. 나도 오랜 경험으로 잘 아는데 박 대통령께서는 그럴 분이 아니다. 민심이 있다면 그게 박심이고, 당심이다. 그게 선거의 본질이고. 되지도 않을 후보에게 무리한 힘을 실어줘서 실패하려는 대통령이나 당이 어디에 있나?”

일부 예비후보가 그런 푸념을 하기에 하는 말이다.

“어떤 실세가 밀어붙여 특정인을 공천한다 해도 (그 다음에는) 국민이 있지 않은가? 선거에 나가 떨어지면 그만이다. 선거가 우리만의 잔치는 아니지 않나? 늘 하는 말이지만 공천은 국민 마음에 있는 지도자를 알아맞히는 과정이다. 예를들어 경쟁력이 월등히 우월한 후보를 제쳐두고 다른 사람을 앉힌다? 그걸 받아들일 당원이 어디에 있으며, 또 국민인들 용납할까? 일이란 건 일방적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대선주자 얘기하기엔 이른 시점

고만고만한 후보 중에서는 누군가 박심을 들어 특정인을 밀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당에서는 당헌·당규에 의해 엄정한 절차를 밟을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무슨 말을 한들 소용이 있겠나.”

당초 3월 10일이던 새누리당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 신청 마감일이 15일로 연장된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14일 귀국한 김황식 전국무총리를 배려한 일정 조정이라고 비주류에서는 본다.

“일정이 촉박하다 보니 지금도 조정을 요하는 지역이 많다. 그런 현실을 감안해서 연장한 조치로 안다. 그런다고 경선에 큰 영향을 주겠나? 당헌·당규대로 절차를 밟아 나가면 큰 문제는 없다.”

민주당 등 야권은 전국을 순회하며 표를 몰아줄 흥행사가 많은데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 이후 마땅한 인물이 안 보인다는데.

“우리는 박근혜 정부가 일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할 것이다. 또 선대위에서 위원장들도 열심히 뛸 것이다. 박근혜 국회의원 시절에도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어 일을 시키자는 국민의 뜻이 선거에 반영된 것이지 탤런트나 인기인들이 표 얻듯이 선거를 치른 것은 아니다. 이번 선거도 후보와 공약의 대결이다. 박근혜 정부와 지방 정부가 일을 잘하도록 하는 큰 대의에서 국민들이 판단하리라 믿는다.“

문재인·안철수 의원이 손잡고 부산지역 선거판을 휘젓고 다닌다고 생각해보라. 바람이 심상치 않을 것 아닌가?

“우리에겐 국민이 있다.”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춘 사람이 결국 대선 예비주자다. 야권에 비해 새누리당의 대선 예비주자들의 중량감이 좀 떨어진다는 게 여권의 고민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이제 대통령을 막 당선시킨 직후나 다를 바 없는데 벌써 대선주자 얘기를 하기엔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지금은 여권이 특정정치인을 중심으로 이합집산하기보다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쳐야 할 시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3년 반 뒤에 대선이 치러진다. 여당도 대선 예비주자들을 키워야하는 건가?

“그건 대통령제가 지닌 숙명적 한계다. 대통령을 막 탄생시킨 정당이 다른 대선주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건 자기모순이다. 여권의 차기 주자는 대통령 임기 3~4년 차에 접어들어야 자연스레 부상되기 시작하므로 조금 더 기다려줘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 총선거 거치면서 서서히 부상하겠지. 지금 국민 속에서도 여권 내 대선주자를 키워라 이런 목소리는 아직 없을 것이다.”

그러다 야당 대선주자들이 기선을 제압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친여 성향의 유권자들은 자신이 투표한 대통령이 일 잘하게 할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서 인물을 고른다. 야당은 그런게 없으므로 개인적인 지명도랄까, 호감도에 좌우되는 편이다. (인물을 키우는 과정이) 여당과 야당은 다르다.”

지방선거 직후인 7월 새누리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열린다. 차기 당대표의 임무는 뭐라고 보나?

“떠나는 사람에게 어려운 질문인데…. 우리당은 늘 변화의 역동성을 유지해야 한다. 변화하지 않으면 변화를 당한다. 능동적 변화의 에너지를 가진 지도자가 나오길 바란다. 새누리당은 큰 당이다. 전체를 통합하면서 능동적 역동성을 살리는 당 지도자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한다.”

염두에 둔 인물이라도 있나?

“많은 인재가 있다. 그중에서 당원들이 선택할 것이다.“


▎황우여 대표는 새누리당이 젊은이들이 호응하는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당대표 사퇴는 마음대로 하는 것 아냐

새누리당 당협위원장 선정과정에서 당의 사당화, 특정인의 자기인맥 심기라는 비판이 팽배했다. 이 와중에 당대표 조기 사퇴론이 나돌기도 했는데.

“당대표는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라 당을 위하여, 당과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냥 당에다 맡기는 것이다.“

짐을 싸고픈 심정이 들 때가 있지 않나?

“충실해야지. 하는 날까지…. 3년간 친손주가 둘이나 태어났다. 애들 부모가 아직 미국에서 공부하는 통에 보고 싶어도 못 본다. 딱 하룻밤 가서 봤을 뿐이다. 당대표라는 자리가 그렇다. 당에 메여 사생활이 없다. 그래서 임기를 두는 것 아니겠나.”

5월 30일이면 19대 국회의 임기도 반환점을 돈다. 슬슬 다음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열정을 가지고 국회에 입문한 여당의 초선의원들, 이른바 ‘박근혜 키즈’ 중에는 국회의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자괴감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새누리당은 심하게 말하자면 청와대의 의중을 대변하는 거수기로 전락했고 정당으로서 비판의식을 결여했다는 게 세간에 나도는 평가이기도 하다.

일부 의원은 정체감이랄까 무력감 같은 기분을 갖는다고 한다?

“만약 그렇다면 그건 본인이 극복해야 한다. 나도 당대표, 원내대표에 당선될 때도 메시지를 가지고 했지, 계파를 업은 게 아니다. 국회의원은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마음먹으면 당대표도 어찌 못하는 자리다. 특권도 있다. 불체포특권·면책특권 등을 국민이 헌법을 통해 보장해준다.”

대통령과 소통은 어떻게 하나? 직접 전화통화 하나?

“필요할 때는…. 요즘은 청와대와 당이 소통하는 라인을 활용하며 내가 대통령께 직접 하지는 않는다. 혹시라도 선거개입이라든지 하는 논란을 의식해 나부터 조심한다. 당을 걱정하고 청와대를 견제하는 소통 통로는 잘 작동하고 있다.”

박 대통령도 안타까움을 표했는데 서울 송파구 ‘세 모녀 자살’과 관련해 어떤 생각이 들었나? 한국 사회의 안전망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이 필요한 시점 아닌가?

“사회안전망의 확충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지역 사정은 통반장이 제일 잘 안다. 가능하면 통반장들이 복지업무를 겸임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게 해주자. 어려운 처지는 겪은 사람들이 더 잘 아는 법. 경험이 풍부한 어르신들은 사람의 눈빛만 봐도, 몇 마디 대화만 나눠도 가정형편을 한눈에 꿰뚫는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老)-노(老) 케어’를 활성화하겠다. 어르신들이 통반장과 함께 자기 동네를 살펴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복지 서비스를 전달토록 하는 방안이다. 복지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걸 새누리당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대법원이 최태원 SK 회장에게 징역 4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기업 활동과 투자 심리의 위축을 우려한다.

“어려운 문제다. 사면 남용에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도 있고 해서…. 특히 상류층, 권력층 사면에 대해서는 국민정서가 과거와 다르다. 이와 맞물려 한국 특유의 오너 경영체제가 보완, 개선돼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오너들이 형사 법정에 서는 일도 줄지 않겠나. 설 명절 특별사면도 생계형 범죄자에 대한 사면만 허용됐다.”

당대표에게도 재계에서 이런저런 얘기가 전해질 텐데.

“많이 전달된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사법부가 하는 일이고 국민정서를 감안해서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황 대표는 취임 당시를 일러 ‘마음이 가난한 시절’이라고 돌이켰다. 그때는 2012년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 원내 지배권을 야권에 넘겨주리라는 관측이 팽배했다. ‘비대위 구성’ 등 당이 발버둥을 치고, 선거의 여왕 박근혜 의원이 선거를 진두지휘하면서 가까스로 과반(153석 획득)을 확보했다. 그 직후인 5월 15일 전당대회에서 황 대표가 대표에 선출됐다. 하지만 이때는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 현상’에 고무된 야권이 기세를 더하던 시점이다.

2012년 18대 대선을 7개월 앞두고 당대표에 취임했다. 당시 대선 승리를 확신했나?

“나는 한 번도 국민이 새누리당의 손을 잡아주실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난 적 없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여론조사도 그렇고, 기성정치에 대한 불만과 아쉬움을 많이 갖고 있었다. 그 대상이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었지 않나. 백지에서 출발하는 마음 갖지 않으면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낙법 알면 상대방을 존중하게 돼

그는 검도 7단의 고단자다. 검도나 유도 같은 무도를 정치에 비유하곤 한다. 특히 기초를 낙법부터 배우는 유도의 예를 들어 “낙법을 배우다 보면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 내부는 물론 야당의 의견을 귀담아듣는 자세를 가다듬게 된다”고 말했다.

취임할 때와 견줘 지금 새누리당은 어떻게 변해 있나?

“국회선진화법, 국정원 개혁 등에서 다수당인 우리가 기득권을 포기하고 양보했다. 국정원 개혁도 보수층의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야당과 합의했다. 여러 논란과 어려움이 따르는 상향식 공천도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강화했다. 조강지처의 마음으로 개혁을 추진해왔다.”

새누리당의 가장 큰 문제점이랄까 보강이 필요한 대목은?

“후진 양성이다. 독일 정당들을 보면 대학생 시절부터 당 지도자를 키워나간다. 기초의원, 총리까지 선의의 경쟁을 통해 누구를 대표로 내세울 건가를 결정한다. 새누리당의 가치를 잘 다듬어 젊은이들을 끌어안고 그들의 의지를 반영해서 당을 체계적으로 키워야 한다. 추구하는 가치가 분명하면서도 많은 이가 동조하는 정당이 매력적이다. 영국의 전설적 인물인 아더왕은 원탁회의로 유명하다. 그게 영국 민주주의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당대표가 별 건가? 원탁에 앉은 사람 중에서 누구든 대표를 할 수 있다는 자세로 나아갈 때 당력이 배양된다.”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설이 나돈다.

“어떤 자리에 있느냐보다는 무슨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당 대표로서 남은 일이 있다면 지방선거 공천을 제대로 해내는 것이다. 국회의장이라는 자리도 되는 것보다는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요즘은 나에게 주어진 사명이 뭘까 생각한다.”

5선의 황대표는 1996년 총선 당시 비례대표로 원내 입문했다. 당시 이회창 신한국당(새누리당의 전신) 선대위원장 비서실장도 겸했다. 황 대표는 “정치의 시작은 이회창 전 선대위원장과의 인연에서 비롯됐지만 국민과 당을 위해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404호 (201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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