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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醫와의 만남 - ‘뼈가 웃어야 인생이 웃는다’ 

‘골타요법’ 창안한 유홍석 본케어한의원 원장 

글·나권일 월간중앙 기자 사진·전민규 기자
뼈의 위치를 제자리로 돌려 기능이 저하된 신경 시스템 부활…통증질환뿐만 아니라 내과적 질환에도 치료효과 입증돼

▎골타요법을 창안한 유홍석 원장은 ‘한의사를 가르치는 한의사’로 불린다.



국내 의료계에 척추병원이 급증하면서 과잉수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건강심사평가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2011년 시행된 척추수술만 15만3661건으로 10년 전인 2002년의 3.7배에 달한다. 무문별한 과잉수술은 후유증을 양산하면서 척추환자들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유홍석 본케어 한의원장은 수술 없이 척추를 교정하는 자연치유법인 골타요법을 창안해 환자들로부터 신망을 얻고 있다. 골타요법은 고려대학교와 일본에서 강의로 채택돼 한의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의사 를 가르치는 한의사’로 불리는 유홍석(56) 원장은 소년처럼 순박한 인상을 지녔다. 둥근 테 안경 너머로 비치는 미소가 그의 얼굴을 더욱 젊어보이게 한다. 그는 서울 서대문 인근에서 30여 년간 유풍한의원을 운영하는 동안 침술에 능한 한의사로 잘 알려졌다. 그런 그가 2007년부터 오랫동안 곁에 두었던 침통 대신에 해머를 손에 쥐어 주변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유 원장이 자연치유 척추교정법인 이른바 ‘골타요법’을 창안해낸 것이다.

그로부터 7년여의 시간이 흐른 사이 한의학계에서 그의 골타요법을 척추질환 환자 치료에 적용하고 있는 한의사가 줄을 이어 300명을 넘는다. 침구(鍼灸) 대신 해머링으로 그는 한의학계에서 또 다른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셈이다. 한의사이면서도 양방에도 밝은 유 원장의 치료법은 모두 뼈(척추)로 통한다. 그는 이 치료법을 자신의 아호인 골타(骨打)에서 따와 골타요법이라고 이름 붙였고, 강남구 신사동에서 운영 중인 한의원 이름도 영어 표현으로 뼈를 치유한다는 의미의 본케어(bone care)한의원으로 정했다.

기자가 한의원을 찾아간 날, 마침 단골 내원객이라는 이원호(58·공학박사) 씨가 치료를 받고 있었다. 35년간 좌골신경통을 앓아왔다는 이씨는 올해 초 처음 골타요법을 알게 된 뒤로 휘어진 허리가 교정되고 목 디스크도 호전되는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이씨의 말을 듣고 유 원장의 시술법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유 원장은 먼저 최신 의료장비를 이용해 이씨의 체열진단과 체형진단을 실시한 뒤 이씨의 통증과 연결되는 골반 부위의 치료에 들어갔다. 유 원장은 이씨를 특수 제작된 침대에 엎드리게 한 뒤 자신의 팔과 다리를 이용해 환자 이씨의 고관절을 힘있게 잡아당겼다.


▎1 골타요법은 해머와 교정봉을 이용해 문제가 있는 척추 부위를 두드려서 치료한다. 2 환자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치료할 척추 부위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3 골타요법에 쓰이는 본케어 한의원의 특수 침대.
유 원장은 “틀어진 뼈가 제자리를 잡아 들어갈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고관절을 견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골반교정과 공간확보가 이뤄지고 나자 유 원장은 의료용 해머와 교정봉을 들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이씨의 요추 부분을 두들겼다. 마치 노련한 벽돌공이 비뚤어진 벽돌을 흙손으로 툭툭 쳐서 바로잡듯이 유 원장은 이씨의 틀어진 척추뼈를 바로잡았다. “톡톡톡톡톡톡톡톡 딱….” 해머와 교정봉을 든 유 원장의 손길은 척추뼈라는 악기를 섬세하게 연주하는 조율사와도 같았다.

유 원장으로부터 허리뼈와 목뼈 부위에 대한 해머링(hammering)을 10여 분 동안 받은 이 씨는 “통증이 가셨다. 아주 시원하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씨는 “내 직업이 건물의 구조를 연구하는 건축 구조사인데, 인체를 지탱하는 척추에 주목하는 골타요법은 구조 전문가인 내가 봐도 매우 과학적인 치료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고질적인 허리 통증에 시달리던 환자들은 유 원장의 섬세한 해머링을 경험하고 나면 단골 고객이 된다고 한다. 처방을 마친 유 원장에게서 골타요법의 원리를 더 상세하게 들어보았다.

틀어진 척추를 해머링으로 교정

뼈를 맞춘다지만 해머로 척추를 두드리면 뼈에 금이 가거나 부러지지는 않을까? 유 원장은 평소 환자들에게도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그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유 원장이 사용하는 작은 의료용 해머는 특수 알루미늄 재질로 만들어졌는데, 양쪽에 플라스틱이 끼워져 있다. 해머 내부에 납으로 만든 작은 알갱이들인 납 볼을 넣어 척추에 가해지는 충격을 자체적으로 흡수해준다.

해머를 이용해 환자의 척추 뼈를 두드리는데 이 과정에서 환자가 느끼는 통증에 따라 해머링의 강도를 조절한다. 해머링의 방식도 척추 부위를 직접 두드리기보다 교정봉을 척추 부위에 댄 뒤 교정봉을 두드려 뼈를 자극하는 방법을 쓴다. 유원장에 따르면 해머링을 통해 환자의 뼈가 한층 부드러워지고 튼튼해진다. 뼈는 자극에 의한 전기적 작용으로 좋아지기 때문에 해머를 이용해 극돌기를 두드리는 것 자체가 뼈 건강에 좋다는 설명이다.

그러면 뼈가 약해진 골다공증 환자들에게는 어떨까? 유 원장은 “해머링을 통해 뼈는 더욱 강해지고 골밀도가 올라간다. 뼈가 건강해야 인생이 즐거운 법이다. 건강한 척추는 척구(등 한가운데 수직으로 매끈하고 오목하게 생기는 홈)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유 원장의 설명을 종합해보자면, 골타요법은 수술 없이 골반과 척추를 교정해 신경시스템을 되살려 건강하게 만드는 자연치유 요법이다. 치료과정에서 의료용 해머와 교정대, 특수 제작한 침대와 교정봉 등 특별 제작한 시술 도구 등을 사용하는데, 특히 해머링 과정은 골타요법의 화룡정점과도 같다. 비뚤어진 뼈를 바로잡는 치료과정에서 정밀한 ‘임팩트’를 위해 교정봉 해머링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통증질환뿐만 아니라 내과적 질환에도 효능

골타요법의 요체는 척추변형을 일으키는 척추 간 공간의 좁아짐(buckling)과 틀어짐(twisting)을 바로잡아 주는 것이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펴듯이 우선 뼈의 좁아져 있는 부분을 늘려 충분한 척추 공간을 확보한 뒤 질병의 원인이 되는 뼈를 공략해 들어간다.

구체적으로는 흉추와 요추 극돌기 사이의 공간을 열어준 뒤 의료용 해머와 교정봉을 이용해 틀어진 척추를 교정한다. 보통 치료 과정은 골반을 먼저 해머링하고 나서 요추교정, 흉추교정, 경추교정, 꼬리뼈 교정, 두개골 교정, 견관절·고관절·슬관절 교정의 순서로 이뤄진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골반교정이다. 유 원장은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동물에게 척추는 대들보이지만 사람에게 척추는 기둥에 해당된다. 인류가 직립보행을 하면서, 애초 대들보로 만들어진 척추가 기둥으로 용도 변경된 거다. 잘못된 자세와 무리한 사용으로 인해 골반이 틀어지거나 압력을 받게 되면 그 위에 세워진 척추도 균형을 맞추기 위해 뒤틀리고 휘어지게 된다. 그래서 나이가 먹으면서 올라간 골반을 아래로 내려 척추의 구조를 원상회복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틀어진 골반과 척추를 바로 잡아주는 추나요법 등 기존의 척추질환 치료법과는 어떻게 다를까? 기존의 척추 치료법은 문제가 되는 근골격계 부위의 통증 치료를 위주로 하는 반면에 골타요법은 척추 전체를 전일개념으로 보고 골반 치료 등 문제가 된 뼈의 원인을 찾아 접근하는 치료법이라고 한다.

골타요법은 척추 전체를 한 구조물로 보면서 좁아지고 틀어진 원인을 제거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설명이다. 틀어진 추체(椎體)가 교정되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미리 확보해준 뒤에 척추교정을 하는 것도 차별화되는 점이다. 이 때문에 골타요법에서는 뼈와 뼈 사이의 공간 확보가 매우 중요한 치료 과정이 된다.

또 골타요법은 다른 척추 치료 요법과 달리 물리치료기 등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맨손으로 하는 동양 전래의 수기(手氣) 요법을 따른다. 교정된 척추가 되돌아가지 않게 고정석과 교정대를 이용해 환자가 자가 치유를 하도록 권유하는 점도 색다른 점이다. 사실 척추 교정 치료를 몇 차례 받았다고 해도 환자가 교정된 뼈를 지속적으로 유지하지 못하면 다시 휘거나 비틀어진 상태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골타요법은 이를 막기 위해 자체 개발한 골타요법 교정대 등 몇 가지 교정기구를 사용한다.

유 원장은 골타요법에 대해 “한마디로 ‘구조가 기능을 지배한다’는 원리에 입각한 새로운 자연 치유 의료술”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구조가 기능을 지배한다는 말은 골타요법의 주춧돌과도 같은 개념이다. 유 원장의 설명을 조금 자세히 들어보자.

“인간의 척추는 중추신경을 보호하는 갑옷인데, 중추신경은 척추의 경호 속에 31쌍으로 나뉘어 온몸으로 뻗어간다. 하지만 직립보행과 함께 우리 골반은 애초부터 좌우 균형이 맞지 않게 변해버렸고, 골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허리뼈가 틀어지다 보니 이를 상쇄하기 위해 등뼈가 틀어지고, 또 이를 보완하기 위해 목뼈까지 틀어지게 된다. 갑옷이 구겨지면 피부가 다치듯이 뼈가 틀어지면서 흘러나온 디스크는 신경을 누르게 되고, 척추에게 배신당한 신경은 억울해 숨이 막힌다.

당연히 혈류장애가 온다. 혈액과 영양을 공급받지 못한 우리 몸의 근육과 내장은 결국 아우성을 치게 되는데, 이것이 통증이고, 갖가지 내과적 질병의 시작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다리로 가는 신경이 눌리면 허리 디스크가 오고, 췌장으로 가는 신경이 눌리면 당뇨가 오는 것이다.”

결국 골타요법은 인간의 뼈 구조의 핵심인 변형된 척추를 바로잡아 기능이 떨어진 신경시스템을 부활시키는 데 중점을 둔다. 모든 질병의 원인이 다름아닌 척추 관리에 있다는 유홍석 원장의 명쾌한 진단이다.

그러면 골타요법으로 치료를 받으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유 원장은 “우선 혈압이 안정되고, 피부 색이 밝아진다. 점점 체형이 살아나고 군살이 빠지고 몸의 균형이 잡힌다. 허리가 교정되면서 자세유지에 들어가는 체력소모가 없어지므로 만성피로감도 소멸된다. 남녀 모두 뚜렷하게 나타나는 성기능 개선 효과는 덤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7년여 동안 다양한 임상 실험을 통해 골타요법이 통증질환 뿐만 아니라 내과적 질환, 난치성 질환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내원 환자의 고질적인 척추 질환을 치료했더니 전립선염과 당뇨 치료에 효과가 나타나는 등의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골타요법으로 치료가 가능한 질환은 척추와 연관된 거의 모든 것을 망라한다. 허리디스크와 목디스크, 척추간 협착증, 특발성 측만증, 만성통증, 테니스 엘보(상과염), 퇴행성 관절염, 오십견, 만성 두통과 어지러움도 치료할 수 있다. 아토피 치료는 물론 고혈압, 중풍, 당뇨, 만성 위장염, 비염, 역류성 식도염, 요실금 치료도 가능하다.

도대체 척추 뼈를 두드리는 것만으로 내과적 질환을 치료한다는 것은 어떤 원리일까? 이에 대해 유 원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틀어진 척추를 교정하면 눌려있던 신경근의 압박이 해소된다. 그러면 뇌에서 각 장기로 전달되는 신경전달이 원활해지고 그 결과 해당 장기의 혈류와 신진대사가 개선된다.

장기의 기능이 회복되는 거다. 허리디스크에서 신경이 눌린 쪽의 다리 근육이 약화되다가 디스크 치료 후 회복되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비염의 근본적인 원인은 경추3~4번 사이에서 빠져나와 코로 가는 신경이 눌려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골타요법을 통해 신경을 재활(신경압박을 해제)시키면 내과적 질환의 근본적 치료가 가능하다.”


▎척추가 틀어지면 디스크가 빠져나오고 신경에도 문제가 생겨 각종 내과 질환을 유발한다는 게 유 원장의 설명이다.



구조의학 연구회 만들어 집중연구 중

유 원장은 본케어한의원에서 치료받은 환자 백모(44·변호사)씨의 사례를 거론했다. 군대에서 허리를 다친 백씨는 척추 전문 병원에서 수술을 3차례나 받았고, 허리치료에 좋다는 카이로프랙틱 치료사, 척추전문 정형외과 의사, 병을 치료한다는 종교인과 유명 안마사치료사를 찾아가 안 해본 것 없이 다해봤다는 환자였다.

허리에 좋다는 신발, 보조 치료제, 강화운동기구 등도 사용해봤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골타요법 1차 치료(7회)를 받고 나서는 허리를 다친 이후 처음으로 통증 없이 아침을 맞이하는 기쁨을 맛봤다고 했다. 백씨는 특히 흉추교정으로 지병이던 심장 이상도 호전되는 치료효과를 보았다.

백씨의 설명이다. “오랫동안 심장이 좋지 않았죠. 부정맥이 심할 땐 이러다 갑자기 죽는 것은 아닐까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어요. 하루는 원장님께 하소연하는 심정으로 심장 문제를 얘기했더니, 제 흉추 쪽을 보시고는 ‘여기가 문제네요’ 하시며 하루 정도 치료해주셨습니다. 그랬더니 얼마 안 가서 그간 10년 넘게 저를 괴롭혀 왔던 심장 이상이 거짓말처럼 없어졌습니다.” 그는 자발적으로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 같은 치료 후기를 남겼다.

유 원장의 골타요법에 대해 환자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특히 척추질환 환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한다. 한 여성환자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치료를 받을수록 아픔이 줄어들고 피부 혈색도 좋아지고 생리도 주기적으로 하게 되었다”며 유 원장의 인술(仁術)에 감사함을 나타냈다. 골타요법으로 치료받은 한 환자는 조각하듯 섬세하게 척추를 만지는 그의 정성에 반해 유 원장에게 ‘유켈란젤로’라는 별명까지 붙여주었다. 유 원장의 시술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꽤 알려져 ‘유사마’로 불릴 정도로 명의 대접을 받는다.

골타요법은 학계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그는 2008년 4월, 고려대학교 ERC(공학연구센터)와 MOU를 체결해 교정도구를 개발하고 골타요법을 강의하고 있다. 2010년 5월에는 일본 Seven Works Group과 역시 공동연구와 강의를 진행하는 MOU를 체결했다.

한의학 전통의 수기요법과 한약, 침법, 운동치료요법을 종합적으로 융합한 골타요법의 효과를 체험한 한의사들이 앞다퉈 유 원장을 찾으면서 그는 ‘한의사를 가르치는 한의사’로 불린다. 한의원이 쉬는 주말이면 본케어한의원은 유 원장과 젊은 한의사들이 만나는 열띤 배움의 현장으로 바뀐다. 무엇보다 크고 작은 척추질환을 앓고 있던 한의사들이 직접 자신의 몸이 좋아지는 효과를 보면서 급속도로 입소문이 퍼졌다고 한다.

유 원장은 학계에서도 척추 치료의 능력을 인정받아 한방 척추관절학회 정회원, 한방미용성형학회 정회원, 대한한의동통학회 정회원으로서 학회 활동을 주도한다. 그는 자신이 창안안 골타요법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보급하기 위해 지난해 6월에 ‘구조의학연구회’를 창립했다. 구조의학연구회에는 400여 명의 한의사가 참여하고 있다. 구조의학연구회 설립에 대한 유 원장의 설명이다.

“골타요법을 통한 임상 경험이 늘어나면서 척추를 중심으로 한 구조의 변화가 또 다른 구조의 변화를 일으켜 모든 질병의 원인임을 확인했다. 내원한 환자들의 질병도 구조 변형에 따른 구조의 병, 구조 변형에 따른 기능의 병으로 나눠 치료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골타요법의 원리에 입각해 치료법을 더 연구하고 보급하는 ‘구조의학연구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학계 일부에서는 골타요법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는 눈길도 있다. 연구방법이나 접근방법이 한의학적 측면보다 양방에 근간을 두고 접근하고 있다는 시선도 그중 한 가지다. 이에 대해 유 원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척추교정을 통해 단순 근골계 통증의 치료뿐만 아니라 내과질환을 비롯한 난치병 치료를 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한의 학이나 양방의학에선 시도되지 않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한방도 양방도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선 많은 한의사가 골타요법을 먼저 활용해 좋은 결과를 갖게 된다면 한방의 고유영역으로서 자리매김할 것으로 믿는다.”

국내 한의학계의 산실인 경희대 한의학과를 졸업한 유 원장은 원래는 침술에 능한 한의사로 알려졌다. 그는 1975년, 경희대 한의대 예과 1학년 때 국내에서 침과 한약의 고수라는 선우기(鮮于基, 1933~2003) 선생에게서 침술을 사사했다. 열아홉 살의 유 원장이 선우기 선생이 운영하는 수동한의원 문을 열자 일본과 유럽에서 찾아온 벽안의 의사들이 선생으로부터 지도를 받고 있었다고 한다. 유 원장은 당시 한의학의 국제화를 선도하는 선 선생의 모습에 신선한 충격을 받아 가르침을 청했다.

선우기 선생은 몸의 기의 상태, 비위의 상태를 치료의 출발점으로 삼았고, 약은 다른 데 있지 않고 우리 밥상 위 음식에 있다고 그에게 가르쳤다. 유 원장은 이듬해 인 1976년, 선 선생에게 배운 침법의 일부를 정리해 <사암도인 침법의 이경취지>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이 논문은 원광대 한의대 주최 논문 콘테스트에서 최연소 수상자로 선정돼 그해 9월 축제기간에 공식 발표됐다. 그런 그가 침구대신 해머를 들었던 데는 또 다른 계기가 있었다고 한다.

한약 달여서 주는 시스템 최초 도입한 한의사

“선친께서 생전에 무릎 통증으로 고생하시다 허망하게 돌아가셨어요. 한의사로서 아버지의 무릎 통증을 완치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무력감에 오랫동안 시달렸죠. 도대체 무릎 통증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어느 날 벼락처럼 깨달음이 왔어요. 무릎은 다리뼈의 관절이고 다리뼈는 고관절을 통해 골반과 연결돼있다는 단순한 사실에 눈길이 간 겁니다. 바로 이것이 구조의학, 골타요법의 시작이 됐어요.”

골타요법의 관점에서 보면 선친의 무릎 통증은 연골이나 염증보다는 구조(골반, 척추)의 변형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구조적 변형의 결과로 두 다리의 길이가 차이 나게 됐고, 한쪽으로 힘이 집중되면서 연골 파괴로 이어져 무릎 통증이 심해졌던 것이다. 발병의 원리가 이러하니 무릎 통증은 골반과 척추의 구조를 바르게 회복시켜주면 완쾌될 일이었다.

유 원장은 한의사로서 한약을 미리 달여서 주는 원내 탕전 시스템을 국내 한의원 중 처음 도입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1983년, 그가 서대문 근처에 유풍한의원을 개원할 당시는 한의원에서 한 첩 한 첩 약재를 종이에 포장해주면 집에 가서 한약을 달여먹는 게 관례였다.

그런데 어느 날 유 원장의 한의원으로 어떤 환자가 찾아왔다고 한다. 유 원장으로서는 고치기 힘든 난치병이어서 치료를 포기할 심산으로 고가의 비용을 불렀는데, 환자가 대뜸 고액의 약값을 지불하더란다. 유 원장은 궁리 끝에 당대의 한의학계 고수인 태무진 박해복(朴海福, 1923~99) 선생께 도움을 청했다. 당시 박 선생은 암을 비롯해 못 고치는 난치병이 없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신화적 인물이었다.

서울 이태원에 자리 잡은 박 선생의 인왕한의원을 찾아가 흔쾌히 처방전을 받아왔지만 처방 그대로 약재만 주기에는 한의사로서 뭔가 자신의 정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미쳤다. 고민 끝에 그는 환자에게 처방된 약을 직접 달여주기로 했고, 마땅한 용기를 찾다가 시중에서 파는 박카스 병을 수거해 끓인 물로 소독한 뒤 달인 한약을 병에 담아 그 환자에게 보내주었다. 이것이 당시 서울 한의원에서 한약을 달여주는 원내 탕전 시스템의 시작이었다. 그 후로 지금의 비닐 팩이 개발됐다.

유 원장의 척추교정술도 일정부분 박해복 선생의 영향을 받았다. “당시 박 선생의 한의원은 각종 난치병 환자로 넘쳐 났다. 그런데 그분이 척추교정 치료를 병행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그분이 고인이 된 뒤에 알게 됐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에 대한 공부에 더욱 매진하게 된 것이다.”

모교인 경희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유 원장은 현재 한의학 박사학위 과정을 걷고 있다. 유홍석 원장은 골타요법이 21세기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한의학계에 새롭고 강력한 치료법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의학계가 ‘구조’를 바라보는 눈를 가져야 중흥기가 올 수 있다. 골타요법이 수천 년의 지혜가 담긴 침, 뜸, 한약과 유기적으로 결합된다면 한의학에 더 강력하고 효율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유 원장의 기대에 부응하듯 지난 5년 동안 그의 골타요법을 전수받은 한의사들이 점점 늘어간다. 유 원장은 2007년 12월, 골타요법을 개념화해 기본 매뉴얼을 만들기도 했다. 2011년 1월에는 한국어와 일본어판 교재를 동시 발간해 더 적극적인 보급에 나섰다.

그는 “골타요법이 한류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열정이 식지 않는다면 그의 골타요법이 인간의 신경시스템을 다시 복원하고 재생시켜 인류가 갖은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골타 유홍석 원장의 꿈이다.




201309호 (201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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