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AUTOS |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 째째하게 굴지 말고 CSR(사회공헌 활동) 기여를 

 

수입차업계에 대해 사회공헌 활동 요구가 거세다. 수백억원 영업이익을 내도 기부 활동 등에 인색한 탓이다. 서비스센터 확충, 드라이빙센터 건설 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폴크스바겐코리아는 2011년부터 ‘폴크스바겐 주니어 마스터즈 코리아’를 개최하고 있다(왼쪽).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지난 6월26일 새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시작했다(오른쪽).



9만4263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7월 4일 발표한 올 상반기 등록 수입차 대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5% 증가한 것으로, 1987년 시장 개방 이후 역대 최고치다. 업계에서는 올해엔 국내 자동차시장 점유율 15%에 해당하는 약 20만 대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한다.

수입차 시장이 커지면서 사회공헌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수입차업계가 기부금은 물론이고 사회공헌 활동에서도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포브스코리아가 각 수입차업체의 감사보고서를 통해 조사한 결과 지난해 수입차업체들의 매출과 영업이익, 광고선전비는 지난해 동기 대비 모두 20% 이상 늘었다. 하지만 기부금은 오히려 2.4% 줄었다. 기부금 외 사회공헌 활동 등에 쓰인 금액은 제외했다.

매출 1000억원이 넘는데도 기부금 한 푼 내지 않은 수입차업체도 있다. 한불모터스(푸조, 시트로엥)와 볼보자동차코리아가 대표적이다. 한불모터스의 매출은 2012년 949억원에서 지난해 110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2.1% 증가한 74억원이다. 감사보고서를 보면 광고선전비는 2012년 대비 26%나 증가했지만 기부금은 한푼도 없다. 이 업체의 기부금은 2012년 0원, 2011년에는 고작 310만원이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도 지난해 매출 854억원, 영업이익 68억원을 올렸으나 기부금은 0원이었다. 크라이슬러코리아와 GM코리아도 지난해 기부금이 0원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수입차업체 중 가장 많은 금액을 기부한 곳은 BMW코리아다. 16억7200만원으로 영업이익 대비 6.5%, 광고선전비 대비 3.8%를 기부금으로 썼다. 최근엔 공식 딜러 8개사와 함께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를 위해 성금 10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쾌척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4억5000만원),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2억2700만원), 한국도요타자동차(2억1100만원),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2억100만원)가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매출액 1조3605억원)와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2조1532억원)는 매출액 대비 기부금 액수가 상당히 낮다. “한국에서 조 단위 이상의 매출을 올리면서 기부금은 쥐꼬리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012년 300만원을 내놓아 비난을 받았던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지난해엔 2억2700만원을 기부했다. 영업이익이 적자가 나도 꾸준히 기부하는 기업도 있다. 2000년 1000만원으로 기부를 시작한 한국도요타는 2010년 4억8700만원까지 내놓았고, 실적 저조로 힘겨웠던 지난해에도 2억1100만원을 기부했다.

기부금 한 푼 안 낸 업체도

사회공헌 활동에서도 BMW코리아와 한국도요타가 눈에 띌 뿐 나머지 업체들은 기대 이하다. 2011년 7월 출범한 BMW코리아 미래재단은 국내 수입차업계 최초의 사회공헌 재단이며 BMW 해외지사 중 유일하다. 핵심 사업은 ‘인재양성’이다. 실험실로 개조한 11.5t 하늘색 대형트럭 ‘주니어 캠퍼스’는 산간벽지 학교를 찾아다니며 3~6학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과학 창의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난해 전국 110개 초등학교와 아동복지시설에서 7900명의 아이들을 만났다.

지난해 11월 시작한 ‘영 엔지니어 드림 프로젝트’도 좋은 반응이다. BMW코리아의 협력사 직원들이 공업고등학교와 마이스터학교 자동차학과에 다니는 청소년들에게 지식을 전수하거나 진로 상담을 진행한다. 굿네이버스와 함께 3년째 진행하는 ‘희망나눔학교 겨울방학교실’, 대학생 창업경진대회 ‘From Idea to Start-Up’ 등도 인재양성을 목표로 한 사회공헌 캠페인이다.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는 연초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잘 이행하고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2006년 사회공헌추진부를 발족한 한국도요타는 환경, 교통안전, 인재육성의 3개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장학금 200만원을 지원하는 ‘도요타 꿈 더하기 장학금’, 국립암센터의 암 연구 활동을 위한 ‘도요타 암연구기금’,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 ‘도요타 환경학교’, 환우를 찾아 위로하는 ‘도요타 병원 자선 콘서트’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나머지 업체의 사회공헌 활동은 생색내기 수준이다. 지난해 가장 큰 영업이익을 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도 그중 하나다. 연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수입차 판매 2위 업체답지 않은 소극적인 활동은 늘 비판의 대상이었다. 한국에서 돈만 벌어가냐는 ‘먹튀 논란’까지 불거질 정도였다.

이를 의식한 듯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6월 26일 신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어린이 교통안전교육과 대학생 산학협동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각 계열사 별로 차량 판매대수 또는 금융상품 이용대수 1대당 일정 금액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준공된 BMW코리아의 영종도 드라이빙센터
고용창출·인프라 조성 투자 필요

아우디코리아와 폴크스바겐코리아의 사회공헌 활동도 아직은 미진하다. 아우디코리아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이 시행하는 ‘탄소중립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또 산학협동 프로그램 ‘아우디 어프렌티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 58명을 채용했다.

국내 모터스포츠 활성화 지원, 대한스키협회 후원에도 참여한다. 2005년 한국시장에 법인을 설립한 폴크스바겐코리아는 자동차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3개월 동안 폴크스바겐 기술아카데미에서 산학 협동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또 차세대 축구 꿈나무를 위해 2011년부터 ‘폴크스바겐 주니어 마스터즈 코리아’를 개최하고 있다.

국내 고용 창출을 위한 시설 투자도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수입차업계는 국내 완성차업계와 비교하면 일자리 창출에 소극적이다. 지난해 445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르노삼성자동차의 직원 수는 4400여 명이다. 하지만 영업이익 1090억원을 올린 BMW코리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아우디코리아·폴크스바겐코리아 4개 브랜드의 본사 직원을 모두 합해도 400여 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정치권에서 “급성장하는 수입차업체가 국내 시장에서 얻는 것에 비해 경제 기여도가 낮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수입차업계 특성상 고용창출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어렵다. 다른 현실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최영우 한국고용노동연구원 교수는 “수입차는 제조(생산공장)가 없고 판매·영업 위주여서 고용 유발 효과가 미미하다”며 “위탁에 의존하는 서비스센터 직영 전환이나 고객 서비스 관련 시설 등을 만들어 고용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수입차업체도 이런 방향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BMW코리아가 지난 7월 14일 인천 영종도에 오픈한 ‘BMW 드라이빙센터’는 큰 의미를 갖는다. BMW 드라이빙센터 오픈은 독일·미국에 이은 것으로 아시아지역에선 최초다. 축구장 33개 크기인 24만㎡ 면적에 드라이빙 트랙과 자동차 문화 전시공간, 체험공간, 체육공원 등이 들어선 복합 문화 공간이다. 특히 브랜드 체험센터 2층에는 어린이를 위한 과학 창의교육프로그램 ‘주니어 캠퍼스’와 체험형 안전운전 교육프로그램 ‘키즈 드라이빙 스쿨’이 마련됐다. BMW코리아 측은 일반 방문객과 교육 참가자를 포함해 연간 약 20만 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

드라이빙센터는 완공까지 14개월이 걸렸다. 시설 보완 등 2020년까지 약 770억원이 투자된다. BMW코리아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사과정에 인천지역 건설업체와 주민을 적극 참여시켰다.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는 준공식에서 “드라이빙센터는 BMW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오랫동안 이 시설을 꿈꿔왔다”며 “고객 중심으로 문화 생성의 틀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BMW코리아의 영종도 드라이빙센터 개관에 타 업체들도 긴장하는 눈치다. 한국도요타는 서울에 렉서스 브랜드 체험관을 개장하게 되면 이를 운영할 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도 연구개발(R&D)센터와 부품물류센터를 신설하고 기술 인력을 가르치는 트레이닝센터를 건립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도 경기도 화성에 부품센터를 짓는 중이다.




201408호 (2014.07.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