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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NESS & LEADERSHIP - ‘불광불급(不狂不及)’한 괴짜 CEO들 

 

광기와 천재성은 서로 통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실제 역사에 남을 유명한 리더들 중 몇몇은 광기적 성향을 보였다. 물론 미친 사람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상에 오른 일부 리더들의 성공전략에서 사이코패스, 광기적 성향을 찾을 수 있었다.



지난 3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영국에서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성향이 가장 강한 직업 군 10개 가운데 기업 CEO가 1위를 했다고 보도했다. 타임은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사회심리학을 가르치는 캐빈 더튼 박사의 연구를 인용했다. 더튼 박사는 저서 『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에서 “사이코패스의 성향으로 꼽히는 냉혹함, 고도의 집중력, 정신적 강인함, 겁 없음, 용의주도함, 실천력 등이 현대인의 삶에 매우 도움이 될 요소들”이라고 적었다.

문요한 더나은삶정신과 원장은 “사이코패스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감 능력이 결여됐다는 것”이라며 “남성형 뇌가 극단적으로 발달했고 목표지향적 성향이 뚜렷해 성과를 내고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군중 앞에서 연설하는 윈스턴 처칠.
한 시대의 유명한 지도자들 역시 약간의 정신질환을 앓았다. 미국 보스턴의 터프츠 의과대학 교수인 나시르 가에미는 저서 『광기의 리더십』에서 8명의 정치가, 군 지도자, 기업가의 성향을 분석해 리더십과 정신 질환의 관계를 보여줬다. 그 가운데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명 연설자이자 영국 최고의 정치인으로 추앙 받았다. 하지만 처칠은 조울증을 앓고 있었다. 조울증은 극단적인 기쁨과 우울함을 오가는 양극성 기분 장애다. 그가 내무장관 시절 주치의에게 감정을 털어놨다. “기차가 지나갈 때 승강장 가장 자리엔 서 있고 싶지 않소. 배의 가장자리에 서서 물을 내려다보는 것도 싫었소.”

30대 중반의 처칠은 자살을 생각하고 있었다. 처칠은 우울하지 않을 때는 가벼운 조울증 증상을 보였다. 그는 밤 늦게까지 자지 않고 엄청나게 많은 일을 처리했다. 처칠은 일생에 72권의 책을 썼다. 정신의 학자 앤서니 스토는 처칠이 절망과 우울을 겪어봤기 때문에 1940년 여름, 영국이 독일군의 공격을 받았을 때 국민들을 설득해 재결집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에미 교수는 미국의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 역시 우울증을 겪었다고 썼다. 그는 링컨의 우울증이 현실주의와 공감 능력을 향상시켜 위기의 시대에 최고 지도자가 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나 존 F. 케네디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도를 넘은 다변가에 산만하고 필요 이상으로 정력적이었다고 한다.

기업가의 경우는 어떨까? CNN 설립자 테드 터너는 대출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1년 정도의 운영자금만 손에 들고 회사를 세웠다. 이후 터너는 한창 치고 올라오는 경쟁사인 ABC를 이기기 위해 충동적으로 CNN2를 설립했고 결국 ‘적’을 물리쳤다. 가에미 교수는 터너처럼 위기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변화를 추구하는 이들을 위기형 지도자라고 칭했다. 이들은 평소보다 오히려 경제위기가 왔을 때, 이익이 크게 감소했을 때, 회사 상품이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할 때 빛을 발한다고 했다.

‘천재’와 ‘광기’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한다. 광기란 감정 기복이 심한 상태를 말한다.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작가 버지니아 울프와 애드거 앨런 포 등 천재 예술가로 기억되는 이들 역시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스웨덴의 한 연구에 따르면 지능지수가 평균보다 높은 사람이 보통 사람보다 조울증을 앓게 될 확률이 4배 높다.

‘미치다’의 사전적 의미는 ‘상식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다’이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괴짜라고도 부른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주변에 휘둘리지 않는 확고한 자기 경영철학이 있고 자신의 느낌과 경험에 의존해 스스로 터득한 경영방식만 고수한다. 또 사회적 통념과 모범답안을 따르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들은 열정적이다. 위에서 말한 약간의 조울증이 이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자신만의 취미생활이 있다. 정해진 취미활동이 아니더라도 몰두하는 어떤 것이 존재한다. 그것이 대중문화, 예술, 스포츠, 문학이 될 수도 있고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특이한 생활 방식이 될 수도 있다.

대표적인 괴짜 CEO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꼽힌다. 잡스는 천재와 괴짜를 오가며 살았다. 잡스는 전화번호부의 맨 앞에 나온다는 이유로 회사 이름을 ‘애플’이라고 정했다. 그는 차고에서 애플1을 만들어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전화로 투자를 요청했다. 1971년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은 자신들이 개발한 공짜 장거리 전화 ‘블루박스’를 이용해 로마교황청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헨리 키신저 미 국무장관이라고 말하며 교황을 바꿔달라고 장난치기도 했다.


또 그는 암에 걸리고 나서도 마른 몸으로 신제품 발표회에 나와 열정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잡스는 괴짜들의 특징인 자아도취 성향을 보였다. 그는 탁월한 카리스마로 회사에 이윤을 안기고 구성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했지만 타인을 자신의 목표를 이룰 도구로 여겨 동료들과 종종 마찰을 빚기도 했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역시 괴짜 경영자로 불린다. 브랜슨 회장은 영국에서 4번째로 돈이 많은 갑부다. 그는 런던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가는 대신 사업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사업에서 번돈을 모두 다음 사업에 투자하는 과감함을 보였다.

사업 초기 음반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돌연 버진레코드를 팔고 버진항공에 투자했다. 모두 말렸지만 브랜슨 회장은 절반의 항공료와 안마까지 즐길 수 있는 특급 서비스로 항공사업을 성공시켰다. 철도, 모바일 사업에 이어 그는 우주관광을 사업화하겠다고 나섰다. 역시 주변의 회의적인 시각을 무릅쓰고 세운 버진 갤럭틱은 지난해 우주선 시험비행을 마치고 25만 달러(약 2억5280만원) 티켓을 판매하고 있다.

브랜슨 회장은 ‘기행(紀行)’으로도 유명하다. 대서양 요트 횡단, 열기구 횡단은 차라리 평범한 편이다. 지난해 5월 에어아시아 항공기에 여성 승무원 복장을 하고 올라 승객들에게 서비스를 했다. 놀라운 점은 이 행동이 단순히 퀸즈 파크 레인저스 구단주인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 회장과의 내기에서 진 데 대한 벌칙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미국 뉴욕에서 일본 도쿄까지 1시간 만에 갈 수 있는 극초음속 항공기를 개발하겠다고 밝혀 또 다시 화제가 됐다.

우주사업으로 브랜슨 회장과 나란히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가 앨런 머스크 테슬라 회장이다. 그는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 알려졌다. 그는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를 설립해 우주사업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계약해 화물을 운송한다.

지난 5월에는 유인 우주선 ‘드래곤V2’를 공개했다. 그는 최근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특허를 자동차 업계에 무료 공개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뉴욕 주에 세계 최대 태양광패널 공장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보통 사람이 생각할 수 없는 비상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내놨다.

일본의 미라이 공업 창업자 야마다 아키오는 경영 방식에서 괴짜스런 면모를 보여준다. 아키오 회장은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하고 있는 인사·채용·복지·성과 시스템을 따르지 않는다.

그는 ‘아무나’ 뽑아 신이 나서 열심히 일하게 만들면 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실제 그렇게 한다. 선풍기 바람으로 직원들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날려 멀리 날아간 종이의 직원에게 높은 직급을 주거나, 연필을 넘어뜨려 연필심이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공장장을 정하는 식이다.

직원의 연간 휴일은 140일, 정년은 70세다. 육아휴직은 3년을 보장한다. 그럼에도 이 회사는 창업 50년 동안 흑자를 유지했다. 비법을 물으면 야마다 회장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하기 싫은 일은 억지로 하지 말라”고 말한다.

문요한 원장은 “사이코패스나 광기적 성향이 있으면서 탁월한 리더십을 보인 사람들은 타고난 재능이 매우 뛰어나고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해도 일상을 이어갈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며 “그렇다고 그런 성향을 가진 모든 사람이 리더로 성공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부정적인 면이 극단적으로 드러나면 강력한 리더십이 비극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아돌프 히틀러다. 문 원장은 “사이코패스나 광기적 성향을 타고나기보다 사회적 분위기나 주변 상황 때문에 후천적으로 발현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성향이 파멸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면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자신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이코패스나 광기적 성향을 가진 천재들은 창조적이고 집중력, 행동력이 뛰어나지만 상대적으로 공감, 소통 능력이 덜 발달했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경쟁이 치열한 성장사회에서 내면에 몰입하는 리더십이 발달했지만 공감하고 어우러지는 리더십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408호 (201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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