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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2000 | 수직계열화가 성장 동력 

 

현대자동차 87위 -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8개 계열사가 ‘글로벌 2000대 기업’에 포함됐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성장이 계열사의 동반 성장을 이끌어낸 것이다. 위축된 내수시장은 풀어야할 숙제다.

▎지난 3월 4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이 슬로바키아 질리나의 기아차 공장을 방문해 차량의 품질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 기업들 가운데 2014년 포브스가 선정한 ‘글로벌 2000대 기업’에 현대자동차그룹이 이름을 가장 많이 올렸다. 2004년에는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현대건설 등 3개 사가 순위에 올랐지만, 2014년에는 기아자동차·현대제철·현대글로비스·현대하이스코·현대위아 등 5개 사가 추가돼 8개 사가 순위에 포함됐다. 현대·기아차의 약진이 계열사의 동반 성장을 이끌어 낸 것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수직계열화’ 덕분이다. 지난해 현대자동차는 87조3076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글로벌 2000대 기업 가운데 87위를 했다.

수직계열화는 대기업이 계열사 등을 통해 부품에서 완제품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생산 체계를 세우는 것을 말한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자동차 부품부터 제작 그리고 수송까지 모든 과정이 그룹 내부에서 이뤄진다.


자동차 강판을 만드는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자동차 부품과 모듈을 생산하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자동차 제조를 하는 현대·기아자동차, 자동차 수송 업체인 현대글로비스, 자동차 제조공장 건설에 참여하는 현대건설 등 글로벌 2000대 기업 순위에 오른 8개 사는 모두 자동차와 관련됐다.

‘쇳물에서 완성차까지’ 꿈 이룬 정몽구 회장

지난해 현대제철은 3고로를 완성했고, 현대하이스코의 냉연사업 부문을 합병해 열연과 냉연 강판 공정을 일원화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계획했던 ‘쇳물에서 완성차까지’의 수직계열화 원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수직계열화 체제를 갖춘 곳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유일하다.

수직계열화의 최대 장점은 비용 절감과 부품 수급의 용이성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가격 경쟁력이 생기고 자동차 부품을 제때 공급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생산시설을 갖춘 완성차 업계에서는 자동차 강판을 제작하는 포스코를 ‘슈퍼 갑’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를 통해 강판 수급을 원활하게 하고 있다. 업계의 부러움을 사는 이유다.

현대차그룹이 수직계열화를 통해 비용 절감을 했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글로벌 10대 자동차업계의 2013년 9월 말 누적 실적을 분석한 결과 현대·기아차는 매출액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77.9%로 혼다(74.7%), 도요타(77.8%)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2013년 9월 말 현대·기아차의 누적 매출액은 101조2000억원으로 그중 매출 원가는 78조8800억원을 차지했다.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중이 낮을수록 원가 경쟁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수직계열화는 현대자동차그룹에 ‘양날의 칼’이다. 현대·기아차가 잘 나갈 때는 계열사도 수혜를 받지만, 세계 시장에서 차를 팔지 못할 때는 계열사도 큰 타격을 받는다. 수직계열화 방식이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판을 받는다는 것도 현대차그룹의 고민이다. 수직계열화의 단점을 상쇄할 수 있는 방법은 사업 다각화다. 현대차 관계자는 “계열사들이 현대·기아차 의존도를 줄이고,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며 “각 계열사들이 사업다각화를 하면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판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물류 운송업체인 현대글로비스는 현대·기아차 완성차와 현대제철의 제품 운송을 담당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이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운사업을 확대해 자동차 운송 비중을 낮추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2020년 현대글로비스 해상운송 사업비전’을 통해 2020년까지 해운사업 매출을 8조원 대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자동차부품과 모듈 생산으로 267위를 차지한 현대모비스도 2020년 세계 5위 부품업체 진입을 목표로 글로벌 시장확대를 꾀하고있다. 미래 자동차 부품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자동차 전장 기술력을 확보하고 현대·기아차의 의존도를 낮추려는 것이다. 다른 계열사도 사업다각화를 통해 현대·기아차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세계 경제 위기 딛고 글로벌 완성차로 성장

현대·기아차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업체 GM과 크라이슬러가 파산 보호를 신청하고, 유럽 자동차 시장도 얼어붙었던 때다. 일본의 도요타도 대규모 리콜 사태로 휘청거렸다.

현대자동차그룹에 위기는 기회였다. 미국과 유럽 소비자는 비싼 대형차 대신 현대·기아차의 중소형차를 찾기 시작했던 것. 1990년대 후반부터 ‘품질경영체제’를 도입해 글로벌 시장에 대비했던 것이 주효했다. ‘현대자동차의 단계별 경쟁력 향상과 국제화 전략’(남명현, 2012년)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말 이후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 공격적 마케팅 전략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여갔다. 도요타 등 주요 선진국 경쟁사의 집중 견제를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2000년 발표될 당시 현실성 없다는 평가를 받았던 ‘2010년까지 세계 초일류 자동차 메이커로 도약한다’는 ‘비전 2010’이 실제로 이뤄진 것이다. 2000년 글로벌 시장에서 243만 대로 점유율 4%(10위)에 그쳤던 현대차는 2010년 574만 대를 팔아 점유율 8.1%로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 5위에 올랐다.

2012년에는 712만 대를 팔았다. 글로벌 현대·기아차의 꿈이 현실이 된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며 “소비자에게 품질을 인정받기 시작했고, 이제는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황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내수 시장에서 낮아지는 점유율을 끌어 올리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설 수 있는 것은 탄탄한 내수 시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때 현대·기아차는 70~80% 점유율을 보였지만, 수입차의 강력한 공세로 점유율이 60% 대로 떨어졌다. ‘현대·기아차의 독과점 시장’이라는 비판을 받던 내수 시장의 분위기가 냉랭해지고 있는 것. 연비과장 논란, 고장력 강판논란 등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내수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해외 진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K9이 한국에서 외면받아 수출이 몇 년 미뤄진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내수 시장을 잡는 것이 현대·기아차의 숙제다.

201407호 (2014.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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