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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2000 | ICT(정보통신기술) 생태계 두고 애플과 전면전 

 

삼성전자 22위 - 삼성전자는 이제 과거의 소니나 노키아처럼 다른 기업들이 넘어야 할 산이 됐다. 스마트폰 의존도를 낮추고 신성장동력을 찾는 ‘퍼스트 무버’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4’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삼성의 스마트 손목시계 ‘갤럭시 기어’를 살펴보고 있다.



55위, 33위, 26위, 20위, 22위. 최근 5년 ‘글로벌 2000대 기업’에서 삼성전자의 순위다. 2004년 45위에 오른 이후 줄곧 40~60위권에 맴돌던 삼성전자는 2011년 33위로 껑충 오르며 선두권에 진입했다. 이후 3년 연속 2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28조6900억원의 매출과 36조79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갤럭시S’로 대표되는 스마트폰과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가 앞에서 끌고 TV를 포함한 가전이 뒤를 받쳤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4%, 영업이익은 27% 늘었다. 연 매출 200조원대 회사가 연 14% 성장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세계 소비재 기업 중 매출 규모에서도 1위를 지키고 있다. 세계적 컨설팅업체 딜로이트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회계자료 기준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181조9000억원으로 애플(매출액 159조8000억원), 네슬레(100조원), 파나소닉(89조8000억원)을 제치고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코리아는 몰라도 삼성전자는 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반도체, TV·가전, 디스플레이 등 4개의 사업군으로 형성돼 있다. 효자는 연간 영업이익의 70%를 차지하는 휴대폰 사업이다. 1990년대 중반만 해도 휴대폰 시장을 석권했던 모토로라, 노키아가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주춤거리는 사이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를 채택한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를 성공시키면서 정상에 올랐다. 2012년엔 2억1300만 대, 지난해는 3억2900만 대의 스마트폰을 팔았다. 올해는 4억 대를 예상한다. 스마트폰 점유율 또한 2009년 3.7%에서 지난해 32.3%으로 상승했다.

반도체 분야는 기존 주력사업인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시스템반도체까지 상승세를 타며 전 세계 반도체시장 점유율 1위를 넘본다. 6월 8일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는 시장 점유율을 11.5%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점유율 10.6%보다 1%포인트 가까이 올려 1위 인텔(14.3%)과의 격차를 2.8%포인트까지 좁혔다.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3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확고한 1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는데다, 시스템반도체도 올해 들어 반등에 성공하며 점유율을 5.3%까지 끌어올린 덕분이다.

가전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는 난공불락인 것처럼 보이던 소니 왕국을 무너뜨리고 8년 연속 세계 TV시장에서 선두를 달린다. 몇해 전만 해도 저가 상품의 물량 공세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초고화질(UHD)TV와 커브드 TV 등 시장의 기술 흐름을 주도한다.


삼성전자가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디지털 세상의 트렌드를 빠르게 읽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특히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한 끊임없는 혁신과 연구·투자는 경쟁력의 원천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연구개발(R&D) 비용은 2010년 9조3800억원에서 지난해 14조7800억원으로 58% 늘었다. R&D 인력도 같은 기간 5만 명에서 6만9300명까지 증가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올 신년사에서 “불황기일수록 기회는 많다. 남보다 높은 곳에서 더 멀리 보고 새로운 기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자”면서 R&D와 투자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혁신·연구·투자 ‘일류 삼성’ 만들다

삼성전자는 2009년 12월 창립 40주년을 맞아 ‘비전 2020’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매출 4000억 달러(약 415조원)가 넘는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근 스마트 기기 시장 주도,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 인수합병(M&A), 기업간 거래(B2B) 확대, 의료기기 사업 확대, R&D 강화 등에 적극적이다.

문제는 라이벌 애플과의 경쟁이다. 현재 애플의 기세는 하늘을 찌른다. 글로벌 2000대 기업 순위 선정 초기만 해도 500위권 밖에 머물던 애플은 2006년 283위에 오르더니 2008년 178위, 2010년 76위로 2년마다 100계단씩 뛰어올랐다. 급기야 2012년엔 삼성전자를 제치고 22위까지 올랐고,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15위를 차지했다.

두 회사는 스마트폰이 본격 도입된 2008년 이후 끝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초기엔 애플의 독주였지만 삼성전자는 어느새 전세를 뒤집었고 하드웨어에서 확실한 승리를 거뒀다. 이 과정에서 소송전도 치렀다. 뉴욕타임스 출신의 저널리스트 커트 아이켄월드는 지난 6월 한 잡지의 기고문에서 “애플이 전투는 이길지 몰라도 전쟁은 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소송 과정이 지연되면서 삼성은 점점 더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애플처럼 생긴 더 싼’ 테크놀로지뿐 아니라 삼성 자체의 혁신적인 기능들과 제품들도 만들어 내고 있다”고 했다. 애플에서 일했던 몇몇 인사도 ‘이제 삼성은 더 이상 모방자가 아니라 기술적으로 강력한 경쟁자’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두 회사의 공통된 고민은 스마트폰 다음의 먹을거리다. 현재 웨어러블, 스마트홈, 콘텐트, 사물인터넷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의 ‘건강 이슈’가 불거진 삼성전자의 고민이 깊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이슈도 전면에 부각됐다. 재계에서는 일단 계열분리보다 현재와 같은 ‘하나의 삼성’으로 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집단 지도 체제’ 형태다. 그는 결국 냉혹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해외 경제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BNP파리바의 애널리스트 피터 유는 지난 5월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아버지(이건희 회장)를 존경하는 이유는 그가 삼성을 오늘날의 삼성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들(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지지가 자동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쿼드투자자문 서울지점의 펀드매니저 마르첼로 안은 같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애플과 다르게, 삼성은 지난 20년 동안 매우 체계적인 방법으로 전문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플랫폼을 건설해왔다. 이것이 내가 (삼성의) 리더십 승계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는 이유”라고 밝혔다.

201407호 (2014.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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