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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2000 | 삼성화재 11년 연속 진입 

 

업종별로는 금융회사가 선전했다. ‘글로벌 2000대 기업’에 뽑힌 14개 금융회사 중 지주회사 7곳, 보험회사 6곳이다. 나머지 한 곳은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이다.

▎좋은 성과를 올린 보험업계 수장들.(왼쪽부터)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김정남 동부화재 사장.



2014년 ‘글로벌 2000대 기업’에 뽑힌 한국기업 61개 중 14곳이 금융회사다. 업종별로는 가장 많았다. 글로벌 표준산업분류(GICS)에 따르면 금융 업종은 은행, 복합금융(Diversified financials), 부동산, 보험이다. 복합금융엔 증권회사, 지주회사 등이 포함된다. 2004년부터 국내 금융회사는 꾸준히 10곳 이상을 리스트에 올렸다. 2009년엔 16곳이나 선정됐다.

올해 금융업종 1위는 지난해에 이어 신한금융그룹(이하 신한금융)이다. 전체 순위는 249위로, 국내 기업 중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포스코 다음이다. 지난해 매출은 28조5737억원, 순이익은 1조9028억원이다. 지난해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26%로 전년 대비 0.08%포인트 줄었다. 특히 국내 금융그룹 중 은행의존도가 가장 낮다. 지난해 전체 당기순이익 가운데 은행 비중은 62%다.

2004년 이후 11년 동안 명단에 오른 국내 금융회사를 살펴봤다. 크게 두 가지 변화가 눈에 띈다. 보험사 약진과 금융사의 지주사 전환이다. 흥미롭게도 2004년에는 보험회사 중 삼성화재가 유일하게 선정됐다. 11년이 지난 후엔 6곳이 글로벌 2000대 기업에 들었다. 삼성화재(596위)는 물론이고, 삼성생명(356위), 한화생명(842위), 동부화재(1138위), 현대해상화재보험(1404위), LIG손해보험(1562위)이 포함됐다.

보험업종 1위는 삼성생명이다. 2010년 상장하면서 글로벌 2000대 기업에 뽑혔다. 2011년 296위, 2012년 236위로 상승하다 지난해 이후 300위 밖으로 밀려났다. 10년 전 금리가 높은 저축성 상품을 많이 판 게 문제였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역마진이 발생한 것.

올해 삼성생명은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에 나섰다. 반면 삼성화재는 꾸준히 성과가 좋다. 11년 동안 빠짐없이 리스트에 올랐다. 2004년 전체 920위에서 현재 324계단 오른 596위다. 금융 전문가들은 요즘 보험업계 이슈인 지급여력비율(RBC)이 높아 시장점유율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RBC란 보험회사가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할 경우에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책임준비금 외에 추가로 순자산을 보유하는 제도다.

삼성그룹 양대 보험사의 향후 움직임에도 주목해야 한다. 삼성그룹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변환에 나섰기 때문이다. 신호탄은 삼성에버랜드의 상장결정이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삼성이 지주회사 체제로 바뀔 경우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중간금융지주회사가 설립될 수 있다. 현행법상 비금융 지주회사는 금융회사를 소유할 수 없어서다.

지주사 전환한 메리츠 첫 신고

지난해와 비교해 순위가 많이 오른 기업은 동부화재와 LIG손해보험이다. 동부화재는 설계사를 거치지 않고 인터넷이나 전화로 가입하는 다이렉트 보험 부문에서 성과가 좋다. 지난해 다이렉트 보험으로만 약 6000억원 매출을 올렸다. 전체 순위는 2013년보다 236계단 뛴 1138위다.

LIG손해보험은 1725위에서 1562위로 상승했다. 앞으로 KB금융그룹 품에 안길 가능성이 크다. 지난 6월 11일 KB금융그룹이 LIG손해보험 인수를 위한 배타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KB금융그룹에는 기회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KB국민은행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11년간의 변화 중 금융사의 지주사 전환도 빼놓을 수 없다. 14개 금융회사 중 7곳이 지주회사다. 대표적인 곳이 4대 금융사인 신한금융그룹, KB금융그룹(370위), 하나금융그룹(457위), 우리금융그룹(821위)이다. 국내에 금융지주사가 도입된 때는 2001년이다.

우리금융이 국내 최초로 금융지주사로 변신했다. 같은 해 9월 신한금융그룹이 출범했고, 2005년 12월엔 하나은행과 대한투자증권 등을 주력 자회사로 하는 하나금융그룹이 생겼다. 마지막으로 2008년 9월 국민은행을 주력 계열사로 둔 KB금융그룹이 설립됐다.

지방은행도 지주사 체제에 합류했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이 2011년 3월 나란히 지주사로 전환했다. 회사 명칭은 각각 BS금융그룹(1638위)과 DGB금융그룹(1835위)이다. 대구은행은 지주사 설립 이후 2012년부터 글로벌 2000대 기업 명단에 올랐다. 오히려 2004년부터 꾸준히 순위에 올랐던 부산은행은 2012년 명단에서 빠졌다. 지난해 다시 BS금융그룹으로 등장했다. 현재 명단에 오르지 못한 은행들도 일제히 지주사체제로 바뀌었다. 유일하게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677위)과 산업은행이 은행으로 남아 있다.

IBK기업은행은 2004년 이후 줄곧 순위에 올랐다. 2005년을 제외하곤 700위 안에 들었다. 최근 실적도 좋다. 올해 1분기 3269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동기 대비 27% 올랐다. 지난해 말 취임한 권선주 행장의 리더십이 주목 받고 있다. 그는 국내 첫 여성은행장으로 조준희 전 행장에 이어 두 번째 내부 출신 은행장이다. 그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직원과 소통하며 은행 내실을 다지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 당국은 그동안 지주사 체제를 권장했다. 지배와 소유가 구분되고 사업 다각화로 글로벌 금융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기대와 달리 금융지주사가 자회사인 은행에 의존하면서 증권·보험 등 비은행 부문이 성장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비용 절감과 경영 효율을 위해 지주사 체제를 포기하는 금융사가 생기고 있다. 한국씨티금융그룹은 지주사와 은행을 9월께 합병한다. 앞으로 한국씨티은행과 그 자회사인 한국씨티캐피탈 2개사 체제로 개편된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금융그룹 역시 지주사 체제를 포기하기로 했다. 향후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 매각 후 지주사와 SC은행을 합병한다는 방침이다.

비은행 지주사인 메리츠금융그룹은 올해 처음으로 명단에 올랐다. 전체 순위는 1843위다. 2011년 3월 메리츠화재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당기순 이익은 전년 대비 179억 늘어난 155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월엔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이 사임 후 9개월 만에 사내이사로 복귀했다. 대신 지난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성과급 등 보수를 전액 포기했다. 그는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의 4남으로 2011년 메리츠금융그룹 설립 이후 회장을 맡았다.

201407호 (2014.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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