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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DAI SECURITIES CEO YOON, KYUNG-EUN 

토종 상품으로 금융한류 이끈다 

글 정혜선 포브스코리아 기자 사진 전민규 기자
‘ 팬 아시아 마켓리더’로의 재도약을 꿈꾸는 현대증권이 최근 증권업계 최초로 독자브랜드의 체크카드를 선보였다. 윤경은 대표는 연내 교통카드 기능을 탑재해 회사 수익과 연결 짓는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원이 최고경영자(CEO)가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0.036%다. 2817명 당 한 명인 셈이다. 기업 경영평가업체인 CEO스코어가 지난해 8월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30대 그룹계열사 중 195개사, 322명의 임원 이력사항을 조사한 결과다. 여기에 고위직 임원의 출신학교나 지역까지 넣으면 0.018%로 더 낮아진다.

증권가에 0.036%의 가능성을 실현시킨 사람이 있다. 바로 윤경은(52) 현대증권 대표다. 그는 1987년 제랄드 한국지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24년 후인 2011년 솔로몬투자증권 CEO에 오른다. 현대증권은 윤 대표가 전문경영인으로서 두 번째로 맡은 기업이다.

지난 4월 7일 서울 여의도 현대증권 본사에서 만난 윤 대표가 말한 자신의 성공 비결은 ‘창의적 아이디어’다. 2006년 굿모닝신한증권(현 신한금융투자)에서 국제영업본부장으로 있을 때 윤 대표만 유일하게 유학파가 아니었다. 영어실력은 비록 뒤처졌지만 아이디어에 자신 있었던 그는 1등을 한번도 놓친적이 없다. 윤 대표의 남다른 아이디어는 CEO가 된 후에도 빛을 발한다.

재도약을 위한 세 가지 전략

현대증권이 지난해 6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선포한 ‘팬 아시아(Pan-Asia) 마켓리더’ 전략은 윤 대표의 아이디어다. “제가 처음 팬아시아 전략을 얘기했을 때 많은 사람이 금융 중심지인 영국의 런던이나 미국의 뉴욕을 두고 왜 아시아냐고 했어요. 저의 생각은 다릅니다. 서구의 금융기술을 배운 우리가 그곳에 가서 영업한다고 고객이 얼마나 찾아오겠습니까.”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현대증권은 1992년 런던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지난해까지 운영했다. 하지만 성과는 좋지 않았다. 2012년 7억원 적자를 냈고 2013년에는 2배 넘게 늘어난 1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팬 아시아 마켓리더 전략은 ‘케이파이(K-FI)’와 수익다각화,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 크게 세 가지다. 올해 초 윤 대표가 신년사를 통해 말한 교토삼굴(狡兎三窟)과도 연결된다. 교토삼굴은 꾀 많은 토끼가 굴을 세 개나 갖고 있어 죽음을 면했다는 뜻이다. 현대증권도 증권업황의 침체를 타개하고 재도약하려면 세 개의 동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해 7월 싱가포르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케이파이를 이루기 위한 첫걸음이다. 케이파이는 ‘Korea Financial Innovation’의 약자로 한국 금융의 혁신을 뜻한다. 다시 말해 한국 토종 금융상품으로 금융한류를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틈새시장 찾아나간다

윤 대표는 그 가능성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지난해 7월 싱가포르 현지법인 설립 기념식에 근래 열린 행사 중 가장 많은 투자자가 참여했습니다. 케이팝이 한류문화를 만든 것처럼 우리도 아시아에서 금융한류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 현지법인은 헤지펀드자산운용사와 트레이딩 전문법인으로 분리돼 설립됐다. 헤지펀드자산운용사는 기존에 만들어진 모델이 아니라 현대증권이 자체 개발한 토종 모델로 싱가포르시장에 진출했다.

국내에서도 케이파이를 활용해 상품을 선보였다. ‘K-FI Global 시리즈’ 상품은 지난해 9월 처음 출시돼 올해 2월까지 총 4개의 상품을 선보였다. ‘K-FI Global 시리즈’ 1호는 300억원 모집에 640억원의 청약자금이, 지난 2월 18일부터 20일까지 모집한 4호에는 300억원 모집에 1586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윤 대표는 두 번째 전략인 수익다각화를 위해 지난 2월 현대증권 독자브랜드 ‘에이블카드(able card)’를 출시했다. 지난해 7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으로 증권사의 카드 사업이 허용되자 현대증권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준비 작업에만 7개월이 걸렸다.

현대증권은 체크카드를 내놓으면서 부가서비스에 승부수를 던졌다. 다른 카드사들이 부가 혜택을 줄이는 상황에서 현대증권은 고객 확보를 위해 파격적인 서비스를 선보였다. 50만원 이상 급여이체나 자동결제 5건 이상을 신청한 고객에게 500만원 한도 내에서 CMA 우대금리를 연 4.1% 제공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 전략의 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체크카드가 출시된 지 5일 만에 1만좌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두 달 후인 4월 4일에는 10만좌를 돌파했다.

그러나 이 엄청난 부가혜택을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비용지출이 늘어 수익을 얻지 못할 수 있어서다. 손민규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증권사의 독자 카드사업 진출이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실질적인 수익개선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이미 카드를 출시할 때부터 시장에서 우려하는 부분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카드 사업이 안정화되려면 고객확보가 무엇보다 절실했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제 앞으로가 중요하다. 윤 대표는 “다양한 부가혜택을 회사 수익과 연결 지을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그 첫 번째 작업으로 교통카드 기능을 들었다.

체크카드에 교통카드 기능을 탑재하면 기본적으로 카드 당 월 30만원 한도의 신용거래 기능이 부여된다. 현재는 금융당국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윤 대표는 늦어도 올해 안에는 기능을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 이후에는 계층별로 차별화된 카드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틈새시장을 찾을 계획이다. 마지막 전략인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존 국제영업부를 확대 개편하고 글로벌 사업부문을 신설했다.

직원 소통과 후배 양성에 힘쓴다

재도약을 위한 윤 대표의 전략은 지난해 말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매각을 결정한 후에도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 “전문경영인의 역할은 보모와 같습니다. 부모로부터 아이를 인계받아 약속된 시간 내에 잘 돌본 뒤 돌려주면 됩니다. 경영하는데 있어 회사의 매각이 중요하지 않은 이유죠. 저는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해 현대증권의 가치만 높이면 됩니다.”

그는 다만 직원들의 동요가 걱정됐다.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 여러 지점을 직접 찾았다. “직원들에게 회사보다 개인 브랜드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합니다. 실력이 좋고 생산성이 높은 직원은 구조조정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증권업계가 어렵다고 하지만 인재 스카우트 경쟁은 치열하거든요.”

윤 대표는 사실 올해 대부분의 시간을 ‘팬 아시아 마켓리더’ 전략에 집중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영업점을 방문한 이후 마음이 바뀌었다. 직원과의 직접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요즘은 직원들을 만나기 위해 영업점을 부지런히 돌고 있다.

올해로 CEO가 된지 햇수로 4년째가 되는 윤 대표에게는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 후배 양성이다. “저는 능력에 비해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입니다. 그 혜택을 이제는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싶습니다.”

윤 대표가 물불 가리지 않고 도전하는 이유도 바로 그들 때문이다. 자신의 경영 전략이 모두 성공하면 금상첨화지만, 설사 실패한다고 해도 후배들에게 반면교사가 될 수있다는 것이다. 그럼 자신이 해내지 못한 일을 언젠가는 후배들이 이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무한 신뢰를 보냈다.

201405호 (201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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