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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 지갑 여는 게스트 하우스 

 

사진 오상민 기자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민박업 활성화 정책이 추진되면서 게스트 하우스가 급증하고 있다. 땅값 비싼 서울 강남 역세권에도 들어서기 시작했다. 연 평균 투자 수익률이 10% 이상인 곳이 늘어난 점도 투자 붐에 한몫했다.

▎서울 역삼동 테헤란로 뒤편 고급 주택가에 문을 연 ‘강남 게스트 하우스’.



10월 17일 오전 11시 서울 논현동의 강남다방 게스트 하우스 논현점을 찾아갔다. 인테리어숍이 즐비한 골목길에 파란색 대문이 눈에 띈다. 나무 계단을 따라 안으로 들어서자 넓다란 정원이 있는 2층 단독주택이 눈에 들어 왔다. 박한아 강남다방 대표가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다. 회사 이름이 흥미롭다. 그는 “많은(多) 방이 있다는 단순한 의미와 함께 많은 공간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담았다”고 말했다.

지방 케이블 방송국 아나운서로 활동했던 그는 부동산에 관심이 많았다. 법무법인 메리트에서 1년 동안 부동산 업무를 익혔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든 게 게스트 하우스 사업이다. 현재 서울 양재·논현동과 경기 양평 등지에 7개의 게스트 하우스를 갖고 있다. 투자 비용을 줄이기 위해 보증금은 최대한 낮추고 월세로 빌렸다.

객실 점유율은 80%를 넘고, 연평균 수익률은 10% 이상이다. 성수기에는 임차료를 내고도 지점마다 500만원가량 벌었다. 취재간 날은 논현점 옥상 방수 공사가 한창이었다. 한 케이블 방송국의 출연자 숙소로 정해져 보수 공사에 나선 것이다.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각지에서 모인 14명 출연자가 한달 동안 묵을 예정이다. 박 대표는 “점차 입소문이 나면서 방송국이나 외국계 기업이 장기간 빌리는 일이 늘고 있다”고 들려줬다.

게스트 하우스가 늘고 있다. 특히 문화와 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이나 마포구 홍대 주변은 게스트 하우스가 넘쳐난다. 서울 시내에 ‘외국인 관광객 도시민박업소’로 등록한 게스트하우스는 8월 말 기준 329곳이다. 올들어 100여곳이 새로 생겼다.

게스트 하우스가 빠르게 늘어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110만 명에 이른다. 아시아 국가 중 중국·말레이시아·홍콩·태국·마카오에 이어 6번째로 순위가 높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4.9% 늘어난 1168만 명이 방한할 것으로 관광공사는 예측했다.

둘째, 민박업 규제가 까다롭지 않다. 지난해 정부는 1월 1일부터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지정 제도(도시민박업)’를 시행했다. 총면적 230m²(약 70평)미만 단독주택·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사람은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소로 지정받아 임대 영업을 할 수 있다. 세대주가 도시민박으로 구청에 등록하면 된다. 다음으로 코자자·에어비앤비·비앤비히어로 등 소셜 숙박사이트에 이용 정보만 등록하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할 수 있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래와 춤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노래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강남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외국인이 즐겨 찾는 강남 명소에 ‘종합 관광 안내표지판’을 설치할 정도다. 영어는 기본이고 중국어와 일본어가 병기돼 있다(포브스코리아 10월호 116쪽 참조).

게스트 하우스 체인점을 운영하는 고종옥 베스트하우스 대표는 3월에 서울 강남역 인근에 게스트 하우스 케이를 냈다. 강남을 찾는 동남아시아 관광객 수요가 많다고 본 때문이다. “한류 열풍이 불면서 연예기획사를 찾는 외국 젊은이가 늘고 있어요. 대부분 기획사가 몰려있는 강남 근처에서 숙소를 알아보려고 해요. 또 유명 성형외과가 이곳에 밀집해 있어 중국 의료관광객 수요가 높습니다.”


강남 ‘호텔식 숙박’ vs 북촌 ‘한옥 체험’

강남쪽 게스트 하우스는 강북에 비해 고급스럽다. 고 대표는 게스트 하우스 케이의 인테리어 비용에 약 2억원을 투자했다. 외관부터 남다르다. 하얀색 바탕에 나무 목재를 덧대 마치 유럽풍 전원주택 같다. 내부 인테리어도 하얀색과 하늘색으로 통일해 깔끔하고 세련됐다. 침구는 호텔마냥 새하얗고 푹신하다.

8개 방 중 여러 명이 함께 자는 도미토리(기숙사 형)는 두 개뿐이다. 나머지는 싱글 룸과 트윈 룸이다. 북촌 한옥마을을 제외한 강북 게스트 하우스는 숙박료를 낮추고 사람을 많이 모아서 수익을 올렸다. 한 방에 2층 침대를 촘촘하게 넣는 방식이다. 숙박비도 방이 아니라 침대를 기준으로 받는다. 평균 2만~3만원대. 반대로 강남쪽은 보다 고급스런 숙박 환경을 제공하고 가격을 높혔다. 게스트하우스 케이의 싱글룸 가격은 6만원이다.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한옥 게스트 하우스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사진은 서울 계동의 만해당.
강남구 역삼동 강남 게스트 하우스는 테헤란로 뒷편에 있다. 빌딩 숲 사이를 지나면 고급 주택가가 이어진다. 갈색 벽돌 담장 너머로 고풍스런 주택과 정원이 보인다. 이곳은 4개의 방 중 하나만 도미토리룸이다. 나머지는 커다란 방에 침대가 하나씩 놓여있다. 방 가격은 10만원 이상이다.

오후에는 강남을 벗어나 서울 계동 북촌 한옥마을로 향했다. 계동 입구에 들어서자 1980년대로 돌아간 듯했다. 골목길 한가운데는 계동의 상징인 목욕탕이 있다. 명칭도 정겨운 ‘중앙탕’이다. 맞은편에는 한옥 문간채에 자리잡은 옛날식 미용실이 있다. 한옥을 터서 분식집으로 개조한 황금알 식당도 눈길을 끈다. 소박한 가게들 뒤편으로는 한옥이 줄지어 이어졌다.

골목길 안의 만해당 대문을 두드렸다. 이곳은 독립운동가 만해 한용운 선생이 머물던 곳으로 문화재청이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현재는 한옥 예찬론자인 이유리 대표가 게스트 하우스로 운영한다. 그는 현재 두 채의 한옥을 구입해 한 곳에서 살고 있다.

만해당으로 들어서자 나즈막한 지붕 위로 파란 가을 하늘이 눈부시다. 고(古)가구와 옛날식 침구류로 꾸민 방은 멋스럽다. 4개의 방에는 전체 9명이 묵을 수 있다. 1인당 숙박비는 4만원. 지난 한달 동안은 프랑스 건축학과 학생들이 한양대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이곳에서 머물렀다.

한옥 게스트 하우스는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 체험으로 관광객과 소통한다. 서울 계동 북촌마루에서는 한국 문화 체험을 진행한다. 아침마다 주인이 정성스럽게 한식으로 아침상을 차려준다. 김치 담그기와 한복 입기 프로그램도 관광객에게 인기가 좋다. 서울 사간동의 소리울은 전통 국악기 체험이 있다. 한옥 안에 가야금·장구·거문고 등 전통 국악기가 준비돼 있다. 국악단체인 ‘정가악회’ 명인들의 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

게스트 하우스가 인기를 끌면서 아파트형 게스트 하우스가 나왔다. 건설사들이 한 집에 두 가구가 살 수 있도록 별도의 출입문을 갖춘 ‘가구 분리형’을 내놓았다. 출입문뿐 아니라 주방이나 욕실도 따로 사용할 수 있다. 거주자와 관광객 모두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예를 들어 롯데건설이 서울 용두동에서 분양중인 ‘용두 롯테캐슬 리치’는 전용 114㎡로 가구 분리형 평면이다. 아파트가 전용 84㎡와 전용 30㎡로 나눠져 있다. 거주자가 살면서 분리된 원룸을 게스트 하우스로 이용할 수 있다.

VIP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고급 게스트 하우스도 있다. 1년 미만으로 한국에 머무는 외국계 기업 임원을 위한 렌탈 주택이다. 평균 월세가 1000만원이 넘는다. 대표적인 곳이 동부건설이 지난해 말 선보인 서울 동자동 아스테리움 서울이다. 208㎡의 펜트하우스에서 남산이 한눈에 보인다. 서울역 맞은편에 있어 공항이나 지방 이동이 편리하다. 서울 한남동 하이페리온 펜트하우스(245㎡)와 원효로 1가 리첸시아 용산 펜트하우스(198㎡) 역시 월세가 1000만원이다.

투자 측면에서는 어떨까. 단순히 수익률만 따진다면 게스트 하우스는 상당히 매력적인 투자처다. 객실 점유율이 60~70%만 넘으면 연평균 수익률이 10% 이상이다. 김연화 IBK기업은행 부동산 팀장은 “요즘 강남권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공공 원룸 주택)은 공급이 늘면서 임대 수익률은 연평균 5~6%대”라고 얘기했다.

요즘은 아예 초기 투자 비용을 낮추기 위해 주택을 구입하지 않고 임대해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사례가 많다. 여행 작가인 김남경씨는 서울 대학로에서 부업으로 한옥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한다. 방 세 칸 중 한 칸을 사무실로 쓰고 나머지를 관광객의 숙소로 제공한다. 보증금 6000만원에 월세로 130만원을 낸다.

“평일에는 사무실 일이 바빠서 주말 위주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해요. 현재는 사무실 임대료를 내고도 수익을 내고 있어 만족합니다. 만약 평일까지 숙박 비율을 높인다면 400만원 이상은 손에 쥘 수 있을거 같아요.”

실제 인기가 좋은 북촌 게스트 하우스는 성수기 때 월 평균 1000만원 정도 매출을 올린다. 대신 임대료가 비싼 편이다. 방 4칸 짜리 한옥의 경우 보증금이 1억원을 훌쩍 넘는다. 월세는 150만원에서 200만원선이다.

김연화 팀장은 수익률만 따져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게스트 하우스의 높은 수익 이면에는 운영자의 시간과 노동력이 많이 든다는 부담이 있다. “오피스텔은 분양받거나 사서 1~2년 주기로 임대 계약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게스트 하우스는 할 일이 많아요. 예약 일정을 조절하는 것은 기본이고 매일 게스트 하우스를 청소하고 침구류를 세탁해야 합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손님이 오지 않아요. 다양한 방식으로 홍보해야 객실 점유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유리 대표 역시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혼자서 게스트 하우스 두 곳을 운영했다. 1년 후 이곳저곳 안 아픈 곳이 없었다. 결국 관리 매니저를 뽑아서 운영을 맡겼다.

“여행을 좋아해서 세계의 관광객과 소통하고 문화를 공유하기 위해 게스트 하우스를 시작했습니다. 하다보니 24시간 게스트 하우스에 매여 정작 여행을 떠날 수가 없는 거에요. 무턱대고 시작하기 보다는 체계적인 준비과정을 거친 후에 하는 게 좋습니다. 시설 인테리어 비용이 과할 경우에는 투자 대비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고요. 기본적으로 외국인을 상대하기 때문에 영어를 할 줄 아는 게 도움이 됩니다.”

201311호 (201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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