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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대량 투매해 풋옵션 가치 249배↑ 

코스피200지수 순식간에 변동 풋옵션 거래로 시세차익 448억원 

Issue 문희철 기자의 ‘빅데이터 리포트’-도이체방크의 ‘옵션쇼크’란?

외국계 증권사의 증시교란 행위로 논란이 됐던 도이체방크 옵션쇼크는 도대체 무슨 사건이었을까요? ‘일단 파생상품의 개념부터 살펴봅시다.

파생상품이라고 하면 매우 어렵고 복잡한 용어처럼 느껴지는데요, 김동석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장은 파생상품을 설명하면서 매우 쉬운 예시를 듭니다. 한때 일본에서 유행하던 ‘태균 버거’도 일종의 파생상품이라는 설명입니다.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김태균 내야수가 수 년 전 일본 지바 롯데에서 뛰었습니다. 당시 지바 롯데는 김태균 선수가 홈런을 칠 때마다 400엔(4000원)짜리 김치버거를 52엔(500원)에 한정 판매했습니다.

김태균 선수 등번호가 52번이었기 때문이죠. 태균 버거처럼 파생상품은 어떤 상품의 가치가 다른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입니다. 태균 버거와의 차이가 있다면, 상품 가치를 결정하는 기초자산이 홈런이 아니라, 외환·예금·채권·주식 등이란 거죠.



콜옵션은 살 권리-풋 옵션은 팔권리매매

파생상품 중에서도 도이체방크 논란과 관련 깊은 게 옵션입니다. 옵션은 한 쪽이 다른 쪽에 사거나 팔 권리를 주는 계약입니다. 풋옵션은 팔권리를 매매하는 것이고, 콜옵션은 살 권리를 매매 하는 겁니다. 물건 자체가 아니라, 그 물건을 사거나 팔 ‘권리’만 주고받는다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58달러인 주식을 만기 이전에 55달러에 구매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가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이 권리를 사려면 비용(옵션가)을 지불해야 합니다. 이 비용이 4.5달러입니다. 만기일 전에 주식 가격이 65달러로 올랐다면, 이때 옵션을 갖고 있는 사람은 당연히 콜옵션을 행사할 겁니다. 65달러짜리 주식을 55달러에 살 수 있으니 비용을 제외하고도 5.5달러 이득이기 때문이죠. 반대로 주식 가격이 50달러에 그친다면? 이땐 그냥 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됩니다. 비용(4.5달러)만 날린 셈이죠. 그래도 권리가 아닌 실제 주식을 샀을 때에 비하면 손해는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풋옵션은 거꾸로 생각하면 됩니다. 58달러짜리 주식을 만기 이전에 55달러에 팔 수 있는 권리(풋 옵션)를 생각해봅시다. 만기 전에 주가가 고공행진을 한다면 당연히 풋옵션 행사를 안 하는 게 좋겠죠. 반면 만기 전에 주가가 45달러로 폭락했다면, 풋옵션 행사로 5.5달러의 차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주가가 떨어지는데 이익을 보는 셈이죠.

도이체방크는 바로 이 풋옵션을 16억 원어치 정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풋옵션의 기초자산은 코스피200지수였고요. 코스피200지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주식 200개 종목의 시가총액을 지수화한 수치입니다. 보유한 풋옵션을 행사해 이득을 보려면 기초자산, 즉 주가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맞습니다.

주가가 떨어져야죠. 그런데 주가가 안 떨어지면 어떻게 할까요? 아마 내가 보유한 주식이 엄청나게 많다면 대거 주식을 팔아치워서라도 주가를 떨어뜨리고 싶을 테죠. 이렇게 주가 조작 유혹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개인들은 시장을 밀어붙일 만큼 주식을 많이 보유한 사람이 드뭅니다. 주가 조작을 하고 싶어도 못하겠죠. 하지만 실제로 시장을 움직일 만큼 대규모 주식 매도가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그 매도자는 바로 풋옵션을 갖고 있던 도이체방크였고요.

금융당국과 검찰이 도이체방크의 행위를 ‘인위적 주가조작’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실제 도이체방크가 보유했던 풋옵션을 보면 의심은 커집니다. 도이체방크가 보유한 풋옵션의 행사가는 250이었습니다.

즉, 코스피200지수가 250포인트 이하로 떨어져야 도이체방크는 풋옵션을 행사해 돈을 벌 수 있었단 말입니다. 2010년 11월 11일 장 마감 10분 전인 오후 2시 50분 코스피200지수 주가는254.59였습니다. 이대로 장이 끝났다면 도이체방크는 풋옵션프리미엄만 날리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장 마감 직전 동시호가 시간대에 도이체방크는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무려 2조4000억 원어치나 매도했습니다. 이 탓에 코스피200지수는 247.51로 마감됐죠. 풋옵션 행사가(250)보다 살짝 높았던(254.59) 주가지수가 행사가보다 살짝 내려가면서 마감된 겁니다.

시간대별 코스피200지수 변동 폭도 금융당국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당일 아침 9시부터 오후 2시50분까지 코스피200지수는 일간 변동폭이 -0.094%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도이체방크가 주식을 대량 매도하자 갑자기 10분 만에 코스피200지수는 -2.78%나 떨어졌습니다. 코스피200지수가 250 아래로

떨어지면서 도이체방크가 보유하고 있던 풋옵션은 가치가 무려 249배나 뛰었습니다. 이렇게 도이체방크가 거둔 시세차익이 448억 원입니다. 도이체방크는 헤징거래를 하기 위해서 주식을 매도했다는 입장이지만, 풋옵션으로 수백 억원의 이득을 거둔 걸 보면 아무래도 주가를 조작했다는 ‘냄새가 난다’는게 금융감독 당국의 판단입니다.




*도이체방크가 주식을 매도하기 전까지 하루 종일 코스피200지수는 일간 변동폭이 -0.094%에 불과했다
ELS 투자자도 ‘한숨’


*도이체방크가 주식을 대량 매도하자 10분 만에 코스피200지수는 -2.78%나 떨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도이체방크가 인위적인 주식 투매를 한 행위가 또 다른 손실도 야기했다는 이유에섭니다. 예기치 못했던 ‘파생’손실이죠.

예를 들어 한 개인투자자는 한국투자증권이 발행한 ‘부자아빠 주가연계증권 289회’라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 가입했습니다. 이 ELS상품의 기초자산은 KB국민은행과 삼성전자의 주가지수입니다. 상품 계약서상 특정일에 KB국민은행 주가가 5만 4740원 이상이고, 삼성전자 주가가 42만 9000원 이상이면 원금의 128.6%를 받을 수 있는 상품입니다. 하지만 도이체방크가 대량 매도하자 KB금융지주(구 KB국민은행) 종가가 5만 6000원에서 5만 4700원으로 하락했습니다. 기준 가격에 아슬아슬하게 도달하지 못한 거죠(-40원). 재판 결과에 따라 도이체방크는 이들의 손해까지 일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입니다. 얼마 전 끝난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드라마 주인공들이 쇼크 게임을 하던 장면이 있었죠. 둥그렇게 둘러앉아 한 명이 ‘아~ 쇼크’라고 외치며 다른 사람을 지목하면, 쇼크를 받은 사람이 더 큰 소리로 ‘아~ 쇼크’라고 외치며 쇼크를 계속 전달하는 게임입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준‘옵션쇼크’로 도이체방크도 쇼크를 겪을까요?

1254호 (201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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