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 주립대 연구소의 신경학자이자 tDCS 학자인 마이클 와이센드가 신경촬영 방식의 tDCS 기기를 피험자에게 부착하고 있다. |
단백질을 섭취하고 탄수화물은 멀리 하라. 5일 동안은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이틀은 굶어라. 자몽만 먹어라 아니면 양배추 수프만 먹던가.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이 갖가지 다이어트 방법을 시도해 왔다. 하지만 모두 한 가지 근본적인 문제에 발목이 잡힌다. 의지력 부족이다.항상 유혹을 이겨내도록 두뇌 설정을 변경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최근의한 연구에서 일단의 남성 자원자들을 대상으로 매일 20분씩 일정량의 약한 전기자극을 두뇌에 가했다. 그렇게 한 주를 지속했더니 그들의 음식 섭취량이 줄었다. 감소 폭도 상당했다. 한 주 뒤 그들의 칼로리 섭취량 감소율이 14%에 달했다.그와 같은 반응에 연구팀도 놀랐다. “칼로리 섭취량이 그렇게 크게 줄어들 줄은 몰랐다.” 독일 뤼벡대의 연구에 참여했던 커스틴 올트만스가 말했다. 피험자 두뇌의 배외측전전두피질(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 이라는 특정 부위에 통증 없는 약한 전류를 흘려 보내는 경두개직류자극(tDCS)이라는 기법이다. 배외측전전두피질은 머리 앞쪽 두뇌 외부표면의 한 부위다.피험자들에게는 tDCS가 기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한 주간의 실험이 끝났을 때 답례 표시로 뷔페 식사를 제공했다. 피험자들은 자신들이 섭취하는 칼로리 양이 모니터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 조사의 피험자들은 모두 정상 체중이었다. 하지만 “다음 단계는 이 기법이 비만자들에게도 통하는지 알아보는 것”이라고 올트만스가 말했다.tDCS의 바탕을 이루는 기본 원칙은 상당히 간단명료하다. 전류가 두피를 통과한 뒤 그 밑의 두뇌 부위에 영향을 미친다. 신경세포인 뉴런을 활성화하기에는 너무 작은 양이지만 그 생리 상태를 바꿔 놓는다. 가해지는 자극의 유형에 따라 신경세포가 대체로 활성화되기 쉬운 상태가 된다.하지만 두뇌 자극이 피험자의 칼로리 섭취량을 줄이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파악하기가 더 어렵다. 조사에서 피험자들은 식욕이 줄었다고 답했다. tDCS가 그와 관계 있을지 모른다고 올트만스는 믿는다.“식이요법은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없다”고 올트만스가 말했다. “칼로리 섭취량을 급격히 줄이면 체중이 감소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식이요법을 중단한 뒤 몇 주 또는 몇 달 사이 원래 체중으로 돌아간다. tDCS의 장점은 음식을 더 먹고픈 욕구가 생기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식이요법을 지키려고 애쓸 필요가 전혀 없다. 저도 모르게 체중이 줄게 된다. 일종의 혁명이다.”아직 발표되지 않은 또 다른 연구도 있다. 두뇌 자극의 감량 효과는 그것이 사실상 우리의 의지력(유혹을 이겨내는 능력)을 강화한다는 사실에 있다는 내용이다. 특정한 식욕 억제 기능과는 별로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이 연구는 곧 학술지 ‘식욕(Appetite)’에 실릴 예정이다. 브라질의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번은 20분간 tDCS를 실시하고 한 번은 그런 시늉만 했다. 그들의 머리에 전극은 부착했지만 아무런 두뇌 자극도 주지 않았다. 그뒤 그들이 음식을 바라보는 동안 뇌전도를 이용해 두뇌 속의 전기적 활동을 측정했다. 올트만스의 연구와 같은 결과를 얻었다. tDCS 장비를 작동해 배외측전전두피질에 자극을 가했을 때 피험자들의 음식 섭취량이 감소했다.하지만 연구팀은 피험자의 머리 속에서 흥미로운 전기적 활동패턴을 감지했다
두뇌자극의 긍정적인 효과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는 “헬스클럽에 다니는 것과 같다”고 코헨 카도시가 말했다. “한번만 가고 마느냐 아니면 매일 가느냐에 달려 있다.” |
두뇌 자극을 받은 피험자들이 처음 음식을 바라봤을 때는 두뇌 자극이 없었을 때에 비해 전기적 활동이 적었다. 활성화되는 두뇌세포가 적다는 의미였다. 그뒤 (불과 1000분의 몇 초 뒤) 자극을 받은 두뇌에서 갑자기 광풍이 몰아치듯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훨씬 더 많은 두뇌 세포가 불길처럼 일어나는 모습을 보였다.연구에 참여했던 하버드 메디컬 스쿨의 펠리페 프레그니 부교수가 그런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을 내놓았다. “피험자들의 칼로리 섭취량이 줄어든 것은 더 이성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가 말했다.tDCS가 피험자 전전두피질의 활동을 강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자극이 가해진 곳으로서 사람들이 이성적이고 신중한 결정을 내리는 부위다. 그것은 계속해 피험자가 음식을 봤을 때 먹고 싶어하는 최초의 반사적인 반응을 억제했다. 이는 상당히 일리 있는 주장이다. 배외측 전전두피질은 우리가 유혹을 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두뇌부위로 알려졌다.“원숭이에 비해 사람에게서 가장 발달된 두뇌 부위다. 그리고 인간이 지닌 더 발달된 능력 중 일부와 관계가 있다.” tDCS 연구의 또 다른 선도적인 권위자이자 옥스퍼드대 신경심리학자인 로이 코헨 카도시가 말했다. “배외측 전전두피질은 학습과 작업기업(working memory, 현재 주의를 집중해 의식하는 기억)에 관여한다. 그리고 중독 및 보상(쾌락을 주는 경험의 추구)에 관여하는 등의 다른 두뇌 부위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그리고 음식은 보상반응을 일으킨다.”코헨 카도시는 tDCS를 다른 두뇌부위인 두정엽에 적용할 때 사람들의 계산능력을 증진할 수 있는지 조사해 왔다. 그런 효과가 있는 듯하다. 지난 10여년 동안 세계 각지의 대학에서 두뇌자극 연구에 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