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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경제대전 최후의 승자는 

한·중·일 경제대전에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앞으로 중국의 독주를 견제하면서 일본이 독점하는 분야에 도전장을 내 밀어야 한다. 

안현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9월 19일부터 인천에서 아시안 게임이 열린다. 언젠가부터 아시안 게임은 한·중·일 체육대전이라고 할 만큼 3국 간의 메달 경쟁이 치열하다. 이들 3국이 세계시장을 두고 펼치는 경쟁도 이와 매우 비슷한 측면이 있다. 세계 경제에서 거의 전 분야에 걸쳐 제조업 기반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이들 3국과 독일 정도다. 제조업 상품 중 특히 한·중·일 3국에서 생산되는 비중이 큰 품목이 많다. 대표적으로 철강(57.7%), 반도체 D램(63.3%),디스플레이(71.5%), 선박(82.2%) 등을 꼽을 수 있다.


안현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이런 제조업 기지로서의 명성은 과거 한·중·일의 상호보완적인 분업 구조를 기반으로 형성됐다. 일본은 하이엔드(Highend), 한국은 미드엔드(Mid-end), 중국은 로우엔드(Lowend) 기술 제품에 특화하면서 협력적 분업 구조를 유지해온 것이다. 그런데 지난 30년 간 중국의 비약적인 발전과 일본의 장기 침체로 협력보다는 경쟁이 격화되는 추세다. 3국의 주력 산업이 매우 유사해진 탓이다. 특히 앞으로 5∼10년 이내에 세계시장을 두고 생존을 건 진검승부를 펼쳐야 할 것이다.

중국은 14억명이라는 인구수 자체가 확실한 비교우위다. 거대인구를 배경으로 한 소비시장과 천문학적인 R&D투자 규모와 속도가 향후 중국 경제를 이끌 힘이자 경쟁력이다. 이미 조립완성품 제조업 기지로서 자리매김을 한 중국은 앞으로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다. IT산업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으며 다른 산업 분야로도 이 추세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컴퓨터 산업에 이어 TV·냉장고·에어컨과 같은 생활가전에서도 중국 기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의 비교우위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중소·중견기업들과 차세대 기술의 축적이다. 일본은 제조업 기지로서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지만 기술력을 갖춘 중소·중견기업들이 건재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3위 안에 드는 히든챔피언(hidden champion) 기업이 일본에 1500여개나 있다. 이들은 장인정신과 독자적인 원천기술로 자신의 분야에서 꾸준히 강점을 축적해왔다. 특히 부품·소재·장비 분야에서 일본의 경쟁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비교우위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한국은 대기업의 빠른 의사결정에 의한 선제적 투자와 제조기술 중심의 조립완성품 분야 조직 능력으로 제조업 강국이 됐다. 그런데 이런 비교우위가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으로 빛을 바래고 있다.

또 내수시장 규모는 3국 중 한국이 가장 불리하다. 중국의 경우 14억 인구의 소비시장을 배경으로 한 규모의 경제를 향유할 뿐 아니라 외자 기업 등으로부터의 혁신역량 이전 등 우리보다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있다.

따라서 앞으로 주력 제조업의 조립완성품은 중국이, 고부가가치 부품·소재·장비 분야에선 일본이 비교우위를 확보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이 확고한 비교우위를 만들지 못할 경우 새로운 형태의 샌드위치 신세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한·중·일 경제대전에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앞으로 중국의 독주를 견제하면서 일본이 독점하는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어야 한다. 우리가 세계무대에서 차지할 위상은 앞으로 10여년 간 한·중·일 3국 관계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있다.

1253호 (2014.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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