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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도 돈 버는 한국 영화 - 탄탄한 스토리에 감독 명성 더하니 ‘통하네~’ 

<설국열차> 선전으로 한국 영화 수출액 껑충 ... 해외 영화제 마켓에서 판매 논의 활발 


▎지난 6월 북미 지역 10개관에서 상영을 시작한 <설국열차>의 영문 포스터. 이 영화는 평단과 관객의 호평에 힙입어 상영관이 350개관으로 늘었다.



오는 9월 개최되는 ‘제39회 토론토 국제영화제’의 주인공은 한국이다. 캐나다에서 열리는 이 영화제는 매년 한 국가(도시)를 선정해 그 나라에서 주목 받는 영화를 소개하는 ‘시티 투 시티’ 섹션을 진행한다. 올해는 서울이 선정돼 <좋은 친구들> <끝까지 간다> <도희야> 등 11편의 한국 영화를 상영한다.

토론토 국제영화제는 북미 최대의 비경쟁 영화제로 ‘북미의 칸’이라고 불릴 정도로 영향력이 있다. 해마다 60여개국이 참가해 300편 이상의 영화를 선보인다. 국내 영화계 관계자들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북미 배급시장 진출에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 배급사가 먼저 상영 제의

한국 영화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영화 수출액은 2012년 대비 83.7% 증가한 3700만 달러(완성작 기준)에 달했다. 이는 국내로 들어오는 해외 영화 수입 건수가 매년 줄어드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외국 영화 수입 편수는 2011년 163편에서 2012년 95편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85건에 그쳤다.

수출 기록을 세운 ‘1등 공신’은 지난해 8월 개봉한 영화 <설국열차>다. 봉준호 감독이 할리우드 배우를 캐스팅해 만든 작품으로, 국내 개봉 전 이미 167개국에 선판매 됐다. 수입 국가들은 10분 분량의 하이라이트 영상만으로 영화를 샀다. <설국열차>의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해외수출만으로 제작비의 절반에 해당하는 2000만 달러(약 204억원)를 벌어들였다.

국내에선 934만 관객을 모아 흥행에 성공에 성공한 것은 물론 각종 시상식을 휩쓸기도 했다. 이후 프랑스에서 10월 30일 개봉돼 약 3개월 동안 6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관객수는 67만8000여명으로 그간 프랑스에서 개봉된 한국 영화 중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인도네시아에서는 11개관에서 개봉해 8만3000여명을 동원했다. 중국에서도 7400만 위안(약 121억6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역대 중국 개봉 한국 영화 중 박스오피스 1위 기록을 세웠다.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시장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북미 8개관에서 개봉할 때만 해도 흥행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첫 주에 적은 숫자로 개봉해 관객 반응에 따라 스크린을 늘려가는 ‘롤 아웃’ 방식으로 개봉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우였다. <설국열차>는 개봉 2주 만에 350개관을 차지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 감독의 브랜드 파워와 자본·기획력의 합작품인 <설국열차>의 성공 사례는 한국 영화에 유례없던 글로벌 판로를 개척했다는 측면에서 유의미하게 평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영화가 해외에서 선전하는 이유로 참신한 기획력과 독특한 시나리오, 세계인이 공감하는 정서적 교감 코드 등을 꼽았다. 여기에 한국 감독들이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인지도를 쌓은 것도 한 몫을 했다는 입장이다. 2002년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이래 한국 영화는 유럽 영화제의 단골손님이 됐다.

2004년 박찬욱 감독이 <올드 보이>로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2등상)을, 2012년 김기덕 감독이 <피에타>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최우수작품상)을 타며 절정을 맞았다. 지난해에는 홍상수 감독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이 베를린 영화제 본선에 오르기도 했다.

영화제에서 후한 평가를 받은 작품들은 판매 논의로 이어진다. 올해 칸 영화제에 초청된 <끝까지 간다>는 영화제 기간 함께 열린 필름마켓에서 유럽과 미국 등으로부터 수출 제의를 받았다. 동시에 프랑스와 남미 지역 나라들과 리메이크 판권 판매 논의도 함께 진행했다. <도희야> 역시 칸 영화제를 찾은 프랑스 배급사 에픽상테를 통해 9월 현지 개봉을 확정했다. 에픽상테 측은 <도희야>의 작품성에 주목하고 최소 60개 스크린 개봉을 약속했다.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해외 판로 찾기가 막막했다면 최근에는 국제 영화제에서 선전하는 한국 영화들이 많아지면서 해외 배급사들이 먼저 제의를 해오는 등 판세가 바뀌었다”며 “다만 작품성과는 별개로 흥행성에 초점을 맞춰 판매되기 때문에 일부 장르에 국한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에 수출된 작품 대부분은 문화적 특수성을 뛰어넘은 소재를 다루고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한국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좋은 평을 받는 등 과거에 비해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다”며 “우리의 특수성을 반영하면서도 세계 보편적으로 통하는 스토리를 살린 게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개봉한 <결혼 전야>는 만국공통의 관심사인 결혼을 앞둔 커플의 미묘한 심리상태를 다뤄 해외 7개국에 선판매 됐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는 수출이 어려웠던 선례를 깨고 미국과 유럽 등지로 수출된 것이다. 곽경택 감독의 <친구2>도 미국과 일본, 대만 등에 선판매됐다. 이밖에 영화 <신세계>가 100여 개국, <뫼비우스>가 30여 개국에 수출됐고, <소원> <우리 선희> <더 테러라이브> 등이 지난해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시장 진출이 실질적인 수익 증대로 이어지려면 각국의 정서에 맞는 기획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작은 한국적인 콘텐트였지만 결국엔 세계적인 콘텐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 배우들의 잇따른 해외 진출 소식 역시 한국 영화의 경쟁력을 말해준다. 이병헌은 <지.아이.조2>에 이어 <레드2>를 선보여 한류를 넘어 할리우드에 족적을 남겼다. 그는 현재 내년 개봉 예정인 <터미네이터5>에 합류해 촬영 중이다. <명량>으로 인기몰이 중인 배우 최민식은 최근 세계적인 거장 뤽 베송 감독의 <루시>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배두나는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이어 <주피터 어센딩>으로 다시 한번 미국 시장에 도전한다.

비 역시 차기작으로 할리우드 영화 <더 프린스>를 선택, 2009년 <닌자 어쌔신>에 출연한 이후 5년 만에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했다. 한편 국내 대중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신예 수현은 할리우드 대작 <어벤져스2>에 이어 최근 <이퀄스>에도 캐스팅된 것으로 알려져 영화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합작으로 중국 시장 공략

영화 업계에서 미국 시장이 ‘꿈의 무대’라면 ‘찰리우드(중국과 할리우드의 합성어로 중국 영화 시장)’는 ‘영화한류’의 성공여부를 가늠할 격전지로 통한다. 이미 K팝과 드라마로 우리에게 친숙한 중국을 교두보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한다는 심산이다.

CJ E&M은 지난해 중국 멜로영화 <이별계약>으로 2억 위안(약 331억원)의 박스오피스 매출 성과를 올렸다. 이는 역대 한·중 합작 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 성적이다. 3D영화로 제작된 <미스터고> 역시 한·중 합작품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CJ E&M측은 “한국 영화를 그대로 수출하는 것보다 국가 간 합작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한 작품이 현지에서 더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2011년 5%에 불과하던 CJ E&M의 총 매출 대비 해외매출 비중은 2012년 12%, 2013년 19%까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CJ E&M은 2017년 글로벌 매출 규모를 현재의 다섯 배 수준으로 끌어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1251호 (201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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