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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문희철 기자의 ‘빅데이터로 뚫어보기’ - 진짜 베스트셀링카 ① 경차·소형차, 중형차 

기아 ‘모닝’-현대 ‘쏘나타’ 압도적 1위 

BMW·아우디 성장세 가팔라 … 소형 81개, 중형 245개 모델 4.5년 매출·판매대수 비교



우리나라 차량 통계나 언론 보도로는 정말 많이 팔렸는지 알기 힘듭니다. 자동차 마케팅 팸플릿을 보면 너도나도 ‘1등’이라거나 ‘가장 많이 팔린 차량’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는 베스트셀링카(best selling car)를 집계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차량은 판매대수를 기준으로, 어떤 차량은 글로벌 시장 판매량을 기준으로 각자 저마다 유리한 지표에서 1등인 겁니다.

차량 관련 통계를 집계하는 기관이 양분돼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칩니다. 현대·기아차나 GM대우,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 국내 차량은 한국자동차산업협회라는 곳에서 판매량 등을 집계하고, BMW나 메르세데스-벤츠 같은 수입차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라는 곳에서 관련 데이터를 취합합니다. 두 기관이 집계하는 방식과 내용은 다소 차이가 있어, 국산차와 수입차를 비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국산차와 수입차를 통틀어 우리나라 시장에서 차량별·모델별·업체별로 어떤 차량과 제조사가 얼마나 돈을 벌었을까요? 유형별 베스트셀링카는 어떤 차일까요? 수입차 판매가 늘었다던데 국산차를 얼마나 따라잡은 걸까요? 여기저기 흩어진 데이터를 취합하고 통계를 내는 광범위한 작업은 이런 궁금증에서 시작됐습니다.

경차·소형차 시장 - 기아 ‘모닝’ 모든 기준에서 1위

국내 자동차 시장은 큰 차가 잘 팔리는 반면, 경차·소형차 판매량은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세계 경기 침체와 고유가로 한때 경차·소형차는 인기를 누렸지만, 최근 3년만 보면 시장 규모가 줄고 있습니다. 지난해 경차 총 판매량은 20만3000여 대로 2012년(27만3000여 대) 대비 74% 수준에 불과합니다.

수입차는 주로 대형차여서 국산차가 경차·소형차 시장에서 절대 우위를 누린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조금 달라졌다는 걸 최근 5년 데이터 분석 결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현대차 엑센트, 기아차 모닝 등 국산 9개 차종 44개 모델의 지난해 총 판매량은 2010년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33%). 이와 달리 BMW 미니쿠퍼, 폴크스바겐 폴로 등 수입 6개 차종 37개 모델은 같은 기간 판매량을 두 배 가까이(84%) 늘리며 점유율을 올리고 있습니다. 아직 절대 판매량은 한참 뒤지지만 수입차 성장세는 무서울 정돕니다.

판매 대수를 기준으로 한 베스트셀링카 발표는 종종 보셨을 겁니다. 그렇다면 금액 기준 가장 잘 팔린 차는 뭘까요? 2010년 이후 국내에선 판매된 81개 경차·소형차 중 최고 인기 차량은 바로 기아차 모닝이었습니다. 4년 반 동안 판매된 금액이 무려 4조원이 넘습니다. 삼성그룹·현대차그룹·LG그룹이 올 추석에 협력사에 푸는 돈과 맞먹는 막대한 매출을 기아차 ‘모닝’ 혼자올렸습니다.

이는 2위를 차지한 GM대우의 스파크(약 2조원)보다 2배 수준으로 많은 금액입니다. 모닝(TA)1.0 단일 모델의 매출(2조8610억원)만으로도 5개 모델로 구성된 스파크 전체 매출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모닝은 판매대수를 기준으로 봐도 경차·소형차 부문 단연 1위(45만3179대). 판매대수·누적 판매 가격·세부모델별 등 어떤 기준으로 봐도 경차·소형차 부문 베스트셀링카의 칭호는 기아 ‘모닝’에게 돌아가는 게 맞습니다.

수입차 비중이 늘고 있다지만 여전히 경차·소형차 부문은 국산차 강세가 확연합니다. 같은 기간 총 13조원에 육박하는 경차·소형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올린 매출은 1조(7.7%)에도 채 미치지 못합니다. 스파크에 이어 르노삼성의 SM3, 현대차 액센트, 기아차 레이가 3~5위를 휩쓸고 있습니다. 모두 같은 기간 1조원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차량들입니다.

수입차 체면을 살린 게 BMW미니의 미니쿠퍼입니다. 4년 반 동안 국내에서 총 30개의 모델이 팔렸는데 836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려 6위를 차지했습니다. 올해 3세대 뉴미니를 선보인데 이어 하반기 디젤엔진이 장착된 쿠퍼D가 국내 시장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폴크스바겐 폴로(누적 매출 기준 9위)도 수입차로서는 드물게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연간 1052대가 판매된 폴로1.6TDI는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1000대가 넘게 팔렸습니다.

업체별 매출 순위는 기아차(6조1592억원)·GM대우(2조4733억원)·르노삼성(1조9925억원 )·현대차(1조3203억원)·BMW(8380억원) 순입니다. 경차 가격이 저렴하고 프리미엄 소형차 시장 규모가 아직 많이 커지지는 않아, 판매 대수를 기준으로 한 순위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중형차 시장 - 강북 쏘나타(현대) > 강남 쏘나타(BMW)

경차·소형차 시장보다 4배나 큰 중형차 시장에서 가장 궁금한 건 일명 ‘쏘나타들’의 판새였습니다. 최근 7세대 모델을 선보인 현대차 쏘나타가 국내 최고 인기 차종인 건 모두 아실 겁니다. 워낙 많이 팔리다 보니 가장 많이 팔린 차에 ‘쏘나타’란 별명이 붙을 정돕니다.

이런 이유로 가끔 수입차에도 쏘나타란 별명이 붙습니다. 2002년과 2004~2006년 단일 모델 판매 1위를 기록했던 렉서스 ES350이 ‘구(舊) 강남 쏘나타’였다면, 2011년부터 수입차 판매 1위를 기록 중인 BMW520d는 ‘신(新) 강남 쏘나타’로 불립니다.

일명 ‘쏘나타들’로 불리는 ‘강북 쏘나타(현대 쏘나타)’와 ‘강남쏘나타’를 비교해보면 어떨까요. 물론 판매 대수를 기준으로 강북 쏘나타 판매량이 훨씬 많을 겁니다. 하지만 강남 쏘나타 가격이 3배 이상으로 비싸다는 점을 감안해도 결과는 마찬가질까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4년 6개월 간 10개 모델 단순평균가 2263만원에 팔린 강북 쏘나타와 4개 모델 단순평균가 7637만원에 팔린 강남 쏘나타 BMW 520시리즈의 매출을 비교해봤습니다.

결과는 역시나 중형차 시장 터줏대감인 현대 쏘나타의 승리였습니다. 5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현대차 쏘나타는 누적 매출 10조원을 넘어선 당당한 1위입니다. 지난해 수입차 공세에 밀렸던 현대차가 올해 LF쏘나타를 출시하자 내수 시장 점유율을 회복할 정돕니다.

BMW 520 시리즈는 상대적으로 매출이 적었습니다. 누적 판매 금액이 2조원에 채 미치지 못합니다. 국내 중형차 시장에서 전체 6위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다만 BMW 520d 단일 모델만 놓고 보면 2010년 이후 누적 판매고가 1조2328억원에 달해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매출 기준 중형차 1위는 쏘나타지만, 판매 대수를 놓고 보면 현대차 아반떼가 1위입니다. 2010년 이후 아반떼 판매 대수는 51만6723대로 쏘나타(50만4450대)를 살짝 앞섭니다. 245개에 달하는 세부 모델별 매출도 비교해봤습니다. 1위는 아반떼MD1.6으로 단일 모델 판매량이 5조9141억원에 달합니다. 우리나라 시장에서 판매 중인 BMW의 중형차 전체 35개 모델(4조8669억원)의 매출보다 아반떼MD1.6 단일 모델 매출이 더 많습니다.

수입차 규모가 많이 커졌다지만 현대·기아차의 아성은 여전히 깨기 요원해 보입니다. 쏘나타와 플랫폼이 같고 파워트레인도 동일한 기아차 K5가 전체 3위에 포진했습니다. 누적 판매액이 6조원에 육박합니다. 4위도 현대차의 고급 세단 제네시스가 차지했습니다. 그간 연평균 판매 대수가 1만2500대~2만6700 수준이던 제네시스는 올 들어 상반기에만 2만대 넘게 팔리며 승승장구 중입니다. 제네시스(DH)3.3 모델 인기에 힘입어 올해 최다 판매 신기록이 예상됩니다.

매출 기준 5위도 국산차입니다. 르노삼성차에서 가장 많이 팔린 중형 세단 SM5는 2010년 이후 판매대수 20만대를 돌파하며 현대차 제네시스보다 2배나 더 많이 팔렸습니다. 하지만 제네시스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때문에 매출로 보면 제네시스 뒤를 이어 5위입니다.

차종별 매출을 보면 ‘톱10’에 이름을 올린 수입차는 모두 3종입니다. 언급했던 BMW 520시리즈와 함께, BMW 528시리즈 인기도 꽤 높습니다. 2010년 이후 528시리즈 누적 매출은 약 1조5000억원으로 국내의 중형차 66개 차종 중 전체 8위를 차지했습니다. 아우디 A6도 1조7000억원대로 누적 매출 기준 7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혁신적인 연비로 세계 시장에서 월드 베스트셀링카 자리에 오른 폴크스바겐 골프는 국내 시장에선 의외로 순위가 낮은 편입니다. 2010년 이후 누적 판매고는 8400억원으로 전체 14위. 245개 세부 모델을 비교했을 때 폴크스바겐 모델 중 최다 판매인 골프2.0TDI모델도 국내 시장에선 22위에 불과합니다.

대형차 시장에서는 BMW와 양강 구도를 형성한 메르세데스-벤츠도 국내 중형차 시장에선 BMW에 밀리는 형국입니다. 세부 모델 기준 가장 많이 판매된 메르데세스-벤츠 C200의 2010년 이후 매출(3880억원)은 전체 25위입니다.

국내 중형차 시장을 장악한 현대차의 2010년 이후 전체 중형차 매출은 24조원에 육박합니다. 우리나라 전체 중형차 시장(약 52조5000억원)의 46%에 달합니다. 2위 기아차(약 9조원)의 시장점유율까지 더하면 현대·기아차의 중형차 시장 점유율은 64%까지 상승합니다. 수입차 중에서는 3위 BMW(4조8700억원)가 선전하고 있습니다. 매출 기준 국산차와 수입차의 중형차 시장점유율은 78%대 22%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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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조사했나? - 한 대라도 팔린 차량 모델별로 모두 집계

2010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4년 6개월 동안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단 한 대라도 판매된 차량을 ‘모델별’로 모두 모았습니다. 여기서 ‘모델별’의 의미는, 같은 쏘나타라도 YF쏘나타2.0, YF쏘나타 2.0LPi, YF쏘나타2.0터보 등 모델별로 데이터를 취합했다는 의미입니다.

최근 5년 간 국내 시장에서 판매된 쏘나타 모델은 모두 10종입니다. 이미 국내 시장에서 차량 판매를 중단한 미쓰비시나 스바루 차량도 조사 기간 차량이 판매됐다면 데이터를 취합했습니다. 단, 국내에서 생산한 차량이더라도 해외 판매를 위한 모델은 집계에서 제외했습니다.

다음엔 각 차량이 모델별로 얼마에 팔렸는지 가격을 조사했습니다. 수입차의 경우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도움을 받았지만 국산차는 관련데이터가 부족해 애를 먹었습니다. 일일이 차량 홈페이지나 오래된 자동차전문지를 뒤적여야 했습니다. 연도별 차량 가격은 기본 트림 가격이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 SM5의 경우 PE, SE, LE 등 7개의 트림 중 기본형인 PE 트림 가격을 해당 모델 가격으로 봤습니다. 이렇게 수집한 가격에 모델별 판매 대수를 곱했습니다.

취합한 데이터를 유형별로 구분하는 것도 골칫거리였습니다. 흔히 통용되는 ‘준중형’이란 차량은 법률상 규정에 없는 1300~1600cc 자동차를 일컫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임의로 구분하기 보다는 자동차관리법시행규칙에 따른 자동차 분류를 따르기로 했습니다.

자동차관리법시행규칙에 따르면 경차는 1000cc 미만, 길이 3.6m, 높이 2 m, 너비 1.6m 이하의 차량입니다. 소형차는 1000cc~1599cc, 길이 4.7m, 높이 2.0m, 너비 1.7m 이하이며, 중형차는 1600cc~1999cc, 길이·높이·너비 중 어느 하나라도 소형을 초과하는 차량을 말합니다.

한편 2000cc 이상이면서 길이·높이·너비 모두 소형을 초과하는 차량을 대형차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현대차 아반떼(너비 1.775m)나 BMW2시리즈(너비 1.744m) 등은 소형차 기준을 초과하기 때문에 중형차로 봤습니다. 순수 전기차는 차체 크기를 감안해 임의로 크기를 분류했음을 밝힙니다.

이렇게 취합한 차량은 경차·소형차 81개 모델, 중형차 245개 모델, 대형차 347개 모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268개 모델 등 총 941개에 달합니다. 우리나라 시장에서 국산차와 수입차가 얼마나 팔렸는지 모델별로 비교할 수 있는 최초의 자료라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경차·소형차 모델과 중형차 모델을 이번 호에서 분석하고, 대형차 등 나머지는 다음 호에서 분석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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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1호 (201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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