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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혈세 40억 날릴 판인 국세청 - 부가세 환급금 엉뚱한 기업에 주고 ‘쉬쉬’ 

해당 기업 환급금 반환 미지수 ... 중부지방국세청, 직원 개인 실수로 감사 종결 의혹 

김유경 이코노미스트 기자



국세청이 수십 억원의 세금을 날릴 처지에 놓였다. 특정 기업에 지급해야 할 부가가치세 환급금을 엉뚱한 기업에 잘못 지급해 혈세로 이를 메웠다는 의혹이다. 그런데 환급금을 잘못 받은 기업은 이를 돌려줄 수 없다며 버티고 있어 국세청이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그런데, 이 과정이 의혹투성이다.

국세청은 지난 2009년 인천 소재 부동산 시행사인 천산개발에 약 40억원의 부가가치세를 환급해주기로 했다. 천산개발은 분양한 아파트의 계약 해지가 잇따르고, 미분양 물량을 공매로 돌리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 국세청은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줄어든 매출만큼 초과 징수된 부가가치세를 돌려줘야 했다. 천산개발이 분양한 아파트는 인천 영종도 운서지구의 어울림1차.

당시 천산개발은 계약 해지가 잇따르자 중도금을 받지 못해 자금난에 빠졌다. 시공사인 금호산업에도 공사대금(약 300억원)을 지급하지 못했다. 이에 금호산업은 미수금 회수를 위해 같은 해 7월 22일 법원에 천산개발이 받을 예정이던 부가가치세 환급금 40억원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고, 금호산업을 권리권자로 인정했다. 법원은 금호산업과 천산개발에 모두 가압류 확인서를 통해 이 사안을 알렸다. 국세청에는 지급 우선 순위가 금호산업에 있다고 통보했다.

문제는 이를 담당하던 중부지방국세청 관할 북인천세무서가 법원 판결과 달리 천산개발에 환급금을 돌려준 것. 담당 여직원의 석연찮은 실수로 가압류와 관련한 전산정보가 누락됐고, 원권리자인 천산개발에 환급금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금호산업은 국세청에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으나 통하지 않자 소송 준비에 착수했다. 당시 금호산업은 워크아웃 상태로 자금이 급했다.

피소 위기에 몰린 국세청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 지급 지연으로 발생한 가산금과 소송 착수비 등 1억원 등을 더해 41억원을 금호산업에 주고 서둘러 이 사안을 마무리하려 했다. 이 돈은 국고에서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국세청은 자체 감사를 벌여 당시 업무 과실을 일으킨 1년차 여직원을 해임하고, 담당 주무과장과 계장을 다른 지역으로 전보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판결 따로, 환급금 지급 따로

국세청의 다음 절차는 환급금을 잘못 지급한 천산개발로부터 돈을 돌려받아 메우는 일이었다. 국세청은 천산개발에 환급금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천산개발은 일부는 사용하고 나머지는 다른 회사에 꿔줬다며 버텼다. 환급금은 이미 프리마건설이라는 회사로 흘러 들어가 압류가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했다.

프리마건설은 상가·오피스 빌딩의 시행·시공사로, 천산개발과 꾸준히 거래를 해오던 곳이다. 천산개발은 대출 명목으로 프리마 건설에 문제의 40억원을 넘겨줬다. 국세청은 환급금이 들어간 프리마건설의 특정 수익에 권리행사를 주장했다. 프리마건설이 천산개발로부터 빌려온 돈을 김해의 한 상가건물 신축에 사용했기 때문에 이 수익금은 국세청 소유라는 것이다.

프리마건설은 국세청의 입장을 받아들여 우선 상가 건설을 위해 빌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원리금을 모두 갚고, 이후 발생한 분양 수익금을 환급금에 대위변제키로 했다. 예정대로라면 PF 원리금 상환이 끝나는 시점은 8월 말이다. 국세청 대위변제는 9월에 시작되며, 이 사안은 자연스레 종결 수순을 밟게 된다. 하지만 천산개발과 프리마건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들은 프리마건설이 국세청에 상가 분양 수익금을 온전히 납입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프리마건설이 경영권 분쟁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프리마건설은 현재 경영권을 둘러싸고 대표이사와 출자자 사이에 갈등이 불거졌고, 결국 경영권 소송으로 번졌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프리마건설이 자산을 소진해 의도적으로 회사를 부도로 몰고 있다는 소식이 업계에 퍼지고 있다.

또한 환급금을 국세청에 되돌려 줘야 할 원천 책임자인 천산개발도 최근 경영난으로 파산신청을 할 것이라는 소문도 퍼졌다. 본지는 국세청과 중부지방국세청·북인천세무서 등에 관련 사안을 확인했지만 모두 국세의 부과·징수 정보를 3자에게 알릴 수 없다는 국세기본법을 이유로 함구했다.

관련 업계에선 이 사건이 단순한 전산 실수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가 나온다. 국세청은 최초 환급금이 잘못 지급된 것을 단순 업무상 과실로 보고 담당 여직원을 해임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중부지방국세청 관계자는 “천산개발에 대해 자체 감사가 있었고 징계위원회를 열어 적정 조치했다”며 “조치 사유와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의문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법원의 가압류 결정을 말단 여직원만 알았겠느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법원의 가압류 통지서는 법원이 대상자에게 모두 발송하며, 유선으로 통지하는 경우가 많다. 채무자가 가압류 결정을 몰랐다며 불응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가압류 건에 대해 북인천세무서 내에서 담당 직원 한 명만 알고 있었고, 상부에는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단순히 전산 실수를 했다는 직원을 해임까지 한 조치도 의문이다. 국세청에서 부실 과세는 흔한 일이다. 지난해 납세자에게 잘못 부과된 세금을 돌려준 국세 환급금만 3조원이 넘는다. 부실 과세와 관련해, 징계는 경미하다. 2011년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국세청이 자체 감사로 세금 과다·과소 사례를 적발해 신분상 조치를 한 인원은 4132명. 하지만 대부분은 주의(2427명)나 경고(1684명)이고, 징계(견책 이상)는 21명이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단순 실수로 해임까지 가는 경우는 없다”며 “고의성이 인정될 때 그런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 실수로 해임되는 경우 드물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선 천산개발과 북인천세무소 일부 직원들의 연루설을 제기한다. 자금난에 빠졌던 천산개발이 가압류된 돈을 받아내기 위해 세무공무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펼쳤다는 것이다. 통상 세무서에서는 가압류 판정이 있을 경우 담당라인이 모두 결재를 한 후 전산에 입력한다. 전산 입력은 사무직원 몫이다. 북인천세무소 측은 “해당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가압류 사실을 알고 있던 천산개발이 환급금이 자신에게 입고됐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편취한 점도 의혹을 키운다. 본지는 천산개발의 입장을 듣기 위해 대표이사 등에 연락을 취했지만 전화기가 꺼져 있고 며칠째 출근을 하지 않아 해명을 들을 수 없었다. 또 천산개발의 실질적 사주로 알려진 김병희씨와도 연락이 닿지 않는 실정이다.

1251호 (201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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