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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안전’으로 승부수 띄운 기업들 - 소비자가 안심해야 지갑 연다 

유통 업계는 안전성, 제조 업계는 친환경으로 활로 … 레드오션 시장의 생존법 


▎NS홈쇼핑은 대전에 식품안전연구소를 두고 판매를 앞둔 농수산물의 안전성 강화에 힘쓰고 있다.

▎친환경 소재인 무균 6겹 종이팩 ‘테트라팩’을 포장재로 사용한 식음료 제품들.



NS홈쇼핑은 2001년 ‘농수산TV’라는 이름으로 송출을 시작한 식품 중심의 홈쇼핑업체다. 이 회사는 지난 7월 28일 이색적인 양해각서(MOU) 체결식을 가졌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기용품 안전 인증·시험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과 전자제품의 안전성·성능 등 품질 경쟁력 확보를 위해 맺은 MOU였다. 공공기관이 안전성을 미리 확인한 제품만 판매해 안심한 소비자들이 더 많이 구매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황성희 NS홈쇼핑 CS본부장은 “제품을 납품하는 다수의 중소기업들은 여건상 큰 비용을 들여 검품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협력업체들이 제품 품질을 개선하도록 하는 한편, 소비자들이 민감해 하는 안전 문제에 있어 투명한 상품만 선보여 고객 만족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홈쇼핑 업계에서 유일하게 식품안전연구소(대전 소재)를 운영하며 농수산물 안전성 확보에 힘쓰고 있다. 이곳은 농수산물 생산-보관-유통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모든 위해 요소를 관리한다. 지난해 한국인정기구(KOLAS)로부터 국가공인시험기관으로 인정받았다. 아울러 품목을 분리한 안전 전담조직을 구성해 운영하면서 4000여 협력업체들이 안전 기준을 준수한 제품을 유통하도록 관리한다.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철저한 안전 관리를 했을 때 소비자들이 신뢰하고 더 많이 구매할 것으로 보는 경영 전략이다.

비용 더 들어도 반품 줄어 남는 장사

이런 노력이 결실을 거두고 있을까. NS홈쇼핑은 창사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취급액 1조원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95억원으로 전년도보다 160억원이 증가했다. 이 회사의 전체 상품 반품률은 2.38%, 식품 반품률은 0.35%로 둘 다 지난해 말 기준 업계 최저치다. 소비자들의 구매 만족도가 큰 것이 회사 수익으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NS홈쇼핑 관계자는 “새 협력업체가 1차로 서면평가를 통과하면 2차로 우리 측에서 직접 업체를 방문해 시설과 생산 공정을 점검한다”며 “원재료를 조달하는 업체까지 점검하는 등 깐깐한 실사를 반복한다”고 설명했다. 업체당 보통 월 2~3차례의 실사를 거치며 종종 불시 점검도 한다.

소비재로 제조업체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홈쇼핑 업계에 이같은 안전성 검증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에서만 6개 업체가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벌이는 등 레드오션이 된 홈쇼핑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처럼 소비자가 직접 물건을 보고 고르는 방식이 아닌 TV나 인터넷을 통해 구매하는 방식이라, 사전에 상품의 안전성을 그만큼 확실히 검증해 보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는 홈쇼핑 이용자들이 그간 홈쇼핑업체들의 안전 관리에 실망감을 느낀 것과 무관치 않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최근 몇 년 동안 홈쇼핑 업체들이 많게는 연간 2000여개의 상품에 KC마크 등의 안전성 인증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아 소비자 피해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쇼핑몰인 G마켓도 2011년부터 매분기마다 식품 담당자들이 식품의 원산지를 직접 찾아 생산부터 검수·배송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하는 ‘G마켓이 간다’ 안심 구매 캠페인을 진행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식품 담당자들이 안전성을 보증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시중에 유통되는 먹거리의 위생상태나 품질에 대한 의심과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는 소비자들을 사로잡으려는 전략이다. 올 6월에는 이 캠페인을 통해 수박등의 휴가지 먹거리를 소개했다. 그동안에는 완도 활전복, 영광 굴비, 담양 한우, 나주 배 등의 제철 식품과 지역 특산물을 선보였다. 이 회사는 이에 힘입어 신선식품 판매량이 올 5월 기준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이처럼 유통 업계가 안전성 강화라는 카드를 레드오션에서 살아남은 승부수로 꺼내 들었다면 소비재를 생산해서 파는 제조 업계는 제품의 친환경성 강화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2000년대 초반 휘몰아친 이른바 ‘웰빙 열풍’ 이후 유기농 식품 브랜드가 시장을 빠르게 장악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식품을 담는 용기인 포장재를 만드는 데도 기업들이 이전보다 더 많이 친환경성을 강화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가공한 식품을 보관하는 포장재는 식품 자체의 친환경성 홍보에도 유용한 도구로 쓰인다.

1951년 스웨덴에서 설립된 테트라팩은 식음료 무균 포장재를 전문으로 만드는 기업이다. 이 회사의 한국 법인은 롯데칠성음료·서울우유·빙그레 등 국내 주요 식음료 제조업체들에 포장재를 납품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그만큼 친환경 포장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전에는 캔 또는 입구를 좌우로 뜯는 일반 우유팩 등이 식음료 포장재의 전부로 인식됐지만 테트라팩이 만든 무균팩이 어느 순간부터 대세가 됐다. 뚜껑을 돌려 여는 방식의 우유팩과 주스팩이 대표적이다. 세계 무균팩 시장의 80%를 점유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어 국내 제조업체들도 믿고 거래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식음료를 장기간 청결하게 보관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젊은 소비자들이 무균팩을 선호하고 있다”며 “이런 친환경 포장재 열풍은 시간이 지날수록 거셀 것”이라고 말했다. 테트라팩 같은 B2B(기업 간 거래) 브랜드가 아닌 락앤락·글라스락 같은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브랜드일수록 경쟁은 더 치열하다.

두 브랜드는 친환경 밀폐용기 제품을 앞세워 국내에서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펼치고 있다. 락앤락과 삼광글라스(글라스락의 제조사)는 유사상표 문제 등으로 수 년 전부터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만큼 소비자들 사이에 폭발적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유기농 라면·유기농 막걸리도 등장

제조 업체들이 출시하는 친환경 제품의 종류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가공식품의 경우가 그렇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런 가공식품도 이제는 유기농이야?’라고 느낄 수 있을 만큼 파격적이다. 아이쿱(iCOOP)생협이 지난해 초 출시한 ‘자연드림 오가닉 라면’은 면과 스프의 원재료 95% 이상을 유기농 재료로 쓴 국내 최초 유기농 라면이다.

유기농 우리밀과 유기농 감자전분을 써서 만든 면발에다, 화학 첨가물 없이 유기농 재료를 농축·분쇄해 건조한 분말 스프를 더했다. 건더기 스프는 유기농 대파와 유기농 표고버섯 등을 건조해 만들었다. 이 라면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유기농 가공식품 인증을 받았다.

유기농 막걸리도 있다. 배상면주가의 ‘유기농 막걸리’는 100% 유기농 쌀로 만든 막걸리다.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이 들어가지 않았다.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제품의 선택. 이는 더 건강한 삶을 누리려는 소비자들의 욕구인 동시에, 레드오션에서 살아남으려는 기업들의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1250호 (201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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