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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 | 미군 기지의 변신 - 도심 노른자위 땅 광활한 공원으로 

부산 이어 서울·대구 기지도 2016년 이전 목표 … 이전 대상 평택은 땅값 들썩 

박상주 이코노미스트 기자

▎부산시민공원 가장자리에 위치한 수경시설.



‘대도시 한가운데 아름다운 초원이 펼쳐진다.’ 비현실적인 광고 카피가 아니다. 축구장 크기 몇 배나 되는 공원 안 중앙광장에는 고급 잔디가 깔려 있다. 축구화를 챙겨 신은 어린이들이 공을 찬다. 아무리 세게 차도 공이 도로에 나갈 일이 없을 만큼 광장은 넓다. 저수지처럼 넓은 분수대에서는 시원한 물줄기가 끝없이 솟아오른다. 그늘진 벤치마다 반쯤 기댄 사람들이 독서를 즐긴다.


▎이전 전 하야리야 부대 전경.
휴일이면 유모차를 끌고 나온 할머니, 아이를 목말 태운 아빠가 넓은 공원을 채운다. 공원 곳곳 잔디밭에는 가족들이 돗자리를 펴놓고 둘러앉아 한가로이 여유를 즐긴다. 어린이들은 거대한 구형 정글짐으로 몰려 붙는다. 호수 같은 수면 위에는 나무로 만든 다리가 놓여 있다. 다리를 건너면 마치 물 위를 걷는 기분마저 든다. 공원을 찾은 연인들은 수경시설 주변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지난 5월 1일 개장한 부산시민공원의 모습이다.

부산 명소가 된 부산시민공원

부산시민공원은 부산진구의 명소가 됐다. 주중에는 주변 빌딩에서 일하던 직장인들이 몰려나와 점심시간 한 때 피로를 풀고 체조와 조깅을 하는 운동 공간으로 활용된다. 시민공원은 부산 도심 한가운데 있던 옛 하야리아(Hialeah) 미군기지 부지에 조성됐다.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정글짐.
53만799㎡에 국비 3439억원, 시비 3240억원 등 모두 6679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만든 거대한 ‘작품’이다. 부산지역에 처음 들어선 대규모 도심 평지공원이다. 2004년 8월 하야리야 부지를 근린공원으로 지정한 이후 9년 만에 완공했다.

부대가 들어서기 전 이곳에는 일제가 운영한 경마장이 있었다. 일제가 물러간 뒤 미군은 경마장을 부대로 만들었다. 부산이 개발을 거듭하며 거대 도시로 성장하는 동안에도 이 노른자위 땅에 미군 부대가 존속했다. 미군 부대 이전 뒤 공원이 된 땅은 도심 속 아름다운 초원으로 탈바꿈했다. ‘하야리아’는 미국 인디언 말로 ‘아름다운 초원’이라는 뜻이다.

미군 부대의 공원 전환 이후 가장 먼저 반응한 쪽은 부동산 시장이다. 시민공원 인근에 위치한 부산진구 연지동 연지자이 1차 아파트(전용면적 84㎡) 가격은 부산시민공원 개발계획 발표 전인 2008년 12월 2억4000만원이었다. 하지만 착공 시점인 2011년 8월에는 3억750만원에 거래됐다. 이후 가격이 꾸준히 올라 공원이 개장한 올해 5월 매매가는 3억2700만원까지 가격이 올랐다.

공원 인근 상권도 활성화되고 있다. 1달 새 100만명이 넘는 인구가 오가면서 핵심 상권으로 변모했다. 공원 내에서 각종 건강차와 팥빙수 등을 파는 작은 가게 ‘차통’에는 주말마다 최소 800~1000여명의 손님들이 찾는다. 오후 11시에 폐장하지만 식사시간이 지난 8시에도 손님들이 몰려들어 일찍 문을 닫을 수 없을 지경이다.

차통을 운영하는 김혁상 대표는 “소풍을 오는 학생들부터 유모차를 몰고 온 엄마들, 운동하러 나온 청년들부터 산보 나온 노인들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가게를 찾는다”며 “매일 재료가 부족해서 못 팔정도”라고 말했다. 인근 북카페나 어린이 놀이방도 거의 매일 빈자리가 없다. 부산시민공원은 갑갑한 도심에서만 살던 부산 시민들에게 생활의 변화를 안겨주고 있다. 하야리야 부대가 있을 땐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부산뿐 아니다. 주한 미군 주요 기지들이 도심에서 벗어나 이전을 준비 중이다. 주한 미군기지 이전 사업은 한·미 양국의 주요현안 중 하나다. 국토균형발전과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여건 보장이 기지 재배치의 주목적이다. 현재 목표는 2016년까지 평택 기지로 이전 완료다.

서울 용산기지도 공원화 계획

서울 용산기지 이전은 1988년 3월부터 논의가 시작됐다. 2003년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뒤 2004년 용산기지이전(YRP)협정으로 본격 추진되고 있다. 이 외의 미군기지는 2002년 연합토지관리계획(LPP)협정 체결에 따라 용산기지와 별도로 이전이 진행된다. 주한 미군기지 이전은 순조롭게 진행돼 현재 42%의 이행률을 보이고 있다. YRP는 36%, LPP는 54% 실행됐다. 미군은 2017년이면 이전이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전이 완료되면 해당 토지는 한국 정부에 반환되고 용산 및 서울 북부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와 캠프 호비에 있는 미군 병력 약 1만2000명은 경기도 평택으로 옮겨갈 계획이다. 하지만 이전 계획이 정확한 시점에 완료되지는 않을 수 있다. 미군과 국방부가 방위 전략상의 이유로 기지별 이전 계획을 자주 바꾸고 있어서다. 일부 지역은 미군 부대 잔류를 반대하는 인근 주민들과의 마찰이 잦아 부대 이전이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이 가운데서도 서울 용산기지 이전은 핵심 이슈다. 서울 도심의 부족한 공원 부지를 확보할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등이 추진 중인 ‘용산공원 조성 종합기본계획’에 따르면 용산공원은 단일 생태숲 공원 형태로 조성될 계획이다.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자연미를 살린 공원을 서울 도심 중간에 배치하는 것이다. 서울 이태원에서 삼각지·용산로에 걸친 미8군 용산기지 234만㎡에 들어설 예정이다. 사업비는 1조2000억원으로 기지 이전이 완료된 이후인 2017년 착공에 들어가 10년 동안 공사가 진행된다.

일제강점기와 미군 주둔시기를 거치며 변했던 지형은 1900년대 초 구한말 시대 모습으로 복원되고 한미연합사 등 근대건축물은 역사적 의미를 담아 보존할 예정이다. 용산기지가 용산공원이 되면 부산시민공원처럼 도심 속 허파의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미군 기지 부지에 대한 환경 평가 문제가 논란거리로 남아 있어 공원화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서울 시내 미군 기지인 ‘용산 게리슨’이 있는 자리는 과거 청나라 군대가 주둔하던 자리다. 1910~1945년 사이 한반도 주둔 일본 제국군 본부가 차지했다가 해방 뒤 미군이 자리를 넘겨받아 현재까지 사용 중이다. 부지 면적은 2.5㎢에 달한다. 2004년 12월 국회에서 ‘용산기지 이전협정 비준동의안’이 가결되면서 용산 기지의 평택 이전이 본격 추진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추리 사태’ 등 주민들과의 격심한 갈등을 겪으며 이전 계획이 3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 평택 미군 기지는 기존 캠프 험프리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확장공사 면적은 약 970만㎡, 여기에 기존 캠프 험프리까지 합치면 평택 미군기지는 1400만여㎡에 이른다. 단일 미군기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거주인원은 4만4000명에 이를 예정이다.


▎경기도 평택 미군 한국사령부작전센터 건설현장.

▎강원도 춘천 소재 미군기지였던 캠프 페이지 부지에 조성된 유채꽃밭. 원두막 뒤는 미군이 쓰던 물탱크와 조종사 숙소다.



대구 남구 면적 6.2% 미군 기지

평택 부동산 업자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7월 18일 미군 한국사령부 작전센터 기공식이 평택에서 열리면서부터다. 벌써 미 공군 K-55기지 주변은 부동산 시세가 들썩이고 있다. 미군과 군무원 등의 주택 수요가 늘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미군은 계급에 따라 주택임대수당을 받는다. 공군 병사는 월141만3000원, ROTC 장교는 월 189만9000원이 지급된다. 임대수당은 매년 11% 내외로 인상된다.

평택의 주택임대업이 주목받고 있는 배경이다. 하지만 평택 상권에 대한 전망은 그리 좋지 않다. 미군 기지는 대부분의 생활·문화 시설을 기지 안에 포함하기 때문에 주변 상권에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군 기지 주변으로 유흥가가 형성되는 탓에 교육환경 등이 나빠진다는 우려도 있다.

대구에도 각종 미군 기지가 산재해 있다. 대구 남구에는 캠프워커를 비롯해 캠프 헨리, 캠프 조지 3곳이 있다. 동구에는 에어 베이스, 중구에는 스토라지, 달성군에는 다트 보드 등이 있다. 이들 중 남구 기지 3곳은 모두 108만7900㎡(33만평) 규모로 남구 전체 면적의 6.2%, 재산세 과세면적의 14.5%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범위가 넓다.

캠프 워커는 남구 봉덕3동과 대명 5·9동에 걸쳐 H-805 헬기장, 골프장, 군인가족숙소, 장교·사병클럽 등이 있다. 이천동 캠프 헨리에는 후방기지사령부와 대구지구사령부, 군 수송부가 있다. 남구 대명2동 캠프조지에는 장교숙소와 체육시설 등이 있다. 이들 3곳 면적만 1.08㎢로 남구 전체 주거·상업지역의 10%를 차지한다.

남구의 미군부대는 남구 전체 13개 동 가운데 11개 동에 걸쳐 있다. 해당 11개 동은 미군기지 제공구역 주변 부지로 지정돼 있다. 이에 따른 고도제한으로 이 지역 주민들은 7층까지만 건축이 가능하다.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어 늘 민원이 제기되는 지역이다. 현재 반환이 결정된 미군기지 부지는 A3비행장 활주로 동편부분 약 3만8000㎡와 H805헬기장 부지 약 2만8000㎡로 국비 64억원이 지급됐다. 애초 행정타운, 공공청사 부지로 활용될 예정이었지만 시민토론회 등을 거쳐 생태공원과 문화공간 개발 등으로 계획이 바뀌었다. 이에 따라 생태공원 등으로 활용하는 안이 정부 승인을 받았다.

대구에도 부산시민공원과 유사한 형태의 공원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반환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곳도 있다. 인천시는 최근 부평미군기지 캠프 마켓의 조기반환 규모를 22만8802㎡로 잠정 확정했다. 부평미군기지 전체 규모는 44만㎡로 국방부(43만7258㎡)와 산림청 등(2742㎡)이 각각 소유하고 있다. 이중 절반정도가 2016년 반환되고 나머지는 미군과의 협의에 따라 반환 일정이 정해질 전망이다. 전체 반환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미군기지가 주둔해 있는 부평구 산곡동 292의 1 지대에 대한 인천시의 활용 계획도 그만큼 늦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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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이전 계획은 - 전국 도심 내 1억㎡ 반환예정

주한미군 이전 계획은 전국에 산재한 미군 기지를 평택·오산을 중심으로 하는 중부권역과 대구를 중심으로 하는 남부권역으로 통·폐합 재배치하는 사업이다. 서울 용산에 있는 주한미군사령부, 미8군사령부, 동두천의 미 2사단사령부 등 주요 지휘부가 평택지역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주한미군 기지이전을 통해 정부는 기존 공여지 2억4198만㎡(7320만 평) 중 1억7691만㎡(5351만 평)을 돌려받는다. 대신 주한미군에 새로 1230만㎡(372만 평)을 공여한다. 주한미군은 향후 7737만㎡(2341만 평)을 유지하게 된다. 2010년 12월 기준으로 반환계획에 있던 80개소 부지 중 47개소 약 1억3801만㎡ 미군부지가 반환 완료됐다. 앞으로 33개소 약 3991만㎡가 추가 반환될 예정이다. 주한 미군기지 재배치는 크게 용산기지이전계획(YRP)과 전국에 산재한 나머지 미군기지를 재배치하는 연합토지관리계획(LPP)으로 나누어 추진되고 있다.

2007년 3월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의 주요 기지를 평택 지역으로 이전하기 위한 시설종합계획에 합의하고, 같은 해 11월 평택에서 기공식을 가졌다. 2010년 9월 현재 부지조성 공사와 도로·전기·가스·상수도 등 기반 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주한미군 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해 재배치 지역의 이주민들을 위한 도로 개설, 상·하수도, 마을회관 건립 등 주민 편익 지원사업도 병행하여 추진하고 있다.

협정 상 주한미군 기지이전 사업은 2008년을 완료목표로 했다. 하지만 절대공사기간이 고려되지 않았던 점과 평택 부지 매입 지연 등으로 인해 최초 계획에 비하여 사업속도가 늦어지고 있다. 2010년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미 양국은 2016년까지 기지이전 사업을 완료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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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0호 (201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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