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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건강 해치는 건강기능식품 - ‘단 1회 섭취로…’ 아직도 믿으세요? 

올 들어 식약처·소비자원에 민원 급증 … 관리 소홀한 사이 시장 급성장 


▎인천공항세관 직원들이 인천시 서구 석남동의 한 폐기물처리 업체에서 유해 성분이 함유된 건강기능식품과 위조상품 등 장기 재고 물품을 폐기하고 있다.



#1. 서울에 거주하는 정모(여·20)씨는 갑자기 숨이 막히고 어지러움을 느꼈다. 잠시 후 의식을 차린 정씨는 병원으로 향했다. 과호흡증상의 원인은 최근 복용을 시작한 식욕억제제. 다이어트를 위해 구입한 건강기능식품이었다. 의사 처방이 필요한 성분이 있는 제품인 줄 모르고 복용하다 병원 신세를 진 것이다.


#2. 50대 여성 장모씨는 여성 갱년기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말에 건강기능식품 복용을 시작했다. 문제는 제품을 섭취한 후 가려움과 발진 등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 장씨는 병원을 찾은 다음에야 원인을 알고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민원을 제기했다.

건강기능식품을 둘러싼 소비자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탁월한 효과가 있고, 부작용이 없다는 허위 과대 광고에 현혹돼 의사와 약사 등 전문가의 조언 없이 섭취했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조사한 ‘건강기능식품 부작용 추정 사례’ 신고 건수는 올 상반기에만 800건을 넘어섰다.

그간 신고 건수는 매년 100건 정도에 그쳤다. 2008년 107건, 2009년 116건, 2010년 95건, 2011년 108건, 2012년 58건, 2013년 136건이던 부작용 신고 건수는 2014년 들어 상반기에만 891건을 기록했다.

구토·변비·설사·위염 등 위장장애 가장 많아

올해 신고된 건강 피해 추정 사례를 보면 구토·변비·설사·위염 등 위장장애가 531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가려움·두드러기·여드름 등 피부 장애도 361건 발생했다. 두통·어지러움·경련 등 뇌신경 및 정신 관련 증상도 124건이나 보고됐다.

김자혜 소비자시민모임 회장은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그 자체로 특정 효과가 100% 나타나는 게 아니라 도움이 되거나 개선해주는 수준인데 판매자가 이를 확대·과장해 광고하면 약처럼 믿고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은 2013년 한 해 동안 접수한 식품에 대한 불만 상담 3만6025건 중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상담이 36.7%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불만 유형별로 보면 품질 불만(18.5%)이 가장 많았고, 청약 철회(14.2%), 제품 안전(9.4%), 유통기한 변조 등 부당행위(9.1%) 등에 대한 불만이 뒤를 이었다. 소비자원이 사업자와 소비자 분쟁에 개입해 사건을 해결한 329건 가운데에서도 건강기능식품의 비중이 32.2%로 가장 컸다.

임현옥 한국소비자원 과장은 “일부 건강기능식품은 입증되지 않은 질병의 치료·예방효과를 강조, 오히려 병증을 악화할 우려가 있다”며 “상품정보·구매조건·환급조건을 명확히 공개하지 않은 사업자는 행정처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 들어 신고 건수가 급증한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식약처는 정부가 신고 제도를 개선한 덕이라고 설명한다. 제품에 건강기능식품 인증을 표기하도록 법제화했고, 제품에 식약처 연락처를 기재해 문제가 생길 경우 쉽게 민원을 제기할 수 있게 했다. 시장이 성장하며 업체가 난립하는 데서 오는 부작용이라는 주장도 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2009년 9598억원에서 2012년 1조4091억원, 올해는 3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건강기능식품을 공식적으로 제조하는 국내 업체수도 400곳에 이른다. 건강 기능식품 수요가 늘자 업체 수가 급증했다. 이 와중에 식품에 사용해서는 안 될 전문의약품이나 유독성 항생제를 건강기능식품에 첨가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 사례는 다양하다. 다이어트 관련 식품을 복용했다 어지럼증과 가슴 두근거림을 겪은 여성 민원, 칼슘억제제 복용 후 신진대사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고가 줄을 이었다. 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이 질병 예방이나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밝힌 건강식품을 섭취했다가 부작용에 시달린 경우도 많았다.

일반식품인데도 의약품인 것처럼 혼동케 하거나 체중감량 효과를 과대 광고하고 인터넷이나 홈쇼핑에서 후기·체험담을 통해 과장 간접광고를 하는 사례도 많았다. 허위 과대 광고 문구로는 ‘부작용이 전혀 없다’ ‘피로감이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단 1회 섭취로 놀라운 변화’ 등이 많이 사용됐다.

과대·허위 광고 기승

허위 광고가 기승을 부리자 지난해 경찰이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경찰이 벌인 불량식품 집중단속결과를 보면 건강식품 관련 적발이 31%로 가장 많았다. 적발내용을 유형별로 보면 허위·과장 광고가 81.5%로 가장 높았고, 위해식품 11.6%, 원산지 거짓 표기 1.6%가 뒤를 이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하반기에 식품 안전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며 “허위·과대광고에 대해 형량 하한제를 적용해 건강기능식품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건강기능식품 관련 피해가 늘자 정부의 부실한 관리시스템을 꼬집는 목소리도 있다. 한 소비자단체의 관계자는 “관리시스템이 부실한 상태에서 시장이 급성장 한 결과 피해를 시민들이 받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식약처가 소비자 안전 관리는 뒷전이고, 건강기능식품 관련 업계만 감싸고 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목희 의원은 “올 초 대통령 업무 보고 이후 추진해 올해 말 관련 법 개정 등 제도 개선을 완료하겠다는 일정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안전대책은 전무한 상태로 수퍼를 통해 판매할 경우 어떻게 부작용 및 적정한 용법을 안내할지에 대한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몸에 좋다는 말만 믿고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의 책임도 크다. 하지만 정부 책임도 있다. 불량 건강기능식품이 국민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더욱 철저한 검사가 필요하다. 지난해 2조7979억원을 기록한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올해 3조5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시장이 아무리 빠르게 성장해도 안전이 우선이다.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더욱 정밀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1250호 (201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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