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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한국은행 15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 - 시장과 정부 기대에 부응 ... 경기 부양 힘 받는다 

가계 이자 부담 줄어 부동산 대출 늘어날 것 추가 금리 인하 여부에 촉각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8월 14일 본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기존 2.5%에서 2.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해 5월 이후 15개월만에 조정이다. <관계 기사 46~47페이지 참조>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출 명분은 충분했다. 우리나라 2분기 경제성장률은 0.5%로 5분기래 최저를 기록했다.

2분기 민간소비는 0.3% 늘어 5분기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2011년 3분기-0.4%를 기록한 이후 최저치다. 저조한 물가상승률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추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7월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6% 오르는 데 그쳤다. 2012년 10월 2.1%를 기록한 이후 21개월 연속 2%에도 미치지 못했다.

범위를 넓혀 상반기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살펴봐도 1.4%에 그친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는 2.5~3.5%로 7월 물가상승률보다 1%포인트 이상 높다.

한은의 정책공조를 기대하는 정부의 메시지도 있었다. 취임 후 전방위 경기부양 의지를 밝힌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가 적자재정을 감수하고 내년까지 경기확장정책을 펼 계획”이라며, 한국은행이 통화신용정책으로 뒷받침 해달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냈다.

최 장관은 “기준금리는 금통위의 결정 사항”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정부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도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경기가 부진하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경제 현황에 대한 절박한 인식을 드러냈다. ‘초이노믹스(최경환식 경제)’를 위한 정부의 정책공조 요청에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로 화답한 셈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조정해 정부의 대대적 경기활성화 정책에 공조할 것이라는 예상은 지난 7월부터 수차례 나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채권시장 종사자 115명 가운데 81.7%가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지난달 말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금통위원 대부분은 저물가와 내수 회복세 둔화를 우려한다는 인식을 표명했다. 또한 지난 7월 한은은 3조원 규모의 설비투자지원프로그램을 신설하고 금융중개지원대출(구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12조원에서 15조원으로 확

대하는 등 금리 인하 신호를 보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이용해 중소기업에 자금을 대출해 돈을 푸는 정책이다. 내수를 부양하는 정책을 펴는 정부에 보조를 맞춰 한은도 투자를 늘려 내수를 부양하는 정책을 선보인 것이다.

금리 인하 효과는 있을까. 단기적으로 증시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했다. 8월 14일 기준금리 인하에도 주식시장 반응은 시큰둥했다. 코스피 지수는 0.86포인트 오른 2062.36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추가 인하 가능성에 촉각

환율시장도 거꾸로 움직였다. 8월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7원 하락(원화강세)한 1021.2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주열 총재의 발언이 전해지자 환율 하락 폭은 더 커졌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7월 초부터 금리 인하가 단행될 걸로 보고 이미 환율이 상승하는 편이었다. 게다가 오늘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아 차익 실현 물량이 나오며 오히려 환율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부동산 시장 활성화는 효과가 기대된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의 영향을 즉각적으로 받기 때문이다. 이르면 8월 중순부터 금리 인하 효과가 반영된다. 지난 7월 정부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한데 이어 이번에 금리까지 인하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졌다. 가계·기업의 이자 부담은 줄어들어 경제 활성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그만큼 가계부채는 늘어날 전망이다.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대출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거시경제 전문가들은 금리인하를 반기는 분위기다. 이재웅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를 회복시켜야 하는 시점이고 원화 강세도 상당부분 진정시켜야 하는 시점에서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부와 정책 공조를 강화한 부분도 긍정적으로 본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준금리 조정은 한은의 고유 권한이긴 하지만 경제를 보는 관점이 같다면 정부와 굳이 반대로 움직일 이유는 없다”며 “한은이 정부와 동일한 방향으로 경기를 인식하고 공조한다는 시그널(신호)이 중요한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명확한 신호를 줬다”고 평가했다.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경기를 내다보기에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어차피 금리를 인하할 것이었다면 좀 더 일찍 내렸어야 했다”며 “결과적으로 보면 조금 늦은 결정이었다”고 진단했다. 이재웅 교수 역시 “시기적으로 조금 늦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미국 등 주요국이 내년 중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며 “(인상 시점이)내년 6월 이내일 것으로 볼 때, 지금 금리를 인하한 것은 시기적으로 다소 늦었다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폭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준협 연구위원은 “금리 인하 폭은 0.25%포인트 단위로 하는 게 가장 무난하다”며 “향후 경기 추이를 보고 추가 조정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재웅 교수는 “미국이나 다른 나라도 금리 인상이나 인하 폭은 0.25%씩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0.25% 조정하고 경기에 반영되는 속도가 미흡하다 싶으면 좀 더 조정할 수 있으니까 이번 금리 인하 폭은 적정했다”고 평했다.

이제 관심사는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 여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서 “정부와 한은의 정책 효과를 지켜보면서 경제주체 심리가 어떻게 바뀔지, 가계부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입수하는 모든 지표를 고려해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전망은 엇갈린다. 권한욱 교보증권 연구원은 “15개월이라는 장기 동결 이후의 금리 인하이기 때문에 추가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하반기 성장률이 3.9%에 이르는 등 높은 성장세가 예상되기 때문에 현재로썬 추가로 금리를 인하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1250호 (201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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