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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카드 꺼낸 박근혜 - 대통령과 경제부총리는 풍우동주(風雨同舟) 

경제 회복으로 집권 동력 강화 노리는 박근혜 ... 견제없는 ‘최경환 독주’ 우려도 


▎7월 22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최경환 경제부총리에게 규제 개혁 등 현안에 관한 당부를 하고 있다.



얼마 전 ‘풍우동주(風雨同舟)’란 고사성어가 화제가 됐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언급 때문이었다. 7월 14일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로 선출된 김 의원은 당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풍우동주라는 말처럼 어떠한 비바람이 몰아치더라도 우리가 한 배를 탄 공동 운명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친박·비박을 나누지 말자는 뜻으로 들렸다.

그는 다음날 박근혜 대통령과 가진 오찬 회동에서도 “우리는 풍우동주”라며 “대통령을 잘 모시겠다”고 말했다. 사실 이 말을 먼저 꺼낸 사람은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였다. 그는 지난해 11월 시도지사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지금은 중앙과 지방이 신경전을 벌일 때가 아니다’라는 의미로 풍우동주를 언급했다.

‘믿을맨’ 최경환에 베팅

사실 시국이 폭풍우 속이니 풍우동주는 지금 누구에게 걸쳐써도 적절하다. 가장 대표적인 게 박 대통령과 최경환 경제부총리다. 박 대통령은 최근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일단 국정지지율이 정체 상태다. 70%까지 치고 올랐던 국정지지율은 세월호 참사와 잇단 인사 실패 등의 영향으로 40% 중반으로 주저앉았다.

지금까진 당선에 따른 초반 프리미엄을 누렸지만 앞으로는 국정의 성과로 평가 받아야 한다. 유권자의 평가가 더 냉정해질게 자명하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게 가장 걸린다. 경제활성화는 지지부진하고, 가계와 기업 모두 저성장에 발목을 잡혔다. 여기서 뭔가 점수를 따야 할 시점이다. 박 대통령의 선택은 ‘믿을맨’ 최경환이었다.

두 사람이 인연을 맺은 건 2004년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탄핵 역풍과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어려움을 겪던 한나라당을 이끌고 있었다. ‘천막당사’라는 극약처방까지 동원해 총선을 준비했고 50석도 못 얻을 것이란 예상을 깨고 121석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당시 최 부총리는 국회에 처음 입성했다.

이후 가까운 거리에서 경제보좌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10년 간 고락을 함께 하면서 신뢰는 더욱 두터워졌다. 2007년 대선 때는 당내 경선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맡았고, 지난 대선에서는 총괄본부장을 맡아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정부 출범 첫 해에는 여당 원내대표로 당에서 힘을 보탰다.

최 부총리가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긴 해도 무조건 ‘OK’하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게 주변인의 전언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캠프 관계자는 “사안별로 대통령과 의견을 달리하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확신이 있을 경우엔 무조건 듣기보다 부작용 등을 차근히 설명해가며 설득했다”며 “선거 전만해도 ‘예스맨’이란 이미지가 있었는데 실제로 일해보니 달랐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취임도 하기 전에 박 대통령에게 단독 대면 보고를 할 정도로 큰 신임을 받고 있다. 대통령이 그에게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는 의미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CEO도 그렇지만 잘 되는 판에 들어가 성과를 내긴 어렵다”면서 “지금은 워낙 경제 상황이 안 좋으니 어느 정도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오면 티가 확 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가 좋은 성과를 내면 박 대통령은 집권 중반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큰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실질적 성과를 낸다면 박 대통령이 통치의 안정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에게 쏠린 냉정한 평가를 되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엔 조기 레임덕까지 걱정해야 한다. 윤 센터장은 “리스크가 큰 여러 정책을 쓰기로 했는데 가계부채 등 부작용이 부각되면 전통적 지지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며 “여당 내 비주류 세력이 커진 가운데 국민과 당 둘로부터 동시에 고립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정부의 성공 여부는 결국 정권 재창출에서 판가름 나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면 2016년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에 가까워질 것”이라며” 반대로 쓸 카드를 다 쓰고도 국민들 사이에 ‘못 살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상당한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에게도 지금은 중요한 시기다. 3선 의원에 여당 원내대표, 장관까지 다 해본 그다. 그리고 그 때마다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합리적 성품 덕에 적도 많지 않은 편이다. 여기에 ‘경제전문가’ 이미지가 더해지면 몸값은 급상승할 수 있다. 현재 새누리당에는 뚜렷한 차기 대권 주자가 없다.

김무성 대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정몽준 전 의원 등이 꼽히지만 확실한 1등이 없다. 윤희웅 센터장은 “단번에 대권후보로 부상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어려운 여건에서 부총리를 맡아 국민들이 호응할 만한 회복 신호를 준다면 대중 정치인으로 부상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경력이 화려하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20년간 경제기획원 등에서 공직 생활을 했다. 이 사이 미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수석이코노미스트로 근무했고, 1999년 공직을 떠난 뒤엔 언론사(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에 몸을 담기도 했다.

2002년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였던 이회창의 경제특보로 정치권에 입문한 뒤 17대 국회에 입성했고, 내리 3선으로 했다. 국회에서는 기획재정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등을 두루 거쳤다. 정치권에서 최 부총리처럼 관(官)·학(學)·언(言)·정(政) 경력을 모두 가진 인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발휘하는 친화력과 정무감각은 그의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위스콘신 경제팀에 과도한 권력 집중

최 부총리가 취임 초기부터 강력한 정책 추진 의지를 나타내며 시장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권력이 집중된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조금씩 흘러나온다. 그를 비롯한 위스콘신 인맥은 사실상 우리나라 경제 권력을 장악했다. 실세 중의 실세다. 최 부총리가 위스콘신 인맥의 맏형 격이고,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과 강석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그와 동문이다.

호흡은 잘 맞겠지만 최 부총리의 표현대로 ‘지도에 없는 길’을 가는데 마땅한 견제 세력이 없다는 건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중간에 혹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 지적할 만한 사람이 안 보인다.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나 조급증에 시달리면 예상 못한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을 새겨야 할 시점이다.

1248호 (2014.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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