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Issue | 장원석 기자의 ‘앵그리 2030’ ① 후세 배려 못한 기초연금 - 21세(1993년생) 당신은 4260만원을 잃었습니다 

‘기초노령연금→기초연금’ 바뀌면서 젊은 세대 수령액 줄고 … ‘우리는 못 받나?’ 불안감 커져 


▎6월 30일 서울 충정로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한 시민이 7월부터 시행되는 기초연금법과 관련한 상담을 받고 있다.



한국이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를 넘어 고령 사회가 목전입니다. 노인을 위한 사회적 준비와 배려는 점점 개선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미래 세대를 키우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현실은 좀 다릅니다. 요즘 20~30대의 삶은 그리 녹록하지 않습니다. 대학 입시라는 높은 벽을 넘으면 취업이라는 일생일대의 장애물이 놓여 있습니다.

꿈 같은 취업을 하고, 서른이 돼도 삶은 여전히 팍팍합니다. 쥐꼬리 만한 월급에 집 한 채 마련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멀리 내다보며 살기엔 결혼·육아·승진 등 짐이 너무 버겁습니다. 젊은이들이 미래를 설계하지 못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아닙니다. 이들의 작은 목소리를 지면에 옮깁니다.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 공간이 아닌 아버지 세대와 소통하는 공간으로 이해되길 바랍니다.


1950년 이전에 출생한 세대는 대부분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공산품 하나 제대로 못 만들던 시절, 근로 조건 같은 건 따지지도 못한 채 열심히 일했습니다. 외화를 벌기 위해 척박한 사막과 오지에 몸을 던져가며 국가 발전을 위해 헌신했죠. 자신은 배를 곯으면서도 자식만은 더 좋은 나라에 살게 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운 세대이기도 했습니다. 아마 이런 노고가 없었다면 세계 15위 경제대국 대한민국은 없었을 겁니다.


국민연금 연계방식으로 최대값 못 받을 가능성

살만해지니 어느새 노인이 됐습니다. 노후 대비란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었으니 제대로 준비한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국민연금이 있지만 역사(1988년 도입)가 짧아 가입을 못한 경우도 있고, 연금을 충분히 못 받는 사람도 많습니다. 기초연금은 이런 분들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최소한의 노후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돕자는 취지지요. 이 돈으로 손주들 용돈도 주고, 보험에도 가입하신다고 합니다. 빠듯한 살림살이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초연금 지급이 7월 25일 시작됐습니다. 시행까진 오랜 진통이 있었습니다. 기초연금의 근간이 되는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된 건 2008년 1월입니다. 소득 하위 70%의 노인에게 지급했는데 연금액은 월 최대 9만9100원(부부 가구는 15만8600원) 정도였죠. 이걸로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정치권은 발 빠르게 대응했습니다. 지난 대선 때 여야 후보 모두 기초노령연금 인상과 대상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이름이 기초연금으로 확정됐고, 지난해 9월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국민연금과 연계해 10만~20만원을 차등 지급한다’는 정부안을 발표했습니다. 국민연금과 연계한다는 발상에 야당은 반대했고, 이에 동의하지 않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퇴하는 일도 있었죠. 몇 달을 싸우더니 지방선거가 다가오자 여야는 절충안을 마련했습니다. 표 계산을 해보니 ‘얼른 처리하는 게 맞겠다’ 싶었을 겁니다. 그리고 5월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그동안 관심은 이런 부분에 쏠렸습니다.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느냐’ ‘몇 %의 노인이 혜택을 보느냐’ ‘국민연금과 연계할 것이냐’ 등이었죠. 이를 두고 여야가 정쟁을 하는 사이 정말 중요한 것을 놓쳤습니다. 재원이 어디서 나오느냐 하는 거죠. 기초연금 재원은 어디서 나올까요? 정부 예산입니다. 예산은요? 세금이죠. 세금은 누가 낼까요? 지금 한창 돈을 버는 세대거나 앞으로 일을 하게 될 세대가 더 많이 내겠죠. 누굴까요? 바로 20~30대입니다.


할아버지·아버지 세대의 건강한 노후를 위해 약간의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니 충분히 동의합니다. 그런데 좀 서운합니다. 왜 그럴까요? 첫째, 당장 젊은층의 부담이 커졌는데 논의 과정에서 20~30대는 소외됐습니다. 왜 부담이 커졌냐고요? 기초연금을 이해하려면 ‘A값’을 알아야 합니다. 연금에서 A값은 평균소득을 말합니다. 기존 기초노령연금은 A값의 5%를 노인에게 주는 개념이었습니다. 이 A값의 5%가 최대 10만원이었죠. 여기에 4년 단위로 1%씩 올려 2028년에는 A값의 10%를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복지 확대 차원이겠죠.

그런데 이번에 도입된 기초연금은 최대 20만원을 줍니다. 2014년에 이미 A값의 10%가 된 거지요. 14년 뒤에 2배로 늘리기로 했던 것을 당장 2배로 늘려버린 겁니다. 당연히 돈이 더 들겠죠. 젊은층의 부담도 커집니다.


보건복지부가 1월에 발표한 ‘기초연금과 후세대 부담’ 보고서에 따르면 기초연금 도입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 1인당 연간 28만원(2015년)의 세금 부담을 떠안게 됩니다. 이 돈은 2040년에 연간 346만원으로 급증합니다.

40~50대야 2040년이 오기 전에 기초연금을 받겠지만 20~30대는 계속 부담만 지고 받진 못합니다.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논의 과정에서 나오긴 했지만 묻혔습니다.

둘째는 더 심각합니다. 기초노령연금이 기초연금으로 바뀌면서 20~30대가 원래 받아야 할 돈을 못 받게 됐거든요. 그게 얼마냐고요? 1983년생은 2782만원, 1993년생은 4260만원입니다. 기초노령연금을 유지했다면 올해 31살인 1983년생은 만 65세 이후 총 2억319만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기초연금으로 바뀌면서 이 돈은 1억7530만원으로 줄었습니다. 올해 61세인 1953년생은 74만원, 1963년생은 947만원을 덜 받게 됩니다. 20~30대가 훨씬 큰 손해를 보는 거죠. 국회 예산정책처가 추계한 결과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매달 내고도 못 받을까 걱정되는 국민연금

이번에 도입한 기초연금의 핵심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수록 덜 받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국민연금을 좀 더 받아 생활의 여유가 있으니 기초연금은 좀 덜 받으라는 얘기죠. 기초노령연금 제도를 그대로 유지했으면 연금 수급 대상자들은 2028년까지 동일하게 A값의 10%(2014년 기준 20만원)를 받았을 겁니다.

그러나 국민연금과 연계하면 가입 기간에 따라 20만원보다 덜 받을 수도 있습니다. 취업하자마자 의무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지금 젊은 세대는 대부분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깁니다. 최대값이 얼마든 그보다 적게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유는 또 있습니다. 정부는 “기초연금액을 A값 상승률, 물가상승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 5년마다 정할 계획”이라고 말합니다. 기초노령연금은 A값 상승률만 따지지만 기초연금은 물가상승률도 함께 따진다는 얘깁니다. 보통은 소득증가율이 물가상승률보다 높습니다.

소득증가율은 매년 4~6% 정도, 물가상승률은 2~3% 정도죠. 증가율이 낮은 지표를 활용해 연금액을 결정하겠다고 하니 20~30대가 받을 돈도 그만큼 줄어든 겁니다. 이런 차이가 30년 정도 누적되면 젊은층이 손해 보는 금액이 3000만~4000만원으로 불어나는 거죠.

셋째, 지금의 20~30대가 나중에 기초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 지 확신을 주는 이들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복지 확대에 찬성하는 이유는 자신에게 그 혜택이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기초연금은 어떻습니까? 지금 2030세대에게는 먼 얘깁니다. 받더라도 최소 30년은 지나야겠죠. 지금 내 지갑에서 나간 돈으로 어르신을 돕고 있으니 내가 그 나이가 됐을 때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노무현 정부 때 기본 계획을 만든 기초노령연금은 이번 정부에서 기초연금으로 통째로 바뀌었습니다. 불과 10년도 안 됐습니다. 보건복지부는 기초연금액을 늘리면서 당장 부담이 커졌지만 8년 뒤부터는 부담이 오히려 줄어든다고 설명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궁금합니다. 8년? 그 사이 대통령 선거가 두 번이나 있습니다. 누가 또 어떻게 이 정책에 손 댈지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국민연금도 마찬가집니다. ‘나는 받을 수 있을 지 걱정’이란 젊은이의 토로가 ‘노인 봉양하기 싫어서’ 하는 변명만은 아닙니다. 실제로 불안한 겁니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내년 500조원을 넘어섭니다. 2043년엔 약 2500조원까지 쌓일 전망입니다. 그 뒤로는 줄어듭니다. 받을 사람은 많고, 낼 사람은 적기 때문이죠. ‘국민연금 고갈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가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2060년에 완전 고갈된답니다. 지금 25살은 2055년이 돼야 국민연금을 받습니다. 고갈이 우려되니 지금부터 수급액을 줄이거나 보험료를 인상하자고 합니다. 수급연령을 늦추자는 이야기도 나오네요. 내라고 하니 내는데, 정말 돌려받을 수 있는 걸까요? 다음 번에는 ‘초저금리 시대, 우리가 집을 포기한 이유’를 주제로 지혜를 모아볼까 합니다.

1248호 (2014.08.04)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