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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부족 해결사’ 해수담수화 - 생산 단가 낮출 신기술 개발 경쟁 치열 

50년 역사에도 물산업 중 비중 5% 불과 … 두산중공업 ‘세계 1위’ 수성 관심 

장원석·함승민 이코노미스트 기자

▎두산중공업이 2009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시 인근에 건설한 해수담수화 플랜트 전경. 하루에 88만t의 담수를 생산해 인근 지역에 공급한다.



물 부족 문제가 제기된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그동안 전 세계 과학자와 기술자들은 나름대로 머리를 맞대 대안을 찾아냈다. 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차고 넘치는 바닷물, 이를 담수로 바꿀 수 있다면 모든 고민이 해결된다. 바로 해수담수화다. 해수담수화는 바닷물의 염분 등 용해물질을 제거해 생활에 쓸 수 있는 담수로 바꾸는 수처리 과정을 말한다. 물은 다양한 경로로 바다로 흘러가는데 이 과정에서 무기염류 등이 용해돼 염도가 증가한다. 바다에 도착한 물은 태양에너지에 의해 증발된 뒤, 다시 비가 되어 내린다. 자연 현상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담수화(Desalination) 원리다.

오래 전부터 선원들은 항아리에 바닷물을 담아 끓인 뒤 증발된 수증기를 스펀지에 모아 식수로 썼다고 한다. 규모가 다를 뿐 지금 쓰는 담수화 설비도 이 원리를 이용한다. 증발법(MSF)이다. 역삼투법(RO)과 함께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방식이다. 바닷물을 끓이면 물(담수)은 수증기가 되고, 염분은 고체로 남는다. 이 수증기를 따로 모아 냉각시켜 담수를 얻는다. 증발 때 어떤 방식으로 열을 얻느냐에 따라 다단플래시식·다단효용방식·증기압축식 등으로 세분화된다. 일반적으로 다단플래시식을 증발법이라 부른다. 일찍부터 개발돼 기술 완성도가 높고, 다른 방식에 비해 공정이 단순한 게 장점이다.

그러나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게 증발법의 가장 큰 단점이다. 바닷물이 수증기가 될 정도로 끓이려면 열이 필요한데 여기에 들어가는 에너지 소모가 매우 크다. 경제성을 따져볼 때 비싼 석유·석탄 등으로 직접 바닷물을 끓이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한다. 주로 발전소 냉각수의 폐열을 이용한다.

발전 과정에서 쓰인 냉각수는 버려질 때 높은 열을 갖고 있다. 이 열을 버리지 않고 다시 바닷물을 데우는 데 써 에너지 비용을 아끼는 것이다. 그럼에도 필요한 에너지의 절대량 자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석유는 싸고 담수는 귀한 중동 지역에서 주로 쓰인다.


이스라엘은 2011년 연간 생활용수의 40%를 해수를 담수화해 공급했고, 카타르와 쿠웨이트도 대부분의 물을 담수화해 쓴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에선 증발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담수의 희소 가치는 낮은데 에너지 가격은 비싸서다. 발전소에서 나오는 냉각수 폐열도 주로 난방용으로 쓴다. 중동과 달리 난방이 필요한 한국에서는 그 편이 훨씬 경제적이다.

전 세계 해수담수화 65%는 역삼투법 이용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에너지 소비량이 적은 역삼투법을 활용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전 세계 해수담수화 플랜트의 65% 정도가 역삼투법을 사용한다.

물에 용해돼 있는 이온성 물질을 걸러내고 순수한 물만 통과시키는 반투막 ‘멤브레인’을 활용하는 기술인데 원리는 증발법보다 복잡하다.

하나의 커다란 수조 가운데 반투막을 하나 둔다고 가정하자. 이 막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각각 바닷물과 민물을 넣는다. 그러면 염분 등 이온성 물질은 막을 통과하지 못하고 농도가 낮은 쪽(민물)에 있던 순수한 물만 높은 쪽(바닷물)로 이동한다. 농도 평형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그러면 결국 바닷물 쪽 수면의 높이가 밀물 쪽보다 높아진다. 이 수면의 높이 차에 해당하는 압력이 삼투압이다.

역삼투는 이 상태에서 수면이 상승한 바닷물 쪽 수조에 삼투압 이상의 압력을 가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바닷물 쪽을 꾹 누르면 물은 민물 쪽으로 밀려간다. 이때 바닷물 쪽의 염분 등은 막을 투과하지 못하고 순수한 물만 이동한다. 이 때 나온 물을 담수로 이용하는 게 역삼투법이다. 압력을 만들려면 역시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증발법보다는 에너지 소비가 적다.

다만 역삼투법은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하다. 멤브레인이라 불리는 반투막의 조건이 까다롭다. 높은 압력을 견디면서도 물은 통과시키고, 염분은 걸러내야 해서다. 수명이 짧아 교체 비용이 만만찮고, 처리 과정도 복잡하다. 취배수·전처리·후처리·변전 설비 등 첨단설비를 갖춰야 한다. 국내 일부 도서지역에서 역삼투법으로 담수화를 하고 있지만 규모는 아직 미미하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한 비상 급수 대책 수준이다. 이 외에는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초순수(超純水)를 얻기 위해 활용하는 정도다.

결국 해수담수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성이다. 해수담수화는 일반 담수의 정수 처리 비용보다 10배 가까이 비싸다. 기껏 담수를 만들어도 생산 비용이 판매 가격보다 높으면 헛수고란 얘기다. 해수담수화 기술이 첫 선을 보인지 50년 정도 됐지만 여전히 ‘미완의 대기’로 남아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 세계 해수담수화 시장 규모는 연간 120억 달러(약 12조원) 가량이다. 물산업 전체에서 담수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5%에도 못 미친다.

성장은 더뎠지만 앞으로는 다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기술 덕분이다. 해수담수화 관련 기술은 대부분 경제성, 특히 에너지 효율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압력이나 온도 등 증발 환경에 변화를 줘 바닷물에 증발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줄이거나 지열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식 등이 연구되고 있다. 역삼투법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신소재 멤브레인 개발도 여러 기업의 핵심 과제다.


▎웅진이 만든 해수담수화 플랜트인 역삼투압식 염분 제거 장치.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해수담수화는 댐만큼 안정적으로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인데 플랜트 규모가 작아 건설 비용이 적게 든다”며 “담수 생산 비용만 낮아지면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글로벌 기업이 신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다.

두산 담수화 시설로 중동서 2200만명분 용수 공급

해수담수화는 국내 기업의 시장 선점 가능성이 큰 분야다. 국내 기업 중에선 단연 두산중공업이 눈에 띈다. 현재 두산중공업은 증발법 방식에서 세계 1위(2008~2013년)다. 두산중공업은 1978년 사우디아라비아 파라잔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중동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980~90년대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지역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실력을 키웠고,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 일부 업체가 독점했던 담수 설비의 설계 기술을 자체개발하는 데 성공하면서 입지가 더 탄탄해졌다.

2000년대 들어서는 중동 지역 담수 플랜트를 거의 싹쓸이 하다시피 수주하며 세계 1위로 올라섰다. 30년 동안 중동 지역에서 수주한 해수담수화 프로젝트는 총 27개로 이 시설들의 담수 생산용량은 640만t 규모다. 하루 2200만 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2011년에는 다단효용방식(MED) 해수담수화 시장 진입에도 성공했다. 다단효용방식은 여러 개의 튜브 내에 증기를 통과시키고 그 위에 바닷물을 부어 수증기를 만드는 방법이다. 기존 증발법보다 에너지 효율이 좋다. 2011년 2월 단위 용량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사우디아라비아 얀부 MED 해수담수화 설비를 수주한 데 이어 9월에는 마라픽 MED 해수담수화 프로젝트도 따냈다.

윤석원 두산중공업 부사장은 “이미 증발법과 역삼투법에서 다수의 실적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MED 플랜트까지 수주하면서 해수담수화 3대 방식의 기술과 실적을 모두 갖춘 기업이 됐다”며 “발주처에 가장 적합한 방식을 제시할 수 있게 돼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도 신기술을 발판으로 해수담수화 시장에 뛰어들기로 했다. 최근 현대건설은 한국수자원공사·도레이케미칼과 공동으로 ‘카본 나노튜브 역삼투막 방식(CNT RO)’을 활용한 해수담수화 공정 연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나노(초미세) 물질인 카본 나노튜브(CNT)를 멤브레인에 코팅해 막을 통과하는 물의 속도를 높여 담수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기술이다.

권오혁 현대건설 연구개발본부장은 “CNT RO 기반의 해수담수화 플랜트는 세계적으로 처음 시도되는 것”이라며 “기존의 역삼투막 기술에 비해 물 투과량을 30% 이상 향상시키면서 에너지 소모량은 약 20%까지 낮출 수 있는 신기술”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현재 시화호 인근에 CNT RO 해수담수화 실증 플랜트를 설치 중이다. 2016년까지 시운전을 마무리한 뒤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을 대상으로 사업화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가스-바닷물 반응시켜 담수 얻는 연구 진행 중

증발법은 두산중공업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역삼투법은 아이오닉스·IDE 등 해외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역삼투법에 쓰는 멤브레인은 도레이 등 일본 기업의 기술력이 뛰어나다. 역삼투법으로 해수담수화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만큼 해당 분야에 연구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배경때문에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신기술이 주목 받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은 김유창 박사팀은 지난해 말 ‘정삼투’ 공정을 이용해 기존 역삼투식 공정보다 에너지 효율을 높인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정삼투(FO)-역삼투(RO) 담수화 공정’이다. 해수보다 삼투압이 높은 유도 용액을 사용해 정삼투막 사이로 담수를 이동시킨 뒤 담수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기존 역삼투 공정보다 에너지 소비를 2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기존 역삼투 방식의 생산 단가는 1t당 1200∼1300원대지만, ‘정삼투(FO)-역삼투(RO) 담수화 방식을 적용하면 생산단가를 1000원 이하로 낮출 수 있다. 물론 분리막 성능의 한계와 재분리의 어려움 등으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주동 박사팀은 가스 하이드레이트의 생성 원리를 활용한 담수화 신기술을 연구 중이다. 가스와 바닷물을 반응시켜 가스 하이드레이트 결정체를 만든 뒤 염분을 분리해 담수를 얻는 방식인데 증발법과 역삼투법의 한계를 모두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어서 시장의 기대가 크다.




1247호 (2014.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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