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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생수 전쟁 - 한라산 물이냐 백두산 물이냐 

6000억대 시장으로 고속 성장 … 삼다수 독주 속 백산수 맹추격 




서울 반포동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매장에 자리한 ‘워터바’는 7월 13일 더위를 피해 ‘물맛’을 보러 온 손님들로 붐볐다. 매장 직원은 104종의 생수가 진열돼 있는 냉장고 앞에서 고객의 입맛에 맞는 물을 찾아주느라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주부 정소영(41)씨는 “2년 전부터 워터바를 통해 생수를 구입하고 있다”며 “예전엔 수입 아니면 국산이었는데 이제는 국산도 종류가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2009년 업계 최초로 워터바를 선보였다. 서울·부산 지역에 4개 매장을 운영했지만 최근 1호점인 강남점만 남긴 채 모두 철수했다.

물 전용 매장은 줄었지만 생수를 주문하는 고객은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3.1%를 성장세를 보였고, 올 상반기도 5.3%(6월 기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초기에는 다양한 종류의 생수를 찾는 고객이 많지 않아 식품관 외에 워터바를 따로 운영해 관심을 끌었다”며 “소비자들의 생수 구입이 대중화·다양화되면서 별도의 워터바를 두지 않는 대신 식품관 안에 생수 코너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업계 추산으로 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 1562억원 규모였던 생수 시장은 2012년 5000억원, 지난해에는 54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지구온난화로 우리나라의 여름이 길어지고, 야외활동 인구가 늘고 있는 게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대형마트인 이마트의 1분기 생수 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3% 증가했다. 지난 2년간 1분기 음료 순위에서 4위였던 생수가 올해는 1위로 올라섰다.

불황에도 해마다 두 자릿수 성장

불황에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하는 생수 시장은 덩치가 커진만큼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하다. 절대강자인 광동제약 ‘삼다수’를 선두로, 롯데칠성 ‘아이시스 8.0’, 해태 ‘강원평창수’ 등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이다. 삼다수의 올해 1분기 매출은 504억원을 기록해 1998년 출시 이후 17년째 1위 자리를 지켰다. 롯데칠성의 아이시스 역시 매출액 182억원에서 221억원으로 21.4%로 늘었다. 하이트진로음료의 ‘석수’ 매출은 146억원에서 150억원으로 소폭 성장했다.

식음료 업체뿐 아니라 이마트, 롯데마트 등이 내놓은 자체브랜드(PB) 제품의 성장세도 무섭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를 비롯해 CU와 세븐일레븐, GS리테일 등 편의점 업체들도 PB 제품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마트 ‘봉평샘물’은 1~5월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100개가 넘는 생수 브랜드 중 삼다수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매출 신장률이 19.5%로 이마트 전체 생수 매출 증가율 4%를 훨씬 넘는다. PB 제품의 강점은 자체 유통망을 활용한 저렴한 가격이다. 이마트의 ‘샘물블루’와 ‘봉평샘물’, 롯데마트의 ‘초이스’ 등 PB 생수의 소비자 가격은 삼다수나 아이시스 등보다 20~30% 가량 저렴하다.

기존 업체들은 시장 수성에 안간힘이다. 광동제약은 삼다수의 시장점유율 1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삼다수의 시장점유율은 올 상반기 현재 42.3%에 달한다. 삼다수를 생산·유통하는 제주도개발공사와 광동제약은 ‘10-10-10 운동’을 펼치며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판매량과 매출액, 순이익을 모두 10% 늘리겠다는 것. 삼다수는 높은 인기 덕에 매년 여름 성수기면 품절사태를 빚기도 했다. 이는 삼다수의 취수량이 월간 기준 6만3000t로 제한됐기 때문인데, 올해는 11만1000t으로 증량 허가를 받았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 등 해외 수출 1만t을 목표로 판로를 개척 중이다.

지난 2012년 법정공방 끝에 삼다수를 뺏긴 농심은 ‘백산수’로 심기일전한다. 시장점유율은 3.3%로 삼다수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엔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전망은 밝다. 올 1분기 백산수 판매(페트병 마개 기준)가 전년 동기보다 55% 늘었다. 가정에서 주로 마시는 2L짜리가 26.7%, 소용량인 500ml짜리는 105.9%나 늘었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농심은 백산수의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 두 배인 500억원으로 잡았다. 2017년까지는 연매출 2000억원으로 올려 삼다수를 앞선다는 목표다.

적극적인 투자도 계속된다. 농심은 회사 창립 이후 최대 규모인 2000억원을 백두산 생수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투자의 일환으로 6월에 중국 지린성 옌볜 조선족자치주에 있는 백두산 자락에서 신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박준 농심 대표는 이 자리에서 “날로 치열해지는 백두산 생수 개발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고자 신공장을 건설하게 됐다”며 “백산수를 백두산을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공장은 향후 한 해 200만t까지 생산규모를 즉각 증설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 공장의 연 생산 규모는 25만t이다. 내년 9월부터는 기존 공장과 합쳐 연간 125만t의 백산수를 생산·판매한다.

고급화·소형화 트렌드

20여 종의 천연 미네랄을 함유해 맛과 품질이 뛰어난 백두산 화산 암반수는 러시아 코카서스, 스위스 알프스와 함께 세계 3대 광천수 수원지로 평가 받는다. 농심은 2003년부터 좋은 수원지를 찾기 위해 울릉도를 비롯해 프랑스·하와이의 화산지대까지 살펴본 끝에 백두산을 골랐다. 생수를 생산하는 중국 회사를 500억원에 인수해 2010년부터 백산수를 생산해왔다. 70년 간 취수권을 확보한 백산수는 그간 중국에서만 판매했지만 2012년 말부터 국내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거나 고급화 전략으로 경쟁에 나서기도 한다. 생수업계 2위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대표 생수 브랜드인 ‘아이시스’를 7년 만에 리뉴얼했다. 기존 ‘아이시스(블루)’와 ‘디엠지 청정수’를 각각 ‘지리산 산청수’와 ‘평화공원 산림수’로 개편했다. 지역 명수로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롯데칠성음료는 한 가지 생수 브랜드만 고수하는 경쟁사와 달리 지역별 생수 브랜드와 롯데마트 PB 제품을 통해 입지를 굳히고 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4월에 새로운 패키지 디자인을 적용한 석수 리뉴얼 제품을 내놓았다. 200억원을 투자해 충북 청원공장의 제품 생산라인도 전면 교체했다. 업체 측은 “용기 제작 후 제품 주입까지 하나의 기계로 연결되는 논스톱 시스템을 적용해 외부 오염원을 차단했다”며 “한층 더 강화된 품질로 승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프리미엄 생수 브랜드인 ‘카렐의 선물’을 출시해 경쟁력을 높였다. 다른 제품에 비해 유게 게르마늄 성분 함유율을 높였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석수의 올해 매출 목표는 1000억원이다.

동원F&B도 5000병 한정판 프리미엄 샘물 ‘브리즈에이’를 출시하며 프리미엄 생수 시장에 진출했다. 이 제품은 480ml 한병에 1500원으로 비싼 가격임에도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해 2주 만에 4000여병이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최근 생수의 고급화·소형화 트렌드를 반영한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현재 국내 프리미엄 생수는 70여 종이 있으며 프랑스산 에비앙이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동원F&B 측은 “생산공장을 정비한 뒤 연말께 본격 출시해 프리미엄 생수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247호 (2014.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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