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CEO 에세이 - 논리보다 입장부터 파악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이사



논리적 추론능력을 중시하는 컨설팅 회사의 입사에는 면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면접에서 지원자를 테스트 하기 위해서 간혹 던졌던 약간 엉뚱한 질문이다.

고객으로부터 ‘우리나라에 사는 쥐는 몇 마리일까? 3일 이내에 답을 구해달라’는 과제가 떨어졌다고 가정하자. 어차피 답은 없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는 꼭 알아야 할 배경이 있고, 합리적 추론을 통해서 의사결정의 근거를 도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쥐가 몇 마리일지 정확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해답에 접근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우리나라를 도시·농촌·어촌 등 유형별로 나누고 샘플조사를 단기간에 진행해서 숫자를 추정할 수 있을 것이고, 쥐를 먹이로 하는 고양이 숫자를 파악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가장 탁월했던 대답은 ‘우리나라에 가장 큰 쥐약회사를 찾아가서, 그 회사가 상정하고 있는 쥐 숫자를 알아오겠다’였다. 쥐와 밀접한 이해관계가 있을수록 쥐에 대해 가장 많이 이해할 것이라는 점에서 쥐약회사가 적격이라는 관점이다.

면접용 ‘엉뚱 퀴즈’의 질문과 답변에 세상사의 본질이 압축돼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해관계가 연관돼 있을 때 가장 진지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떤 사안에 항상 관심을 가지고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통상 관련해서 먹고 사는 사람이다.

나아가 사람들은 각자 나름대로 정연한 논리를 세워서 정당성을 역설하지만, 결국 핵심은 이해관계에 있게 마련이다. 자신과 무관한 사안에 대해서는 비교적 객관적으로 냉정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막상 자신의 이익이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예외없이 이익을 대변하게 된다.

세상에 똑똑한 사람은 많지만 용기 있는 사람은 드물고, 나아가 자신의 이해관계에 초연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논리(logic)보다 입장(interest)을 파악해야 본질이 보인다. 결국 개인과 조직의 역학관계를 이해하는 핵심은 대의명분이 아니라 이해관계가 핵심이다. 논리는 입장에 종속되고, 입장에 따라 논리는 만들어진다.

인간들이 모여 만든 공동체도 이런 속성을 강력하게 가진다. 다른 존재를 위하는 이타적인 성향도 인간을 비롯한 다른 동식물에서 나타나지만, 이 역시 집단 전체의 생존에 이익이 되는 방향의 진화가 만들어낸 것이다. 그나마 이해관계의 극복이 개인차원에서는 예외적으로 가능할 수도 있으나, 집단 차원에서는 불가능하다.

개인적으로 이해관계에 비교적 담담하던 사람들도 집단이 되면 달라지는 이유는 개인과 집단의 이해관계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종교단체들이 이익을 취하기 위해 벌이는 이전투구는 세속의 이익단체에 못지 않다. 순수한 학문 탐구를 내세우는 고결한 인격의 교수들이 총장 선거 등의 사안을 둘러싸고 벌이는 용쟁호투의 본질도 이권다툼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들어 차라리 기업인들이 솔직하고 양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업인들은 굳이 실질적 이해관계를 거대한 명분으로 포장하지 않고 고객과의 이해관계 속에서 가치를 창출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도 이익을 얻으려 노력할 뿐이다. 또한 시장이라는 제도는 어줍잖은 명분을 내건 사기극이 반복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갈수록 기업인의 가치는 폄하되고, 명분을 내세우는 사기꾼들만 대접받는 듯해서 더욱 씁쓸하다.

1247호 (2014.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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