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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어진 ‘뉴 노멀(New Normal)’ 시대 新투자전략 - 저위험·저수익으로 눈높이 낮춰라 

저성장·저금리·저물가 고착화 … 포트폴리오 바꾸고 기대수익률 낮춰야 




이젠 ‘뉴 노멀(New Normal)’에서 ‘뉴(New)’를 빼도 될 듯하다. 뉴 노멀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인 저성장과 저금리가 이미 피할 수 없는 현실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으려던 세계 경제는 6년째 아기 걸음마 성장을 하고 있다. 신흥국 경제엔진조차 식었고 한국 경제도 예외는 아니다. 고성장은 옛말이 됐고, 잠재성장률 전망치도 흐릿하다. 내수 역시 활기를 못 찾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 투자의 관점과 전략도 바꿔야 한다. 주식·펀드·부동산 등 투자처별 해법을 모색해봤다.

‘뉴 노멀(New Normal)’은 미국 벤처투자가인 로저 맥나미가 2003년 발표한 자신의 저서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간단히 말해 고성장에서 저성장으로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란 내용이다. ‘올드 노멀(Old Normal)’ 시대에 금융과 실물 경제의 높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세계 경제가 크게 성장했지만 위험투자의 증가, 자산가격 버블, 글로벌 불균형 등을 초래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저성장과 정부 개입 확대를 중심으로 한 뉴노멀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인 핌코의 전 CEO 엘 에리언이 저성장, 저금리, 소비 위축, 미국 비중 감소 등을 위기 이후의 뉴 노멀로 지적한 이후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2010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뉴 노멀에 관한 별도 세션이 열리면서 관심은 더욱 커졌다.

IMF·세계은행 잇따라 성장 전망치 낮춰

그래도 이 때까진 ‘상당 기간 그럴 수 있다’ 혹은 ‘그런 징후가 보인다’ 정도였다. 그러나 뉴 노멀은 이제 끝을 가늠하기 힘든 ‘노멀’로 자리를 잡았다. 세계 경제는 금융위기로 성장세가 크게 꺾인 뒤 회복이 더디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2010년 5.2%를 기록한 이후 2011년 4.0%, 2012년 3.2%, 2013년 3.0%로 내리막을 탔다.

올해는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등은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일단 선진국의 회복이 예상만 못하다.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잠정치(1.0%)보다 훨씬 낮은 -2.9%에 그쳤다. 이례적인 혹한의 여파라지만 시장의 기대가 컸기에 실망도 컸다. 도이체방크는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3%로 대폭 낮췄고, 골드먼삭스는 1.2%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은 겨우 마이너스를 벗어난 수준이다. 김석규 GS자산운용 대표는 “유럽 경제의 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더딘데 이는 과잉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탓”이라며 “미국은 가계부채를 정상수준으로 돌려놨지만 유럽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 이 빚에 대한 부담이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가 그럭저럭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신흥국의 성장 열기마저 식었다. 2005~2011년 사이 매년 9.2~13.0% 성장하며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했던 중국은 최근 2년 새 7%대 성장률에 묶여 있다. 올해 목표치도 7.5%다. 인도 역시 2년 연속 경제성장률이 5% 아래에 머물면서 비관론이 팽배한 상황이다.

시장 친화적인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들어선 이후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긴 했지만 외부의 시선은 아직 좋지 않다. 세계은행이 6월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Global Economic Prospects)’에서 인도·브라질 등 신흥국 성장률을 종전 5.3%에서 지난해와 같은 4.8%로 낮춘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신흥국의 더딘 성장 속도는 한국과 같은 수출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신흥국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는 수출 둔화에 따라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저성장 추세는 우리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1970~80년대 연 평균 9% 이상 성장했던 한국 경제는 1990년대 6.87%, 2000년대 4.43%로 평균 성장률이 점차 낮아졌다. 2011년 이후엔 3%를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 경제가 4.0%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사실상 달성이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세계 경제 회복세가 더딘데다 원화 강세, 중국 경제 경착륙, 세월호 참사 여파 등 불안 요소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5월 말 성장률 전망치를 3.9%에서 3.7%로 낮춘 데 이어 한국금융연구원도 전망치를 기존 4.2%에서 4.1%로 0.1%포인트 낮췄다. 한국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도 각각 3.5%에서 3.4%, 4.0%에서 3.6%로 하향 조정했다. 조만간 수정 전망을 발표할 예정인 한은 역시 전망치를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잠재성장률은 더 걱정이다. 금융위기 이전 5%대를 유지했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최근 3%대로 떨어졌다. 2020년대엔 2%대로 떨어지리란 게 많은 전문가의 예측이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모든 생산자원을 최대한 활용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GDP 성장률이다.


실질 성장률이 3% 전후로 떨어진 상황에서 잠재성장률의 급속한 하락은 저성장 고착화의 경고음일 수 있다. 많은 선진국의 경우 국민소득이 3만~4만 달러가 됐을 때 잠재성장률이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우리나라는 2만 달러 대에서 하락을 시작했다. 국민소득이 계속 2만 달러 언저리에 머무는 ‘중진국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잠재성장률도 하락세 ‘저성장 고착화’의 경고음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경제팀을 ‘성장론자’로 구성하면서 성장동력 되찾기에 안간힘을 썼지만 별 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밖으로 악재가 쌓여있는데 안에서는 내수 침체가 발목을 잡았다. 돈이 있어도 쓰질 않는다. 올 1분기 가계당 소득은 처음으로 400만원대에 진입했다.

2010년 이후 꾸준한 증가세다. 하지만 가처분소득(소득-비소비지출)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인 평균소비성향은 2010년 이후 계속 하락해 최근 71~74% 정도에 머물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77% 후반에서 80% 초반을 오갔다. 반대로 가계의 흑자액(가처분소득-소비지출)은 60만원대에서 80만원대로 껑충 뛰었다.

기업도 돈을 안 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자산총액 기준 우리나라 10대 그룹, 70개 상장 계열사의 유보율은 평균 1578.5%(2013년 말 기준)에 달한다. 2012년 말 1414.2%였으니 1년 새 164.3%포인트 높아졌다. 자본금은 큰 변동이 없는데 잉여금이 크게 늘었다.

유보율이 1600%에 육박한다는 것은 기업들이 자본금의 16배에 가까운 돈을 쌓아두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재무구조를 탄탄하게 유지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투자를 안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최근 미국·중국 등의 글로벌 기업들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신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는 반면 한국 기업은 강 건너 불구경 중이다(관련기사 1244호 커버스토리).

돈 안 쓰는 국민, 투자 안 하는 기업

기준금리는 2009년 이후 3% 아래에 머물고 있다. 최근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는 시장 안팎의 압력이 거세 추가 인하 가능성이 있다. 극심한 내수 부진과 원화 강세에 따른 기업 수익성 악화 등으로 올 하반기 경기 회복이 더딜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물가가 20개월째 1%대 이하의 상승률에 그치고 있는 것도 금리 인하를 부추긴다.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목표(2.5~3.5%)에 못 미치는 저물가 시기다. 저성장·저물가 국면에선 금리 인상 명분을 찾기가 어렵다.

저성장·저금리·저인플레이션 등은 우리나라가 확실한 뉴 노멀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증거들이다. 상황이 변했으니 투자 전략도 바꿔야 한다. 뉴 노멀에 적응하려면 첫째, 기대수익률을 낮춰야 한다. 적금·펀드·부동산 어디에 투자해도 무난히 5~10%는 벌던 시대는 저물었다. 뉴 노멀의 출발점은 고위험 투자와 과잉소비에 의존한 고성장이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반성이었다. ‘과잉’과 ‘탐욕’을 줄이는 게 뉴 노멀 시대의 사고다. 둘째, 그동안 외면 받은 것들에 주목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주식의 경우 성장주보다 배당주에, 펀드는 중수익·중위험 펀드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부동산 시장은 작은 평형 아파트와 사회간접자본(SOC), 실물 투자에 돈이 몰리고 있다. 세금을 아껴 상대 수익률을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저성장 시대에 빛을 발하는 투자 상품도 있으니 챙겨보자. 셋째, 공부가 필요하다. 고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돈 버는 방법도 복잡해졌다. ‘묻지마 투자’로 앉아서 이익을 내던 시대는 끝났다.

1245호 (201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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