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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경제활성화 중점 법안 국회서 계속 ‘낮잠’ - 의원님들, 올해도 벼락치기 하실 겁니까? 

7월 재·보선, 8월 휴가, 9월은 국정감사 …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가 새 경제팀 첫 시험대 

장원석·함승민 이코노미스트 기자

▎‘악수는 했는데…’ 6월 24일 국회 운영위원장으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선출되자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이 의원에게 다가가 축하악수를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첫 해였던 2013년 정부와 국회는 도무지 손발이 맞지 않았다. 정부는 소통을, 국회는 일을 안 했다. 여야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논란 등을 놓고 1년 내내 싸우다 연말에 벼락치기로 법안 몇 개를 통과시켰다. 여당은 남 탓만 했다. 처음엔 야당 탓을 하더니, 나중엔 현오석 경제팀의 정무감각을 문제 삼았다. 야당은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다. 어려울 땐 적과도 동침한다는데 그럴 의지는 없어 보였다.

올해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연초부터 기초연금제 도입을 놓고 기싸움을 하더니 3월이 되자 일찌감치 지방선거 모드에 들어갔다. 세월호 참사 이후엔 새 총리 내정을 놓고 두 달을 허비했다. 그렇게 반 년이 지났다. 남은 6개월도 암울하다. 7월 30일엔 ‘미니 총선’이라는 재·보궐선거가 전국 15곳에서 치러진다.


지방선거가 끝난 지 불과 한 달 만에 벌어지는 대규모 선거전이다. 휴가철인 8월엔 국회가 문을 닫을 가능성이 크고, 곧바로 9월부터 국정감사 시즌에 돌입한다. 지난해 7월부터 12월 중순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단 한 건도 없었다(관련기사 1225호). 올해라고 다를까?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6월 24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김한길,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해에도 7~12월 중순까지 법안 처리 0건

정치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사이 경제는 갈 길을 잃었다. 성장은 정체, 내수는 침체다. 지난해 하반기 반짝 회복세를 탔지만 이리저리 휘둘리다 다시 하강 국면이다.

전 세계적인 성장 부진에 따른 하방 압력이 강하지만 저성장을 벗어날 뾰족한 묘수가 안 보인다.

그동안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수출 기업들은 원화 강세에 돌파구를 못 찾고 있다. LTE급 속도로 통화가치가 상승하더니 원·달러 환율은 1010원대 마저 붕괴됐다.

‘환율세 자릿수 시대’가 올 것이란 불안감이 현실화하고 있다. 환율이 손익분기점 아래로 내려오니 중소기업부터 벼랑에 몰리고 있다. 대기업 역시 실적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3월만 해도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전망은 9조원 대였지만 석 달 새 1조원이 빠졌다. 현대자동차 역시 실적이 지난해 2분기에 못 미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경제 활력을 가늠하는 산업활동동향 지표도 좋지 않다. 5월 소비는 약간 늘었지만 생산·투자 모두 감소했다. 몇 개월 뒤의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1월 이후 줄곧 하락세다. 외부에 악재가 많으니 내수 회복이 거의 유일한 희망이지만 시장엔 돈이 돌지 않는다. 소득이 늘어도 소비심리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다. 가계나 기업이나 마찬가지다.

부동산 시장은 총부채상환비율(DTI)·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움직임에도 반응이 미지근하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박 대통령이 서비스산업 육성과 규제 완화 등으로 내수 살리기에 공을 많이 들였지만 세월호 후폭풍에 동력을 잃었다”며 “새 경제팀이 꾸려진 만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 핵심 쟁점 될 듯

실제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동시에 이들의 어깨는 무겁다. 하루 빨리 경기를 부양해야 하고, 길게는 한국 경제 체질 개선이란 만만치 않은 과제와 싸워야 한다. 우선 단기적으로 경기가 살아난다는 시그널을 주지 못하면 가뜩이나 박근혜정부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추진동력을 얻기 어렵다.

장기 과제는 다뤄보지도 못하고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의미다. 최 후보자가 내정 직후 DTI와 LTV 비율 상향 카드를 꺼낸 것도 이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지 못하면 내수 활성화는 어렵다고 본 듯 하다.

여당은 부쩍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 대표는 7월 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두 달째 경제문제에 관한 논의가 멈춘 상태이니 경제 살리기 법안 처리에 관련 상임위 간사들께서 최대의 노력을 다해달라”면서 “내수 활성화를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자본시장법 등 여러 시급한 법률이 산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회에는 그간 뒷전으로 밀린 경제활성화 법안이 쌓여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권 초부터 추진했으나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 법안이 14건 남았다. 연초 이후 발의된 것까지 더하면 처리를 기다리는 경제활성화 법안 수는 더 늘어난다. 올해 1월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표한 입법 추진계획에 따르면 경제활성화로 분류된 법안은 총 24건이었다. 이 중 10건만 해결됐는데 대부분 큰 이슈가 없거나 대안 반영으로 폐기된 법안이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하 서비스산업법) 등 파급력이 큰 법안들은 여전히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정부나 여당이나 한 목소리로 빠른 처리를 외치고 있지만 통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서비스산업법은 의료와 교육 등 제조업을 제외한 모든 산업을 서비스산업으로 보고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통해 내수활성화와 고용 창출을 달성한다는 취지다. 박근혜정부가 내수활성화를 중점 과제로 내세우면서 추진 속도를 올렸지만 야당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2년째 상임위에 머물러 있다. 야당은 서비스산업법을 의료와 교육 민영화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본다.

2월 임시국회 때 정부가 조속한 통과를 강조했던 관광진흥법 개정안도 제자리 걸음이다. 이 개정안은 유흥시설이나 사행성 시설이 없는 호텔은 학교 근처에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해서 숙박시설을 늘리자는 취지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단체는 유해시설 유무와 상관없이 호텔 자체가 학교 주변에 들어서는 게 교육 환경에 좋지 않다며 반대하고 있다. 크루즈산업법의 핵심은 카지노다. 세계 크루즈 시장의 성장에 맞춰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자는 의도지만 야당이 사행성 조장을 우려하며 반대해왔다.

그러던 중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해운 관련 규제완화 법안 논의는 적절치 않다는 야당 측 의원들의 지적에 따라 협의가 중단됐다. 정부 규제 완화 정책의 일환인 의료법 개정안은 외국인 환자 유치를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는 보험사가 보험 상품과 연계해 해외 환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바꾸자는 것이다. 업계의 반응마저 미지근해 통과가 쉽지 않다.

IT 분야에선 클라우드컴퓨팅과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클라우드컴퓨팅법은 국가기관에 클라우드컴퓨팅을 도입하고 관련 중소기업에 정보·자문을 제공하는 한편 관련 기술·서비스의 연구·시범 사업에 대한 재정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IT·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처리가 시급하지만 1년 반 동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창업·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 제도를 도입하자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1년 넘게 진전이 없다.

언급한 14개 법안 중에는 정부가 경제활성화 방안으로 추진 중인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영 등 부동산 관련 법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포함하면 더 많은 경제활성화 법안이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영은 장기 침체에 빠진 주택시장을 살리는 길”이라며 “주택법 개정안 처리에 야당이 적극적인 협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최근 당정협의에서 분양가 상한제 탄력적 운영을 적극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영은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됐던 사안이다. 2012년 9월 정부 발의로 국회에 제출된 후 수 차례 합의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분양가 상한제 완전 폐지를 골자로 2009년 2월 발의된 개정안까지 감안하면 5년째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다.

‘실세’ 최경환·안종범 투 톱 위력 발휘?

새 내각을 꾸리면서 박 대통령은 최 내정자와 함께 안종범 의원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으로 발탁했다. 두 사람 모두 대표적인 친박계 의원이자 오래 전부터 박 대통령에게 경제에 관한 조언을 해왔던 최측근이다. 자신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위기를 극복해달라는 주문을 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6월 30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경제 대도약을 다시 국정중심에 놓고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면서 “새 경제팀이 출범하면 우리 경제의 일부 부진을 씻겨내고 시장과 긴밀 소통하면서 경제에 활력 불어넣을 방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정책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신뢰를 나타냈다.

정치권이나 재계에서도 최경환·안종범 투 톱 체제가 갖춰지면 1기 경제팀의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국회와의 호흡 문제가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3선 의원 출신에 최근까지 원내대표를 맡았던 최 내정자는 정계 안팎에서 뛰어난 리더십과 정무감각을 가진 정치인으로 평가 받는다. 야당에서 “부처 간 이견 조정이나 정책 추진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칭찬이 나오기도 한다. 안 수석 역시 현역 의원으로서 국회와의 소통이 나쁘지 않으리란 관측이다.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은 새 정책을 만들 때가 아니라 기존에 발표한 정책을 시장에 적용할 시점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추진력이 중요하다”며 “국가 경제가 위기에 처한 만큼 새 경제팀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야당도 대승적 차원에서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1245호 (201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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