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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주가 열전 _다음 vs 네이버 - 카카오에 먹힌 다음 ... 합병 효과 톡톡히 볼까 

주가·검색점유율 네이버에 크게 뒤져 카카오톡 세계화 포석 통할지 주목 


▎최세훈 다음 대표(왼쪽)와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5월 26일 기자회견에서 다음이 카카오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해를 품은 달’이라는 TV 드라마가 인기였다. 원작소설에서 따온 제목이 역설적이다. 달은 커다란 해와 비교할 때 좀 작은 존재다. 개기일식과 같은 중대한 이벤트가 있어야만 자기보다 큰 해를 품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최근 주식시장에도 ‘해를 품은 달’이 등장했다. 카카오를 인수한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야기다. 최세훈 다음 대표와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5월 26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의 카카오 인수합병을 공식 선언했다.

마치 일식과 같은 이벤트였다. 직원 수는 다음(2600여명)이 카카오(600여명)보다 많지만 시가총액으로는 카카오(2조4000억~4조원, 장외시장 추산치)가 다음(1조591억원, 5월 23일 기준)보다 앞선 때문이다.

실제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비율은 1대 1.5557456으로 카카오 쪽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합병기일은 10월 1일, 합병신주는 4300만주로 합병 후 발행주식수는 5657만주다.


다음-카카오 합병은 카카오의 우회상장

비록 표면상으론 상장사인 다음이 비상장사인 카카오를 품었지만, 사실상 카카오가 다음을 품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석우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합병은 결과적으로 카카오의 우회상장”이라고 밝혔다. 상장위원회 심의를 거쳐 7월 중으로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모든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다음카카오’의 우회상장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카카오로서는 기업공개(IPO)를 통한 상장보다 다음과의 합병이 기업 가치를 더 끌어 올릴 전략이라 여겼다는 분석이다. 어찌됐든 그간 시장에서 카카오의 다음 인수설이 파다했던 만큼 두 기업의 만남은 낯설지 않다.

이제 관심은 다음과 카카오가 만나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냐에 있다. 국내 IT 업계는 새롭게 출범할 다음카카오가 기존 절대강자인 네이버의 막강한 라이벌로 자리매김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애초 네이버와 다음은 1990년대 중반 인터넷 벤처기업 1세대로서 함께 신화를 쓰며 성장한 라이벌이었다. 지금은 라이벌이라 칭하기가 다소 민망할 만큼 격차가 벌어졌다.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은 70%대로 2위 다음을 크게 앞섰다. 네이버 주가는 올 2~3월 한때 80만원대를 돌파했다. 비슷한 기간 다음 주가는 6만원대로 차이가 컸다.

다음은 인수합병 발표 직후 ‘카카오’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5월 29일 현재 주가가 10만3200원으로 치솟으며 주식시장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모바일 메신저 분야 히트상품인 ‘카카오톡’은 만년 2위였던 다음이 기대하는 확실한 킬러콘텐트다.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 점유율 92%로 2위인 네이버 ‘라인’의 5%를 크게 앞섰다. 최세훈 대표가 “카카오는 인터넷 서비스 트렌드가(웹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새 시장을 개척한 기업”이라고 말한 데서도 이런 기대감을 알 수 있다. 이는 다음카카오가 카카오톡의 국내 점유율 수성에만 안주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실제로 라이벌인 네이버 라인은 모바일 메신저에선 후발주자이지만 카카오톡이 선점한 국내에서 눈을 돌려 해외로 발을 넓혀 큰 성공을 거뒀다. 일본·대만·태국·인도네시아·스페인 등 10개국에서 가입자를 확보했다. 누적 4억2000만명의 이용자가 라인을 쓸 만큼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카카오톡에서도 인기인 라인 게임 ‘쿠키런’은 올해 1분기에 처음 동남아시아에서 일본 매출을 넘어설 만큼 부수입도 짭짤하다.

카카오톡은 지난해 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 등지에 처음 진출하면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지만 아직 실적이 미미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음카카오 출범은 다음의 포털 강화 의미보다 궁극적으로 기업 규모를 키워 카카오톡의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힘을 싣기 위한 포석”이라며 “이미 포화 상태인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벗어나 네이버(라인)처럼 해외시장을 개척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 할 것”으로 해석했다. 결국 다음카카오의 다음 행보는 카카오톡의 세계화일 것으로 예측된다.

‘다음 주가 30% 상승 여력’ 분석도

전문가들은 다음카카오의 출범이 다음과 카카오뿐 아니라 네이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긴장감이 느슨했던 독주 체제에서 벗어나 라이벌로서 경쟁력 강화에 더 힘을 쏟을 수 있어서다.

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는 “네이버는 ‘지식in’ 혁신 이후 혁신 역량이 저해됐는데 이제 (다음카카오라는) 경쟁자가 생겨났다”며 “카카오도 메신저를 넘어선 각종 서비스를 자체 제공하기에는 자원이 충분하지 않았는데 합병으로 더 큰 성장동력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다음이 보유한 뉴스·검색·카페 등의 다양한 콘텐트 활용으로 트래픽 증가 등의 가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음의 경우 당분간 장밋빛 미래가 예상된다. 하나대투증권은 5월 26일 보고서에서 “현재 시가총액만을 기준으로 고려해도 합병 후 최소 30% 이상의 주가 상승 요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황승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다음은 카카오플랫폼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고 카카오는 전략적인 신사업 추진·발굴과 해외 진출에서 다음의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광고·게임·콘텐트 부문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박한우 HMC투자증권 연구원도 “다음은 지금껏 마이피플·버즈런처 등 모바일 부문에서 투자 성과가 미미했고 모바일 게임 부문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합병 이후 이런 약점에서 벗어나는 한편 게임 부문의 활성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합병 후 카카오 최대주주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중심으로 책임경영이 강화될 것”이라며 “강력한 경영권을 바탕으로 새 수익모델 창출, 해외 진출 강화를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카카오의 성장동력 한계, 다음의 벼랑 끝 선택?

이번 합병 효과에 대한 신중론도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의 우회상장은 결국 카카오가 충분한 성장동력을 갖추지 못한 한계를 스스로 드러낸 것으로 다음 또한 벼랑 끝 한 수를 낸 것”이라며 “해외 시장에서 네이버 라인의 벽이 높기 때문에 앞으로 6~9개월 안에 승부를 못 보면 합병 효과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변화가 짧은 주기로 급격히 일어나는 IT 업계에서 경영인들은 늘 새로운 변화에 예의주시하며 안목을 길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이버의 주가 전망도 썩 어둡지 않다. 다음카카오 이슈로 단기 조정은 있을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권윤구 동부증권 연구원은 “다음이 주목을 받으면 상대적으로 네이버는 일시적인 단기 조정을 겪을 수 있다”면서 “카카오의 가치 할인율을 네이버 라인에 적용해 계산하면 라인의 가치는 19조5000억원, 포털 가치를 합한 적정주가는 90만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합병 이후 카카오의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라인에 같은 할인율을 적용할 이유는 없어 네이버의 적정 가치에 대한 우려는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회상장 비상장 기업이 상장을 위한 심사나 공모주 청약 등의 절차 대신, 상장 기업을 인수합병(M&A)함으로써 곧바로 증권시장에 진입하는 것. 백도어리스팅(Back-Door Listing)이라고 한다. 일부 부실기업이 빠른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우회상장을 노리기도 하나, 카카오처럼 자금상 충분한 여유가 있어도 신속한 상장을 위해 이 방법을 쓰는 경우가 있다.




1240호 (201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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