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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은 일장춘몽? - 사무직은 30대 중반부터 재취업 준비해야 

 

커뮤니티 가입·e-러닝 적극 활용 ... 취미 잘 살려도 훌륭한 재취업

▎‘2013 리스타트 잡페어’에서 한 구직자가 일자리를 살피고 있다.



평생현역 시대를 대비하는 현실적인 방법으로 대부분 재취업을 고려한다. ‘특정 분야에서 수십 년을 일했는데, 재취업 자리 하나 없을까’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취업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평생현역 시대를 대비할 수 있을까.

신승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조사연구팀장은 주로 퇴직 2년 여 전부터 재취업을 준비하는 태도가 잘못됐다며 “사무직 근로자의 경우 30대 초반부터 미리 재취업을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미리 준비하지 않고 재취업을 하면 견디지 못하고 다시 재취업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신 팀장의 설명이다.

재취업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존 경력을 이어나가길 원하는지, 아니면 새로운 업무에 종사하며 인생 2막을 열고 싶은지 결정해야 한다. 더불어 본인의 경제력과 나이도 중요한 기준이다. “재취업을 통해 생활비 정도만 원한다면 자신이 좀 더 즐거워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게 임수정 중장년인력일자리희망센터 컨설턴트의 조언이다.

우선순위가 정해지면, 본인이 낮은 순위를 매긴 기준에 대해서는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이국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소기업 중 임직원을 구하는 기업이 많다”며 “청년들은 기피하지만 50대에게는 유망한 일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적극성 역시 재취업의 필수 요건. 신승만 팀장은 “30대엔 정부에서 제공하는 직무교육 정도를 이수하고 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부 직무교육은 단순히 특정 업무만 교육할 뿐, 본인에게 적합한 직무가 무엇인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이보다는 스스로 커뮤니티를 만들거나 e-러닝 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본인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스로 조합 만들어 일자리 찾기도

스스로 일자리를 모색한 대표적 사례가 2월 출범한 한국창의여성연구협동조합(KOWORC)이다. 한국창의여성연구협동조합은 과학기술이나 사회과학 분야에서 전문성이 있는 고학력 여성 11명이 자발적으로 만든 협동조합. 미래창조과학부나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등에서 연구 프로젝트를 발주하면 그걸 수주해 석·박사 출신 조합원들이 직접 관련 연구를 진행한다.

재취업 유형은 크게 세 종류로 구분된다. 첫째, 비교적 이른 나이인 40대~50대 초반 은퇴했다면 기존 경력을 살리는 재취업이 유리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취업 정보를 얻는 일이다. 기존 경력자는 업무 능력은 확보했기 때문에, 정보를 얻는 게 가장 중요하다.

재취업 정보는 어디서 확보할 수 있을까. 우선 기장 기본적으로 고용노동부 워크넷(www.work.go.kr)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놓치면 안 된다. 워크넷은 950여만 회원이 가입한 국가 취업포털 사이트. 일간 순방문자 수가 약 52만명에 달한다. 워크넷을 운영하는 고용지원센터는 취업 지원, 고용안정사업, 고용보험관리, 집단 직업상담, 직업능력개발 등 고용 전반의 업무를 추진하는 기관이다.

특히 워크넷의 성실프로그램과 고령자 뉴스타트 프로그램은 재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성실프로그램은 고령자에게 면접 요령과 적절한 직업 등을 알려주는 5일 과정의 직업 지도 프로그램. 고령자 뉴스타트 프로그램은 취업 직전 고령자에게 직업 훈련을 제공해 실전 직업 적응 능력을 키워준다.

시니어워크넷은 구인 업체를 대상으로 인재 모집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홈페이지에서 현재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의 모집 전형과 선발 일정을 알 수 있다. ‘구인/구직 만남의 날’ 행사에 참여하면 면접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여기에 3월부터 워크넷은 시간제 일자리 정보 서비스도 추가했다. 근로계약기간 1년 이상, 최저임금 130% 이상인 일자리만 선별해 정보를 제공한다.

근무일수와 요일·시간 등을 선택해 검색할 수 있고, 인건비와 사회보험료 지원제도·세액공제 혜택도 확인 가능하다. 이재흥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6월까지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이용자의 의견을 수렴해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워크넷은) 채용을 활성화하고 인력 미스매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 50세 이상 구직자라면 무료 취업 알선 기관인 고령자인재은행에 등록하는 방법도 있다. 고령자인재은행은 고용노동부가 복지관 등 민간기관에 위탁하여 시행하는 사업. 고용지원센터가 연간 예산을 지원하긴 하지만, 운영은 종합사회복지관, 대한은퇴자협회, YWCA 등 민간 업체가 한다. 때문에 정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과는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고령자 취업알선·취업 희망 고령자와 정년퇴직자 재취업상담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한다.

기술을 보유한 엔지니어라면 중견전문인력 고용지원센터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중견전문인력 고용지원센터는 기술이 있는 중견전문인력을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고령자인재은행과 유사하게 민간 업체가 위탁 운영한다. 현재 한국무역협회 등 6개 업체가 운영 중이며, 기존 노사발전재단 전직지원센터(15개소)와 일부 통합해 19개소가 운영될 예정이다.

민간 헤드헌팅 업체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임수정 컨설턴트는 “서치펌·헤드헌팅을 활용하면 고급 경력직 채용 정보를 찾을 수 있다. 단순히 이력서만 e메일로 전달하기보다는, 서너 명 정도의 헤드헌터를 직접 만나 본인의 장점을 설명하면서 이력서를 전달할 경우 재취업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조언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정보도 참고할 만하다. 서울시 고령자취업알선센터는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 55세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취업을 알선한다. 55세 이상 재취업자에 특화해 적합한 직종을 발굴하고 직업교육훈련을 제공하며, 연2회 실버취업박람회를 개최한다. 인천·대전·전북·경북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마찬가지다.

임수정 컨설턴트는 “중장년인력일자리희망센터 등 취업지원기관에 종종 들러 인맥을 쌓아나가면 의외로 쉽게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 취업지원기관은 서치펌이 제공하지 않는 진로 상담·진단·탐색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기 때문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새로운 ‘인생 2막’ 원하면 교육 프로그램 물색

둘째, 전혀 새로운 직업을 시작해 인생 2막을 여는 방법이 있다. 이런 경우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 이수나 자격증 취득이 도움이 된다. 고용 안정성이나 수입 면에서는 불리하지만, 자아실현에는 유리하다. 그렇다면 어떤 자격증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게 좋을까.

이국헌 교수는 “본인의 관심사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말한다. 만약 어린이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서 즐거움을 느낀다면 방과 후 지도교사를 고려해 봄직하다. 방과 후 학교란 학교에서 제공하는 특기적성 및 교과보충 수업이다.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과외 활동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여 사교육비도 절감하고 교육 효과도 높일 수 있어 최근 인기다.

방과 후 지도사 자격증은 아동요리지도사·스토리텔링수학지도사·창의영재미술지도사·캘리그라피지도사 등 종류도 다양하다. 서울교대·부산교대·광주교대·한국디지털캠퍼스 등 다양한 기관에서 관련 교육을 진행 중이다. 교육 프로그램은 방과 후 학교 전문교사, 방과 후 지도사, 방과 후 아동지도사 등 이름이 약간 다르지만, 과정을 이수하면 방과 후 지도교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서울교대 방과 후 학교 지원센터에서 주최하는 ‘방과 후 학교 전문교사 자격검정시험’에서 합격하면 방과 후 학교 전문교사자격증을 취득한다. 수료증이나 자격증을 취득하면 시교육지원청 방과 후 학교 지원센터나 각 학교 홈페이지에서 채용 공고가 날 경우 방과 후 선생님으로 지원이 가능하다.

기업 경영이나 컨설팅에 관심이 있다면 경영지도사나 지도기술사 자격증도 좋다. 경영지도사는 경영 종합·재무회계·인사조직노무사무·생산유통·마케팅 등을 진단·지도·조사·분석하는 전문가다. 중소기업의 경우 소소한 일상 업무에 변호사나 회계사·세무사·관세사를 고용하기에 비용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이에 따라 도입된 제도가 경영지도사다. 1987년 법정자격을 부여 받은 이래 올해까지 1만4694명이 자격증을 획득했다. 주로 코스닥 기업에서 재무·노무·세무 등 관련 업무를 맡거나 외부 자문을 담당한다.

한편 지도기술사는 공장자동화기술·공업기반기술·부품소재개발·공업시험분석측정계측·설계기술생산관리품질관리 등의 업무를 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국가 공인 자격증을 발급한다. 1차 시험은 법·회계·영어 등이며, 2차 시험은 분야별 전공 관련 과목이다. 컨설턴트는 나이보다 실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실력만 있다면 은퇴 이후 일을 하기에 유리한 직업이다.

사이버대나 전문대에 직장인이 몰리는 이유도 자격증을 확보해두면 인생 2막에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방송통신대의 직장인 비율은 80%에 이른다. 방송통신대학 관계자는 “예전에는 직장생활 직무와 관련된 경영이나 법학 등이 인기가 높았지만, 최근에는 전문적인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학과에 많은 직장인 학생이 몰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셋째, 좀 더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취미를 살려 재취업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악기에 관심이 있다면 동호회나 교습을 받으며 실력을 연마하다 은퇴 후 개인교습소를 열 수 있다. 물론 개인교습소로 큰 돈을 만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노후 생활비로 쓸 생각이라면 십수 명의 수강생만 확보해도 충분하다. 실제로 인크루트가 직장인 445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장인의 27%가 악기 연주 동호회나 모임에 가입했다고 응답했으며, 40대의 18%, 50대의 19.6%가 ‘현재 악기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교육을 받고 싶다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을 방문해 무료 단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산업단지나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약 30회 분량의 연극, 합창 등 문화예술 교육을 진행한다.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는 합창 교육, 안산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는 아카펠라 교육,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밴드교육을 받은 바 있다.

미술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하길 원한다면, 국립현대미술관과 영은미술관, 서울 마포구청 등이 도슨트양성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도슨트는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에서 전시물을 설명하는 역할을 하는 전시 해설가. 좀 더 전문성이 필요한 큐레이터는 아니지만, 미술 애호가라면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도슨트 양성교육 프로그램 교육생으로 선발되면 별도의 비용 없이 10주 간의 양성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할 수 있다. 우수 교육 과정 이수자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속 도슨트로 활약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의 경우 1년에 한 차례 도슨트 양성 강좌를 진행한다. 미술이론·미술사·작품분석방법론 등을 강의하며, 주1회 3개월간 교육한다.

영은미술관의 뮤지엄 도슨트 양성 프로그램이나 마포구청의 전문 도슨트 양성 프로그램도 전반적 구성은 비슷하다. 무보수 봉사직으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교통비·식사비용을 포함한 약간의 보수를 받는다. 도슨트 교육을 담당한 한미애 한국큐레이터연구소장은 “최근 전시 공간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도슨트 수요가 늘고 있다”며 “전시 기획 전반을 총괄하는 큐레이터와 달리 도슨트는 일반인들이 공부하면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과 삶 중 우선순위 정해야

최근엔 숲 해설가란 이색 직업도 등장했다. 산림청·한국숲해설가협회 등에서 운영하는 숲 해설가 교육과정은 주 3회 5개월 간 진행된다. 산림청 인증 교육 140시간과 현장 교육 46시간을 이수하면 숲 해설가로 변신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본인이 관심만 있다면 동화구연사·식물치료사·알코올약물상담사·환경지도사·애완동물조련사·지자체문화재해설사 등 이색 재취업 기회가 열려 있다.

해외 재취업을 위한 정보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찾을 수 있다. 수출 기업과 연계한 ‘중견전문인력 해외투자기업 채용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중견 전문인력 해외 투자기업 채용지원사업은 코트라가 2010년부터 매년 진행 중인 은퇴자해외 채용 지원 프로젝트. 지난해 30개 기업이 코트라를 통해 35명의 퇴직인력을 채용했다.

은퇴 전문 인력 해외 투자기업 채용지원 사업을 진행 중인 박상협 코트라 해외투자지원단장은 “전혀 해외 경험이 없더라도 코트라와 코이카(KOICA)가 공동 진행하는 6개월~1년 현지 연수 프로그램 KSP(Knowledge Sharing Project) 등에 지원해 경험을 쌓는다면 도전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규직 여부·처우 등에 얽매이지 않고, 150~200만원대 월급을 받을 수 있는 해외 취업을 고려한다면 중견 전문 인력 해 외투자기업 채용지원 사업이 좋은 재취업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1237호 (201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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