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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모범 사례 

오너 입김 차단···자발적 사추위(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 

풀무원홀딩스·에쓰오일·KT&G 타산지석 삼을 만 … 재임기간 제한 확대할 필요



아직 갈 길이 먼 사외이사 제도지만 최근 들어 사외이사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외국인 투자 비중이 커지면서 외국인 주주들의 입김이 세진데다 투명 경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서다. 법적·제도적으로도 사외이사의 수 확대나 선발의 투명성 확보 등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맞춰 몇몇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사외이사 기능 제고에 나서고 있다. 자발적으로 사외이사 비중을 70%까지 가져가는 기업이 생겨나는가 하면 기업들이 이사회에 안건을 올리기 전에 사외이사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는 사외이사 활동이 두드러지는 기업으로 풀무원홀딩스·KT&G·에쓰오일(S-Oil)을 꼽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는 매년 ESG평가를 실시한다. 지배구조·환경·사회영향 등을 평가하는 지표다. 특히 지배구조 평가에는 이사회의 구성과 활동내역에 대한 항목이 포함된다. 풀무원홀딩스·KT&G·에쓰오일은 사외이사 기능 관련 사안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들 기업의 사외이사 출석률은 모두 권장치인 70%를 넘는다.

외국인 지분율 높아 투명성 요구 강해

풀무원홀딩스는 사외이사 관련 평가 15개 항목 중 8개 항목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 회사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6명을 두고 있다. 특히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를 자발적으로 설치한 점이 눈에 띈다. 기업의 이사회에는 보수(보상)위원회·감사위원회·사추위 등의 위원회가 있다. 보상위원회는 임원의 보수 등을 심의하고 감사위원회는 회계업무를 감사한다.

사추위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업무를 맡는 위원회로 상법상자산총액이 2조원을 넘는 상장회사는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풀무원홀딩스는 자본총액이 2조원을 넘지 않아 사추위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사추위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사추위 구성도 모두 사외이사만으로 이뤄졌다.

규정상 상장회사의 사추위 구성원 중 절반 이상은 사외이사로 구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주주와 친분이 있거나 회사 측과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이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것을 차단했다. 최대주주나 경영인의 입김에서 벗어나 사외이사 선발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풀무원홀딩스는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감사위원회도 설치했다. 이 회사는 토크쇼 형식의 주주총회로 유명하다. 사외이사의 활발한 활동이 배경에 있어 가능하다. 이 주총 방식도 7년 전 사외이사의 제안으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KT&G와 에쓰오일도 사추위뿐 아니라 보상위원회를 모두 사외이사만으로 구성했다. KT&G는 사외이사 비율이 89%(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8명)다. 사외이사들의 이사회 참석률도 높다. 올해 3월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를 제외한 8명 중 6명은 지난해 이사회에 100% 출석했다. 다른 두 명도 11번의 이사회 중 단 한번씩만 불참했다.

이 밖에도 사외이사에 대한 외부 전문인력 지원 규정을 명문화했다. 별도의 지원 방안을 둬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이다. 감사위원회를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한 점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단, KT&G가 올해 새로 선임한 사외이사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세청으로부터 약 1500억원의 세금을 추징 당한 후 신임 사외이사에 국세청 간부출신인 박동열 호람회장과 송업교 전 국회의원을 선임해서다. 이로 인해 사외이사를 순기능보다는 기업의 방패막이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KT&G 측은 "세금 추징은 일부 불복절차를 진행할 예정이고, 다음 정기 세무조사는 5년 후에나 있기 때문에 이를 대비한 사외이사 선임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KT&G의 경우 외국인 주주의 영향력이 사외이사 제도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KT&G는 외국인 지분률이 50%가 넘는다. 외국인 주주 비중이 커지면 투명 경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다. 에쓰오일도 상황은 비슷하다. 에쓰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보통주 35%)가 최대주주, 한진그룹(28.41%)이 2대 주주다. 이에 따라 총 11명으로 이뤄진 이사진도 아람코 측 인사 6명, 한진 측 인사 5명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사외이사는 아람코 3명, 한진 3명 등으로 이뤄진다. 엄밀히 말해 외부인사는 아니지만 양측의 사외이사가 경영 활동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구도다.

실제로 2012년 11월 에쓰오일의 이사회에서는 한국실리콘 유상증자 참여에 대해 사외이사들이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에쓰오일은 2011년 한국실리콘의 지분 33.4%를 인수하면서 한국실리콘 2대 주주로 올랐다. 그러나 지분 인수 후 세계 태양광 경기가 나빠졌고, 이 가운데 한국실리콘의 유상증자에 에쓰오일이 참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에쓰오일은 펀더멘털 평가에 불이익을 받던 중이었다. 사외이사의 반대로 유상증자가 부결되면서 에쓰오일의 주가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일반적으로는 상장기업의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서 안건에 대해 별다른 반대의견을 제시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사외이사 제도 도입 후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특혜적 성격의 거래가 감소했다. 이사회의 의사결정이 더욱 신중해진 것이다.

지나친 권한 행사하는 부작용도

이 밖에도 KT·포스코·KB금융·신한지주·우리금융지주 등이 몇몇 사외이사 관련 항목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KT와 금융사들은 사외이사의 연속 재임기간을 6년 이하로 제한했다. KT·포스코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위해 자문단을 별도로 운영한다. 이사회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던지는 사외이사도 많다. 그러나 ‘그림자 권력’처럼 지나친 권한을 행사한다는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또 이들은 모두 사추위에 사내이사가 포함돼 있다.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외이사 제도가 원래 의도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사추위의 개선과 재임기간 제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이를 위한 제도도 중요하지만 운영을 똑바로 할 수 있는 기업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1233호 (201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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