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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대기업 일자리 창출 기여도 

신세계·현대차·삼성그룹 일자리 많이 늘려 … 동양·동부·웅진·SK·대한전선은 줄어 

상호출자제한기업 상장사 236곳 조사 … 상위 20위 제외하면 고용 증가율 0%

▎3월 26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채용박람회.



지난해 국내 일자리 창출에 가장 기여한 기업은 신세계그룹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현대자동차·삼성그룹이다. 동양·동부·웅진그룹은 꼴찌에서 1~3위였다. 이코노미스트가 한국거래소에서 현재 거래 중인 상호출자제한기업 45개 그룹 236개 상장회사를 전수 조사한 결과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활용했다.


지난해 말 기준, 45개 그룹 236개 상장사가 고용한 직원은 94만4322명이다. 전년 대비 4.2%(3만8129명) 증가했다. 1년 사이 LG전자(3만8363명) 만한 회사 하나가 더 생긴 셈이다. 정규직은 3만5660명 늘고, 비정규직은 2469명 증가했다. 45개 그룹의 비정규직 비율은 6.9%였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은 뚜렷이 구분됐다. 조사 대상 10곳 중 4곳은 직원 수가 줄었다. 또한 고용 증가수 상위 5개 기업이 전체 고용 증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2.8%(2만3934명)에 달했다.

신세계그룹 고용 증가율 57.6%

대통령과 정부가 아무리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해도, 기업이 뒷받침을 못하면 공염불이 된다. 특히 일자리 창출 여력이 큰 대기업 역할이 크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7개 계열 상장사에서만 1만2915명이 증가했다. 고용 증가율이 무려 57.6%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이마트 직원 수는 2만5656명으로 전년 대비 1만1618명이 늘었다. 증가율 71.1%다.

이마트 측은 “외부 용역 업체 직원들을 정규직원으로 고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신세계푸드와 광주신세계 등 다른 계열사도 고용을 늘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1개 계열사에서 5478명이 늘어 전체 2위를 차지했다. 삼성그룹은 5039명(2.8%), 롯데그룹은 3575명(8.1%)이 증가해 각각 3·4위를 차지했다.

고용 증가율에선 신세계가 1위, 대우건설(22.9%)이 2위를 차지했다. 1190명이 증가한 대우건설은 이 중 1035명이 비정규직이어서 일자리의 질은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CJ그룹은 9개 상장 계열사에서 2507명이 늘었다. 고용 증가율 14.8%로 3위에 올랐다.

현대백화점그룹(11.6%)·두산그룹(8.5%)·롯데그룹(8.1%)이 뒤를 이었다. LG그룹은 1757명이 증가했지만, 고용 증가율은 1.6%에 그쳤다. 국내 10대 그룹 중에서는 SK가 가장 성적이 안 좋았다. 17개 상장사에서 342명이 줄었다. 고용 감소율은 0.8%다. 포스코 역시 7개 계열사에서 27명(-0.1%)이 줄었다.

사실상 해체된 동양그룹은 4개 계열사에서 1년 사이 1022명이 짐을 쌌다. 고용 감소율은 마이너스 18.7%다. 동부그룹은 8개 계열사에서 467명이 감소해 불명예 2위를 기록했다. 웅진그룹은 397명이 줄었다.


대한전선(-198명)과 하이트진로(-152명)·유진(-111명)·KT&G(-108명)·현대산업개발(-102명) 등도 직원이 100명 이상 감소했다. 동양·웅진그룹은 STX·한국투자금융과 함께 올 4월 1일부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진단에서 제외됐다.

10대 그룹 중에선 SK가 가장 부진

개별 상장기업 중에는 이마트가 압도적인 1위였다. 더욱이, 늘어난 1만1618명 중 93%가 정규직이었다.

삼성전자는 2012년 LCD 사업부를 분리해 삼성디스플레이를 출범하면서 2만여명이 줄었지만, 지난해에 전년 대비 5094명(5.6%)이 증가하는 저력을 보였다.

현대자동차는 3268명(5.5%), LG전자는 1987명(5.5%)이 증가해 각각 3·4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롯데쇼핑(1967명)·CJ대한통운(1402명)이 이었다.

하지만, 롯데쇼핑은 지난해 초 롯데미도파를 합병했고, CJ대한통운은 지난해 4월 CJ엘에스와 합병해 본지 순위에서는 제외했다. 현대제철 역시 현대하이스코의 냉연 부문 인력을 흡수했기 때문에 포함하지 않았다. 고용 증가율은 이마트가 71.1%로 1위, 신세계푸드가 65.2%(660명)로 2위였다. CJ CGV는 전년 대비 394명이 증가해 증가율 36.6%로 4위에 올랐다.

이와 달리 LG디스플레이는 1년 새 직원이 1014명이 줄어, 불명예 1위에 올랐다. 대우인터내셔널은 758명이 감소해 그 뒤를 이었다. LG이노텍(-742명)과 삼성증권(-680명)·동양(-625명)·SK커뮤니케이션(-492명)·한화투자증권(-396명) 등도 일자리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수치로만 보면 236개 기업 중 제일모직이 1275명이 줄어 가장 많이 감소했지만, 지난해 패션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했기 때문에 순위에 포함하지 않았다. LG이노텍은 정규직은 5.5%(449명) 늘었지만, 비정규직이 77%(-1191명) 줄었다.

1014명 줄어든 LG디스플레이 불명예 1위

고용 감소율은 SK커뮤니케이션즈가 최악이었다. 지난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SK커뮤니케이션즈는 고용 감소율 마이너스 61.8%를 기록했다. 다음은 그룹이 공중 분해된 동양이다. 감소율 61.8%(-625명)다. 마찬가지 처지인 STX는 52.8%(-198명) 감소했고, 대우인터내셔널(-38.1%)과 KT하이텔(-31.9%)이 뒤를 이었다. 이밖에 고용이 감소한 STX엔진·동부건설·웅진홀딩스·대한전선·두산엔진·동부CNI·금호산업·LS네트웍스 등 89곳은 대부분 지난해 실적도 안 좋았다.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면, 일자리 창출도 어렵다는 평범한 진리를 그대로 보여준다.

236개 대기업 상장사 중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웅진홀딩스였다. 전체 직원 1017명 중 64%인 652명이 계약직이다. 특히 콜센터 여직원 6 47명 중 97.5%가 비정규직이다. 현대건설은 4362명 중 41.6%(3106명)가 계약직으로 2위였다. 한화손해보험(37%)·대우건설(35.5%), KT 계열사인 케이티스(31.7%), 동부건설(28.9%)·금호산업(28.9%)·롯데손해보험(28.6%) 등도 비정규직 직원이 많았다. 전반적으로 건설·보험·콜센터·증권사·유통업종이 계약직 비율이 높았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직원 수가 1만명을 넘는 19곳 중에서는 L G디스플레이(-1014명)와 대한항공(-27명) 두 곳만 직원 수가 줄었다. 직원이 3만1592명인 KT는 0.8%(256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5000~9999명인 26곳 중에는 LG이노텍·삼성생명(-265명)·삼성엔지니어링(-114명)·삼성화재(-26명)·CJ제일제당(-11명) 등 5곳의 직원 수가 감소했다. 1000~4999명 83곳 중에서는 43%인 37곳이 고용을 늘리지 못했다. 100~999명 그룹에 속하는 89개 상장사에서는 44%인 39곳이 일자리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대기업 고용 양극화 심각

고용 양극화는 심각했다. 고용 증가수 1~5위 기업을 제외하고 계산하면, 231개 기업의 고용 증가율은 2.1%(1만4586명)에 그친다. 고용 증가수 1~20위 기업을 빼면, 나머지 기업의 고용 증가율은 0%가 된다. 특히 지난해 단 한 명의 직원도 늘지 않은 95개 기업만 따로 빼서 보면, 전년 대비 1만3399명이 줄었다. 고용 감소율 마이너스 6.5%다. 236개 기업 평균은 4.2%였다.

지난해 대기업 계열사 간 인수·합병·분할이 많았던 것을 감안해 그룹별로 봐도 대기업 고용 양극화는 확연하다. 신세계그룹을 제외하면, 상호출자제한기업 상장사의 고용 증가율은 2.6%로 준다. 상위 10개 그룹을 빼면, 나머지 35개 그룹의 고용 증가율은 불과 0.7%(2301명)에 그쳤다.




1233호 (201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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