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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서비스 늘며 5조원대 시장으로 

꽃 피는 장례산업 

고령화 진전, 달라진 장례문화 영향 … 일본식 다양화·간소화 움직임

▎경기도 분당 스카이캐슬 추모원 내 납골당 전경.



보건복지부는 10월 29일 지난해 사망자 4명 중 3명이 화장(火葬)을 택했다고 발표했다. 20년 전보다 4배 이상으로 늘었다. 화장의 증가로 장례산업에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서울 근교 교통의 요지에 고품격 시설을 갖춘 납골당이 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산이나 바다에 뿌리는 자연장을 택하는 사람도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사업도 우후죽순 생겼다. ‘죽음은 누구나 겪는 자연스런 일’이란 인식이 퍼지면서 임종체험·유품정리 같은 신종 이색 서비스도 인기다. 영세 업체가 여전히 난립하고 장례시장의 유통구조도 불투명한 점이 많지만 새로운 비즈니스가 꽃을 피울 성장 잠재력이 큰 것만은 분명하다.

지난해 국내 사망자(26만7221명) 4명 중 3명은 화장(火葬)을 택했다. 보건복지부는 10월 29일, 지난해 전국 화장률이 74%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20년 전인 1992년 화장률(18.4%)에 비해 약 4배 이상으로 증가한 수치다. 2011년 화장률 71.1%에 비해서도 2.9%포인트 증가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족들이 화장을 택한 이유로 ‘관리가 용이해서’(51.5%), ‘깨끗한 위생’(32.4%), ‘간편한 절차’(12.5%), ‘저비용’(3.6%) 등을 꼽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인구 고령화와 가족 구조의 변화, 매장 공간 부족 등으로 화장률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파트 베란다 화분에도 유골함 묻을 수 있어

장사 방법의 급격한 변화처럼 장묘문화도 달라졌다. 과거엔 화장 후 납골당 안치가 당연시됐다. 최근엔 화장한 유골을 잔디·수목·화초 밑에 묻거나 바다나 산에 골분을 뿌리는 자연장을 택하는 이들이 늘었다. 경기도 김포에 사는 성진호(가명·46)씨는 올초 아버지 장례를 치를 때 바다장을 택했다. 평생 어업에 종사한 고인의 뜻을 존중해서다.

친지들은 반대했다. 묘지나 납골당처럼 유골 흔적이 있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성씨는 실리를 택했다. 이번 추석에도 가족들과 함께 인천 연안부두를 찾아 선상에 조촐한 차례상을 차렸다. 성씨는 “묘지를 쓰는 값의 절반 정도밖에 비용이 들지 않았다”며 “관리가 편하고, 특별한 의미도 있어 바다장을 택한 데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춰 정부도 관련 법규를 마련했다. 보건복지부는 6월 건축물·공작물을 설치하지 않는 개인·가족 자연장지에 한정해 주거지역은 물론 상업·공업지역 중에서도 일반주거지역 등 일부 지역에 자연장지 조성이 가능하도록 법률안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에 따라 이젠 내 집 앞마당이나 텃밭, 개인 소유 빈 공터 등에 화장한 조상 유골을 묻을 수 있는 자연장이 허용된다. 일례로 아파트 베란다에 대형 화분을 들인 뒤 조상이 좋아하는 나무를 심고, 그 밑에 유골함을 묻어 놓을 수도 있게 됐다. 최영호 보건복지부 노인지원과장은 “자연장을 활성화해 장사 비용을 줄이고, 국토를 좀 더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국내 장례시장 규모는 연 5조원대에 이른다. 이는 한 사람의 장례에 드는 비용을 평균 2000만원으로 추산해 산정한 것으로 공식 통계는 아니다. 실제로는 이보다 더 큰 시장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사례별로 차이는 있지만 매장을 할 경우 평균 소요비용은 2000만원가량이다.

화장의 경우에도 1400만~1500만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 전국 평균인 만큼 물가가 비싼 도시 지역이나 묘지 종류, 화장 이후 납골 방식에 따라서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사회지도층의 호화분묘나 납골묘의 경우 억대를 훌쩍 넘는 경우도 있다. 박태호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정책실장은 장례시장 규모가 커진 배경에 대해 “임종을 맞는 자리가 집에서 병원으로 바뀐 게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병원에서 죽음을 맞는 걸 객사(客死)라며 꺼리던 게 불과 얼마 전 일입니다. 의료보험이 정착되고 병원을 찾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되면서 병원에서 죽음을 맞는 것도 익숙한 일이 됐죠. 어느 새 병원 자체의 이익률보다 장례식장의 이익률이 더 높은 시대가 왔습니다. 병원 부설 장례식장은 전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장소입니다. 전통적인 가족구조와 향촌 사회가 붕괴하면서 장례에 필요한 용역과 물품에 비용을 지불하게 된 것, 매장 대신 화장 문화가 급속히 확산한 것도 한 몫을 했고요.”

상조 업계도 양극화 심해져

대표적으로 급성장한 비즈니스는 상조업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선불식할부거래업자로 등록된 업체는 모두 297개다. 선불식할부거래업자는 상조 업체의 법적 분류다. 대부분 최근 10년 새 생겨난 신생 업체들이다. 상조 업체는 2010년 337개로 정점을 찍은 후 3년 간 40개가 줄었다. 소형사들이 폐업하며 자연도태 됐다. 폐업 업체가 늘면서 가입자 수도 감소했다.

상조 서비스 총 가입자 수는 349만명으로 2011년(355만명)부터 2년 연속 내리막이다. 지난해 가입자 수는 351만명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규제가 강화되며 기준 미달의 업체가 폐업해 상조 업체 수가 줄었다”며 “향후 2~3년 동안은 감소 추세가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상조 업체 수나 가입자 수는 줄었지만 대형 업체는 오히려 규모가 커졌다.

자산 규모(2013년 5월 기준)가 가장 큰 곳은 현대종합상조로 2020억원에서 3700억원으로 1년 만에 규모가 1700억원이나 불었다. 2위권 업체들보다 자산 규모가 무려 2배 이상 크다. 자산 규모에서 지난해 3위였던 보람상조라이프는 올해 2위 자리(1460억원)로 올라섰다. 1991년 출범한 보람상조는 1990년대만 해도 상조 업계에서 가장 규모가 컸지만 2000년대 후반 현대종합상조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화장이 늘어나면서 사설 납골당도 늘었다. 현재 전국적으로 운영 중인 크고 작은 납골당은 모두 210곳에 이른다. 이 중 절반 가량이 사설 납골당이다. 이 같은 사설 납골당의 이용료는 수십 만원에서 수천 만원까지 다양하다. 40년 이상 안치할 수 없도록 돼있는 공설 납골당에 비해 영구 안치가 가능한 사설의 경우 납골료와 관리비가 더 올라간다.

고가의 이용료를 받는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져 현대식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차별화 전략을 구사한다. 업계 관계자는 “혐오시설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시설확충에 힘쓰고 있다”며 “셔틀버스 운행이나 다양한 이벤트 마련으로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창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련 시장은 더욱 세분화돼 급격히 성장했지만 문제는 전체 시장에 거품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죽음에 대한 지나친 의례주의가 장례 절차 비용을 터무니없이 높였다”고 지적한다.

흔히 ‘상주는 물값도 깎으면 안 된다’ ‘장례식장에서 흥정을 하며 소란스럽게 하는 건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인식이 장례시장의 유통구조를 흐린다는 것이다.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병원 측이 상담실이란 이름으로 브로커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경우도 있다. 병원은 이 브로커에게 또 다시 수수료를 받는다.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는 우리나라 평균 장례비용(약 2000만원)의 5~10% 가량이 브로커의 수수료라고 보고 있다. 박태호 실장은 “납골당 사용료의 20%에서 최대 55% 가량을 영업자들이 챙긴다”며 “심지어 장의차를 운전하다 브로커로 직업을 바꾼 사람도 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상조회사 팀장급의 연봉이 1억원이라고 했을 때, 회사에서 받는 기본급은 100만원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수익은 전부 유족을 소개해주고 받은 수수료”라고 덧붙였다.

브로커 횡포에 ‘실속파’ 늘어

일부 브로커들의 횡포를 피해 각종 허례허식을 없애고 실속을 챙기는 이들도 늘었다. 이런 수요에 맞춰 새로운 장례 비즈니스도 생겼다. ‘사이버 조문 사이트’ 운영 업체도 이 중 하나다. 지인들의 장례식을 찾을 여건이 안 되는 사람이 장례식장 홈페이지나 특정 사이트에 들어가 고인을 애도하는 조문글을 작성하고 조의금을 결제하는 식이다.

한 운영 업체 대표는 “아직까진 일부 대형병원 장례식장 사이트와 병행 운행되는 수준이지만 간편히 조문을 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단순히 글을 쓰고 조의금을 결제하는 시스템에서 더 나아가 고인의 생전 사진이나 영상을 상영하는 프로그램을 원하는 유족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일본에서도 작고, 검소한 장묘 문화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대표적인 것이 직접장의 확산이다. 일본의 장례식은 일반적으로 영결식을 한 후에 고인을 조문하고, 화장과 납골을 하는 절차로 우리와 별 차이가 없다. 반면 직접장은 밤샘이나 영결식 등의 의식을 치르지 않고 법률 규정에 따라 보관시설에서 24시간 이상 시신을 보관한다. 그 후 화장시설에 시신을 옮겨 관계자들이 모여 간단한 의식을 하고 화장한다. 이때 참례 인원은 가까운 친척과 친구를 포함해 30~40명 정도다.

직접장은 대부분의 의식을 생략하기 때문에 비용도 적게 든다. 관값·운구비·꽃값·인건비 등으로 150만~4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현재 일본 도쿄의 직접장 비중은 20~30%에 이른다. 이필도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우리의 장례문화도 점차 실속을 강조하는 분위기로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며 “더욱 다양한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전체 산업이 성장하려면 현재 업계의 유통구조를 투명화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212호 (201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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