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브랜드 심는 단계, 돈벌이는 아직· 

토종 프랜차이즈 해외로, 해외로 

박성민·김성희 이코노미스트 기자
76개 브랜드 1500여 매장 열어 … 가맹사업·마스터계약으로 활로



국내 토종 프랜차이즈의 해외 진출이 활발하다. 2000년대 초반 뚜레쥬르·BBQ·파리바게뜨 등 몇몇 프랜차이즈가 중국에 매장을 열며 해외 진출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K-POP과 한국 드라마·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국내 외식업계의 해외 진출도 가속도가 붙었다.

한국외식연감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해외에 진출한 국내 외식 브랜드는 총 76개, 해외 매장수는 1500여개에 달한다. 최근에는 코트라(KOTRA)가 프랜차이즈의 해외진출을 돕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피자마루’ ‘비스켓글로벌’ 등 중소 규모 업체의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해외에 매장이 있는 프랜차이즈가 의외로 많다”고 입을 모은다.


숨은 비용 감안하면 대부분 매장 적자

‘한국의 맛을 세계에 전하겠다’ ‘치열한 경쟁에서 얻은 노하우로 해외에서도 성공하겠다’. 프랜차이즈들이 해외에 진출하면서 밝힌 포부는 거창하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해외 진출한 프랜차이즈 매장 대부분이 적자다. 일부 매장은 꽤 많은 매출을 올리기도 하지만 해외 진출에 든 비용과 운영비를 고려하면 사실상 적자인 경우가 많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1000개가 넘는 국내 브랜드 매장이 해외에 있지만 월 매출 1억원을 넘기는 매장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국가나 지역·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매장 하나당 연간 운영비가 5억~10억원이 들고, 임대료와 인건비가 비싼 미국은 20억원이 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누적 적자와 투자 위험에도 해외에 진출하는 프랜차이즈는 갈수록 늘고 있다. 국내의 프랜차이즈 창업시장이 사실상 포화상태기 때문이다. 상권이 조금만 발달한 곳이면 400~500m 간격으로 같은 업종, 같은 브랜드의 가게가 줄지어 서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가맹점주들 사이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의 규제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해외에서 어떻게든 활로를 찾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지금껏 국내 프랜차이즈가 주로 진출한 나라는 미국·일본·중국이었다. 그나마도 한국 교민들이 많은 지역에 몰려 있었고, 매장을 찾는 고객 역시 한인 위주였다. 특별한 현지화 작업 없이 국내에서 운영하는 시스템을 그대로 가지고 해외에 나갔다. 자극이 강한 한국의 맛으로 외국인 손님을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직접 수익을 내기보다는 국내 가맹사업을 위한 홍보 측면이 강했다. ‘해외에 매장을 갖출 정도의 브랜드니 믿고 가입하세요’라는 이미지를 얻기 위해 적자도 감수했다.

하지만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진출하는 국가가 다양해졌고, 국가마다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세운다. 한류에 대한 관심이 커진 동남아 국가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고, 유럽 진출도 활발하다. 한국과 비슷하게 맵고 짠 음식이 입맛에 맞는 브라질·멕시코 같은 남미도 최근 관심이 늘어난 지역이다.

특히 브라질의 경우 ‘인종의 용광로’라 불릴 정도로 혼혈이 많고 문화가 다양해 세계 각국의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쟁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미 23개국 169개 브랜드가 브라질에 진출해 있다. 한국 브랜드 중에서는 BBQ가 최초로 브라질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브라질 프랜차이즈협회는 향후 5년간 브라질의 프랜차이즈 산업이 연 평균 1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석수 코트라 상파울루무역관 과장은 “브라질 국민들은 한국하면 웰빙이나 선진 교육 등 좋은 이미지를 떠올린다”며 “브라질 현지에 한국 프랜차이즈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직영점 일변도에서 벗어나 현지 제휴

외국인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도 펼치고 있다. 현지인의 입맛에 맞춘 메뉴 개발은 물론이고, 매장 인테리어나 가격 책정도 국가별로 차이를 둔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 김현호 대리는 “기존 파리바게뜨의 메뉴를 기본으로 하되, 지역 특화 메뉴 비중을 20%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현지인을 직접 고용해 문화 마케팅을 펼치거나 신메뉴를 개발하는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카페베네는 한국의 먹거리인 미숫가루와 김치를 이용한 음료와 바게뜨 메뉴를 개발에 미국에서 판매 중이다. 미국과 중국에 진출해있는 미스터피자는 두 나라에서 전혀 다른 컨셉트로 매장을 운영한다. “중국과 동남아에서는 ‘강인한 남자가 손으로 만드는 피자’라는 컨셉트를 강조하며 통유리의 오픈주방을 통해 신뢰와 재미를 주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냉동피자와 배달피자에 익숙한 미국에서는 ‘고급 수제 피자’ 이미지를 강조하며 고급 레스토랑처럼 매장을 꾸몄다.” 미스터피자 관계자의 말이다.

매장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간의 해외 매장은 국내 프랜차이즈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가맹점을 유치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그러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지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최근에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마스터 프랜차이즈다. 현지 업체와 손잡고 그 지역 내 브랜드 사업권과 노하우를 제공하는 대신 로열티를 받는 방식이다. 해외에 매장을 직접 여는 것보다 저렴하면서 빠르게 해외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만약 실패하더라도 기업 피해가 크지 않다.

최근 교촌치킨·벤또랑·불고기브라더스 등이 마스터 프랜차이즈로 해외에 진출했다. 세계 30개국에 350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BBQ 역시 해외 매장의 90% 이상을 마스터 프랜차이즈로 운영한다. 박열하 BBQ 전무는 “해외에서 교민 중심의 영업에서 벗어나 외국 사람의 입맛을 잡으려면 그 시장을 잘 아는 파트너가 필요하다”며 “외국 기업과 제휴를 맺으면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불고기브라더스는 해외 업체와 계약을 하고 매장당 6만 달러의 브랜드 이용료와 매출의 4.71%를 로열티로 받는다.

프랜차이즈의 궁극적인 목적은 가맹점 확대다. 어떤 방식으로 해외에 진출하든 가맹사업자를 늘려야 수익이 생기고 매출 규모가 커진다. 그간 브랜드 홍보 차원에서 해외 매장을 늘린 프랜차이즈들이 가맹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해외 169개 매장을 운영하는 SPC그룹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가맹사업을 시작한다. 교민과 현지인들 위주로 가맹사업을 진행하고, 나아가서는 한국의 투자자들이 현지에 점포를 내는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해외 진출 1년6개월 만에 해외 100호점을 돌파한 카페베네는 미국에서 30여개 가맹 계약을 맺었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창업 수요가 많은 미국에서 성공하려면 가맹점주들의 성공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동안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초점을 맞췄는데 이제부터는 가맹사업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1210호 (2013.11.04)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