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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인기 시간 지나자 시들시들 

2013 실패 창업 아이템 들여다보니 

육회·유럽과자·닭강정 … 별미 개념 강해 꾸준한 인기몰이 힘들어

▎창업 전문가들은 닭강정의 진입 장벽이 낮아져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점을 우려한다.



직장인 박희준(33)씨는 생선회를 즐긴다.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매월 한두 번은 꼭 횟집에 들러 광어나 우럭을 맛본다. 최근 그는 어린 시절 가끔 먹던 소고기 육회에 끌렸다. 생선회는 일본 방사능 누출 공포로 왠지 꺼림칙하다. 그러나 회 특유의 신선한 질감은 포기할 수 없어 육회로 눈을 돌린 것이다.

육회전문점을 찾아 나섰지만 의외로 동네 주변에선 보기 어려웠다. 결국 인터넷 검색으로 집에서 30분 거리인 서울 신촌의 한 육회전문점을 찾아 들렀다. “예전에 지나가다가 몇 번 본 것 같은데 전부 문을 닫았어요. 뷔페 아니면 육회비빔밥 등 부가 메뉴가 있는 음식점은 꽤 많지만 육회만 전문으로 하는 곳은 찾기가 어렵네요.”

박씨의 말처럼 4~5년 전만 해도 육회전문점은 곳곳에서 제법 인기를 끌었다. 왜 요즘은 예전만큼 인기를 끌지 못하고 문을 닫는 가게가 늘었을까? 인천에서 육회전문점을 하다가 지금은 삼겹살집을 하는 장모(45)씨는 “육회는 생선회만큼 손님들이 꾸준히 찾기보다 호불호가 엇갈리는 유행 아이템에 가까웠다”며 “창업초기에 잠깐 인기를 끌었지만 2~3년 지나자 처음 같지 않아 (가게를) 접어야 했다”고 말했다.

육회는 삼겹살이나 생선회 같은 스테디셀러라기보다 한때 반짝했다가 지금은 수요가 줄어든 불닭처럼 유행을 타는 아이템에 가깝다. 고기를 익혀서 먹는 손님이 대부분이라 호기심에, 또는 생각이 나서 한두 번 찾을 수는 있어도 꾸준하게 찾을 아이템은 아니라는 것이다.

위생 문제 부각되면서 희비 엇갈려

육회전문점은 한때 돌풍을 일으켰다. 예비창업자들에겐 등심·안심 같은 구이용 부이보다 매출 원가가 낮아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는 업종으로 인식됐다. 15~20평의 소규모로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데다 조리 방법이 간편해 인건비도 적게 든다. 한 접시에 1만~2만원대로 소고기임을 감안하면 비교적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도 유망 아이템으로 여겨졌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2009년엔 전국 500여 곳이던 육회전문점이 2010년에 1500여 곳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 무렵부터 육회 열풍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2010년 2월에 KBS 인기 프로그램 ‘소비자 고발’이 육회전문점의 위생 실태를 다룬 것도 한 계기였다. 이 프로그램은 일부 육회전문점들이 당일 들여온 고기를 제대로 다루지 않고 냉장고에 아무렇게 방치한 장면을 방영해 화제를 모았다. 도축한 지 한 달 넘은 고기까지 판매되는 장면이 방영됐다. 이후 소비자들이 육회전문점에서 파는 육회의 위생 상태에 지속적으로 의문을 가지면서 육회의 인기가 잦아들었다. 실제로 일부 우려는 현실이 되기도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같은 해 전국 16개 시·도 육회전문점 1426곳을 조사한 결과 45곳이 위생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가운데 19곳에서 식중독균·대장균이 검출됐다. 나머지는 기타 위생적 취급기준 위반(13곳), 원산지 허위표시(5곳), 건강진단 미실시(4곳), 유통기한 경과제품 사용·보관(4곳)으로 지적을 받았다.

이런 사실이 전해지면서 육회전문점을 찾는 소비자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한 창업 전문가는 “육회를 바깥에서 먹어도 안전한지 의구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식약청 조사와 각 업체들의 자체적인 노력으로 위생이 철저히 관리된다 해도 이런 인식이 단번에 바뀌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3년여가 지난 지금은 어떨까? 위생관리를 철저히 했거나 단골을 확보한 일부 육회전문점은 전국 곳곳에 살아남았다. 하지만 예전처럼 창업하기 좋은 아이템이라는 인식은 적다. 충북 충주에 사는 직장인 심원보(30)씨는 “육회전문점을 가보면 주중과 주말에 맛이 조금 다른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다”며 “주말에는 주중에 먹었던 맛만 못한 경우가 있어 주중이 바쁜 요즘은 거의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는 보통 주말에는 잡지 않아 주중에 고기가 가게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관리·조리가 편해 좋은 창업 아이템이라던 육회에도 이 같은 애로점이 존재한다.

육회처럼 예전만 못한 창업 이템으로 유럽과자전문점이 있다. 유럽풍 쿠키나 빵 종류를 파는 가게로 서울 삼청동이나 서래마을 등의 명소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이런 일부 명소나 대형 백화점 식품 코너, 또는 잘 알려진 가게를 중심으로 여전히 인기이지만 전국적으로 다양한 수요를 꾸준히 확보하는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창업 전문가들은 경쟁이 치열해진 것을 요인으로 지적한다. 제과·제빵 업종은 최근 몇 년간 국내 대기업들이 잇따라 진출해 정부가 출점 제한을 받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 됐다. 여기에 파리바게뜨 등 유럽식 빵·쿠키를 표방하는 국내 브랜드들이 품질 개선을 이어오면서 소비자들로선 굳이 유럽과자전문점 찾기를 고집할 이유가 줄었다.

한 창업 전문가는 “스타벅스처럼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커피전문점에서도 곁들여 팔 만큼 잠재적 경쟁자들이 득실거리는 아이템이 됐다”며 “소비자들도 더는 예전만큼 특별한 아이템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쿠키 종류는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식료품이 아니라 취향에 따라 먹는 기호품에 가깝다. 일년에 두어 번 찾는 선물용으로는 적합하지만 많은 소비자가 밤낮가리지 않고 찾는 스테디셀러로는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유럽과자전문점 특유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내려다보니 가게를 다소 구석진 위치에 열어 소비자의 발길에서 멀어진 경우도 있다. 다른 창업 전문가는 “인테리어에도 적잖은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아이템이라 가게가 잘 안 되면 리스크가 크다”며 “올 2월에 밀가루 가격이 13~14% 올라 이익률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가게가 많다”고 덧붙였다.

닭강정 또한 ‘지는’ 창업 아이템이다. ‘치킨 공화국’이란 별명이 붙을 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닭요리에 열광하지만 닭강정으로만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마찬가지로 경쟁이 치열해진 게 주요 요인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전국의 닭강정전문점은 1500여 곳에 달한다.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되는 닭강정 브랜드도 26곳이나 된다.

서울 대림동 주택가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정모(51)씨는 “닭강정은 한 통에 5000~6000원으로 전형적인 박리다매 아이템”이라며 “많이 팔아야 하는데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브랜드 경쟁이 심해지고 골목상권마다 가게들이 들어서면서 예전처럼 많이 팔기가 쉽지 않다.

보완재 개발로 메뉴 풍부하게

창업 전문가들은 이런 아이템을 고를 때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종전에 이들 사업에 뛰어든 창업자라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까? 유럽과자전문점 관련 전문가는 “가게를 열 때 기본 아이템을 보완할 보완재까지 염두에 두는 게 좋다”며 “예컨대 쿠키뿐 아니라 쿠키 맛에 잘 어울리는 커피나 주스, 차를 구비하는 데 공을 들이면 손님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관광 명소에 가게를 열었다면 샌드위치처럼 밥 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보완재를 같이 준비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육회처럼 유행을 타는 아이템이면 더더욱 보완재 개발에 충실해야 한다. 창업 전문가들은 “이들 아이템을 스테디셀러로 만드느냐가 관건”이라며 “외식 업종에서 유행은 2~3년 주기로 반짝하고 지나가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창업자들 스스로가 고심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같은 아이템이라도 다른 전략으로 다가서면 전혀 다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1210호 (2013.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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