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부동산은 불로소득’하면 이미 낙오자! 잘살려면 피눈물 나는 노력에 ‘엄한 짓’ 필수
긴급제안-거품 붕괴기 재테크 리모델링  

정일환 재테크전문 저널리스트
탈무드에 보면 ‘부자가 되려면 부자의 줄에 서라’는 말이 나온다. 부자들의 사고방식과 생활 습관을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2009년 혹독한 불황의 그늘에서 지금 자신의 앞뒤에 누가 서있는지 한번 돌아보라. 당신은 어느 줄에 서있는가? 부자 아빠로 가는 신재테크법을 집중 안내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부자들을 떠올려 보자. 혹시 그 부자들은 두 부류밖에 없지는 않은가? 부모를 잘 만났거나, 주식이나 부동산이 대박나는 바람에 어느 날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 만약 주변에 부자라고는 이 두 종류뿐이라면 당신은 가난뱅이가 틀림없다.

그리고 그게 바로 당신이 가난한 이유다. 흔히 부자라고 불리는 사람들 중 자신이 부자인 이유가 유산을 물려받았기 때문이거나, 벼락부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리고 실제로 이들 대다수는 자수성가한 사람이라고 한다. 주식은 장기분산투자가 정답이며, 부동산은 불로소득이라고 믿고 있다면 당신은 가난한 아빠가 틀림없다.

그리고 그게 바로 당신이 가난한 이유다. 주식으로 거부 반열에 오른 부자아빠들은 몇 종목을 골라 인생이 걸린 승부를 벌인 사람들이다. 원금이라도 잃을까, 상투라도 잡을까 노심초사한다면 주식은 애초에 손도 댈 생각을 마는 것이 좋다. 투자에는 젬병임을 인정하고 정기예금이나 드는 것이 낫다.

부동산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이 가장 노여워하는 말이 ‘부동산은 불로소득’이라는 단정이다. 땅 한 자락 사기 위해 열 번, 스무 번 마다하지 않고 같은 장소를 반복 방문하고, 등기부며 토지대장이며 침침한 눈 비벼가며 뒤적인 노력을 감히 ‘불로’라 부르지 말라고 그들은 말한다.

서울 동부이촌동에 사는 L씨를 보자. 그는 대한민국에서도 손에 꼽힐 만한 부동산 거부다. L씨 허락 없이는 판교 신도시를 못 짓는다는 얘기가 있었을 정도다. 서울 강남 요지에도 상가와 땅이 있다. 이 부동산들은 모두 L씨가 중학교 다닐 때 돌아가신 부친이 사둔 것들이다.

미국 월스트리트는 ‘이상한 곳’?

만원짜리 지폐를 불쏘시개로 쓰며 살았을 것 같지만, 판교 신도시 착공 전까지만 해도 그는 늘 돈이 궁했다. 월급을 받는 평범한 직업을 가진 그는 보유한 토지 때문에 내야 하는 세금이 자신의 연봉보다 10배는 많기 때문이다. L씨는 속 모르는 사람들이 ‘아버지 덕에 거저 부자 돼서 좋겠다’는 식의 얘기를 할 때면 얼굴이 벌개지도록 성을 낸다.

“14세 때부터 30년 넘게 가족 생계 책임지느라 안 해본 일이 없다. 오십 줄 들어 이제 겨우 숨 좀 돌리고 살겠다는데 거저 부자 됐다니….”

L씨의 얘기를 듣고도 그는 여전히 부모 덕에 편히 사는 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아이에게 가난을 물려줄 준비가 끝난 아빠임에 틀림없다. 가난한 자가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여기에도 바른 길이 있고, 속된 말로 ‘엄한 짓’이 있다.

요즘 재무설계나 재테크컨설팅을 업으로 삼고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신조어 중에 ‘금융IQ’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지? 전문용어와 금융상품 등에 관한 지식이 얼마나 있는가를 나타내는 수치라는데, 이것이 낮으면 부자가 될 수 없다고 그들은 말한다. 혹시 이 말에 솔깃해 ‘금융용어사전’이라도 하나 샀다면 당신은 부모를 원망해야 한다.

부자가 될 소질을 물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은 미국의 월스트리트를 ‘이상한 곳’이라고 했다. “지하철로 출근한 사람이 롤스로이스를 타고 온 사람에게 전문용어를 써가며 충고한다”는 이유다. 다시 한번 살펴보라. 당신에게 어려운 말 늘어놓은 사람이 롤스로이스를 타고 왔는지, 아니면 지하철로 출퇴근하는지.

은행장이 되고 싶은가? 금융IQ를 높여라. 그게 아니라 은행장이 버선발로 뛰어나오는 VVIP가 되고 싶은가? 그럼 그냥 금융IQ 높은 은행원에게 밥 한 끼 사주며 친하게 지내자고 하라. 미디어에 등장하는 부자, 특히 강남 부자들은 놀라운 사람들이다. 바쁜 와중에도 유망 금융상품을 귀신같이 찾아낸다.


언제 어디서 배웠는지 신종 금융기법은 어김없이 강남 부자들로부터 출발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필자는 수백억, 수천억원대 부자들 중 주식과 부동산, 현금 외에 별다른 재산이 있다는 사람은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 오히려 이런 질문은 받아 본 적이 있다. “펀드 하나 가입해 달라고 하도 사정해서 하긴 했는데, 뭔 펀드 이름이 이렇게 길어? 어쩌고저쩌고OOOO안정형 채권형3호펀드? 이게 다 무슨 얘기야?”

그들은 지금 하는 일 챙기는 데도 시간이 모자라고, 가진 재산 관리하기도 바쁜 사람들이다. 10글자가 넘는 펀드이름 해석하는 데 필요한 내공을 기를 여유가 없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답은 쉽다. 어느 은행 PB가 신문에 등장해 “요즘 부자들은 OOO이 대세”라며 요상한 금융상품을 들고 나왔다고 하자.

그는 며칠 전에 한 건 올린 사람이 틀림없다. 부자고객 중 한 명을 회사가 미는 상품에 가입시킨 뒤 이를 떠벌리고 있는 것이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그들의 대인관계에 숨은 비밀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부자가 아닌 사람 눈에 비친 부자는 인재를 찾아 발품을 파는 사람들이다. 유능한 주식중개인을 찾아 100리길을 마다하지 않고, 똘똘한 PB를 소개받으러 이 은행 저 은행 순례길에 오른다.

사실이 아니다. 그들에게 자신의 돈을 불려줄, 혹은 지켜줄 유능한 관리인이 아직도 없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이런 얘기들은 그저 “우리 증권사에 돈 좀 맡겨보세요. 똑똑한데 놀고먹는 직원들 많아요”라는 간접광고에 지나지 않음을 간파해야 한다.

부자들 대인관계 숨은 비밀

설령 자산관리인을 바꾼다고 해도 그들은 인간관계를 그리 얄팍하게 맺지 않는다. 그들은 유능한 관리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관리인이 유능해지도록, 아니 유능해질 수밖에 없도록 유도한다. 부산에 거주하는 J회장은 서울 한남동에도 집이 몇 채 있다. 서울에 사는 두 아들 내외가 거주하는 집과 외국인에게 세를 놓은 집들이다.

그는 G부동산중개인사무소 외에는 다른 곳에 매물을 내놓지 않는다. 그 부동산이 유능해서가 아니다. 집에서 제일 가깝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다른 이유가 없다. 하지만 J회장이 내놓은 집은 난다 긴다 하는 집들이 그득한 한남동에서도 가장 거래가 잘되는 축에 속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G부동산은 J회장이 다른 집에 매물을 내놓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독점인 데다 덩치도 큰 매물들이어서 성공시키면 두둑한 보수가 기다린다. 반대로 G부동산은 만에 하나라도 J회장을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다시는 자신들과 거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J회장의 의뢰가 들어오면 만사를 제쳐두고 거래성사에 매진한다. 부자들은 이런 식이다.

그들은 돈이 가진 위력을 안다. ‘돈 이만큼 냈으니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마인드는 구걸하며 끌려가는 가난한 자의 방식이다. 부자들은 반대다. ‘이 돈이 탐나거든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져가보라’며 주도권을 잡는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새로 이사 갈 집에 인테리어를 한다고 해보자. 보통사람들은 이렇게 한다.

우선 집을 어떻게 꾸밀지 인터넷을 뒤지고 잡지를 뒤척여 나름의 청사진을 그린다. 그 다음 여러 인테리어 업체를 방문해 견적을 비교해 보고, 한 푼이라도 싼 집을 고른다. 그리고는 다시 “싸게 해주세요”하며 가격을 깎고 또 깎은 뒤 잘했다며 뿌듯해 한다. 부자들은 어떻게 할까. 우선 새로 이사 갈 집에서 가까운 인테리어 업체를 골라 집으로 사람을 부른다.

그 다음 집을 어떻게 고칠지 제안하도록 하고, 따로 원하는 것이 있을 경우 시공이 가능한지 물어본다. “전문가답게 잘 해주세요”하고 돈은 달라는 대로 다 준다. 공사가 끝난 뒤 부자와 보통사람은 무엇을 얻었을까? 부자들은 ‘잘 해놓은 집’을 얻는다. “잘 해달라”고 했으니 당연하다. 보통 사람들은 ‘싸 보이는 집’을 얻는다.

“싸게 해달라”고 한 사람은 본인들이다. 부자들은 인테리어 업자와 인간관계를 맺는다. 돈 되는 손님과 솜씨 좋은 집이 만났으니 그 관계는 오래간다. 보통사람들은 인테리어 업자와 원수지간이 된다. 돈 안 되는 손님과 대충하는 집이 만났으니 멱살잡이 없으면 다행이다.

부자 DNA를 후세 넘겨주자

똑같은 상황을 만나고도 상대방을 능력 있는 친구로 남기느냐, 아니면 돈 값 못하는 악덕업자로 만드느냐는 자신에게 달렸다. 부자아빠가 되는 방법은 각양각색이다. 정해진 공식이나 루트는 없다. 다만 그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몇 가지 공통분모를 발견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부자들의 습관’이다. 실제로 부자라는 키워드 안에는 특별한 공통분모가 있다. 이들에게 돈을 지배하는 원리를 체득해 자신의 DNA에 깊숙이 새겨두자. 물려줄 재산이 없다면 그 DNA만이라도 온전히 보전해 내 아이에게 넘겨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때 투자했어야 했는데!” 말만 되풀이
가난한 아빠 5가지 습관
1.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꼭 부자가 될 테다’라는 허망한 생각뿐 구체적인 액션플랜은 없다. 부자들이 뭘 하는지, 그들의 사고방식은 어떤지 관심도 없다.

2. 부자가 될 뻔했다
‘그때 투자했어야 했는데!’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평생의 기회를 세 번 놓쳤으니 앞으로 기회가 또 있을지 의문이다.

3. 재테크 서적을 줄줄 왼다
책 팔아서 가난을 탈출하고픈 재테크 작가들 주머니에 매달 2만~3만원씩 보태주고 내용도 줄줄 외면서 실천은 않는다.

4. 마누라가 뭘 안다고…
아내 말을 잘 들어야 부자 된다는 얘기는 빈말이 아니다. 여성의 금전관리 능력과 본능이 남성보다 우월하다는 연구결과도 최근 발표되지 않았던가?

5. 자식이 원하는데 이쯤이야!
쓸데없는 물건 사달라는 생떼를 거절하지 못하고 2만~3만원쯤은 가볍게 쓴다. 하지만 부잣집 자식치고 용돈 넉넉한 아이는 없다.
저질러라! 실패 수습하면서 해결책도 알게 된다
부자아빠 7계명
1. 가족 앞에 맹세하라
‘구체적인 목표와 시간을 정해놓고 이에 매진해야 한다. 예컨대 “3년 안에 강남의 50평대 아파트로 이사 간다”고 가족에게 약속해 보라. 얼굴 볼 때마다 각오가 달라진다.

2. 더 쩨쩨해져라
한턱 안 쏘면 쩨쩨하다고 흉보는 동료나 후배치고 집에 돈 있는 사람 드물다. 제 곳간 빈 줄 모르는 그들 스타일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3. ‘~쯤’과 작별하라
부자들 중에는 ‘얼마쯤’, 혹은 ‘언제쯤’이라는 식의 모호한 표현을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이들이 많다. 예컨대 ‘3000만원쯤’은 3000만원인가 아니면 3900만원인가?

4. 빚을 겁내지 마라
카드 긁는 것만 아니라면 빚 내는 것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지금은 유례없는 저금리 시대가 아닌가?

5. 재수 없는 X와 어울려라
돈 많은 친구는 대부분 ‘재수 없는 X’이다. 하지만 ‘그놈’ 입장에서 보면 당신이 ‘참 재수도 더럽게 없는 X’는 아닐까?

6. 일단 저질러라
시뮬레이션과 실제는 완전히 다르다. 길에 나앉을망정 저질러야 기회가 생긴다. 실패를 수습하면서 해결책도 알게 된다.

7. 읽어라
투자설명서건 광고전단지건 꼼꼼히 읽어라. 투자에 소질 없는 사람치고 상품소개나 약관, 투자설명서 제대로 읽는 사람 없다.


975호 (2009.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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